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4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49화(49/354)
#049화. 위대한 실패(2)
엘런은 뭔가를 집어 들곤 ‘허’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이게 여기 있네?”
솔직히 생긴 게 너무 평범해서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치기에는 이 물건의 가치가 너무나 드높았다.
다른 학생들은 이걸 보고도 뭔지 몰라 안 주웠고, 뭔지 알더라도 보이지 않아서 못 주웠다.
그러나 엘런은 이게 뭔지도 알았고 운 좋게 발견도 했다.
이것의 정체를 자신이 아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버지의 보물 창고에 있었으니까.’
과거 아카데미에 오기 전 엘런은 몸보신을 하기 위해 창고로 들어갔다.
창고에는 용혈을 비롯한 다양한 보물들이 있었고 엘런은 대부분의 물건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의도치 않았지만 모두 머릿속에 기억했다.
개중에는 여기 돌멩이도 있었다.
이건 분명하다.
자신의 기억이 잘못될 리는 없고 헷갈릴 일도 없으니까.
게다가 과거 엘런은 아버지인 게르슐과 같이 창고에 갔던 적이 있었다.
거기서 창고에 있는 보물에 대한 전반적인 설화와 전설, 효과를 아버지로부터 들었다.
그때는 보물의 효과보단 옛날이야기 같은 전설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개중에는 이 돌에 대한 전설도 있었다.
조약돌…… 아니, 이 광석의 이름은 오리하르콘.
신의 눈물이라 불리며 파괴를 위해선 드래곤의 힘이 필요하다는 초고강도의 광석이다.
“이게 왜 여깄지?”
엘런은 아주 슬쩍 돌로레스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쪽을 의식하지 않는 척 애먼 허공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전부 티 난다.
손은 아까부터 꼼지락거리고, 모자챙 아래에서 드러나는 입술은 아주 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이쪽을 힐끔힐끔 보는 눈에선 후회와, 깊은 후회, 더 깊은 후회가 보였다.
엘런은 입가로 짙은 미소를 띄웠다.
“교수님이 감탄할 만한 실패를 위해선 아무래도 이 정도 재료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머지 수업을 피하기 위해서다.
자신은 딱히 오리하르콘이 탐나는 게 아니라, 나머지 수업을 피하기 위해서 오리하르콘을 가져가는 것뿐이다.
사실 그것보단 겸사겸사란 말이 더 어울렸다.
하지만 나머지 수업이라는 참혹한 말을 자신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들먹인 저 교수를 골려주고 싶었다.
엘런은 손안에서 오리하르콘을 만지작거렸다.
이 엄지손톱만 한 돌은 포션 재료임과 동시에 연금술 재료였다.
“이걸로 뭘 만들어볼까.”
사실 오리하르콘을 정제하기 위해선 여기 있는 재료들로는 한참 무리다.
최소 활화산의 용암 정도 되는 용광로와 함께 최고급의 장비가 필수로 우선시 돼야 한다.
그러니 사실 이걸 집어간다고 해서 뭘 만들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엘런은 멈추지 않았다.
“왜 괜히 위대한 실패겠어.”
못 먹어도 직진이다.
어차피 내 거도 아닌데 뭐.
엘런은 무한 이기주의적 생각으로 오리하르콘을 한 손에 꽈악 쥐었다.
그러나 아무리 전설의 광석이라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뭘 만들 수 없다.
재료 밭을 조금 더 훑어볼 차례다.
***
돌로레스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설마…… 설마…… 설마 했는데 저걸 발견할 줄이야.
심지어 저 오리하르콘은 자신의 것도 아니었다.
본래 아인티제 제국 아카데미 총장이 개인 소유한 저것은,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려는 목적에서 그가 돌로레스에게 빌려준 것이다.
그래서 돌로레스는 오리하르콘이 아주 소중한 물건인 만큼 애지중지 다루며 간간이 수업 때 사용했다.
오늘 수업 때도 저렇게 재료 밭에 던져두고 끝날 때쯤 오리하르콘을 들어 올리며…….
-여러분은 보는 눈이 없어도 너무 없군요. 최고의 재료를 버려두고 고만고만한 것들만 챙기다니.
이런 멘트를 날려줄 생각이었다.
저 돌멩이의 정체를 밝히는 순간 학생들은 눈이 빠질 것처럼 경악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눈이 빠질 것 같은 사람은 돌로레스 혼자뿐이었다.
“아아…… 정말 망했군요. 이걸 어떡하나요.”
돌로레스의 머리는 벌써 사직서의 양식을 그리고 있었다.
그냥 지금 미리 써 두고 교수실에서 짐이나 쌀까?
아니면 한시라도 빨리 엘런 학생에게 가서 돌려달라고 할까?
돌로레스는 교수용 단상 위에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사실 당장 후자의 방법을 시행해야 하는 게 옳았다.
분명 그러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몸뚱어리는 그러지 못했다.
이 빌어먹을 심장은 그러지 못했다.
머리는 제발, 제발, 제발 하라고 명령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너무 궁금한 것이다.
단 2주 만에 모든 교수의 마음을 사로잡고 초천재로 인정받은 남자의 손에 오리하르콘이 들어갔다.
어디서 혜성처럼 떨어진 천재가 저 광석을 가지고 과연 어떤 미친 짓을 할까.
어떤 잠재력을 보여줄까.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돌로레스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설령 사직서를 내고 아카데미를 떠나더라도, 오리하르콘을 다룬 천재의 결과물이라면 나름 만족할 만하다.
돌로레스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몸을 부여잡으며 눈만 엘런에게 고정시켰다.
엘런은 오리하르콘과 같이 몇 가지의 재료를 더 집었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원목 소재의 무언가였다.
그 후에는 여러 풀잎도 손 위에 올렸다.
“어서, 어서 보여주세요. 엘런 학생. 제 교수 인생을 책임질 만한 결과물을 보여주란 말이에요.”
뭐라도 보고할 만한 게 나와야 해고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런 뜨거운 시선 속에서 엘런은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왔다.
양손 가득 돌아온 그를 보며, 시에나는 작게 웃었다.
“왜 웃냐?”
“미안하구나. 아까까지 시큰둥하더니 지금은 또 열과 성의를 다하는 모습에 놀랐느니라.”
“그럴 만한 이유가 생겼다.”
엘런은 재료를 솥 옆에 내려놓고 오리하르콘을 손바닥 위에서 굴렸다.
“그 조약돌은 무엇이냐?”
“뭐 같은데?”
“그냥 돌 같다만.”
“그렇지?”
역시 웬만한 고등 교육 이상을 받은 황녀도 못 알아볼 만큼 오리하르콘의 외견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이쯤 되면 저 무더기 속에서 이 돌을 발견한 자신이 신기할 지경이다.
엘런은 오늘의 주재료인 오리하르콘은 잠시 내려놓았다.
이 오리하르콘은 드래곤이나 게르슐 정도는 와야 흠집이라도 낼 수 있을 만큼, 손상을 주거나 뭘 뽑아먹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 자체에서 당장 써먹어야 옳을 것이다.
지금 엘런은 그것을 위해 준비의 준비 과정을 치르고 있었다.
시에나는 증류주를 넣고 솥의 열을 올리는 엘런을 살짝 바라봤다.
지금 그는 뭔가 불안해 보이면서도 들떠 보였다.
시에나는 이런 그의 모습은 또 처음 보는 것 같아 그를 톡톡하고 건드렸다.
“뭘 만드려는 것이냐?”
“너한테만 살짝 말해줄게.”
“나……한테만?”
“응. 지금 내 모든 걸 관찰하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거든.”
“스, 스토커가 붙은 것이냐?”
엘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니까 귀나 이리 줘봐.”
시에나는 그쪽으로 머리를 숙였다.
엘런 또한 그녀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그리곤 속삭였다.
엘런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결과물의 정체.
그걸 전해 들은 시에나는 화들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게 가능한 것이냐……?”
“핵심 코어만 있으면 가능하지.”
그리고 코어는 아까 저기서 주어왔다.
심지어 다소…… 살짝…… 많이…… 엄청 좋은 재료다.
엘런은 조금이나마 이 재료의 가치를 깎아내 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기엔 이 돌멩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 정도로 이건 가치가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히 끓였어.”
엘런은 솥 위로 매캐하게 올라오는 알코올 향을 손을 저어 내쫓았다.
이제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할 때.
엘런은 솥 안으로 형형 색깔의 풀잎들을 넣었다.
“호오, 그것들은…….”
“촉수 고사리 한 움큼하고 칼날가시 칼꽃 여덟 송이.”
“그것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냐?”
“앞으로 내가 만들 물건에서 촉수 고사리는 결속력을 끌어올려 주고, 칼날가시 칼꽃은 그 자체가 높은 호전성을 가지고 있는 마법 재료야. 그 성질을 집어넣는 거지.”
시에나는 고개를 주억이며 감탄했다.
할 수만 있다면 저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
어떻게 이런 복잡한 작업의 설계도가 금방금방 그려지는 거지?
어떤 이론의 검증 절차도 없이 단순한 감각과 천재성만으로 눈앞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두 번째로는 이것들이 들어갈 거야.”
엘런은 나무에서 잘라내고 뜯어온 듯한 재료를 들어 올렸다.
“그건 마나 뿌리구나.”
“맞아.”
“확실히 마나 뿌리는 마력이 풍부한 숲에서 자란 만큼, 다른 것보다 월등하리만치 순수한 마력을 보유한 걸로 알고 있다.”
엘런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주억였다.
“공부 열심히 했네?”
“너만 하겠느냐. 나는 너 같은 공붓벌레에 비하면 한참 멀었느니라.”
“그건 아닐걸.”
“뭐가 아니더냐. 확실하느니라.”
“네 맘대로 생각해라.”
엘런은 나무뿌리를 손으로 거칠게 부숴 솥 안으로 풍덩풍덩 넣었다.
이제 솥 안에서 전체적인 준비는 끝이 났다.
엘런은 솥을 달구던 불길을 꺼뜨렸다.
그리곤 솥 옆으로 손바닥을 완전히 댔다.
“에, 엘런……!”
“괜찮아, 괜찮아.”
치이이이이이익-
마력을 잔뜩 휘감은 그의 손에서 뿌연 수증기가 흘러나왔다.
엘런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뜨겁네.”
“펄펄 끓던 솥을 맨손으로 만졌는데 당연한 것 아니냐……!”
“그래. 너 잘났다.”
최대한 냉기로 손을 보호하긴 했지만, 살짝 무리는 있었다.
그래도 목적은 달성했다.
솥은 엘런의 한기로 인해 급속도로 냉각되어 재료들이 어느 순간부터 뒤섞이지 않게 되었다.
엘런은 딱 지금과 같은 상태를 원했기에 솥을 더 끓이면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이런 급속 냉각 같은 작업이 필요했고 또 성공했다.
엘런은 솥의 수면 위로 살짝 떠오른 살얼음을 손가락으로 눌러 부서뜨렸다.
“좋아. 이제 몸체를 만들자.”
솥 아래에는 솥을 젓는 주걱을 비롯한 다양한 장비가 구비되어 있었다.
개중에는 조각칼처럼 뭔가를 자르고 모양을 낼 수 있는 칼도 존재했다.
사각- 사가각-
엘런은 그것을 들고 길쭉하고 뾰족한 뭔가를 깎아나갔다.
“그건 무엇이냐?”
“유니콘 뿔이라고 하면 믿을 거냐?”
“유, 유니콘의 뿔이라고……?! 거짓말 치지 말거라……!!”
“맞아. 거짓말이야.”
“…….”
시에나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엘런은 큭큭 하고 낮게 웃으며 칼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아쉽게도 그런 전설적인 재료는 오리하르콘까지였다.
나머지는 고만고만했고 엘런도 당연히 고만고만한 재료들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토리 키재기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도토리끼리도 키는 잴 수 있는 법.
엘런은 그 도토리 중에서 가장 실한 놈을 가져왔다.
“드루이드의 나뭇가지. 이것의 이름이야.”
“드루이드의 나뭇가지라면 확실히 귀하구나.”
“그래.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은 아니지.”
드루이드의 나뭇가지는 숲의 종족 중 하나인 드루이드가 특별히 관리한 나무에서 따온 나뭇가지다.
드루이드가 관리한 만큼 그 강도가 대단하고 마법적인 호환성도 뛰어나다.
이건 마탑이 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거치면서 받는 물건 중 하나였다.
그런 의미에서 정기적인 납품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희귀하단 건 변하지 않는다.
돌로레스가 오리하르콘에 이어 대부분 이런 희귀한 재료를 쌓아놓은 걸 보면, 이번 수업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엘런은 이 드루이드의 나뭇가지를 물건의 몸체로 삼을 생각이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적당히 쥐기도 편하고 멋들어지게 모양도 낸 나뭇가지.
엘런은 그 중앙에 미리 홈을 파둔 곳에다 오리하르콘을 박아넣었다.
크기를 고려해서 칼을 움직인 만큼 오리하르콘은 제집을 찾아 들어간 것처럼 딱 들어맞았다.
“여기까진 아주 좋은데.”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엘런은 오리하르콘을 박아넣은 나뭇가지를 솥 깊숙이 넣었다.
나아가 불길을 끓어 올려 다시금 팔팔 끓인다.
이제 필요한 건 기다림과 약간의 인내심뿐.
근데 아마 실패할 거다.
오리하르콘이 이렇게도 사용할 수 있으면 세계 최고 공학자들이 그렇게 골머리를 앓진 않았을 테니까.
근데도 엘런은 시도해보았다.
그 위대하면서 감탄할 만한 실패를 기록해보기 위해서 직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만약이라는 경우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만약…… 만약…… 정말 만약에라도 성공한다면.
“오리하르콘 완드의 탄생이지.”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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