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5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25화(354/354)
#325화. 악의(3)
방 안에 방이 하나 더 있다.
사람은 뇌로 두 가지의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있으나, 방은 그럴 수 없었다.
조금 전 있었던 방은 멜리마의 뇌를 구현화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 속의 방’은 멜리마의 심장을 구현했다.
“여긴 전등도 없군요.”
책장을 넘어서 온 이곳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근데도 멜리마는 그 앞이 훤히 보이는 것마냥 걸음에 거침이 없었다.
“전등이 필요 없으니까요. 여기에 누군가를 데려온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고, 그 생각마저 방금 와인을 마시면서 했어요.”
“제가 첫 손님이란 뜻이군요.”
“네. 영광으로 알라 말하고 싶지만, 죄송하단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네요.”
타악- 화르륵-
성냥에 조그마한 불이 붙었다.
그 불은 구석에 처박혀 있던 오래된 램프에 옮겨붙었다.
방이 밝아졌다.
방이 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감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멜리마는 묻고 싶었다.
“어떠신가요. 이 방에 담긴 것들.”
“광기가 느껴집니다.”
“그럴 지도요.”
데카마드는 주위로 눈을 돌렸다.
책장 뒤의 방은 단칸방이라 해도 좋을 만큼 좁았다.
기껏해야 다섯 평 정도 될까.
수많은 글자와 문장들이 벽과 천장을 넘어 바닥까지 뒤덮었다.
“뒤꽁무니를 쫓으려는 노력. 그 노력의 결과물들이네요.”
“3년치랍니다. 그 3년 동안 뒤꽁무니도 잡지 못했어요. 제 인생의 첫 실패이자 현재 진행 중인 실패랄까요.”
“실패라고 보기엔 그 양이 꽤나 많아 보입니다. 자세히 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본다고 뭘 알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다 부질없다는 듯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건 데카마드였다.
데카마드 이전에 엘런 폰 크레센티아였다.
사제장 아콜이 새로운 마경의 왕으로 추대하려 했던 인간이자, 그와의 격돌 때문에 600년 전으로 오게 된 인간이었다.
아마 멜리마는 자신이 쫓고 있는 게 ‘사제’란 것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벽면을 가득 채운 이 정보들은 알려주었다.
그녀가 지금 뭘 알고 있는지.
“마경에 대해 조사를 많이 하셨군요.”
“네. 저는 마경과 그 존재들의 연결점을 찾았거든요.”
“마경이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수수께끼다. 그런 연결점입니까?”
“맞아요. 마경은 본게일이란 곳에 있는 마수 사냥꾼들 말곤 아무도 건들지 않는 곳이죠. 간혹 겁 없는 모험가가 발을 디뎠다가 시체로 발견되긴 하지만요.”
“재상의 권력으로 그곳에 병사들을 파견시켜본 적은 없으십니까.”
“저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답니다. 병권을 움직이려면 명분이 필요해요. 아니면 그런 명분도 필요 없을 만큼의 절대권력을 쥐거나.”
멜리마의 목소리는 후자 쪽에 힘을 주어 말했다.
다만 묻고 싶었다.
“왜 이들을 쫓는 겁니까. 부모를 납치해갔다는 복수심 때문에요?”
이번에도 정답이 아니었는지, 그녀의 입꼬리는 천천히 올라갔다.
“그런 인간적인 감정으로 접근하면 안 되죠. 저는 단지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거뿐이에요. 저를 농락하고 협박하는 존재들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산다는 게, 참을 수 없이 토 나오거든요.”
“제가 그 풀어 드릴 수 있습니다. 그 수수께끼.”
“……예?”
“제가 수수께끼를 풀어 드리겠습니다. 이번 전쟁의 주역을 바꿔주신다면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녀의 표정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이젠 알겠다.
저 표정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지금 당장은 이해가 안 되시겠죠. 하지만 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부인보다 사제들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는 걸요.”
“사제……라고요? 그게 이 존재들의 이름이에요? 아, 아니. 그전에 당신은 어떻게 이들을 알고 있는 거예요.”
혼란에 삼켜질 것 같더라도 곧장 무서우리만치 침착해진다.
침착을 넘어 감정이 얼어붙는다.
너무 익혀 금이 간 도자기처럼 그녀의 얼굴은 천천히 일그러졌다.
데카마드의 양손이 반 치쯤 올라갔다.
“저는 적이 아닙니다. 다만 부인보다 사제에게 정통하다고 할 수 있죠.”
“……천천히 설명해보세요.”
“그러죠. 다만 도중에 질문은 안 됩니다. 제가 얘기하는 모든 게 사실이라고 생각해줘야 해요.”
“상관없어요. 거짓말을 알아채는 건 타고났으니까.”
“그럼 걱정 없겠군요.”
믿을지 말지는 멜리마의 선택이다.
지금은 진실을 말해줄 뿐.
데카마드의 입이 열렸다.
***
달이 하늘 정중앙에 떠올랐던 자정.
그 달은 조금씩 지평선으로 기울어졌다.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처럼 지면에 얼굴을 기댄다.
조금 전에 잠에서 깬 태양은 역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어둠과 빛이 한 하늘에서 공존할 때까지.
데카마드는 사제와 관련된 기억, 그 기억에서 나온 모든 정보를 말했다.
“……여기까지입니다.”
“하, 하하, 하하핫…….”
얘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서 있던 그녀는 비틀거리며 벽을 짚었다.
“일단 좀 앉으시죠.”
어쩐지 더 얇아진 팔과 허리, 그걸 잡은 손은 멜리마를 의자에 앉혀주었다.
요양원 속 노인들처럼 부축에 의지하는 몸.
그 몸은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의문으로 꽉 차서 다른 걸 하지 못했다.
숨 쉬는 것조차 잊으려는 듯 간혹 한 번에 숨을 집어삼킨다.
데카마드는 밖에서 조금 전에 마셨던 와인을 가져왔다.
“한잔하세요.”
“가, 감사해요.”
마침 한 잔이 절실했는지, 주당은 잔 따위 집어치우고 병째로 입에 가져갔다.
꿀꺽- 꿀꺽- 꿀꺽-
와인으로 입안을 가득 채우고 위까지 적신다.
그러니 머릿속도 조금은 깔끔해졌다.
의자에 앉은 채 한참을 가만히 있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데카마드가 벽에 등을 기댄 채 이쪽을 가만히 봐주고 있었다.
“당신……. 정체가 뭐예요.”
“그대의 부군이죠.”
“……헛소리는 집어치워요. 저는 이제 제가 쫓던 존재가 사실 당신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으니까.”
“만약 그렇다면 세모를 드려야겠네요. 그들이 말하기로 저는 인간이면서 사제의 자격을 가졌다 했으니.”
“이건 또 무슨…….”
정보가 너무 많다.
갑작스레 너무나 많아졌다.
하나를 이해하려고 하면 또 다른 의문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하지만 여기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탁-
멜리마의 양 볼 옆으로 손이 올라왔다.
그리곤 화악 들어 올린다.
땅으로 꺼져 있던 시선이 단숨에 처들어졌다.
그 시선 끝에는 새벽을 담은 듯한 청안이 새파랗게 떠 있었다.
“이해가 안 되면 안 해도 됩니다.”
“제가 이해를 안 하면 누가 하죠.”
“제가 합니다.”
“……아까부터 영 뜻 모를 소리만 하시네요.”
“이해는 제가 합니다. 행동도 제가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기 왔고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부인은 그저 따라오시면 됩니다. 절 따라오면 원하는 걸 자연스레 얻을 수 있습니다.”
“저보고 그럼 인형이 되란 소리예요?”
데카마드는 옅게 웃었다.
그러면서 양손을 움직여 잡고 있던 볼을 떡처럼 늘리고 문지른다.
“이렇게 아리따운 인형이 어딨습니까.”
“장난치지 마세요. 볼도 그만 주무르시고요.”
“제 말이 전부 진실이란 건 아시겠죠. 제가 부인 앞에서 거짓말을 할 일은 앞으로 없을 겁니다.”
“하아……. 익숙지 않네요. 보통은 제가 리더였는데, 남을 따라가라니.”
“남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죠.”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그건 정말이었다.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둘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다.
후욱-
램프의 불이 꺼진다.
바람이 끈 걸까.
잘 모르겠지만 램프를 감싼 유리에 성에가 끼어 있는 건 보였다.
종이 한 장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겹쳐졌던 둘은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서로의 생각을 전부 알 수 있었고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둘은 말했다.
“따라오세요.”
“따라갈게요.”
조금 전까지 겹쳐져 있던 입술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어디로 갈지도 모르면서, 퍽 쉽게 대답하시는군요.”
“심해 봤자 지옥이죠. 그렇지 않나요?”
“부인의 말이 맞습니다.”
“그럼……. 계속해요.”
방의 문은 해가 중천으로 떠오를 때까지 열리지 않았다.
***
마이킨 왕국의 텔레포트 이동실.
이 철창 같은 곳에 다시 오게 된 데카마드는 렉시와 델을 옆에 두고 문 앞에 섰다.
삐이이이-!
“준비됐습니다!”
텔레포트가 준비되었다.
“아으! 드디어 돌아가네! 나름 재밌는 곳이었어!”
“돌아가면 베개 싸움 또 하자, 렉시.”
“그래! 너 놀 줄 아는구나?”
“응응. 그런데 아빠. 여기서 할 일은 다 끝내셨어요?”
데카마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너희에게 인사시켜주고 싶은 사람도 있었는데 여기엔 오고 싶지 않다는구나.”
“인사시켜주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이 누군데요?”
“이잉? 어디서 암컷이라도 만났냐?”
드래곤이라 그런가 속을 잘도 꿰뚫어 본다.
다만 그 어휘 선택이 부적절한 게 많았다.
“나중에 알려줄게.”
덜컥-
문고리를 잡고 돌린다.
그 틈새에서 광휘가 터져 나오고 섬광은 전신을 휩싸 안았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차피 또 볼 것을 알고 있으니.
쿵-
문이 닫히고 셋은 아인티제 왕국의 텔레포트 이동실로 발을 디뎠다.
한 걸음으로 대륙의 끝과 끝을 건넜다.
많은 거리를 이동해 피곤하더라도 일은 남아 있었다.
“내 방으로 가서 쉬어.”
“방에서 베개 싸움해도 되나요?”
“마음껏 해.”
“히히힛! 좋아 좋아! 가자, 델!”
“응!”
둘은 꽃잎 같은 웃음을 흩날리며 서둘러 달려갔다.
데카마드는 알현실로 움직였다.
그 안에선 이미 누군가 있는지, 인기척이 느껴지고 신하 하나가 길을 막았다.
“궁정 마법사장께서 왕과 중요한 담소를 나누고 계십니다. 곧 끝날 듯하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러죠.”
금방 끝날 거라던 신하의 말은 옳았다.
얼마 안 가 알현실의 문이 열리고, 궁정 마법사장이란 중년의 남자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수염을 지긋하게 기른 그는 챙이 넓은 모자를 써 마법사란 직업과 겉모습이 잘 어울렸다.
“호오, 그대가 새로 왔다던 궁정 마법사로군. 혼자서 오우거를 잡았다고?”
“그렇습니다.”
“알현을 끝마치고 나면 찾아오게. 다른 궁정 마법사들도 있으니 와서 통성명이라도 하게나.”
“알겠습니다.”
“그보다 궁정 마법사가 되자마자 사절로 마이킨에 다녀오다니. 무척 바빴겠구만 그래. 그곳은 지금 어떻던가? 최근에 마이킨이 소국 세 개를 집어삼켰단 소식은 들었네만.”
대답은 없었다.
보고는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을 열리지 않았다.
뒤따라 나오는 말이 없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남자는 이내 큰 목소리로 웃었다.
“흐하하하핫! 내가 커다란 결례를 저지를 뻔했군. 미안하네.”
“아닙니다. 그럼 저는 이만.”
“아 마지막으로 하나. 내 이름은 말론일세. 끝나고 내 연구실로 오게.”
“데카마드라고 합니다. 보고를 마치면 꼭 가겠습니다.”
“그래그래. 수고하게나.”
말론은 이내 뒷짐을 지고 사라졌다.
……말이 많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인간이란 뜻이다.
“전하. 궁정 마법사 데카마드. 들어가겠습니다.”
알현실로 데카마드가 들어섰다.
왕은 고민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직 고민을 불러일으킬 보고는 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문지르던 왕은 곁눈으로 사절을 보았다.
“그대로군.”
“고민이 많아 보이십니다.”
“아아, 별거 아닐세. 조금 전 말론이 궁정 마법사들의 예산을 늘려주라고 간청한 탓이니까. 마법사들의 연구가 원체 돈을 많이 잡아먹지 않나.”
“그렇지요.”
데카마드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지금은 600년 전이다.
미래에선 대부분의 연구를 마탑이 하지만, 현재는 발견된 공식도 이론도 적었다.
많은 마법사들이 연구에 뛰어들어 학문을 넓히는 시기가 작금의 마법계였다.
하지만 각설하고.
“마이킨 왕국에서 재상을 만나고 왕을 뵈었습니다. 그러면서 얻은 정보가 있는데 꼭 아셔야하는 것입니다.”
“말해보게나.”
“마이킨 왕국은 일주일 후에…….”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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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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