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3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39화(39/354)
#039화. 냉동고(1)
카르디아는 씨익 웃으며 소의 뿔을 당겼다.
사실 그녀에게 아이스크림을 한 달 동안 사주는 건, 1년을 사주든 평생을 사주든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카르디아에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강자와의 혈투다.
당장으로선 쳐다도 보기 힘들 만큼 강한 존재가 자신에게 전력으로 부딪치는 싸움.
숨이 껄떡거릴 만큼 격한 전투일수록 그녀는 성장한다.
안 그래도 본질적인 힘의 격차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엘런 놈과 나의 차이.’
그걸 확실하게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늘의 싸움은 훈련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고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사방에서 소들이 날뛰고 학생들이 치이는 소리가 남발해도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카르디아는 순간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 그 눈을 보고 싶었다고!”
엘런의 눈동자는 어느샌가 변해 있었다.
맨날 반쯤 죽어서 이게 산자인가 망자인가 고민하게 하는 그런 눈이 아니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자신을 믿고 앞으로 발을 내디디며 결국은 승리를 이뤄내는 전사의 눈.
그래. 사막의 눈이다.
카르디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전투의 쾌락에 절인 뇌에 눈알마저 조금씩 뒤집힌다.
전투의 고양감이 숨구멍을 틀어막았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싸움은 전신의 땀구멍을 개방했다.
카르디아는 소의 뿔과 연결한 체인을 꽈악 움켜잡았다.
“소 등에서 먼저 내려오는 새끼가 패배다!”
“좋아.”
크레센티아의 음기가 그의 몸에서 새벽 안개처럼 풍겨왔다.
그와 가장 가까이 있는 생명인 황소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황소의 두꺼운 가죽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냉동육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잔혹한 운명은 황소를 빗나갔지만 아직 시련은 남아있었다.
푸르르르르-
푸르르르르르-
카르디아의 황소의 코에서 스팀처럼 뜨거운 콧김이 연신 뿜어져 나온다.
“달려라!!”
“가자.”
둘은 발뒤꿈치로 황소의 배를 탁탁 차서 출발 신호를 보냈다.
그 능숙한 몸짓에 둘을 지켜보던 시에나는 흐음 하고 턱을 괴었다.
“카르디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엘런이 승마술을 익혔을 줄이야. 보통 평민이라면 말과는 거리가 멀 텐데…….”
마구간의 자식이었던 걸까?
만약 그랬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시에나가 짐짓 고민에 잠기는 사이.
두 황소의 거리는 열 걸음 정도로 좁혀졌다.
두두두두두두-!
“으어어억!!”
“아아아아아악!!”
그때 카르디아와 엘런의 중간으로, 소에게 올라탄 채 몸을 다 못 가누는 두 명의 학생이 끼어들었다.
그들의 황소는 연신 뒷다리를 쳐올리며 등에 탄 학생을 떨구기 위해 열심이었다.
학생들은 당장 목젖으로 쏠리는 구토를 참느라 힘들어 보였지만, 포지션을 잘못 잡았다.
“비켜어어!!”
“나와!”
갑작스레 튀어나온 장애물에게 자비란 없다.
엘런과 카르디아는 등 위에서 몸을 날리는 듯한 발길질로 소를 후려쳤다.
“끄어어억!”
“꾸에에에엑!”
흉포하고 난폭하면서 시릴 듯한 마력은 두 마리의 소와 두 명의 학생을 실습실의 외벽으로 날려버렸다.
이제 두 명의 거리는 딱 세 걸음.
“간다아아!!”
카르디아는 제 몸을 앞으로 숙이며 무게 중심을 전방으로 쏠리게 했다.
소는 그것에 따라 머리와 목을 일자로 만든다.
신전의 기둥처럼 단단해 보이는 두 개의 뿔이 앞으로 들이밀어 졌다.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각력은 돌진력과 만나, 공성추를 연상케 하는 파괴력을 만들어낸다.
“어디 한번 받아 봐라아아!!”
카르디아는 입꼬리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리며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아직까지 아무런 대처도 안 하는 엘런 놈!
이 정도로 추진력을 받았으면 아무리 바닥을 얼리더라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너의 패배야!’
카르디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또한 카르디아의 생각이 맞다는 것에 엘런 또한 동의했다.
이제 와서 카르디아의 발밑을 얼려봤자 아무런 소용 없다.
그렇다면?
‘내 발밑을 얼리면 돼.’
엘런의 손바닥에서 마법진이 떠올랐다.
쩌저저저적-!!
순간적으로 단단하게 얼려진 바닥.
엘런의 소는 그 위에 올라탔다.
주르르르르륵-!
소의 돌진력은 마찰력의 부재로 인해 순식간에 중심이 무너지고 미끄러졌다.
“이, 이런……!!”
그가 갑작스레 몸체를 확 하고 낮추자 카르디아는 부딪칠 대상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엘런은 다르다.
촤르르르르르르-!!
“크으으으윽!!”
어느새 만들어 둔 것인지 엘런과 그의 황소에 연결된 체인이 그녀에게 흩뿌려졌다.
이제 와서 돌진을 멈출 수 없다.
카르디아는 이를 악물며 그가 날린 체인을 바라보았다.
푸르르르르르-!!
황소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지만 카르디아는 이미 단단하게 묶여버린 뒤였다.
그렇다면 결과는 하나뿐이다.
카르디아는 황소의 등에서 떨어져 나왔다.
황소의 돌진력이 되려 그녀를 튕겨버린 것이다.
실습실의 허공에 부우웅 하고 뜬 카르디아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으아아아앗!”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터억-
아프지…… 않다……?
조금 서늘하지만 왜인지 포근함마저 드는 이상하고 미묘한 느낌.
카르디아는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무언가 흐릿하게 보인다.
그건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였다.
얼음처럼 푸른 눈동자는 그의 흑발과 이상하게 어울렸다.
꼭 인위적이라고나 할까.
본래 흑발에게서 나올 수 없는 눈 색깔 같다.
하지만 왜일까.
그 벽안(碧眼)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여긴 왜 이렇게 따뜻한 걸까.
사막과는 다른 따스함이 전신을 아니, 심장에 맴돌았다.
자신을 품에 담은 남자가 말한다.
“오늘 수업 끝나고 바로 사주는 거지?”
나는 대답한다.
“으, 응…….”
“좋았어.”
남자는 그 한마디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미소 지었다.
그 미소가 너무나 철없는 아이 같아서, 방금 전까지 자신을 황소에서 날려버린 남자가 맞는지 의심이 가서.
카르디아는 남자를 따라 웃어버렸다.
그렇게 미소 짓던 남자는 다시 한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말이야.”
“응.”
“이제 나오지?”
“어……?”
“체인도 풀었는데 왜 안 일어나나 싶어서.”
안 일어난다고?
카르디아는 이제서야 지금 자신이 무슨 꼴인지 파악했다.
한 손은 엘런의 어깨를 짚고 몸은 왕자님에게 안긴 공주님처럼 되어있다.
더 나아가 이 주변은 죽은 것처럼 조용했다.
그 조용함의 이유가 자신만큼은 아니길 정말 바랐지만, 안 좋은 예감은 틀리질 않는 법.
모두가 입을 쩍 벌리고 엘런과 카르디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서 모든 걸 본 시에나는, 금방이라도 웃겨 죽을 것 같아서 들썩이는 몸을 황가의 체통으로 겨우 진정시켰다.
“나, 나와아!!”
카르디아는 엘런의 몸을 밀치며 일어섰다.
“네가 안겼으면서 화는 왜 내는 거야.”
“내, 내가 언제 안겼어어!!”
“아님 말고.”
엘런은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누가 먼저 안겼건 이게 뭐 중요하겠는가.
지금 당장 엘런의 머릿속을 꽉 채운 건 오늘 설탕 천국에 입고된 아이스크림뿐이다.
작금의 소란이 끝나자 어느새 실습실로 온 호크 교수가 입을 열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방금 있었던 실습은 체인의 결속력을 드높이고 빠른 전개와 판단력을 연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성공한 학생도, 실패한 학생도 모두 귀중한 경험이 될 테니 오늘 있었던 실습을 잊지 마십시오.”
호크는 그 말을 끝으로 손뼉을 짝하고 쳤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안녕히 가시길.”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텔레포트 되었다.
엘런도 중앙성에서 눈을 떴고 이번에는 침실 대신 1층으로 후다닥 내려갔다.
설탕 천국의 애용자는 자신만 있는 게 아니다.
바깥에서 단 음식을 자주 먹었던 귀족들도 설탕 천국의 단골이었기에, 늦었다간 줄을 서야 할지도 몰랐다.
달려라, 달려.
남들이 내 아이스크림 다 채 간다.
엘런은 1층으로 내려와 설탕 천국까지 뛰려고 했다.
욱신욱신-
“…….”
하지만 그것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설탕과 눕기, 운동의 부재로 엘런의 몸은 거친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날뛰는 소의 몸에서 사슬 하나로 버티는 건 쉽지 않은 일.
크레센티아의 육체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간다.”
엘런은 도저히 뛰진 못하더라도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다른 일에선 빈약하기 그지없던 의지가 갑자기 철옹성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진짜 운동해야 되겠다.”
평소라면 절대 느끼지 못했던 운동의 필요성.
손아귀 나무가 손을 뻗을 때.
코볼트의 독침이 날아올 때.
코볼트 갓이 이빨을 쏟아낼 때도 느끼지 못했던 운동의 중요함이, 아이스크림 사러 갈 때 느껴졌다.
“존나 어이없는 상황이네.”
엘런은 자신 스스로도 헛웃음을 내뱉으며 걸음을 빨리했다.
지금 중요한 건 운동 따위가 아니다.
안 그래도 습지와 가까워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가 몇 배로 힘들어진다.
엘런은 프리징의 냉기를 곳곳에 뿌리며 더위를 쫓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마법을 배우나?”
보통 때라면 그냥 참고 살아야 했을 더위도 이 냉기 앞에선 별거 아니었다.
엘런은 그렇게 생활 구역 외곽에 있는 설탕 천국까지 도착했다.
“……역시 줄이기네.”
아이스크림의 인기는 더운 날씨와 더불어 수직상승했다.
설탕 천국의 문 앞으로 길게 늘어진 줄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가게에 종종 들리던 학생 말고도 귀족 학생들 대부분이 이곳에 왔다.
“줄은 또 언제 서냐.”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줄의 끝으로 향하려 그랬다.
하지만 엘런의 어깨를 누군가 톡톡 두드린다.
그곳에는 아이스크림 하드를 손에 든 시에나가 있었다.
“늦었구나.”
“……너는 나랑 가까운 곳에 살면서 어떻게 그리 빨리 왔냐.”
“나는 너랑 다르게 매일 새벽 생활 구역을 다섯 바퀴씩 뛰느니라. 폐의 효율이 다르지.”
“…….”
“이 아이스크림 맛이 참 좋구나.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더 맛있는 느낌이니라.”
엘런은 이마를 탁하고 쳤다.
본래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
모든 디저트 중에서 아이스크림은 엘런의 원픽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이런 그의 모습을 처음 본 시에나는 작게 웃었다.
“조금 기다려 보거라.”
“뭘 기다려. 줄만 더 늘어나고 있잖아.”
“그건 걱정할 필요 없으니 여기서 나랑 시간이나 때우는 게 어떠하냐.”
“됐네요.”
시에나는 줄 쪽으로 걸어가는 엘런의 손목을 탁하고 잡았다.
“너랑 놀아줄 시간 없다니까?”
“그러지 말고 가게 안을 보거라.”
시에나는 턱짓으로 가게를 가리켰다.
미간을 좁힌 엘런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말마따나 가게 안은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심지어 여기까지 그 소리가 들려올 정도였다.
“이것보다 더 가져가시면 뒤에 손님들이 드실 게 없습니다……! 제발 그만……!”
“아니 나만 먹을 게 아니라니까요! 더 먹을 사람이 있다고요오!”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벌써 제일 큰 통으로 세 개나 퍼가셨어요!”
“도, 돈을 두 배로 주면 되잖아요! 얼른 계산해줘요!”
“저, 정말 안 되는데…….”
카르디아의 무대포 진상짓에 가게 주인은 거의 울먹이며 계산을 마쳤다.
그녀가 양손 무겁게 싱글벙글 설탕 천국에서 나온 순간.
가게 앞에는 새로운 팻말이 걸렸다.
[Sold Out]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은 욕지거리를 입에 담으며 흩어졌다.
그러면서 카르디아를 뱀눈으로 노려본다.
그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또 무시하며, 그녀는 이쪽으로 걸어왔다.
“오오! 엘런 놈아! 마침 있었네!”
“……뒤에 놈은 빼지?”
“안돼! 그게 네 이름이야!”
카르디아는 싱글생글 웃으며 봉지를 배불뚝이로 만들 만큼 가득 담긴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자! 네 거야!”
엘런은 얼떨결에 그 봉지를 넘겨받았다.
그러면서 카르디아의 등에 우수수 꽂혀있던 학생들의 날카로운 눈빛이 엘런에게 쏠렸다.
‘또 너냐?’ -라는 의미에 눈들이 넘치도록 밀려온다.
엘런은 침묵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왕관을 쓰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는 자, 그 칼로리와 눈총을 견뎌라.
이런 말들도 있지 않은가.
엘런은 금세 저 눈들을 무시하고 지금 손에 담긴 아이스크림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헌데 그 정도 양의 아이스크림을 하루 만에 다 먹을 것이냐?”
“그럴 순 없지. 또 언제 아이스크림이 들어올지 모르니까.”
“그럼 나눠 먹어야 한단 뜻인데 어디다 보관할 셈이냐? 밖에 두면 다 녹을 터인데.”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하루 종일 프리징 마법을 쓸 수도 없잖아.”
“…….”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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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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