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5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52화(52/354)
#052화. 위대한 실패(5)
엘런은 마지막 세 번째 전언에서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건 이해할 수 없어서였다.
앞에 돌로레스도 그러했듯 엘런도 이 전언의 의미를 쉽사리 알아챌 수 없었다.
다만 여기서 파악이 가능한 건, 돌로레스에게 전언을 명한 자가 자신이 크레센티아란 걸 알고 있단 것이다.
엘런은 잠시 침묵하다가 돌로레스에게 시선을 옮겼다.
“저를 구해준 분이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총장님이십니다.”
“……과연.”
아인티제 제국 아카데미의 총장, 알렉산드라 반 드라코어.
반은 미지의 존재 드래곤, 절반은 하이엘프의 피를 타고난 하프 드래곤이다.
대략 600년 전에 이 아카데미를 만들었고, 아인티제 왕국 시절 친우였던 국왕의 나라 이름을 따 아인티제 왕국 아카데미라 이름 지었다.
드래곤과 하이엘프라는 장수의 상징들에게서 태어난 알렉산드라 총장은, 600년이란 무구한 세월 동안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600년 동안 아카데미를 관리하고 가꿨으며 결국 전무후무한 규모의 대륙 최고 아카데미를 만들어 냈다.
역시 하프 드래곤 총장 정돈 되어야 오리하르콘의 자아를 잠재울 수 있을 거다.
알렉산드라는 말 그대로 아카데미의 모든 걸 총괄하는 만큼 입학도 그자의 손안에 있었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제국 아카데미 총장에게만큼은 자신의 정체를 알린 것일까.
엘런은 곧장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버지가 그럴 리 없어. 분명 어떤 경위로 내가 크레센티아인게 밝혀졌다.’
그래서 그 경위가 뭐냔 말이다.
엘런은 한숨을 내쉬었다.
돌로레스는 그 한숨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는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걱정 마세요. 솥은 보상하지 않아도 되고 나머지 수업이나 과제도 없을 테니까요. 엘런 학생은 그저 학교만 열심히 다니면 된답니다.”
“……총장님이 따로 퇴학이나 징계 같은 건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그럼요. 그런 무서운 걸 뻥뻥 날리실 만큼 총장님은 무서운 분이 아니세요. 학생들의 상상력과 생존력, 무력을 길러 주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시는 분인 걸요.”
“고마운 분이네요.”
“당연하죠.”
엘런은 돌로레스의 말로 알렉산드라가 당분간은 자신의 정체를 눈감아 주겠다고 확신했다.
지금 엘런의 경우는 엄연한 위장 입학에 해당되었기에 징계는 물론이거니와 법적 문제까지 갈 수 있었다.
다행히 급한 불은 알렉산드라 총장이 알아서 꺼준 듯하다.
그러나 아직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부탁대로 다시금 너희 집안에 돌려줬다. 이제 멋대로 해라? 이게 대체 뭔 말이야.’
본래 오리하르콘이 크레센티아의 것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아버지와 알렉산드라 총장과의 어떤 거래가 있었단 뜻인가?
지금의 엘런으로선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애초에 아버지의 입에서 알렉산드라 총장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게다가 머릿속에 있는 가문의 전설을 전부 뒤져 봐도 오리하르콘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보통 오리하르콘은 전설이나 신화 속 물건인 만큼, 혹여나 이 물건이 크레센티아의 것이었다면 언급이 될 법도 한데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면 아버지께 물어봐야겠어.’
가주인 아버지라면 총장의 말에 대해 뭐라도 알고 계실 거다.
엘런은 그렇게 다짐하며 오리하르콘 완드를 손안에서 매만졌다.
옆을 지키던 돌로레스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자를 다시금 푸우욱 눌러쓴 그녀는 챙 아래에서 입을 열었다.
“몸이 괜찮아지시면 저기 문을 열고 나가세요. 그럼 자동으로 기숙사까지 텔레포트 될 거니까.”
“감사합니다.”
“그리고 총장님이 말씀하셨다시피 그 오리하르콘 완드는 교내에서 일절 사용 금지예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주 개인적인 부탁인데…….”
돌로레스는 마지막 말에선 뭔가 머뭇거리다가, 아니면 망설이다가 입을 달싹이기만 했다.
엘런은 병상에 등을 붙인 채로 앉아있었다.
그녀는 얇고 기다란 손가락을 움직여 엘런의 오리하르콘 완드를 콕하고 가리켰다.
“한번 만져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엘런은 아주 작게 웃으며 돌로레스에게 완드를 넘겨줬다.
그녀는 장난감을 마주하고 손에 넣은 아이처럼, 그 순간만큼은 천진하게 미소 지었다.
돌로레스는 오리하르콘 완드를 손안에서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그럴수록 그녀의 입은 벌어져만 갔다.
“엘런 학생은 조각에도 큰 조예가 있네요. 조각칼 하나로 나뭇가지를 깎았는데 무게중심도 딱 맞고 길이의 균형도 알맞아요.”
“감사합니다.”
“엘런 학생은 손재주가 좋으니까 포션 제조도 연습만 조금 하면 분명 높은 경지를 내다볼 수 있을 거예요. 어떤 가요, 엘런 학생? 포션 제조에 흥미가 있나요?”
“포션 제조요?”
“네. 엘런 학생만 괜찮다면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당신을 가르치고 싶어요.”
교수의 개인 교습.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이 천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을 만큼 아주 귀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엘런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에게 있어 아주 귀한 시간은 본인의 숙면 시간과 식사 시간, 간식 시간이 끝이다.
그런 시간들을 까먹으면서 뭔가를 배울 만큼, 마법은 자신에게 가치 있지 않았다.
돌로레스는 그의 명확한 거절 의사에 살짝 놀라면서도 예상했다는 듯 실망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어차피 한 번 찍어서 넘어갈 나무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
“다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두세요. 다른 과목들과 다르게 포션 제조는 가만히 할 수 있는 수업이란 걸. 이것만큼은 엘런 학생의 적성과 아주 맞다고 생각해요.”
……이 교수, 자신을 너무 잘 안다.
우리 엄마 만나고 왔나?
엘런은 자신의 적성이 2주 만에 들통났다는 사실, 그걸 교수가 이용해 먹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등골로 소름이 끼쳤다.
역시 이 능구렁이들 앞에선 한시도 긴장을 놓쳐선 안 된다.
엘런은 본인의 생활이 참 알기 쉽다는 건 깨닫지 못하면서 경계심만 높였다.
반면 돌로레스는 다시금 본래 그녀의 모습대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포션 제조에 대해 따로 궁금한 건 없나요?”
“궁금한 점은…… 예, 딱 하나 있어요.”
“뭔가요? 뭐든 좋으니까 얘기해 보세요.”
돌로레스는 엘런의 질문에 유난히 좋아하며 자세까지 고쳐 앉았다.
엘런은 신문이나 다른 정보 매체에서 봤던 그녀에 대한 정보를 되새겼다.
그중에서 유독 궁금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정말 이게 가능해? -라고 생각했던 게 있었다.
엘런은 그런 궁금증으로 돌로레스에게 물었다.
“영원한 사랑의 묘약. 어떻게 만드신 건가요?”
돌로레스는 그 질문에 ‘흐음’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 질문은 제조법을 물어보는 걸까요?”
“아뇨. 저는 그 포션의 개발 소식을 듣고 그걸 만들게 된 계기나 마음가짐이 더 궁금했어요.”
그 포션으로 인해 돌로레스의 이명은 ‘마녀’로 거듭나게 되었다.
사람의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감정마저 갖고 놀게 된 그녀를 사람들은 마녀라 칭하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그래서 엘런도 돌로레스가 가진 그때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녀는 왜 ‘영원한 사랑의 묘약’을 만들고 또 발표했을까.
돌로레스가 끝내 얻지 못한 가슴 아픈 사랑이라도 있던 걸까.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유는 아주 뜬금없는 것이었다.
“실수였어요.”
“……네?”
“실수였어요. 영원한 사랑의 묘약을 만든 건.”
“그러니까 그 묘약을 만든 일은 잘못됐다는 말인 건가요?”
돌로레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 묘약은 실수로 만들어진 포션이란 뜻이에요. 이른바 위대한 실패라고나 할까요.”
엘런은 순간 멍해졌다.
돌로레스는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피식하고 웃었다.
그녀는 손안에서 완드를 굴리며 말을 이었다.
“저는 원래 ‘복수의 열망 포션’을 만들려고 했거든요.”
사랑과 복수.
엄연히 다르면서 같이 있기를 거부하고 거북해하며 질색하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돌로레스는 복수 속에서 사랑을 피워냈다.
“제가 본래 만들려 했던 포션은 어떤 대상의 피를 용액에 떨구고, 그걸 마신 이가 피의 주인을 죽여서 못 참고 싶을 만큼의 복수심을 유발하게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실수로…….”
“예. 복수심 대신 사랑으로 뒤바뀌었죠.”
돌로레스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살짝 숙여 모자챙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려 버렸다.
“저의 최측근밖에 모르는 사실인데 이제 엘런도 알게 되었네요. 비밀은 엄수 부탁드려요.”
“……이해가 안 되네요.”
“어떤 점이 말씀이시죠?”
“복수가 뜬금없이 사랑이 되었다는 거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하지만 계속, 계속, 계속 저의 실패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까 이런 결론에 다다르더라고요.”
돌로레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굉장한 복수심을 가진 사람은 상대에 대해 하루 종일 생각하고 하루 종일 고민하며 상대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죠. 상대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줘야 하니까요. 이거 어쩐지…… 사랑이랑 비슷하지 않나요?”
엘런은 잠시 눈을 굴리고 그녀의 말을 입에서 굴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말 되네요.”
“하핫, 그렇죠?”
돌로레스는 처음으로 소리 내서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봄 날씨처럼 선선했다.
“잘 봤어요.”
“네.”
다시금 오리하르콘 완드를 돌려준 돌로레스는 품에서 뭔가를 하나 더 꺼냈다.
“받으세요.”
“……이게 뭔가요?”
“사랑의 묘약은 아니랍니다. 먹으면 기력이 회복되고 기분도 한결 상쾌해지는 효과의 포션이에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엘런은 오렌지처럼 주황 빛깔을 띠는 포션을 손에 받았다.
“그럼 다음 주에 보도록 하죠.”
“네.”
“그때 동안 엘런 학생의 소식이 또 들려오길 바라고 있을게요.”
“들려온다면 좋은 소식은 아닐 것 같네요.”
“후훗, 그것도 기대하고 있죠.”
스아아앗-!
돌로레스는 빛으로 산화해 사라졌다.
엘런은 그녀가 사라진 후 병상에서 일어섰다.
완드는 잠시 아공간에 넣고 포션도 그 옆자리에 두었다.
몸은 생각보다 멀쩡하다.
기력이 달리는 듯한 느낌도 없으니 돌로레스의 포션은 훗날을 대비해서 아껴 두자.
엘런은 간호실의 문을 열었다.
그는 돌로레스의 말마따나 기숙사로 텔레포트 되었다.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오후 한 시.
아직 해가 쨍쨍하게 떠 있을 시간으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으면 딱 좋을 시간이다.
엘런은 2층 침실로 내려가고 자루를 열어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냈다.
“아유, 좋다.”
엘런은 자못 할아범 같은 소리를 내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는 이런 시간이 딱 좋았다.
할 것도 없고 시원한 방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고 있는 시간.
이곳에는 푹신한 침대도 있었고 달콤한 디저트도 있었다.
딱 하나,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잠을 자지 않을 동안 시간을 때울 소설책이 없다는 거다.
“이곳에 도서관이 있었나.”
아마 있을 것이다.
딴 건 다 있는 데 도서관이 없을 리 없으니까.
엘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로서는 드물게 밖으로 나왔다.
반쯤 먹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나온 그는 부스스한 머리를 한 차례 털며 길을 나섰다.
중앙 광장으로 갈리는 길들에는 이 길목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엘런은 광장에 서서 표지판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오, 있다.”
표지판 중 하나에 ‘1학년 도서관’이라고 적혀 있다.
엘런은 그 방향으로 걸어갔다.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오늘 날씨는 차에 빠진 쿠키마냥 눅눅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하늘은 우중충했다.
덥진 않지만 습해서 싫은 날씨다.
조금씩 불어 주는 바람이 머리칼을 뒤로 쓸어 준다.
엘런이 구태여 빗질을 하지 않는 이유다.
이렇게 알아서 넘겨주니까.
-라고 그는 하녀들에게 변명했지만, 단순히 귀찮아서다.
이런 잡생각에 머리를 쓰면서 얼마나 걸었을까.
엘런은 다른 건물보다 유독 커다란 걸 발견했다.
학생과 도서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보니 도서관도 그 규모가 볼만하다.
엘런은 안으로 들어갔다.
도서관 내부는 어두운 듯하면서도 조명은 전부 들어와 있는 특이한 형태였다.
안에서 본 모습은 최소 4층은 되었고 어디에든 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조용하네.”
당연하다.
여긴 도서관이니까.
하지만 엘런이 말한 조용함은 그런 게 아니었다.
군중들이 이렇게 있음에도 조용하단 건 엘런에게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떤 소리든 곧바로 기억하는 그에게 ‘잡음’이란 평생 상대해야 할 적이다.
아직도 머릿속엔 외딴 변방 상인의 오늘 자 세일 품목이 들어있는 만큼 엘런은 소리에 상당히 민감했다.
눈은 감으면 되는데 귀는 막아도 어쩔 수 없는 미세한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근데도 이곳은 사그락거리는 책 넘김 소리 말곤 그 무엇도 없었다.
“마음에 들어.”
첫인상은 합격이다.
생전 처음 온 도서관이란 곳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엘런은 도서관 내부를 거닐었다.
“소설책은 어디쯤 있으려나.”
사서에게 물어보면 빠르게 찾을 수 있을 터.
엘런은 도서관 1층 입구 근처에서 사서로 보이는 젊은 여자를 찾았다.
책에 집중하고 있던 사서는 갑자기 눈앞에서 그와 마주하자 화들짝 놀랐다.
“으아아아아악!”
우당탕탕탕-!
어찌나 놀랐는지 의자에서 다 쓰러질 지경이었다.
침묵에서의 커다란 소음.
근처에 있던 학생들은 물론이고 도서관 속 대부분의 사람이 이쪽을 주목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수백 개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건 썩 좋지 않은 경험이다.
그것도 이런 장소, 이런 상황, 이런 분위기 속에선 더욱 그랬다.
엘런은 눈앞에 사서에게 조용히 말했다.
“……나한테 왜 그래요.”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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