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4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44화(44/354)
#044화. 약자의 싸움법(3)
웨어울프와 마주했다.
엘런은 생각했다.
이거 진짠가?
이런 상황에 갑자기 밀어 넣어지면 누구나 이런 생각부터 할 것이다.
한 번 찔리면 배부터 등까지 뚫릴 것 같은 저 발톱은, 솔직히 가짜라 생각하기 힘들었다.
크르르르르르르-
웨어울프는 목을 긁으며 굽어진 허리와 피같이 붉은 눈으로 엘런을 노려봤다.
괴물이 가진 살기, 몬스터 피어가 방을 채운다.
조금의 빈틈도 없이 메꾸었다.
엘런은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숨이 턱 막힌다거나, 식은땀이 흐른다거나, 다리의 힘이 풀리거나 하는 일은 조금도 있지 않았다.
오히려 피식하고 웃음 지을 뿐이었다.
물론 웃음이 나올 상황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왜인지 터져버렸다.
“그렇게 인상 쓰지 마라. 나는 너 같은 거 카펫으로 만드는 사람을 아버지로 뒀어.”
게르슐에 비하면 눈앞에 웨어울프 따위 길거리의 똥개에 불과하다.
그랜드 소드마스터와 반편생 동안 눈치 싸움해가며 집안에서 6년 동안 백수로 있던 게 자신이란 말이다.
아마 이 세상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을 업적이리라.
엘런은 한 손에 프리징을 띄웠다.
본래라면 양손으로 다루겠지만 남은 손은 할 일이 있었다.
“위커라고 했나?”
재밌어 보이는 기술이다.
동시에 참신한 기술이고.
기술의 존재 자체가 약자의 생존률을 비약적으로 올려주는 느낌이었다.
이것만 제대로 다룬다면 지금의 자신보다 두 배, 세 배는 강한 적도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거다.
그 실험체로 눈앞에 웨어울프가 있었다.
“뭐, 죽지는 않겠지.”
이 충격 흡수 조끼가 있으니 말이다.
어차피 수업 끝나기 전까진 내보내 줄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도 때울 겸 신기술이나 연마해보자.
“골렘은 정 안되면 꺼내볼까.”
신기술 연마 시간에 골렘은 오버 파워다.
또한 골렘을 꺼낸다고 이 웨어울프를 이길 수 있으리란 확신도 없었다.
“지금은 위커와 프리징의 숙련도에 집중한다.”
엘런은 이번 시간의 목적을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프리징은 가장 기본적인 빙속성 마법이지만 그만큼 가장 범용적인 마법이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사용되는 프리징은 단연 효자 마법.
그러니 높은 숙련도의 프리징은 높은 생존률을 보장해줄 것이다.
“어디 해보자고.”
크와아아아아아-!!
엘런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일까.
대략 20평 정도 돼 보이는 방 안에서, 웨어울프는 바닥을 박차며 내달렸다.
***
수련실의 모든 상황을 관찰하는 통제실.
그곳에서 보조들과 덩컨은 수많은 화면을 눈에 담고 있었다.
혹시나 모를 위험 상황을 대비해 그들의 눈은 분주히 움직였지만, 시선을 빼앗는 것은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이다.
“상위권 학생들은 역시 대단하네요.”
보조 중 한 명이 덩컨에게 말했다.
물론 덩컨은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보조들도 이런 반응은 익숙했다.
보조들은 이번 신입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었다.
“이번 애들은 상태가 괜찮네.”
“그러게 말이야. 막 쫄지 않고 공격도 몇 번 하더라. 어설프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 작년에는 내보내 달라고 울고 불며 소리치는 애들이 태반이었어.”
보조들의 의견은 대부분 같았다.
이번 연도의 신입생들은 담력도 괜찮고 역량도 뛰어나다.
당연히 그런 잠재력의 천재만 받는 것이 제국 아카데미지만, 방구석과 바깥은 다르기 마련이었다.
시험을 잘 봤다고 실전도 잘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보조들의 의견이 더욱 만장일치 하는 게 있었다.
“이번 연도 초상위권은 진짜 역대급이다.”
“미치긴 했네…….”
“지금 반에는 초상위권이 몇 명 있지?”
“저기 두 명.”
초상위권은 1위부터 10위의 학생들을 일컫는 영역이다.
지금 수업 시간에는 초상위권 중 1위와 3위가 있었다.
1위는 단연 장학생 엘런 이안느, 3위는 사막의 딸 카르디아 아누비샨이다.
“저기 3위한테 나온 괴물은 뭐야?”
“블러드 트롤.”
“와, 씨발…….”
욕이 절로 나올 정도의 괴물이다.
“트롤 중 회복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그놈?”
“응.”
블러드 트롤은 골렘마냥 몸속에 핵이 있는데 그것이 자가 회복력의 핵심이다.
그게 부서지지 않으면 팔이 잘려도, 심장이 터져도, 머리가 잘려도 재생한다.
그러나 그 코어마저 실시간으로 위치를 바꾸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가장 쉬운 공략법은 광범위 공격으로 재조차 남지 않을 만큼 태워야 하는데…….
1학년에게 그런 역량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은 코어를 찾을 때까지 찌르고 또 찔러야 했다.
그러나 저기 화면 속 사막의 딸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해맑게 웃으면서 연신 강철 단검을 놀려댔다.
그러면서 공격이 날아올 때면 방금 배운 위커를 시도했다.
“아무리 천재라도 한 번에 될 리가 없지.”
위커의 습득 난이도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퍼어어어어억-!!
화면 밖으로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이, 카르디아의 배로 트롤의 주먹이 시원하게 꽂혔다.
그럼에도 카르디아의 입에선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를 더욱 길게 찢을 뿐이었다.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진짜 미친년 같다.”
“동감.”
“아누비샨 용병단이잖아. 그들은 전투의 희열과 승리의 쟁취를 최고의 명예로 여긴다고. 모토부터가 광전사란 거지.”
카르디아의 개인 수련실.
블러드 트롤과 마주한 카르디아는 아까부터 단검도 버리고 난타전을 이어나갔다.
빠아아아악-!!
방금 로우킥으로 트롤의 다리뼈가 부서졌지만 그것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반격을 날렸다.
카르디아의 안면에 트롤의 바윗돌 같은 주먹이 부딪친다.
퍼어어어억-!!
“크흐흐흐흐흣!!”
그러나 주먹의 틈새 사이로 흘러나오는 건 광기에 젖은 웃음소리였다.
충격 흡수 조끼가 힘 내주고 있는 덕에 따로 외상은 없으나 고통은 남기 마련.
방탄조끼를 입어도 총알은 아픈 것처럼, 카르디아에게도 고통이 축적되었다.
하지만 뇌에서 과다 분비된 아드레날린은 그런 것 따위 미미하다 못해 미시세계로 날려버렸다.
그러나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이 뿜어져 나올수록, 카르디아의 심장에선 한 가지가 더 차올랐다.
“크하하하하…….”
그것은 분노(忿怒).
어디 씹던 껌처럼 생긴 놈한테 처 밟히고 있다는 생각에 피어나는 살의.
태양처럼 뜨겁고 더욱 격앙되어 나타나는 화.
그 분노가 치밀면 치밀수록 주먹에는 힘이 들어갔고 없던 힘도 폭포처럼 샘 솟았다.
“나는 말이야…….”
카르디아의 입에서 못 삼킨 가래가 잔뜩 끼어 걸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지금 너 따위 놈한테 맞고 있을 시간이 없어…….”
보통 사람은 분노에 정신을 맡기면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진다.
카르디아의 살짝 풀린 눈도 그래 보였다.
하지만 사막의 아누비샨은 다르다.
오히려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하고 못 보던 것을 보게 만들며 못하던 걸 가능케 한다.
카르디아는 뼈와 유전자에 새겨진 전투 본능으로 박투(搏鬪)의 자세를 잡았다.
“너 뒤에는 재수탱이 천재 놈이 기다리고 있거든? 그러니까…….”
스아아아아아-
그녀의 주먹으로 한 장, 주먹 위로 한 장.
마력이 드래곤의 비늘처럼 촘촘하게 뒤덮인다.
“지금 당장 그 못생긴 머리를 터뜨려줄게.”
우어어어어어어-!!
트롤의 돼지코에서 뜨거운 콧김과 함께 육중한 체구가 달려왔다.
마차가 연상될 만큼 커다란 몸집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
그러나 카르디아의 동공은 움직였다.
그 움직임을 쫓아갔다.
트롤이 왼 주먹을 들어 올린다.
카르디아는 오른 주먹을 들어 올렸다.
두 개의 주먹이 맞부딪친다.
뻐아아아아아억-!!
그러나 실제로 트롤과 부딪친 건 카르디아의 주먹 위에 덮인 한 꺼풀의 마력이었다.
그 마력으로 트롤이 전신의 체중을 담아쳤던 충격이 전달된다.
두 개의 마력이 가진 틈이 눈에 띄게 벌어지는 순간이다.
카르디아는 앞으로 한 발짝을 더 디뎠다.
그녀의 허리가 회전하고 등에서부터 출발한 힘이 팔뚝, 팔목, 손목을 넘어 주먹으로 전달된다.
툭-
처음 충돌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한 타격음.
주먹 끝과 블러드 트롤의 가슴이 맞닿았다.
그저 갖다 댔다고 해도 좋을 만큼 이번 카르디아의 주먹은 형편없었다.
적어도 트롤이 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그 조소 섞인 감상이, 그것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푸화아아아아악-!!
흉부부터 몸을 비롯한 전신이 피곤죽이 되어 터져나간다.
방 안에선 천장이 무색하게 혈우(血雨)가 내렸고, 카르디아는 그 중앙에 서 있었다.
군내나는 피를 전신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맞는다.
그 속에서 카르디아는 입술 위에 맺힌 핏방울을 작게 핥았다.
비릿한 맛과 함께 역겨운 잡내가 코를 넘어 뇌마저 헤집는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영광의 승리는 어떤 것보다 달콤했다.
“그 천재 놈도 이 달콤함을 깨닫는다면 그런 설탕 덩어리 따위 쳐다도 안 볼 텐데 말이야.”
꾸물- 꾸물- 꾸물-
바닥에서 뭔가가 슬라임처럼 움직인다.
그건 블러드 트롤의 시체였다.
카르디아의 위커가 피부와 근육, 뼈까지 전부 부쉈지만, 그것들에 3중 보호를 받은 핵은 아직까지 살아 있었다.
그녀는 사교계에 능숙한 귀족 영애처럼 사뿐사뿐 걸어갔다.
힘은 없지만, 초점만큼은 뚜렷한 호박색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간다.
바닥에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으면서, 터진 살점을 꾸역꾸역 모으는 조그마한 돌덩이가 보였다.
카르디아는 그 위에 가죽 부츠의 굽을 올렸다.
콰지직-!!
그리곤 즈려밟았다.
가벼운 발짓에 가루로 분해된 핵은 완전히 힘을 잃었다.
주변으로 모여들던 살점들은 걸쭉한 액체가 되어 ‘치이익’하고 연기만 뿜어댔다.
천장에서 다시 한번 기계음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카르디아 아누비샨, 블러드 트롤 클리어. 클리어 시간: 28분 42초. 전체 2등입니다.]“……2등이라고?”
[휴식과 치료를 위해 이동하겠습니다.]카르디아는 그 의문 섞인 중얼거림과 함께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슈우우욱-!
그곳은 어떤 방이었다.
방금까지 있었던 수련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고풍스럽고, 화려하며 기품있는 방.
소파도 무척이나 많고 다과라 할 만한 과자도 더러 보인다.
와삭- 와삭-
귓가로 뭔가를 바삭거리게 씹는 소리가 거슬리게 들려왔다.
카르디아는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왔냐?”
그곳에는 소파에 누운 채로 손만 까딱거리는 엘런이 있었다.
***
카르디아가 개처럼 맞고 있는 시간.
그때의 엘런은 그녀처럼 괴물과 마주했다.
또한 그녀처럼 처음부터 위커를 시도했다.
결과도 그녀처럼 됐을까?
그 질문에 대답은 전자와 살짝 달랐다.
모든 건 덩컨이 처음 언급했던 1초 남짓한 시간 사이에 전부 벌어졌다.
웨어울프는 날카로운 손톱을 창처럼 세웠다.
그것은 쏘아진 화살처럼 예리하고 날카롭게 그의 목으로 찔러 들어왔다.
다리 하나를 뒤로 빼서 단단한 지지대를 먼저 만들었다.
그러면서 팔에 마력을 둘렀다.
여기까진 누구나 할 수 있었다.
어려운 건 이 위에 한 꺼풀의 마력을 3cm의 간격으로 쌓아야 한단 것이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가?’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그렇게 벌벌 떨 만큼 어려워 보이진 않았다.
그런 생각에서 엘런은 거리낄 것 없이 팔을 마력으로 휘감았다.
동시에 그는 깨달았다.
‘이거 나랑 안 맞는 기술인데.’
마력 두 장의 간격을 유지해서 만드는 건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그럼 위커도 손쉽게 완성됐을 것이다.
하지만 빙속성을 품은 마력은 가만있지 못하며 냉기로 인해 서로 엉겨 붙기 일쑤였다.
그러니 두 마력의 균형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게다가 위태로운 건 마력뿐만이 아니었다.
당장 웨어울프의 발톱이 배를 뚫을 것처럼 다가오는 지금도 충분히 위태로웠다.
그야말로 외줄 위의 곡예사 같은 순간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살짝 손을 봐야겠군.’
거대한 구름에서 떨쳐 나온 빗방울이 땅으로 떨어지는 찰나의 시간.
독사가 송곳니를 들이밀며 쥐를 물어 젖히는 찰나의 시간.
한 발의 총알이 하나의 인생을 끝내는 데까지의 걸리는 찰나의 시간.
그 찰나 동안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뤄낸다.
엘런의 두뇌도 마찬가지였다.
‘방법은 있어.’
벼락처럼 반짝이면서 번쩍 떠오른 생각.
엘런은 당장 팔을 뒤덮은 두 장의 마력을 움직였다.
본래 덩컨은 위커를 약자의 기술이라 설명하고 약자의 기준에 맞춰서 설명했다.
그러나 엘런의 생각은 그런 근본마저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방어에 맞춰진 포인트를 철저하게 공격으로 이끌어 낸다. 마력이 붙을 틈도 없이 빠르게 끝내겠어.’
기차가 나아간다.
그러나 이 앞에 선로는 없었다.
그럼에도 나아간다.
선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빈틈없이, 완벽하게 깔리고 있기 때문이다.
끊길 듯, 끊기지 않게.
따끈따끈한 아이디어와 이론으로 점철된 기차는 마력으로 변해 전신을 활보했다.
그렇게 뿜어져 나온 마법.
그것은 웨어울프로 인해 세상으로 만개했다.
[위커 – 엘런 리메이크]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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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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