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40)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40화(40/354)
#040화. 냉동고(2)
엘런은 일단 임시방편으로 지금 든 아이스크림 봉지에 프리징을 걸었다.
이 정도만 해도 당장 녹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몇 날 며칠을 가진 않는다.
끽해야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그 뒤엔 여느 아이스크림처럼 녹기 시작해 물처럼 변하고 만다.
그런 참사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엘런은 그 자리에서 아이스크림처럼 얼어붙어 고민을 이어나갔다.
……일단 몇 가지 방법이 떠오르긴 한다.
첫 번째 방법은 다시 가게로 가서 이 아이스크림들을 맡겨두는 것.
가게에는 아이스크림을 보관하기 위한 냉동고가 필시 있을 거다.
‘하지만 기각.’
엘런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저 가게 주인의 눈빛을 보아라.
방금 전 카르디아가 강도 마냥 아이스크림을 털어간 탓에 기분이 팍 상한 듯했다.
지금 아이스크림 문제로 말을 걸면 블랙리스트에 오를지도 모른다.
엘런은 두 번째 방법을 떠올렸다.
‘아니면 냉동고를 직접 사는 거지.’
솔직히 1인용 정도야 살려면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경로가 문제다.
그걸 여기 생활 구역 어디서 어떻게 산단 말인가.
결국 마지막 세 번째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마도구를 사야겠다.”
“마, 마도구를?”
“그래.”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긴 하다만.”
시에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무언가 걸리는지 표정은 편치 못했다.
“마도구 상점이 어딨는진 알아?”
“중앙성이랑 가까워.”
설탕 천국으로 가면서 몇 번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엘런은 곧장 그 마도구 가게로 향했다.
얼른 아이스크림을 살려야겠단 생각에 좀 전까지 쑤셔오던 다리도 말짱해졌다.
다만 심장은 천근만근 무거워져 절로 조급함과 다급함을 불러일으켰다.
언제나 느긋하고 나태와 권태를 모토로 살아가던 그에게 이런 감정은 낯설었다.
그러나 주변인들도 낯설긴 매한가지다.
카르디아와 시에나는 엘런보다 한 발짝 뒤에 서서 소근거렸다.
“이 새끼 디저트에 진심이잖아?”
“그런 듯하구나.”
“누가 저 디저트에 손대면 진짜 죽일지도 몰라.”
“설마 죽이기야 하겠느냐. 엘런도 이성이 있는…….”
시에나는 말을 이어나가다가 문득 앞에 있는 엘런을 보았다.
그는 아이스크림이 든 봉지가 혹시라도 손에서 떨어질까 꽈악 쥐고, 간간이 프리징 마법을 붓고 있었다.
그 모습은 아이스크림에 평생을 바쳐온 장인도 보이지 못할 열정이었다.
시에나는 말을 정정했다.
“죽이겠구나.”
“그렇다니까?”
세 명은 중앙 광장으로 도착했다.
광장 건너편에서 눈에 띄는 마도구 가게.
엘런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그는 가게로 달려갔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옆으로 보이는 계산대, 그 안에선 어떤 노인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띵동띵동-
엘런은 계산대 앞에 있는 종을 가볍게 눌렀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급함으로 점철된 손은 그러지 못했다.
종은 수업의 끝을 알리는 소리처럼 시끄럽게 가게를 울려댔다.
“어이쿠우!”
노인은 그 종소리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
마치 돌로레스처럼 넓은 챙 모자를 쓴 노인은 주름이 지긋한 얼굴로 엘런을 쳐다봤다.
그 팔자주름이 더 깊어진 게 썩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엘런은 그런 것에 하나하나 신경 쓸 정도로 마음이 넓지 못했다.
“여기 혹시 1인용 냉동고 있나요?”
“……그런 건 생활 구역에서 팔지 않네.”
“역시 그렇겠죠.”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없으면 만들면 그만.
엘런은 다음 행선지를 머릿속으로 정하며 필요한 준비물을 생각해보았다.
살면서 냉동고를 볼 일은 많이 없었고 그만큼 기억량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살면서 꽤 많은 걸 주워듣는 법이다.
떠들기 좋아하는 하녀들은 그중에서 늘 일등공신을 맡고 있었다.
엘런은 기억의 대서고에서 냉동고와 관련된 기억을 뽑아 들었다.
-이번에 저택 주방으로 냉동고가 새로 들어온다며?
-응응. 마탑이 크레센티아 백작가에게 잘 보이려고 신상을 만들자마자 무료로 바쳤다나?
-전과 달라진 게 있어? 크기만 좀 더 커진 것 같던데.
-어휴! 그건 써보기 전에는 모른다니까? 듣기로는 뭐 온도 유지 장치를 바꾸고, 프로스트 드레이크의 심장으로 영하 50도까지 내려간대!
엘런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보아하니 냉동고에는 그 온도까지 낮춰줄 코어 같은 게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걸 당장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엘런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상태로 가게 깊숙이 들어갔다.
일단 코어를 제외한 나머지라도 이곳에서 구해야 한다.
그 나머지라 하면 물건을 담아둘 특수 용기와 제어 장치가 필요했다.
“분명 있긴 할 텐데.”
엘런은 가게 처음부터 구석 끝까지 훑어보다가, 반색할 만한 물건을 찾아냈다.
“이거야.”
“……자루?”
“평범한 자루는 아니지.”
엘런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자루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사람 하체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만한 크기에 가죽도 두꺼운 것으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이 정도 마감질이면 애먼 곳에서 찢어질 걱정은 없어 보인다.
시에나는 그가 고른 자루의 이름을 살폈다.
“장거리 여행자를 위한 특급 자루. 참으로 기다란 이름이구나.”
“마도구들은 이렇게 다 이름이 길더라?”
“그게 마도구의 재밌는 점 아니겠느냐.”
엘런은 둘이 이상한 주제로 떠드는 사이 다음 물건을 챙기러 갔다.
이 자루는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용기다.
다음으로 구할 건 떨어진 온도를 유지해주는 특별한 장치.
엘런은 그 장치를 대신해줄 마도구도 생각해두었다.
마법사에게 마도구는 말 그대로 도구다.
부족한 힘을 채워주거나 보충해주는 역할로, 극히 뛰어난 마도구는 초보자도 프로급으로 뒤바꾸어 준다.
하지만 마도구가 하는 일 중 가장 대중적인 일은 위험 상황에서 마법사를 구제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마법사에게 위험한 상황이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바로 마법사의 마력이 통제 불가 상태가 되는 것이다.
통제 불가 상태의 마력은 난폭하고 힘이 나오는 출력이 일정하지 않다.
지금 엘런이 찾는 마도구는 그런 위험한 상태의 마력 출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힘을 가졌다.
정제되지 않아 날뛰는 코어의 힘을 잡아주는 게 이 마도구의 역할이다.
엘런은 눈을 돌리다가 찾아다니던 마도구를 발견했다.
“하나로는 모자랄 수도 있으니까.”
엘런은 팔찌 형태의 그것을 세 개 정도 빼낸 후 계산대로 갔다.
방금 전 종으로 깨운 노인이 또 자고 있다.
엘런처럼 자신도 물건 몇 개를 골라온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왜인지 푸훗 하고 웃었다.
“……왜 웃냐?”
“꼭 어디 사는 누구를 보는 것 같지 않느냐.”
“크흐흡, 그러니까 말이야! 왠지 이름은 엘런이고 성은 이안느일 것 같은데?”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계산대에 종을 눌렀다.
띵동- 띵동-
이번엔 놀라지 않은 노인은 한쪽 눈만 살짝 떴다.
“뭔가?”
“계산해주세요.”
엘런은 방금 고른 마도구들을 계산대에 올렸다.
노인은 그것들을 힐끔 눈짓하다가 곧이어 입을 열었다.
“다 해서 50골드쯤 되겠구만.”
되겠구만?
엘런은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노인은 전혀 의심치 않고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돈 없으면 나가고 있으면 내놓게.”
엘런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왜 마도구 아래에 가격이 안 붙어있나 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마도구가 비싸고 고른 물건이 많다고 해도 절대 50골드가 나올 만큼의 돈은 아니었는데.
이 할배는 너무나 당당하게 50골드를 불렀다.
엘런은 말했다.
“할아버지. 이거 다해도 10골드일 텐데 50골드는 너무 올려치신 거 아니에요?”
“사기 싫으면 나가라니까. 흐흠.”
“이 물건은 얼마입니까?”
뒤에 있던 시에나가 자신이 들고 있던 물건을 노인에게 보였다.
그건 어떤 광석을 깃털처럼 조각한 것이었다.
그 세공 방식은 현재 기술로도 어려울 만큼 아주 세밀했다.
게다가 엘런도 그 능력과 이름을 알 수 있을 만큼 유명한 마도구다.
“비상의 깃털?”
깃털에 마력을 담아서 부수면 소유자는 5분 동안 하늘을 날 수 있다.
시에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다. 설마 이게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걸 살 돈이 있어?”
“그냥 가격이라도 물어보고 싶었느니라.”
“왜? 이게 얼마나 비싼데?”
“못해도 100골드는…….”
“50골드라네.”
엘런은 홱 하고 고개를 돌려 노인을 쳐다봤다.
이 할배가 지금 사람 차별하나?
시에나는 가격이 반값까지 내려갔지만 역시 50골드는 부담인지라 조금 망설였다.
그러니 노인은 허헛 하고 아주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1학년에게 그런 거금은 잘 없겠지. 그럼 40골드까지 깎아주겠네.”
“…….”
엘런은 시에나의 손에 들린 비상의 깃털을 빼앗았다.
“할아버지. 그럼 제가 이거 살게요.”
“흠흠. 미안하네만 가격이 방금 올랐구먼. 150골드라네.”
“에, 엘런! 내가 먼저 봐둔 물건이니라!”
시에나는 다시금 비상의 깃털을 제 손으로 가져왔다.
“40골드.”
또 귀신처럼 내려가는 가격.
엘런은 미친 것 같은 노인의 행보에 머리가 뜨끈해지는 걸 느꼈다.
그때 창문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톡- 톡톡- 톡-
새가 부리로 유리창을 쪼는 소리.
노인은 ‘응?’하고 고개를 돌리며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창틀에 서 있던 까마귀는 계산대에 안착했다.
오늘도 메시지를 전하는 까마귀의 목적은 아니나 다를까 엘런이었다.
엘런은 까마귀가 자신 쪽으로 다리를 내밀자, 일단 화를 가라앉히고 쪽지를 꺼냈다.
그리고 돌돌 말린 그것을 여는 순간.
파아아앗-!!
엘런은 어딘가로 순간이동 되었다.
***
갑작스러운 텔레포트에 속이 다 울렁거린다.
엘런은 잠시 주변을 바라보았다.
엔틱한 가구들과 함께 벽면에는 커다란 사슴의 머리가 걸려있다.
그 아래에는 따뜻한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 때문인지 방 안은 상당히 따뜻했다.
……아이스크림에겐 분명 적대해야 할 환경이다.
엘런은 연신 프리징 마법을 봉지에 걸며 아이스크림이 녹는 걸 방지했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곳에선 태양이 비치는 창문을 등지고 가죽 의자에 앉은 덩컨이 엘런을 맞이했다.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나이스 타이밍이었어요.”
만약 까마귀의 쪽지와 텔레포트가 아니었다면, 노인에게 주먹을 날렸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노인의 얼굴을 뭉그러뜨릴 순 없지 않겠는가.
덩컨은 이해한다는 듯 옅게 웃었다.
“우디의 성격이 워낙 모나서 그러니 이해해줘라.”
“그 할아버지의 이름이 우디입니까?”
“그래. 50년 동안 1학년 생활 구역에서 마도구를 파는 노인이지.”
엘런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곳에서 50년 동안 물건만 팔다 보면 그런 성격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해가 가는 것과 이해한 대로 행동하는 건 아주 다른 의미였다.
지금 자신에겐 남의 사정보단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훨씬 더 중요하다.
덩컨은 그가 만지작거리는 봉지를 힐긋 눈짓했다.
“잠시 이리 줘보겠나?”
“네?”
“여기 간이용 냉동고가 있어서 말일세. 녹는 게 걱정된다면 잠시 여기 넣어두게나.”
덩컨은 어두운 구석에 금고처럼 놓여있던 간이 냉동고를 활짝 열었다.
덜컥-
살짝 떨어진 여기서도 그 냉기가 느껴질 만큼 차가워 보인다.
엘런은 한달음에 움직여 봉지를 냉동고에 넣었다.
아무래도 간이용인 만큼 크기가 크진 않았기에 냉동고는 봉지 하나로 꽉 찼다.
“후우…….”
그래도 한시름 놓았다.
이런 엘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덩컨은 그를 여기 부른 이유를 설명해나갔다.
“먼저 퀘스트 보고로 내놓은 코볼트 갓의 심장은 잘 보았네. 의심의 여지 없이 코볼트 갓의 저주받은 심장이 맞더군.”
“그렇습니다.”
“내가 보상으로 주말 외박권을 걸어두었지.”
덩컨은 책상에 미리 올려둔 외박권을 엘런 쪽으로 밀었다.
“코볼트 갓에 비하면 한 장으로는 모자란 감이 있어서…….”
“……!”
“자네 포함 네 명이 밖에 갈 수 있는 외박권일세.”
김이 팍 식는다.
“혼자보단 친구들이랑 가는 게 좋지 않겠나.”
“친구가 없어서요.”
“음? 들리는 말로는 자네랑 매일 같이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고 하던데.”
“게네는 친구가 아니라 원수입니다.”
“하핫, 친구든 원수든 서로를 거울삼아 성장할 수 있다면 전부 좋지.”
성장보단 화딱지만 나는데.
엘런은 일단 그가 준 외박권을 품속에 넣었다.
덩컨은 말했다.
“코볼트 갓이 중급 정도의 몬스터라곤 해도 1학년 수준이 아니란 건 모두가 알고 있지. 그래서 그런데 요즘 1학년 생활 구역 주변에 문제가 하나 있다네.”
그는 마력 분필로 동그란 원을 그렸다.
“이게 생활 구역이면 여기 동쪽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오크가 군락을 만들었어.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학교 측에서 손 쓰기가 쉽지 않구나. 교수들이 원해도 상부는 학생들 외의 힘이 끼어드는 걸 굉장히 싫어해.”
“그래서 제가 군락을 처리하길 원하시는 건가요?”
“그렇네.”
덩컨은 이후로 보상에 대해 얘기했다.
보상은 역시 귀가 솔깃해질 만큼 커다랬으며 대단했지만, 엘런은 거기다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개인용 냉동고도 주신다면 생각해보죠.”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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