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5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271화(352/354)
#271화. 파견 임무(8)
넷은 마탑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로 보고였고, 둘째로 치료였으며, 셋째로 휴식이었다.
쉴 틈도 없이 곧장 왔기에 몸은 엉망진창.
당장 육체가 파편으로 깨져나갈 것 같이 부들거렸다.
괴조와 싸우고 극빙호의 공격을 버티느라 한계까지 몰아붙인 몸은 비명을 질러대기 일쑤였다.
“아으으……. 온몸이 다 삐걱거려.”
“일단 좀 쉬어야겠습니다.”
“허나 보고를 미룰 순 없느니라.”
시에나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보고를 네 명이서 전부 갈 필요도 없는 법.
“나 혼자 갔다 올게.”
“……그래 줄 수 있겠느냐? 미안하구나. 엘런 네가 가장 힘들 텐데.”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갑자기 차원 너머로 날아가 버리긴 했어도, 몸을 쓴 건 많지 않으니까.
자신이 사라진 반나절 동안 괴조와 몸싸움을 한 셋이 힘들면 더 힘들 터.
“그러니까 이사벨 학파장님의 층으로는 같이 올라가고, 나는 보고하러 갈 테니까 너흰 치료받고 있어.”
“치료받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조금 쉬면 낫겠지요.”
“라제나여. 치료는 받을 수 있을 때 받아야 한다. 모기에게 물려도 죽는 게 사람이니.”
“시에나 말이 맞아. 우리 지금은 자존심 굽히자고. 나도 고작 하늘에서 몇 번 떨어진 걸로 포션 먹고 싶진 않아.”
하늘에서 몇 번이나 떨어진 게 고작은 아닌 것 같다만.
뭐,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엘런은 저번 방문 때 스쳐 가듯 보았던 치료실로 셋을 안내했다.
“엘런은 여길 수상하게 잘 아는구나.”
“그냥 우연찮게 본 거야. 어서 들어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치료실로 그들을 몰아넣으니, 엘런은 조금씩 참고 있던 통각의 한숨을 터뜨렸다.
“역시 8비기 부터는 몸에 부하가 많이 오네.”
2차 각성을 하면서 한층 크레센티아의 음기와 더욱 어울려진 몸인데도 제8비기는 힘들었다.
요구되는 음기의 양도 훨씬 많고, 숙련도도 막대한 경험량을 필요로 한다.
연발하며 싸울 수 있는 건 7비기까지인가 보다.
그 이상부터는 정말 하나하나 조심해서 써야 하는 필살기들.
“8비기부터 이러면 10비기는 쓸 수나 있을는지.”
엘런은 한숨을 살짝 내쉬며 이사벨의 층을 걸어 다녔다.
이번에도 전처럼 말도 없이 와버렸다.
물론 텔레포트 신호를 감지했을 테니 도착한 줄은 알고 있을 것이다.
“묘하게 층이 비어있는데. 뭔 일 있나.”
이사벨의 층은 전보다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공사 때문에 사람의 출입을 금지라도 시켜놓은 것처럼 마주치는 사람이 드물다.
“어.”
뭔가를 발견했다.
정확히는 뭔가가 눈에 띄었다.
자신이 들어가야 할 방 안에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모여 있었다.
뭔가 하니 전부 이사벨 학파 마법사들이다.
똑같은 로브를 입고 있고, 스쳐 가며 기억에 남은 얼굴들이었다.
개중에 조금 더 친밀한 사이인 루퍼트가 이쪽을 먼저 발견했다.
“엘런 학생!”
“루퍼트 님. 무슨 일 있는 건가요? 왜 학파장님 방 안에서 다들 이렇…….”
“쉿쉿. 조용히 하셔야 합니다.”
“네?”
루퍼트는 검지 하나를 제 입술에 올리고, 다른 검지 하나로 방문 너머를 가리켰다.
“지금 저곳에서 마탑주님과 학파장님이 대화를 나누고 계십니다.”
“무슨 일로요?”
“그걸 알아보기 위해 저희가 이리 모여 있는 겁니다. 일단 조금 뒤로 오시죠.”
엘런과 루퍼트는 인파보다 몇 걸음 떨어졌다.
그는 이제까지 숨 쉬는 소리도 정제했는지, 긴장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탑주님은 최상층에서 내려오는 일이 매우 드무십니다.”
“네. 그 얼굴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죠. 저희 총장님처럼.”
“네네. 하지만 그런 탑주님이 오늘 이사벨 학파장님의 업무실로 방문하셨어요. 보통은 학파장님이 올라가셨는데…….”
“이유는 아직 모르는 겁니까?”
“저희도 알면 좋겠습니다. 보통 상급자가 부하에게 직접 찾아올 때는, 대부분 안 좋은 소식들로 가득하거든요.”
엘런은 적당히 고개를 주억였다.
이사벨의 성격을 떠올려보면 잘못한 짓이야 무척 많을 것이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근무 태만이 있고, 지각에다가 회의 자료도 잘 읽어보지 않는다.
애초에 제국 아카데미 졸업도 어떻게 했는지 신기한 양반이 자신의 큰누나였다.
“업보가 돌아온 거 아니겠습니까.”
“뭐…… 그렇게 말씀하셔도 솔직히 할 말은 없습니다. 이사벨 학파장님이 다른 학파장님들의 비해 농땡이를, 크흠. 어리광을 많이 피우시니까요.”
이사벨이 자주 옆에 붙이고 다니는 루퍼트이기에, 그녀의 성격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도 이런 점들을 지적하기 위해 탑주가 왔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겠죠. 학파장의 게으름을 이유로 내려오기엔, 탑주님의 엉덩이가 너무 무거우니까요.”
“예. 그리고 저희 학파는 실적 1위를 놓쳐본 적 없습니다. 그러니 이유가 업무 차질도 아닌 듯한데.”
이사벨 학파 마법사들은 탑주의 예기치 못한 방문 이유를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건 엘런도 마찬가지였지만, 그에겐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그래서 탑주님은 언제쯤 나오실 것 같습니까?”
“들어가신 지 1시간은 되셨는데, 잘 모르겠군요. 저희가 학파장님과 탑주님의 대화를 가늠할 수나 있겠습니까.”
마탑 마법사들의 눈으로 보면 저 둘은 하늘의 별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학파장이 달이라면 탑주는 태양쯤 되려나.
가끔 복도를 지나다니는 마법사들은 자신이 마탑주의 얼굴을 봤다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로 묘사하는 얼굴이 다른 것이, 인식 불가 마도구라도 걸쳤나 보다.
“기다리기 지루하시면 절 따라오시겠습니까?”
“뭐 보여줄 거라도 있으신가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이사벨 학파장님에게 엘런 학생이 부탁해놓은 물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방에 있는 장인 전부가 달려들어 밤을 새웠다는데, 무슨 물건입니까?”
엘런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부터 올렸다.
그것이 완성됐구나.
“같이 보러 가시죠. 저도 생각만 해두었지 완성품을 보는 건 처음입니다.”
“공방 장인들이 그렇게 열정을 보이는 날은 많지 않은데, 필시 엄청난 물건이겠군요.”
“저도 그랬으면 합니다.”
그래야 오늘의 개고생이 흐릿해지지 않을 테니까.
엘런은 루퍼트를 따라 공방이 있는 층으로 도착했다.
공방은 어제 하루 종일 용광로를 돌린 탓에 무척이나 뜨겁고 후덥지근했다.
프리징을 갑옷처럼 껴입은 그는 공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림 리퍼의 주인! 다시 보게 되는군!”
짧단 막한 키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드워프의 표본이 구석에서 와다닥 뛰어온다.
이름은 모르딕. 이 공방의 총책임자다.
“오랜만입니다. 모르딕.”
“그래그래! 아주 오랜만이야! 으음! 그건 그렇고, 이번에 또 이사벨 학파장을 통해 어마무시한 놈을 의뢰 넣었던데?”
“그 어마무시한 놈을 만들만한 장소는 여기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학파장님을 통해 부탁드린 거고요.”
“그렇지. 해신 결정을 다룰 만한 손재주를 가진 놈들은 여기서 찾는 게 가장 빠르니까.”
“해, 해신 결정……?”
박물관에서도 보기 힘든 물건의 등장에 루퍼트의 눈이 한계까지 커졌다.
수속성 마법사들에겐 꿈의 재료이자, 왕국이 재산을 다 털어도 사기 힘든 것.
“그 해신 결정이 우리 공방에 들어왔을 때는 모든 장인이 놀랐지. 눈물을 흘리는 녀석도 있었어. 베헤모스의 부산물이라곤 하지만, 녀석이 심해에서 생활하며 모은 에너지의 정수가 곧 해신 결정이니까.”
“완성품을 볼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핫. 서론이 길었군. 당연히 보여줘야지.”
모르딕은 엘런과 루퍼트를 공방 내부로 안내했다.
어제 막 만들고 완성시킨 터라 멋들어진 포장은 하지 못했다.
허나 말 그대로 거치대에 세워뒀을 뿐인데, 녀석은 드워프의 미적감각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 잘 빠진 녀석의 이름은 해신 골렘. 엘런 학생이 의뢰해준 대로 해신 결정을 코어로 해서 움직이는 마력 골렘이야.”
“호오……. 엘런 학생은 공방에 골렘을 의뢰했던 거군요.”
“맞습니다.”
엘런은 한 발자국, 두 발자국 해신 골렘에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해신 골렘의 외형은 기본적으로 기사를 보는 듯했다.
푸른색의 전신 갑주는 그 색이 창백하다.
여름 하늘처럼 기분 좋은 파랑은 아니었지만, 그건 해신 결정의 영향이 컸다.
“수속성 친화 광석들로 합금을 만들었는데 결정의 영향을 받아 색이 저렇게 변하더군. 아주 신이한 경험이었지.”
“마음에 듭니다.”
해신 골렘은 거치대에 세워져 있음에도 그 키가 장신이었다.
윈터 골렘보다도 살짝 큰 게 대략 3M는 되어 보인다.
“혹시 마력 골렘을 다뤄본 적 있는지 모르겠군. 다뤄본 적 없다면 설명을 해주겠네.”
“부탁드립니다.”
“흠흠. 본래 마력 골렘은 코어와 주인의 마력을 연결해서 주인을 설정하는 게 첫 단계야.”
엘런은 모르딕의 말대로 움직였다.
마력을 집중시킨 손바닥을 가슴으로 옮긴다.
취이이이익-
그러자 골렘의 흉갑이 개방되면서, 그 속에 있는 해신 결정이 드러났다.
결정은 본래 자연석처럼 이곳저곳 모난 부분이 많았는데, 장인들이 구체로 둥글게 깎아냈다.
그 위로 손을 올리니.
스아아아아아아아-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가에 있는 듯한 시원함과 청량감이 몸을 휩싸 안는다.
“이게 수속성이군요.”
빙속성과는 또 다른 촉감이다.
뭘 해도 다 받아줄 것 같은 수용력과 그 안에 내제된 끝없는 심해가 느껴진다.
“마력을 연결했으면, 다음 단계는 의지 전달이야. 엘런 학생은 마법으로 만든 골렘을 많이 다룬다고 들었으니, 이 정돈 쉽게 할 수 있겠지.”
“해보겠습니다.”
프로스트 골렘을 시작으로 윈터 골렘까지.
심지어 윈터 골렘에선 프로스트 나이트라는 기술을 덧대 더욱 완벽히 만들었다.
키아 조차도 놀랄 정도의 골렘 장악력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는……듯했다.
끼리릭- 끼릭- 끼릭-
골렘의 팔이 부들거린다.
꼭 작동되려다 마는 기계를 보는 것처럼, 팔은 부드럽게 올라가지 못하고 삐걱거렸다.
“…….”
“에, 엘런 학생.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원래 골렘은 다루기도 어렵고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대, 대단하군!!”
“……네?”
“대단해!! 아주 대단해!!”
모르딕은 연신 대단하단 말만 외치며 해신 골렘의 주위를 뛰어다녔다.
그러면서 접합 부위나 코어를 둘러본 그는 감탄을 금할 수 없는지, 연신 탄성을 흘렸다.
“엘런 학생! 지금 이놈을 움직인 건가?”
“이걸 움직였다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기름칠 안 한 문처럼 뻑뻑했는데.”
“크하하하하핫!! 엘런 학생! 왜 학생이 학생이라 불리는 지 알겠구만!”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놈은 해신 결정을 코어로 하는 놈이야! 해신 결정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엘런 학생이 가장 잘 알 텐데?”
“베헤모스.”
엘런의 대답에 모르딕은 고개를 확확 끄덕였다.
기다란 수염이 다 떨릴 만큼 강한 끄덕임이었다.
그는 양팔을 최대한 넓게 벌리며 말했다.
“베헤모스는 우리 마탑 전체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크기를 지녔지! 그런 괴물에게서 나온 보물인데 16살 마법사에게 쉬이 굴복할 것 같은가?”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진 않군요.”
“골렘은 좋은 결정을 끼울수록 자체적인 지능마저 생기지. 지금 이 골렘은 본체보다 무척 작다지만, 여전히 베헤모스야. 예의와 존경을 가져야 하고, 녀석을 움직이려면 그만한 자격이 필요해.”
모르딕은 아까 보았던 광경을 기억했다.
분명 첫 연결에다가 첫 링크였음에도 팔을 조금이지만 움직였다.
베헤모스가, 해신 골렘이 처음부터 엘런을 주인으로 인정했단 뜻이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보통 이렇게 에고를 지닌 마도구들은 주인의 혈통을 따지는 경우가 많은데.”
“…….”
“헌데 평민인 엘런 학생에게 처음인데도 이 정도나 허락해준 걸 보면 혈통은 아닌 듯하고. 천재성이나 재능을 인정받은 걸지도 모르겠어.”
“심지어 엘런 학생은 수속성이 주속성도 아니잖습니까. 빙속성과 수속성이 사촌 관계라고는 하지만, 이 역시 특별한 일 같군요.”
“음음!! 루퍼트 마법사의 말이 맞아!”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엘런은 그 격언을 떠올리며 혈통에 대한 답 대신 다시 한 번 골렘을 움직여보았다.
쿠구구구궁-
이번에는 아까보다 팔을 조금 더 높게 들어 올렸다.
“오오오!! 말도 안 돼! 이 정도 속도면 오늘 안에 해신 골렘이 걷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팔 하나 들어 올려준 거에 이리 놀라주니, 되려 이쪽에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엘런은 연신 옆에서 눈을 반짝이는 모르딕을 돌아보았다.
“혹시 부탁 하나만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마음껏 하시게. 뭘 원하시나?”
“이 골렘과 잠시 둘이서만 있고 싶습니다.”
“흐음, 이해하네. 확실히 골렘과는 1대1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
1대1로 해결해야 할 일?
엘런이 그 일에 대한 설명을 물을 새도 없이, 둘은 자리를 비켜주었다.
“뭐지.”
엘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해신 골렘의 가슴팍을 개방했다.
당장 수속성 골렘으로는 자신이 쓰기 어렵다.
그렇다고 빙속성 골렘으로 바꿀 순 없겠지만, 이게 있어야 자신에게 더욱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슈화아아아아아아-
쩌저저적-
해신 골렘의 코어로 크레센티아의 음기가 흘러들어 갔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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