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4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49화(346/354)
#349화. 끝낼 시간(1)
9시가 되었다.
모든 학생은 합동 훈련장에 모였고, 돌로레스는 여느 때처럼 과제를 검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바뀐 총원의 변화가 또 바뀌어 있었다.
“교, 교수님!”
카르디아가 주변을 확확 둘러보다가 이내 손을 번쩍 든다.
“왜 그런가요.”
“에, 엘런이 없습니다!”
“네. 그렇네요.”
“왜, 왜 없는지 교수님은 알고 계시나요?”
모자챙 아래의 눈이 카르디아에게 돌아갔다.
“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카르디아 학생은 과제에 집중하세요. 기한이 나흘도 안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니면 벌써 해결하고 노는 건가요? 그럼 새로운 과제를…….”
“아,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과제 열심히 하겠습니다!”
과제 증량 한 번에 카르디아는 깨깽하고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터덜터덜 돌아오니.
“뭐라고 하시더냐?”
“엘런이 결석한 이유는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말씀해주실 것 같진 않아.”
“흐음. 무단은 아니란 소리군요. 그럼 어떤 이유가 있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구나. 제국 아카데미에선 그 어떤 사유를 들이밀어도 결석으로 해결하지 않는데.”
“그렇죠. 그냥 벌점을 주고 쉬게 할지언정.”
카르디아는 혀를 쯧 하고 차며 벽에 기대고 앉았다.
최근 들어 학교에 다시 나오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놈은 또 본성을 못 버리고 뺀질거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오후 때는 졸업 사진 찍는다고 공지해주었던데. 엘런은 알고 있습니까? 갑작스러운 편입 탓에 까마귀가 엘런의 기숙사에는 들리지 않았다고 해서 말입니다.”
“내가 어제 알려주었느니라.”
시에나는 그 어제를 떠올렸다.
그러니 무언가 생선 가시처럼 마음속에 턱하고 걸린다.
-엘런이여. 내일 졸업 사진을 찍는다고 하더구나.
-……그게 내일이야?
-그래. 그저께 우리와 찍는다고 했던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알고 있어. 최대한 시간 맞춰볼게.
당시 엘런의 표정은 어딘가 석연찮아 보였다.
“꼭 피할 수 없는 약속 두 개가 겹쳐버린 사람 같았거늘. 오늘 엘런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오늘 엘런에게 있는 무슨 일.
저기 돌로레스 교수님을 알고 계실 것이다.
시에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뭐야. 교수님께 여쭤보게?”
“그럴 것이다.”
“그냥 기다리는 게 어떻습니까? 괜히 말 꺼냈다가 과제만 늘어날 것입니다.”
“차라리 과제를 해결하겠느니라. 지금은 그 이유가 궁금해서 펜이 손에 잡히지 않으니.”
시에나는 성큼성큼 돌로레스의 앞에 섰다.
조그마한 의자를 펴놓고, 그 위에 살포시 앉아 과제를 채점 중인 돌로레스는 제 앞에 그림자가 드리웠음을 알아챘다.
“뭔가요? 시에나 학생. 과제를 다 끝내셨나요?”
“엘런의 결석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걸 시에나 학생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나요? 또 저에게 지금 개인 사유를 함부로 떠벌리라고 시키시는 건가요? 아무리 제 직속 제자라고 하지만.”
살짝 건방지네요.
그 뒷말까지 이어지자 시에나는 제 어깨가 살짝 떨리는 걸 느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거면 오지도 않았다.
“사실 그게, 오늘 엘런과 졸업 사진을 찍기로 해서 그 방향성에 대해 논의해보기로 했습니다. 근데 이리 결석해버리니까 한 번뿐인 졸업 사진이 엉망으로 변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또한 시에나는 여기서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또 엘런이 이건 말하지 말랬는데, 교수님 중에 돌로레스 교수님이 제일 좋다고, 졸업 사진에 돌로레스 교수님과 찍은 사진을 꼭 넣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엘런 학생이요?”
“예. 헌데 그런 소중한 졸업 사진을 망칠 순 없지 않겠습니까. 엘런이 언제 돌아오는지, 어디로 갔는지 알아야 계획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흐음…….”
이빨도 안 박힐 것 같았던 돌로레스의 철벽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엘런 학생이, 나와? 다른 교수들에게 자랑할 거리도 생길 수 있겠어. 재미도 있겠는걸.”
모자챙 아래에선, 이따금 돌로레스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들릴 듯 말 듯 한 혼잣말이었지만 이것만 귀 기울여도 알 수 있었다.
다음에 이어질 교수님의 답변을.
“좋아요. 엘런 학생과의 계획이 사전에 있었다면 어쩔 수 없죠. 또 졸업 사진은 시에나 학생의 말대로 중요한 거니까요.”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그래서 오늘 엘런의 결석 사유가 뭔지……?”
“저도 총장님께 전해 들은 겁니다. 그래서 전부를 알려줄 순 없지만…….”
수업 시작 5분 전에.
허공에서 잿불이 타오름과 동시에 알렉산드라 총장이 교수실에 쳐들어왔다.
그렇게 털썩 의자에 주저앉는데, 의자 가죽이 치이익하고 타들어 가 구멍이 송송 뚫렸다.
-초, 총장님. 오늘은 또 어쩐 일로 직접 오셨습니까?
-오늘 엘런 학생 결석이야. 그렇게 알아둬.
-혹시 사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하아…….
아지랑이가 들끓는 한숨이 입 밖으로 빠져나왔다.
앞에 있던 아끼는 목제 탁자가 탈 뻔할 정도로 뜨거운 숨이었다.
-교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처리하러 갔어.
-상상도 할 수 없는……일이요?
-그래. 더 깊게 묻지 마. 오늘 안에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이렇게만 알아둬.
오늘 안에 안 돌아오면 내가 갈 거야.
마지막 말을 허공에 흘리며, 알렉산드라는 다시 잿불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애초에 들은 것도 많지 않으니 해줄 말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대방은 무척 만족했다.
“일단 오늘 안에 돌아온다는 것이군요.”
“맞아요. 하지만 오늘 중에 언제가 될 진 알 수 없어요. 밤늦게가 될 수도 있죠.”
“그건 다행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시에나 학생. 온 김에 새 과제 받아 가세요. 제 직속 제자니까 이 정도는 해야겠죠.”
“…….”
올 때는 양손 가볍게, 마음도 가볍게.
갈 때는 양손 무겁게, 마음도 무겁게.
시에나는 원하는 걸 얻었지만 원치 않은 것도 얻은 채 돌아왔다.
“아마 엘런은 오늘 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졸업 사진도 무사히 찍을 수 있을 것이야.”
“나이스!”
“설령 안 된다고 해도 학생회장의 권한으로 졸업 사진 발주를 최대한 늦추면 그만이니라.”
“역시 권력자 친구를 옆에 둬야 해!”
“완전하게 동의합니다.”
그 권력자 친구는 과제의 첫 장을 펼치며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엘런. 너는 또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것이냐.’
***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날.
마탑의 최상층하고도 옥상에 네 명의 남자가 모여들었다.
개중에서도 두 명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을 흘렸다.
“오랜만이우. 형님.”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카르멘.”
마탑주와 카르멘은 서로를 형님 아우로 불렀다.
“두 분이 형제셨군요.”
“대충 눈치채지 않았나.”
“내 제자하곤 벌써 만나 보셨나보구만. 아주 영특한 놈이야. 사령술을 배운지 한 달 만에 실전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니.”
“사령술? 어쩐지 몸 곳곳에서 너의 습관이 묻어 있더니만. 네가 가르쳤던 것이군.”
두 사람은 왜 떨어져 있던 걸까.
한 명은 마탑의 마탑주로.
다른 한 명은 고스트 타운의 묘지기로.
그 궁금증을 눈치챘는지 카르멘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담배를 꺼냈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야. 형이 고스트 타운 생활에 질렸고, 마탑에 입사했을 뿐이니까. 네크로맨서로서는 아주 이례적인 사례지.”
“나에 대해선 신경 꺼라. 그보다 엘런. 뒤에 계신 분은.”
갑옷을 단단히 차려입고 투구를 옆구리에 낀 기사.
등에는 장창을 메고 허리춤에는 기다란 장검을 찬 기사.
그런 기사는 많지만 눈앞의 기사는 그런 기사 중에서도 최강의 기사다.
“게르슐 폰 크레센티아라고 하오. 잘 부탁드리겠소.”
“그래. 어찌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존함을 모를까. 묘지기 카르멘이오.”
“마탑주, 맥케나라고 합니다.”
이 대륙에서 무력으로 치자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꼭 들어갈 자들은 서로 악수와 이름을 나누었다.
“목표는 대영역 안에 있는 사제들의 몰살입니다. 아니면 최소 마경의 왕이라도 죽여야 그들의 힘을 완전히 내리 꺾을 수 있을 겁니다.”
“클클……. 몰살이라. 이거 재밌겠어.”
“주어진 시간은 어느 정도더냐.”
“하루입니다. 그 이상부터는 결계가 물러 터져버려서 이동이 어려워질 겁니다.”
하루.
하루 안에 인류의 시작부터 여태까지 괴롭히던 병균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것도 고작 네 명이서.
“내 준비는 끝났어.”
“나도야.”
“마찬가지다, 엘런.”
“좋습니다.”
스륵-
소매 사이로 완드가 빠져나왔다.
완드는 마지아에서도 가장 높은 곳, 마탑의 천장에서 허공을 그었다.
쩌저저저적-
쳐다보기 힘든 균열이 생겨난다.
무언가 검붉은 꿈틀거림이 잔뜩 일어나는 너머가 틈새로 엿보인다.
“저곳에 발을 디디면, 그와 동시에 공격이 쏟아질 겁니다. 방비를 단단히 해두세요.”
“저들도 우리가 올 걸 알고 있는 것이군.”
“쉽사리 저희 세상으로 발을 뻗지 않는 걸 보면 분명합니다. 내부에서 힘을 비축해둔 채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거예요.”
“그럼 각자 할 일을 정해두는 게 편하겠군. 엘런 너는 자유행동을 하더라도 우린 분업이 필요할 듯하다.”
“동의해.”
게르슐이 엘런을 돌아보았다.
“엘런 너는 우리 셋의 무력을 전부 알고 있지. 그러니 네가 나누는 게 옳겠구나.”
“알겠습니다.”
분업은 쉽게 이루어졌다.
세 명 다 뭐든지 할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무얼 맡겨도 좋았다.
다만 더욱 어울리는 자리가 서로에게 있을 뿐.
“아버지는 지상에서 몰려오는 마수들을 처리해주세요. 하늘의 마수들은 탑주님께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사제들은 사령술에 대한 방비가 전혀 안 돼 있더군요. 이 부분은 스승님께 맡기겠습니다.”
“좋아 좋아. 어서 가보자고.”
“세 분께서 잔당들을 맡아주시면, 저는 사제장을 처리하고 마경의 왕을 끝장내겠습니다.”
계획이 완벽하게 수립되었다.
이제 앞의 균열로 발을 뻗는 일만 남았다.
“가겠습니다.”
은발의 선조.
그랜드 소드 마스터.
마탑주.
묘지기.
접점이라곤 어느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자들이 몸을 던졌다.
그 등 뒤에는 망설임도, 후회도, 다른 떨림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검과 마법진만이 그들의 전진을 도왔다.
슈화아아아아아아-
거친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듯한 바람 소리가 귀를 거세게 때렸다.
공간과 공간 사이에 이어진 틈새를 걸어가는 발소리였다.
삐이이이-
고막을 찌르르하게 울리는 이명.
그 이명이 끝날 때쯤,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뜨니.
그들을 맞이하는 건 어떤 대군(大軍)이었다.
그 하나하나의 크기가 건물에 비견할 만한 마수들이 투레질하고.
그 하나하나가 구름보다 커다란 마수들이 하늘을 누볐으며.
그 하나하나가 작은 영지 하나야 손쉽게 부술 백의의 사제들이 사방에 즐비했다.
그런 대군이 있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있었다.
“흐흐흣, 형님. 떨리쇼? 로브 자락이 아까부터 바들거리고 있어.”
“장전해둔 마법이 아까부터 계속 날뛰어서 말이야. 얼른 뛰쳐나가고 싶다고 계속 조르고 있어.”
“그럼 오랜만에 볼 수 있겠구먼. 우리 형님의 네크로맨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힘이지만 상황이 상황이고, 적들이 적들인 만큼 먼저 나서보지. 그래도 되겠소들?”
“부디.”
게르슐과 엘런은 말없이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카르멘은 이미 몸을 뺀 뒤였다.
“쯧. 평생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래서 마탑에 들어갔건만.”
결국 결과는 이거냐.
저벅- 저벅- 저벅-
단테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빠르지도, 그렇게 느리지도 않은 걸음이었지만, 그걸 마주 본 이들은 이상한 경험을 해야 했다.
이제 겨우 소년이라 할 만한 몸집의 인간 주변이, 점점 검어지는 듯한…….
“크흐흣. 시작되었군.”
“탑주님은 뭘 하시려는 겁니까?”
“글쎄. 형님의 몸이 13살 이후로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된 이유랄까. 그 이유를 보여주려는 거지.”
툭툭-
게르슐이 잘 보라는 듯 허공에 한 부분을 가리켰다.
우드드드드득-
공간이 우그러뜨려지듯 나선으로 휘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나선이었다.
그 안에서 무언가 고개를 내밀려 한다.
하지만 그전에.
뒤에 있는 관객들에게 일러둘 주의 사항이 있었다.
“부디 이 해골바가지의 눈을 보지 말아주길 바래. 지금은 내 몸의 영양분을 흡수하는 걸로 참고 있지만, 이제부터 식탐이 조금 많아질 것 같거든.”
[네크로맨시 – 샤발리오스의 목구멍]쑤우우우우욱-
검은 나선에서 거대한 회색깔의 두개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뿐이었다.
스아아아아아아-
두개골은 이내 안개로 산화했다.
안개는 그 주인을 중심으로 회오리쳤다.
회오리의 끝은 저 하늘에 닿을 때까지 높아지고.
그것이 걷힐 때쯤 안에서 등장한 건 소년이 아니었다.
[너희.]소년이었던 남자의 생명력을 빨아먹으며, 그 척수에 기생하고, 평생을 기생할 걸 약속한.
[맛있어 보이는군.]가장 어두운 자였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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