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4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47화(344/354)
#347화. 귀환할 시간(8)
오랜 친우와의 만남이 끝나고.
할 일은 뒤로 늘어져 있었다.
카르디아와 라제나, 시에나와 저녁을 즐기고 새로 배정받은 기숙사로 발을 들였다.
“역시 3학년 기숙사라 해야 하나. 보통 기숙사가 중앙성 보다 좋잖아.”
[괜찮군. 미래로 오길 잘했어.]“원래 목적이기도 했으니까. 설령 좋지 않더라도 돌아가야 했잖아.”
자연스레 침대로 기어들어가는 게으름뱅이.
[그보다 할 일이 남지 않았나. 침대에 눕는 건 아직 이르다만.]뒤통수에 제대로 꽂힌 일침은 저절로 몸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의 말대로였다.
“그래. 할 일이 남아있지.”
그 할 일은 총장실에서 이뤄져야 했다.
미래로 돌아오고 나서도 아직 과거의 잔업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슬슬 잔업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미리 말해둔 시간에 총장실로 발을 들이니.
“아빠.”
“왜 이렇게 늦었어!”
정말로 훌쩍 커버린 딸내미들이 목을 휘감으며 안겼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몸의 크기를 망각한 포옹이었다.
한쪽 다리가 절로 휘청인다.
“……약속 시간에 맞춰왔는데.”
아버지의 힘으로 겨우 버티며 변명을 내뱉어보지만,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아니 30분 일찍 오는 건 기본이잖아!”
“미안. 나는 그 정도로 성실한 사람은 아니라.”
“어쨌든 여기 왜 왔다고?”
“아빠. 여기 제가 만든 차를 드세요.”
양옆에서 각자의 용건, 각자의 질문을 밀어붙인다.
하나씩 상대하는 것도 벅찬데 다대일은 진땀을 빼기 충분했다.
“알았어. 알았어. 다 대답해주고 다 마셔줄 테니까 우리 일단 좀 앉자.”
“네.”
“그래!”
겨우 분위기가 진정되었다.
호록-
델이 만든 차를 마시며 적셔진 입은 이곳에 온 이유를 말했다.
“내가 과거로 가는 것과 동시에 모든 마경이 자취를 감췄다고 들었어.”
“그랬지? 그거랑 뭔 연관이 있어?”
“아주 많지. 내가 과거로 가게 된 이유가 사제장과의 충돌이었는데. 그 충돌로 나는 과거에 갔고, 충격의 여파는 사제장의 분신에 미쳐 본체까지 타격을 줬어. 하지만 내가 돌아오면서 모든 시간선이 제대로 돌아왔으니, 슬슬 잠에서 깨어날 거야.”
“자, 잠깐만. 그럼 이제 계획이 뭐야?”
“담판을 지어야지. 세상 아무도 모르게.”
세상 아무도 모르게?
뒷말에서 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만 이해 안 되는 건가? 왜 세상 모르게 진행하려는 거야?”
“우리야 마경의 재앙을 피해 다닐 힘이 충분하지만, 다른 인간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인 거 아닐까.”
“델의 말이 맞아. 그리고 사제장이 원하는 존재가 애초에 나거든. 그자는 내 근본부터 뜯어고친 다음에 마경의 왕으로 만들고 싶어 해.”
“……씨발 존나 역겨운 새끼들. 마탑에서 적당히 상대해주는 게 아니었는데.”
“아빠. 제가 그놈들 안에서 식물이 자라나게 만들어 드릴게요.”
섬뜩한 살의가 방 안으로 파도쳤다.
가족만이 해줄 수 있는 걱정이었다.
고마운 걱정이면서도 걱정에서 그쳐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탁-
찻잔이 탁자에 놓였다.
그 청명한 울림은 음파가 퍼져 나가듯 살의를 몰아내 버렸다.
“걱정 마. 당연히 놈들 뜻대로 놀아날 생각은 없으니까.”
“아빠는 지금 지원군 없이 홀로 놈들을 상대하겠단 뜻이잖아! 근데 걱정을 어떻게 안 해?”
“저희랑 만이라도 같이 가요.”
“너희들은 안돼. 하지만 지원군이 없는 것도 절대 아니니까.”
렉시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잿불 섞인 한숨이었다.
“우리가 왜 안 되는진 나중에 묻고, 지원군들은 누군데? 설마 크레센티아?”
“아니야. 이런 일에 내 가문을 끌어들일 순 없어. 크레센티아는 세상의 균형을 위해 지금 가진 힘 그대로 후대까지 이어져야 해.”
“그럼 누구! 대체 누구야!”
“델. 아빠의 말을 천천히 기다려 봐.”
“얌마! 너는 안 답답해? 지금 아빠가 또 우리의 곁에서……!! 떠나려 하잖아.”
산을 타듯 높아지던 목소리는 정상을 찍고 순식간에 낮아졌다.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기분도, 어깨도, 눈가도 전부 처지고 내려가서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려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머리카락을 걷어줄 가족이 옆에 있었다.
아버지가 앞에 있었다.
“렉시.”
“진짜……. 그런 목소리로 내 이름 부르지 마.”
“렉시.”
“왜……. 뭔데……. 말하고 싶은 게 뭐야.”
“아빠를 믿어.”
“……그게 끝이야?”
그게 끝이었다.
여기서 뭔가를 덧붙이는 건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너희들은 아주 커다란 전력이야. 큰 도움이 되어주겠지. 어쩌면 내가 생각한 지원군들보다 훨씬.”
“그럼 왜! 왜 우릴 안 데려가는 거야!”
“왜냐면…….”
피식-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그 웃음의 정체는 역겨움이었다.
감정에 대한 역겨움이었다.
“내가 겁쟁이라서. 그래서 너희를 안 데려가는 거야.”
“뭐, 뭐?”
“아빠가, 겁쟁이라고요?”
델과 렉시의 머릿속으로 그간 보아왔던 데카마드의, 아빠의 전설들이 우수처럼 쏟아졌다.
겁쟁이라면 그 발끝도 따라가지 못할 업적들이었다.
“거, 거짓말!”
“진짜야.”
겁쟁이의 담담한 고백에, 딸들의 얼굴은 쓴 거라도 먹은 것마냥 찌푸려졌다.
하지만 600년의 세월과 나이는 없던 통찰력도 가져다주었다.
인간 한 명의 감정을 꿰뚫어 보는 거야 손바닥 보듯 훤했다.
그러니 느껴졌다.
아빠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
“저희를 잃으실까 봐……. 그래서 두려워하시는 거군요.”
당연하다면 너무나 당연할 두려움이었다.
동시에 발목을 잡고 계속해서 번뇌에 사로잡히게 할 두려움이었다.
“너희가 안전한 곳에 있어야 정확한 판단이 서고 정확한 공격을 할 수 있어. 내가 데려갈 지원군들은 죽어도 몇 년 슬퍼하면 그만일 사람들이지만, 너희가 죽어버리면 내가 세상 구하는 의미도 죽어버리거든.”
“하지만 우리, 엄청 강하다구……. 그런 걱정 따위 안 해도 될 만큼 강한데. 그래서 강해진 건데…….”
“나도 알아. 하지만 마경은 예상이 불가능한 존재들. 그 어떠한 거라도 받아칠 준비는 너희가 안전할 때 나에게로 생겨나.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약점이 없는 무결한 상태.
아빠는 그런 상태를 원했다.
그런 상태를 위해선 역설적이지만,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에게 없어야만 했다.
곧 죽어도 아쉬움이 없어야 상대의 무기도 사라지는 셈이다.
……너무나 강제적이지 않은가.
가장 소중한 것 그 자신의 의사도 묻지 않았으면서.
그 자신의 기분도 생각지 않으면서.
그저 무조건적으로 멀어져야만 한다니.
“600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빠는 언제나 잔인하시네요.”
“……데, 델.”
렉시가 순간 당황할 정도의 직언.
그 직언이 화살처럼 꽂힌 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죄인처럼 묵묵히 입을 닫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을 뿐.
“하지만 이번에도 돌아와 주실 거죠?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물론이야. 반드시 돌아올 거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그렇다면 좋아요. 아빠의 출정을 허락할게요.”
델은 웃었다.
전에 없이 환하게 웃었다.
하얀 이빨과 함께 보조개가 귀엽게 접히는 미소였다.
“뭐, 뭐야! 나는 아직 허락 안 했다고!”
“내가 방금 렉시의 마음을 읽었어. 나와 같이 동의한다 했잖아.”
“내, 내가 언제! 벌써 노망이라도 난 거야? 뭐야!”
“노망이라니, 렉시. 말이 심해.”
델이 고개를 돌리고 흑흑 소리를 국어책 읽듯이 낸다.
“야, 야. 뭘 이런 거 가지고 우냐? 내가 미안해. 미안하다니까?”
그거에 또 속아 넘어간 렉시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듀오다.
잠시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와중에, 갑자기 생각난 게 있었다.
“렉시.”
“으, 응?”
델을 꼬옥 안아주던 렉시가 힘겹게 고개를 돌린다.
저런 상태에서 해주고 싶은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수고했어.”
“엉?”
“내 억지스러운 부탁으로 아카데미를 맡아서 많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훨씬 더 좋은 아카데미를 만들어줘서 고마워.”
순간 렉시의 얼굴이 멍해졌다.
이목구비 모두 생각이란 게 없어진 듯한 멍함이었다.
하지만 개중에서 오직 목(目)만이 주인도 명하지 않은 일을 했다.
“렉시. 눈물 흘려.”
“으, 읏.”
급히 소매로 눈물을 훔쳐보았지만 델은 이미 전부 봐버렸다.
형제에게 눈물을 들킨 대가는 커다란 법.
“얼레리꼴레리~ 600살씩이나 돼서 눈물 흘린대요~”
“야, 야! 이런 거 가지고 유치하게 그러기야? 네 말대로 600살이나 먹어놓고는!”
“질질 짠 게 더 없어 보여.”
“내가 언제 질질 짰어! 그냥 눈물 한 방울이었구만! 너 이리 와! 잡히면 죽었어!”
“잡아봐라.”
600살 듀오는 넓은 총장실 안을 우다다다 뛰어다녔다.
역시 애들(?)은 뛰어놀아야 보기 좋다.
아공간에 있던 할아버지는 그 모습에 혀를 끌끌 찼다.
[나잇값을 저리 못할 수 있나. 600년이면 그래도 현자스러운 모습까진 아니어도 조금은 차분해질 줄 알았건만. 쯧.]‘너무 그러지 마. 둘의 종족을 생각해보면 델과 렉시는 아직 청년이야.’
[600년이 어디 학교 쉬는 시간 정도로 보이나. 저건 그냥 철이 없는 거다.]‘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철 좀 없으면 어떤가.
귀여우니까 봐주기로 하자.
***
붉은 하늘.
붉은 태양.
붉은 달.
그것들이 비추는 아래의 것들은 그 색이 전부 붉었다.
이 고치도 그러했다.
파지직-
붉은 고치의 표면으로 조그마한 실금이 간다.
파지지직-! 콰지직-!
실금으로 시작한 균열은 이내 안에서부터 찢어발겨졌다.
그 틈으로 뻗쳐 나오는 앙상한 팔.
그것은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마시는 듯 주름진 팔로 허공을 만지작거렸다.
주르르르륵-
벌어진 고치의 틈새로 걸쭉한 핏물이 흘러나왔다.
늪에서 방금 건져낸 이끼처럼 축축한 몸은 그 핏물을 딛고 일어섰다.
고치 안에서 얼마나 있었던 걸까.
둥글게 말아져 있던 몸은 우두둑 소리를 내며 곧게 펴졌다.
스르륵-
“부활을 경하드립니다. 아콜 님.”
하얀 사제복의 누군가가 양손으로 로브를 받쳤다.
“나머지는.”
로브를 어깨에 걸친 아콜은 허전한 주변을 눈짓했다.
“교배 중입니다. 잠이 드시기 전에 명령하신 대로, 인간계에서 모든 마경을 거두고 힘을 비축하였습니다. 그 힘으로 최대한 전투 인원을 늘렸습니다.”
“신세대들의 준비는 끝났나.”
“그렇습니다. 구세대들보다 월등한 힘을 가진 그들은 이전엔 통제 불가였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역시 왕의 몸체를 뜯어다 쓰는 게 정답이었지.”
어차피 이제 곧 새로운 왕을 즉위시킬 것이다.
그럼 이전의 왕이었던 존재는 한낱 먼지보다 쓸모없어지는 법.
그렇다면 팔 한쪽, 다리 한쪽 떼어다 써도 아무런 상관없었다.
“덕분에 부활을 앞당길 수 있었고, 이거라면 그 성가신 돌멩이도 날 어찌할 수 없을 것이야. 전 같은 예상 못 할 상황은 이제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금 인간계에 마경의 씨앗을 피우시겠습니까.”
“아니. 우리는 수성전을 준비해야 한다.”
“……수성전이라 하시면.”
“곧 인간들이 이곳에 쳐들어올 것이야.”
아콜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대영역도 이젠 안전하지 못하다.
그 영역의 결계마저 갈라버릴 힘을 갖춘 존재가 저 밖에 있었다.
악연을 완전히 지워버리기 위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도 준비해야지. 오히려 잘됐어. 왕을 모실 준비를 해라. 동시에 즉위식을 준비해.”
“알겠습니다.”
스르륵-
옆에 있던 사제가 유령처럼 사라졌다.
이 대영역에는 지금 왕이 없다.
이 공간이 생겨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태껏 왕이 바뀌긴 했어도 존재치 않았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기간도 길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곧 있으면, 정말 곧 있으면.
왕의 자격이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가진 존재가 제 발로 들어올 것이니.
그때, 즉위식이 이뤄지고.
“마경은 새로운 왕을 맞이한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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