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4화(34/354)
#034화. 주말 외박권(9)
생활 구역으로 돌아가는 길.
카르디아와 시에나는 종종 질문을 던져댔다.
“방금 그 골렘 마법은 언제 습득한 거야? 혼자 과외라도 받았냐?”
“오늘 보여준 포션들도 흥미롭더구나. 어찌 그리 제조법 개변을 잘하느냐?”
“나도 그 골렘 마법 쓸 수 있어?”
“나중에 포션 제조 전공으로 갈 생각이느냐?”
“…….”
엘런은 들리지 않는 척, 모르는 척 계속 걷기만 했다.
그러나 질문 중에서도 영 쓸데없는 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헌데 우리에게 먹인 그 포션은 무슨 효능이 있던 것이냐?”
“아, 맞다! 나도 까먹고 있었네. 진짜 무슨 효과야?”
다른 질문은 다 무시하더라도 이건 대답해야 한다.
그것도 그런 게 이 둘은 뭔지도 모르는 포션을 원샷으로 마셨으니까.
엘런은 말했다.
“중독을 방지하는 효과야.”
“아하, 혹시 공격에 맞을 걸 대비해서 준비했던 거로구나.”
“그래.”
“음음! 생존 확률은 딱 준비하는 만큼 올라가니까!”
코볼트 따위의 공격에 맞아줄 만큼 여기 모인 셋은 녹록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포션들을 준비한 이유는 조금의 상처나 고통도 없이, 완벽하게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였다.
독이 스며든 상처에 골골대면서 주말 동안 고통을 견디는 건 사양하고 싶다.
시에나는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이번 포션도 한 번에 개변했느냐?”
“실패도 꽤 했지.”
“네가? 실패를 했다고?”
“……내가 신이냐. 나도 실수해.”
제조법이 존재하는 포션은 아예 새로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제조법은 말 그대로 딱 정량이 존재하고 법칙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포션을 입맛대로 개변하더라도 그 안에서 실패작과 성공작이 나뉜다.
실패작들은 예상했던 능력이 아니라 뜬금없는 게 나오기도 했고, 위력이 부족하기도 했다.
엘런은 실패작들을 제조대 구석으로 미뤄뒀었다.
‘근데 그걸 쏟아버렸지.’
포션병에도 담지 않은 용액들은 엘런이 팔꿈치로 친 뒤로부터,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됐다.
아마 지금도 3층 제조대 근처에 용액들이 흥건할 것이다.
실패작이라곤 해도 엄연히 포션은 포션.
함정의 성질을 띤 그것들을 밟게 되면 손아귀 포션 때처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러니 가자마자 바닥에서 치워버려야 하지만…….
‘더럽게 귀찮네.’
그냥 내버려둘까.
그러면 알아서 마르지 않을까.
포션도 물이니까 냅두면 증발하려나.
나태함으로 가득 찬 머릿속은 오늘도 영양가 없는 생각들이 즐비하다.
그사이 생활 구역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엘런은 그들의 목에 걸려있던 팔을 이만 빼냈다.
“이제 괜찮으니까 나 혼자 걸을게.”
“알겠다.”
“그래!”
엘런은 살짝 뻐근해진 어깨를 몇 번 돌렸다.
둘의 키 차이 때문에 한쪽 어깨는 올라가고 한쪽 어깨는 내려간 탓이다.
카르디아는 웬만한 남자 만큼 컸기에 시에나와의 차이도 커다랬다.
그래도 엘런은 어깨가 어찌 됐든 생활 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포근한 집과 달콤한 과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퀘스트 안내소에서 이걸 완료해야 했다.
엘런은 자기 자신을 아주 잘 알았다.
지금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다시 나오는 데까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거다.
어쩌면 퀘스트 기한인 일주일조차 우습게 넘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왕 밖으로 나온 김에 할 일은 전부 마치고 들어가는 게 좋았다.
그새 전투의 피로가 가신 카르디아는 제자리에서 통통 튀었다.
“나는 이제 내 퀘스트 하러 가 본다!”
“나도 그래야겠구나. 오늘 즐거웠다. 엘런이여.”
“그래. 빨리 가라.”
“내일 보자고!”
“싫어.”
카르디아는 키득거리며, 시에나는 싱긋 웃으며 엘런과 헤어졌다.
내일도 보자고…….?
농담이겠지.
엘런은 제발 그러길 바라며 퀘스트 안내소로 들어갔다.
안내소 내부는 학생 몇몇만 있을 뿐 처음처럼 빽빽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다들 자신의 퀘스트를 수주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중일 것이다.
저기 퀘스트 게시판에 붙은 안내서가 훌쩍 줄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엘런은 접수원에게 다가갔다.
“퀘스트 완료 보고하러 왔습니다.”
“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엘런 이안느입니다.”
접수원은 엘런 이안느란 이름이 수주한 퀘스트를 찾아냈다.
퀘스트 이름은 코볼트 동굴 파괴하기.
이름만 들어도 이제 막 학기가 시작한 1학년이 감당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접수원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완료하셨나요?”
“예.”
“증거를 보여주세요.”
“여깄습니다.”
엘런은 아공간에서 얼린 코볼트 갓의 심장을 내밀었다.
꺼내자마자 주변이 순간적으로 서늘해진다.
동시에 미세한 썩은 내가 코끝을 감싸고 돌았다.
얼리긴 했다지만 그 악취가 완전히 빠질 순 없다.
접수원은 저도 모르게 ‘으으’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그 심장을 받았다.
접수원은 말했다.
“의뢰자가 증거를 확인하고 인정하면 퀘스트는 자동으로 완료될 거예요.”
“그럼 제가 할 일은 끝난 건가요?”
“예. 만약 퀘스트 완료가 인정되지 않으면 따로 메시지가 가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엘런은 고개를 꾸벅 숙인 후 안내소에서 나왔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침대에 몸을 던질 시간.
엘런은 피곤한 것도 잊고 총총걸음으로 중앙성까지 도착했다.
그는 입가에 옅은 미소까지 띤 채 중앙성의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이곳에 들어온 지 일주일도 채 안 됐지만 벌써 몇 년은 산 건 같다.
그만큼 익숙해진 내 집이었고 달라진 점도 재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
엘런은 1층을 바람처럼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계단 초입에서 멈췄다.
그의 볼로 진짜 바깥바람이 스쳐왔기 때문이다.
엘런은 창문을 열지 않는다.
적어도 오늘 나갈 때만큼은 열지 않았다.
근데 바람이 분다는 건 열린 창문이 있다는 거다.
하지만 엘런의 눈에 들어오는 건 열린 창문이 아니었다.
……이건 깨진 창문이다.
심지어 집 안쪽에 더 많이 널브러진 파편.
누군가 밖에서 부수고 들어온 게 틀림없다.
엘런은 파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딱히 섬세하게 부순 건 아닌 듯 파편의 모양들이 들쭉날쭉하고 단조롭다.
엘런은 남은 마력량을 확인했다.
“……넉넉하진 않네.”
패기 좋게 유리창까지 깨고 들어온 범인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최적의 상태가 아니란 건 확실하다.
엘런은 홀스터에서 그림 리퍼를 뽑아 들었다.
그리곤 아리네스가 서비스로 챙겨준 총알을 실린더 약실에 하나씩 채워나갔다.
딸깍-
공이를 당겨 장전을 마친다.
엘런은 계단을 하나씩 밟으면서 올라갔다.
야심한 달밤에 지붕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그의 발소리는 조용했다.
하지만 그것과 마찬가지로 상대의 인기척 또한 들리지 않았다.
‘도망친 건가.’
엘런은 2층을 확인했다.
무언가 뒤지고 살펴본 흔적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왜냐면 과자 봉지들이 흩어져 있던 자리가 처음과 평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쓰레기가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있었는지 기억 못 하지만 엘런은 달랐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어느 정도의 힘으로, 쓰레기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쓰레기가 떨어진 위치를 기억 못 할 리 없다.
엘런은 2층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곤 3층으로 올라갔다.
이곳도 역시 선명한 침입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나무 조각이나 두꺼운 얼음들로 바닥이 어지럽다.
엘런은 그것들을 손으로 헤집어보았다.
역시 예상대로다.
“이건 함정 포션의 부산물들이야.”
그것도 자신이 실패한 포션들의 흔적이었다.
부주의와 졸림으로 바닥에 쏟아버린 포션들이 발동한 게 분명하다.
이놈들을 발동시킨 건 당연히 그 침입자들일 것이다.
엘런은 3층 벽면에 기대서 잠시 생각했다.
침입자, 도둑들은 대체 누굴까.
솔직히 말해 한 명이라곤 생각할 수 없다.
혼자선 이 넓은 바닥에 뿌려진 포션 용액을 전부 밟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 다섯.
그 정도의 인원이 자신의 집에 침입했다.
이제 보니 바닥과 색이 다른 뭔가가 눈에 또 띄었다.
“이건…….”
머리카락이다.
그것도 동맥에서 거세게 흐르는 피를 연상시키는 진한 색깔.
적발은 흔치 않은 만큼 아주 중요한 증거다.
엘런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적발이 한 명 있긴 한데 말이야.”
수업이 겹쳤던 학생이다.
미들 네임이 없던 걸 생각하면 신분도 평민이었다.
엘런은 그 머리카락을 아공간에 조심히 넣었다.
“흐음, 내 포션을 부수고 빠져나올 정도면 상당한 강자라는 건데.”
시에나도 처음엔 닥치고 당할 수밖에 없던 손아귀 포션이다.
여기 있는 것들은 그 손아귀 포션에서 파생해 개변한 것들이기에,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하진 않을 거다.
아무리 실패작들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침입자들은 이런 것 따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빠져나왔다.
“부서진 함정의 모양들을 보면 마법으로 부순 느낌은 아니야.”
그럼 단순한 완력으로 여길 빠져나왔단 말이 된다.
생각보다 더 재밌는 놈들이다.
엘런은 옅게 웃으며 이만 2층 침실로 돌아왔다.
어차피 이곳에 어떤 놈들이 들어왔는진 대충 감이 온다.
자신에게 나쁜 마음을 품고 중앙성까지 들어온 이들이라면 걔들뿐이다.
“평민 출신 학생들.”
그들은 자신이 직접 서명한 계약서를 찾으려고 이곳에 온 것이 틀림없다.
이건 존재 자체만으로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을 테니까.
평민 학생들에겐 더욱더 그럴 것이다.
또한 자신이 목적이었다면 계약서를 찾기 위해서 굳이 집 안을 뒤지고 다니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계약서를 찾지 못했고 그냥 빈손으로 떠난 건가.”
그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 이상한 점은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거슬렸다.
“함정에서도 빠져나왔다면 숨어있다가 기습을 노릴 만도 한데 그냥 돌아갔어.”
왜지?
엘런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모르겠네’라고 중얼거리면서 몸은 꾸물꾸물 침대로 들어갔다.
참 신기하게도 집에 침입자가 들어왔다 나갔는데 잠은 계속 왔다.
한숨 자고 일어나서 그놈들을 잡아야겠다.
잡으면 어떻게 할까.
그것도 잡고 나서 생각하자.
엘런은 디저트 하나를 입에서 오물거리며 눈을 감았다.
일어나면 오늘 찾은 적발의 주인을 찾아가겠다고 생각하면서.
***
일전에 온 적이 있는 누군가의 기숙사 방.
그 안에서 다섯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떤 남자의 눈치를 보았다.
그 적발의 남자는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 이따금 차를 홀짝거렸다.
남자는 아무 말이 없었다.
차는 뜨거운 물로 우렸지만 만든 지 오래되었다.
모락모락-
그럼에도 차의 수면 위에선 방금 만든 듯이 수증기가 뜨끈하게 피어올랐다.
차와 같이 남자의 머리 위에서도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아니, 그러는 것처럼 보였다.
남자는 지금 화가 났기 때문이다.
밖으로 표출하진 않아도 그의 가슴은 차를 우린 물 만큼이나 뜨겁게 끓어올랐다.
뭔가 입을 열 타이밍을 찾고 있던 다섯 중 하나, 루센트는 조심스레 말했다.
“그…… 고마워. 우릴 구해줘서. 또 미안해. 일을 이렇게 만들어서…….”
남자는 루센트가 뭐라 말하든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차만 마셨다.
그러다 찻잔을 남김없이 비워낸 그는 결국 입을 열었다.
“제가 아니었다면 대체 어쩌실 생각이셨습니까.”
“그래도 다행히 네가 와줘서…….”
“어쩌실 생각이셨습니까.”
“…….”
루센트는 대답하지 못했다.
닻을 목걸이로 건 것처럼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제가 혹시 뒤를 쫓지 않았다면 대체 어쩌실 생각들이었습니까. 대답해 보십시오. 제가 묻지 않습니까.”
라제나는 자신이 먹은 찻잔과 주전자를 천천히 정리했다.
달칵- 달칵-
식기 부딪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라제나는 말했다.
“엘런 이안느가 여러분을 보진 못했지만, 흔적은 너무나 많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유리창을 깨부쉈고 집안을 헤집었으며 얼음 조각과 나뭇가지들을 흩뿌렸다.
“근데도 계약서는 얻어오지 못했으니 정말 총체적 난국이란 말이 딱 어울립니다.”
“우리도 알고 있어…….”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라제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며 루센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오늘 여러분의 경솔한 행동으로 엘런 이안느가 만약 평민 학생들에게 악의를 품는다면 상황은 더욱더 어려워질 겁니다. 아니, 이미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방법을 생각 중인…….”
“아니요.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아무 생각도 하지 마시고, 학교 공부하면서 퀘스트로 착실히 돈을 모으십시오. 그의 눈에 띄지 않게 머리를 숙이란 말입니다.”
“아, 알았어. 그럴게.”
다섯은 움츠러든 몸으로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계약서에 관한 건 잊는 겁니다. 아셨습니까?”
“응…….”
“이제 나가주십시오.”
루센트를 비롯한 다섯 명은 라제나의 기숙사에서 나갔다.
하나같이 침울하고 침통한 표정이었지만 라제나는 그들을 위로해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그도 계약서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개입으로 라제나 또한 좋으나 싫으나, 장학생의 중앙성에 멋대로 들어온 침입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 구태여 자신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는 들판의 잡초처럼 여기저기서 밟히는 평민 학생들을 지나치기 힘들었다.
단순히 딱하고 안타깝다는 마음이 아니다.
라제나는 입술을 깨물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중앙성을 눈에 담았다.
그는 직감했다.
머지않아 저 성에 살고 있는 남자와 어떻게든 부딪치고 말 거라고.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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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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