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8화(38/354)
#038화. 의도치 않은 일(3)
엘런이 사라진 교수실.
혼자만 남게 된 호크는 그 순간 몸을 비틀거렸다.
혼자 앉기도 좁아 보일 만큼 작은 의자에 그의 몸이 엎어진다.
그 모습은 방금 막 어미의 뱃속에서 나온 동물과 같아 보였다.
호크의 세상이 팽이처럼 돌았다.
그만큼 그의 정신은 어질거렸고 또 어질거렸다.
미친 듯이 회전하는 세상 속에서 그의 뇌리에 처박힌 건 단 한 가지.
아까 자신이 맥을 짚으며 느꼈던 그 학생의 마력이다.
그 마력을 감지하고 얼마나 놀랐던가.
정말 마수의 앞에 있다 생각하고 겨우 정신을 붙잡았다.
표정 관리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손은 부들거렸지만, 얼굴과 정신만큼은 제대로 통제했다.
그렇게 용을 써야 할 정도로 그 학생의 마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마력이 속성을 품는 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종종 있는 일이지…….”
당장 지금의 세상만 봐도 그 학생을 포함해서 전 인류의 1%나 있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인류 1%의 재능을 타고난 건 그야말로 놀랄 노자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면 자신이 지금처럼 쓰러져 있진 않을 것이다.
“엘런 학생의 마력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뭔가가 잠들어 있어.”
이 사실은 직접 맥을 짚어서 코어를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절대 알 수 없다.
심지어 본인도 정확히는 모르는 것 같다.
호크는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봤다.
어지러운 시야로 아직 새빨갛기 그지없는 손가락이 들어왔다.
다른 손가락으로 쿡쿡 눌러보면 감각이 없고 뭉개지는 기분만 든다.
그 음기와 직접적으로 접촉해서 일어난 사고다.
“다른 교수님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시겠지.”
개학 1주일이 조금 넘은 지금 시점에서.
이미 교내의 암투는 시작되고 있었다.
초상위권 학생들의 마음을 얻고 신임을 얻어서, 자신의 제자나 직속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그 암투는 보통 3학년 학생들을 두고 치러지지만, 드물게 1학년까지 영향이 내려오는 연도가 있다.
그 이유는 보통 1학년부터 특출난 재능, 실력을 보이는 학생들이 즐비한 경우다.
올해가 정말 딱 그러하다.
장학생은 물론이고 1황녀 시에나 카이저 아인티제, 사막의 딸 카르디아 아누비샨.
이들 말고도 눈여겨볼 만한 학생들은 더욱 있었다.
별도 밝기의 등급을 나눌 수 있듯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위에 세 명이 최고 밝기의 별이라면, 그 아래 등급의 별도 있고 더 아래 등급의 별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별인 건 틀림 없다.
그 별 중에선 최고로 밝은 별이 될 만한 인재들도 존재한다.
다른 교수님들의 의견을 빌려 한 명을 꼽아보자면…….
“라제나 히로.”
오늘 자신의 수업에 들어온 그 학생은 눈빛부터가 총명하고 깊이가 남달랐다.
마치 남들보다 두 배는 긴 인생을 살아온 것처럼.
라제나의 입학 성적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냥 딱 중간.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딱 중간 정도의 성적이었다.
다만 그의 마법을 평가했던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힘이 넘치지만, 과함이 없고 조심스럽지만, 겁이 없다.
한마디로 프로를 보는 듯했던 것이다.
이 심사평은 부족했던 그의 필기 평가 점수를 뒤엎고 끝내 합격시켰다.
하지만 마법 평가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그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오늘 그의 모습을 보니 알 수 있었다.
호크는 그렇게 확신했다.
하지만 아직은 덜 익은 과일이다.
아니, 덜 익은 척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런 미지의 학생도 내려다볼 만큼의 천재가 올해에 들어왔다.
올해의 모습은 몇 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아니, 꼭 연도를 따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크레센티아 백작가의 자제들이 입학할 때.
그래, 딱 그런 연도다.
그 연도는 항상 크레센티아의 천재들에 의해서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혼돈으로 들어찼다.
다른 명가들에서도 난다긴다하는 천재들이 모두 모였지만, 크레센티아는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헌데 이번 연도는 크레센티아도 없는데 이런 불균형이 초래되었다.
정말 어디서 온 지 모르겠는 초천재의 등장 때문이다.
호크는 조금 진정된 몸을 의자에서 일으켰다.
“그럼 이제 슬슬 가봐야겠군.”
지금쯤이면 실습실이 한창 재밌어질 시간이다.
***
투다다다다다다다-
푸르르르- 푸르르르르-
거센 투레질 소리와 발굽 소리가 천지를 뒤엎을 듯 크게 울려온다.
소리가 한 번 들려올 때마다 매캐한 흙먼지가 바닥에서 피어오른다.
“웬 투우장.”
호크로 인해 ‘실습실’로 이동된 엘런은 오자마자 조교들에게 둘러싸였다.
“자자, 설명 빠르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조끼는 학생의 안전을 책임지는 거니까 절대 벗지 마시고 이 버클을 풀지도 마세요!”
딸깍- 딸깍-
엘런은 제 몸도 못 가누는 아기처럼 팔이 들어 올려지고 웬 두꺼운 조끼를 입었다.
버클이 채워져 조끼가 단단히 고정되자 조교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오늘 실습은 저기 있는 ‘넓적다리 황소’의 뿔에 체인을 걸고 자신의 몸을 단단히 고정하는 겁니다!”
“……뭐라고요?”
“네! 제대로 들으신 것 맞습니다! 그렇게 황소에 올라타고 어떻게든 1분을 버티시면 인정입니다! 그럼 실습도 끝나니까 행운을 빌죠!”
“아니, 지금 뭔…….”
엘런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다시 한번 이동되었다.
그건 넓적다리 황소라 이름 붙여진 것들이 날뛰고 뿔을 들이미는 혼돈이었다.
그 혼돈에 먼저 와 있었던 학생들은 소에 올라탈 생각은커녕 눈물 콧물 다 짜며 도망만 치는 중이었다.
“흐어어어엉!”
“모, 못하겠어……! 이걸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가까이 가기만 하면 발길질에 날아간다고!”
학생들의 처절한 외침에도 조교들은 밝게 웃으며 손으로 X 표시를 만들었다.
“죄송하지만 바깥으로 나오시려면 저희가 말씀드렸던 조건을 완수하셔야 합니다!”
“저 나쁜 새끼들!”
“아니 불가능하다고! 이걸 어떻게 하냐니까?!”
“저길 보세요! 벌써 성공자들이 나올 것 같은데요?”
학생들은 조교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거긴 모래 색깔 머리를 휘날리며 연신 환호성을 내지르는 여자가 있었다.
“야호오오!! 이거 존나 재밌다! 나 얘 키울래!”
음머어어어어-!!
카르디아에게 깔린 황소는 정말로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녀는 아주 능숙하게 등 위에서 중심을 잡았다.
황소의 뿔에 건 체인은 한 손으로 잡으며 나머지는 다릿심으로 버틴다.
그러면서 힘에 부치지도 않은지 깔깔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은 가히 경이로웠으나 동시에 침음을 삼키게 했다.
저걸 내가 어떻게 하지?
모두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어찬 가운데 또 한 명이 성공했다.
“생각보다 중심 잡기가 어렵구나.”
시에나는 양다리와 팔을 소에게 묶고 가장 정석적인 방법으로 1분을 버텨나갔다.
그녀는 소들의 발굽 소리가 고막을 넘어 뇌를 다 진동시키는 가운데,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했다.
마치 호크가 했던 것처럼 여러 개의 체인 마법진이 동시에 뻗어 나온다.
그것들은 시에나와 황소를 더욱 묶고 밀착시켰다.
황소가 어떻게 날뛰고 몸을 들썩이며 난리를 피우든 그녀는 평온하기만 했다.
그 모습들을 멍하니 보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엘런은 얼굴을 한 차례 쓸어내렸다.
“더럽게 귀찮네.”
하지만 파훼법은 보인다.
그의 머릿속으로 이 미친 실습의 규칙들이 지나갔다.
그 규칙의 허점을 찾고 허점을 이용하면 그것이 곧 파훼.
엘런은 손에 마법진을 띄웠다.
허나 연청색의 그것은 체인 마법이 아니었다.
[프리징]쩌저저적-!
실습실의 바닥에서 조그마한 면적이 한겨울의 빙판처럼 얼어붙었다.
그 거친 모랫바닥에서 마찰력이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마침 그곳으로 한 마리의 황소가 거침없이 뛰어온다.
황소의 넓은 다리 근육에서 뻗어 나온 힘이 빙판을 밟은 순간.
스륵-!!
무너진 중심으로 강대하게만 보였던 힘은 자신의 위세를 잃는다.
엘런은 그 틈을 노렸다.
황소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중심을 찾는 짧은 시간.
엘런은 재빨리 몸을 날려 황소의 등 위로 올라탔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부터다.
“조금 차가울 거다.”
엘런은 아까 교수실에서 임시방편으로 완성한 체인 마법진을 꺼내 들었다.
연청색의 오라와 함께 튀어나온 그것은 하늘색 사슬을 토하듯 뽑아냈다.
이제 막 중심을 되찾은 황소에게 북풍의 한기가 엄습한다.
그것은 몸을 둔하게 하고 머리 회전을 느리게 했다.
그래서 그럴까, 엘런은 비교적 쉽게 체인을 걸 수 있었다.
소의 뿔부터 다리와 상체를 단단히 연결하니, 때아닌 일체감마저 느껴진다.
‘이제부터 1분인가.’
생각보다 쉽다.
막상 올라타니까 황소도 온순해지지 않았는가.
방금 전까진 철판도 우그러뜨릴 듯 달렸으면서 지금은 그것에 비하면 종종걸음이다.
물론 등 위에는 따로 안장도 없어 승차감은 무척이나 구렸다.
지금도 엉덩이가 등뼈에 배긴다.
그래도 하늘에 날아갈 것처럼 들썩이는 다른 학생들에 비하면, 자신은 풀잎 위에 앉은 나비였다.
그만큼 평온하고 조용했다.
방금까지는 말이다.
쿠우우웅-!
엘런이 올라탄 황소의 옆구리를 누군가 들이박았다.
그러나 죽이려고 박은 건 아니다.
오히려 철없는 장난 정도로 느껴졌다.
엘런은 한숨을 후우 하고 내쉬며 그 충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랑 소싸움 하자!”
“……너는 이제 안 내리냐? 1분 지났잖아.”
“난 더 타고 싶어서! 얘 봐봐! 내 말도 되게 잘 들어! 나랑 되게 친해졌다?”
친해졌다고?
엘런은 눈을 살짝 내려 그녀가 탄 황소를 쳐다봤다.
……소가 눈물을 흘리는 건 처음 본다.
저렇게 커다란 덩치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흐르는 모습은 퍽 비현실적이었다.
엘런은 쯧쯧 하고 혀를 차며 저 황소의 명복을 빌었다.
“장난치지 말고 가라. 나는 곧 있으면 1분 끝나니까.”
“아아! 놀자고! 저번에도 합동 훈련 안 하고 튀었잖아!”
“…….”
엘런은 소를 움직였다.
소는 그 의지에 따라 카르디아와 떨어졌지만, 그 거리는 금방 다시 좁혀졌다.
“저기 시에나랑 놀아.”
엘런은 사촌 동생을 떠넘기는 마음으로 시에나를 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크게 당한 듯 투우장의 관객석에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시에나는 거기서 큰소리로 말했다.
“엘런이여! 아무리 너라도 황소 위에서의 싸움은 그녀에게 질 것이다!”
“뭔데 그래.”
“나는 무슨 미노타우르스인 줄 알았다. 어찌 그리 동물을 잘 다루는 것이냐?”
“후훗! 다 짬밥이지!”
초천재들 사이에 끼어있던 천재는 오랜만에 어깨가 으쓱거리는 걸 느꼈다.
그 높아진 콧대는 천상에 있는 존재의 뒤통수도 쿡쿡 찔렀다.
“어때? 나랑 저녁 내기할래?”
“저녁 내기?”
“너도 알고 있잖아! 네가 죽고 못 사는 그 ‘설탕 천국’에서 신메뉴가 나온다는 거!”
카르디아는 그런 디저트류 음식을 무척 싫어한다.
하지만 자신의 적이 침을 흘리며 좋아하는 것이기에 연구와 정보수집을 거듭했다.
그 정보 중 하나는 바로 설탕 천국에 오늘부터 ‘아이스크림’이 입고된다는 것!
황소 타기에 열중하느라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엘런의 기억 속에 그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그 떠오름은 마치 거대한 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듯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엘런의 입가에 순간 침이 고였다가 사라진다.
‘물었다!’
능숙한 용병인 카르디아는 이때를 놓치지 않으며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내기에서 진 사람이 한 달 동안 아이스크림 내기! 요즘 날씨 미쳐 돈 거 알잖아! 아이스크림 없이는 못 산다고?”
엘런은 다시 한번 소를 움직였다.
그와 황소는 어느새 카르디아를 마주 보고 있었다.
엘런은 다소… 아니, 굉장히 진지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내기. 받아들이지.”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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