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5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57화(57/354)
#057화. 조별 과제(1)
아침부터 교실이 웅성거린다.
본래 시끌시끌하던 교실이긴 했으나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떠든다기보단 놀람과 경악이 합쳐진 소란이었다.
일찍 등교한 학생들은 물론이고, 방금 교실로 텔레포트 한 학생들마저 칠판에 써진 글귀를 발견했다.
그리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칠판에서도 밑단에 휘갈겨진 글씨는 딱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조별 과제]이것만으로도 학생들을 뒤흔들기에는 충분했다.
“조, 조별 과제? 갑자기……?”
“따로 예고는 없었지. 애초에 이 학교에 그런 친절함을 기대하긴 힘드니까.”
“것보다 조별 과제면 조를 짜야 하잖아.”
“어, 어떻게 짜는 건데?”
“글쎄. 교수님이 따로 방법을 준비해오시겠지. 설마 마음에 드는 사람끼리 묶어주시겠냐.”
학생들은 모두 저마다의 의견을 떠들며 곧 있을 조별 과제를 파헤쳐갔다.
그러나 엘런은 정말 아무런 관심 없었다.
조별 과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아아, 배고프다.”
안타깝게도 이 앞에서 꼬르륵거리는 배를 매만지는 용병 아가씨와 같은 감상이었다.
엘런은 시간이라도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에 머리를 책상 위로 기댔다.
톡톡-
시에나는 그런 엘런의 어깨를 건드렸다.
“일어나보거라. 너는 조별 과제가 긴장되지도 않느냐.”
“긴장할 게 뭐 있냐. 나만 잘하면 되지.”
“그런 이치가 안 먹히는 게 조별 과제란 말이다. 너만 잘해선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엘런은 여전히 머리를 기댄 상태로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그건 열 받는 점이다.
자신이 아무리 잘해도 딴 놈이 뒤처지면 점수를 못 받는다니.
아주 불합리하면서 불공정하다.
“그러니까 성실하고 쓸만한 조원과 맺어지도록 기도를 해야 한다.”
“……결국 한다는 게 기도냐.”
“그럼 결과를 조작할 순 없지 않느냐.”
“쯧.”
엘런은 혀를 찼다.
될 대로 돼라지.
엘런은 팔을 베개 삼아 누우며 주변의 소음을 차단했다.
덜컥-!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앞쪽의 문이 벌컥 하고 열린다.
“여러분 안뇽하세요~! 좋은 목요일 아침이에요!”
오늘도 키아 교수는 발랄한 분위기를 남발하며, 여름날 만개한 꽃밭 같은 웃음과 함께 학생들과 인사했다.
학생들도 그녀의 긍정에 전염되어 조별 과제란 짐도 잊고 밝게 화답했다.
“”안녕하세요!””
키아는 고개를 크게 주억이며 마력 분필을 꺼내 들었다.
“오늘은 칠판에 쓰여 있다시피 조별 과제를 할 겁니다! 여러분은 조별 과제가 뭔지 알고 계신가요?”
“벤자민 후커입니다! 조별과제는 조장을 기준으로 일정 인원 이상의 팀을 만들어서 하나의 주제를 해결하는 과제 방식입니다!”
“오우! 아주 정확해요! 벤자민 학생의 말대로 조별 과제는 조장의 진두지휘 아래에서 팀워크를 이끌어 내야 해요! 그래서 아주 까다롭기 그지없죠! 거의 초면인 사람과 중요한 일을 같이하는 거니까요!”
심지어 조별 과제는 다른 것에 비해 점수 비중이 커다랗다.
이런 중요한 과제에서 자신도 아닌 생판 모르는 사람이 정신 못 차리고 얼이 빠져 있다면 그야말로 뚜껑이 열린다.
아무리 개성 넘치는 천재들이 모였다고 해도 그건 개인 활동의 한해서다.
넘치는 개성은 이런 팀 활동에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다.
자신의 의견을 굽힐 줄 모르는 대쪽 같은 인간이라면 골치는 더욱 아파진다.
이래서 팀의 조장이 중요한 것이다.
키아 또한 그걸 알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조장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해나갔다.
“조장은 팀원들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철저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 해요! 뛰어난 리더쉽은 물론이거니와 나중에 보고서 작성도 조장이 해야 하니까 철저함도 필수죠!”
남의 입으로 대충 설명만 들었는데 벌써 조장이란 직함의 귀찮음이 전해져온다.
학생들은 저마다 고개를 살짝씩 숙이며 키아의 눈을 피했다.
혹시라도 눈이 마주쳤다가 ‘어? 학생 혹시 조장이 하고 싶은 건가요?’ -라는 하이톤 보이스가 들려온다면…….
그야말로 똥 밟는 거다.
학생들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키아는 누가 봐도 뾰족한 낚싯바늘을 학생들에게 던지지 않았다.
그 예리함과 위험함이 아주 교묘하게 감춰지도록 미끼를 덕지덕지 붙여나간다.
“물론 조장을 맡아주는 학생에겐 아주 특별한 세 가지의 혜택이 있답니다?”
특별한 혜택?
세 가지나?
학생들의 고개가 살짝 들어 올려진다.
미끼의 냄새를 맡았다.
키아는 후훗! 하고 웃으며 낚싯대를 살살 흔들기 시작했다.
“먼저 첫 번째! 조장은 팀의 점수가 어찌 됐든 개인 가산점을 받는다! 두 번째! 조장은 저와 한 시간 동안 개인 교습을 진행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꿀꺽…….”
학생들의 목젖으로 못 삼킨 침 덩어리가 넘어간다.
솔직히 지금까지도 엉덩이를 들썩거릴 만큼 커다란 보상이었다.
벌써 라인업이 이런데 마지막 세 번째는 대체 뭘 쥐여줄…….
“그건 바로바로! 조장 여러분들이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주말 외박권을 지급하기로 했어요! 이건 저도 받아내는데 힘들었답니다?”
“주, 주말 외박권!”
“저, 정말인가요? 교수님?”
“그럼요! 제가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겠어요? 첫 조별 과제인 만큼 조장 학생분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학교가 특별히 지급하는 거니까요!”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몇 배로 심해졌다.
심지어 엘런조차 거의 책상으로 처박았던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릴 정도였다.
지금 엘런에게 존재하는 외박권은 단 한 장.
그건 자신 포함 네 명이 갈 수 있는 외박권이지만 어쨌든 한 장이다.
솔직히 말해서 단체 외박권은 혼자 쓰기 아깝다.
같이 갈 친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 강하게 든다.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때문인지 그저 개인의 욕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개인용 외박권을 손에 넣어두는 게 이득이다.
‘뭐, 조장이라고 해 봤자 별거 있겠어.’
못 하는 애들은 대충 끌어올려 주고 튀는 놈은 밟아주고, 마지막에 보고서만 대충 끄적이는 게 조장이 하는 일 같다.
그냥 아이스크림 하나 덜 먹으면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다.
키아는 살짝, 아주 살짝 생기가 돌아온 엘런의 동공을 발견했다.
‘좋았어! 엘런 학생도 조장에 관심을 보이는구나!’
혹시나 조장에 관심이 없으면 어쩌나 노심초사였는데 역시 주말 외박권을 조르고 졸라서 받아오길 잘했다.
얼마나 졸랐는지 부장 교수실 바닥에 있던 먼지가 자신의 등으로 전부 닦였을 정도다.
정말 말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서 울며불며 보챘다.
그렇게 드러눕기 전법으로 얻어낸 주말 외박권은 바람대로 장학생의 관심을 끌었다.
키아는 그 순간이 완전하게 무르익었을 때,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자! 이제 조장할 사람 손~!”
번쩍-!!
교실에 있던 학생 전원이 손을 들어 올렸다.
월척이었다.
***
학생들은 어딘가로 텔레포트 되었다.
그곳은 투기장이었다.
검투사들이 서로 칼을 맞대고 싸우며 동물도 몇 풀어놓을 것 같이 생긴 투기장.
학생들은 관중석에 있었고 투기장 안에는 조그마한 꼬맹이가 손을 흔드는 중이다.
아, 꼬맹이가 아니라 교수님이었다.
높이가 있는 관중석에서 보니까 더욱 작아 보이는 키아 교수는 큰소리로 외쳤다.
“조장을 하고 싶어 하는 분이 너무 많아서! 제가 따로 자리를 마련해봤어요! 바로 여기 실습실에서요!”
딱-!
키아의 손가락이 튕겨졌다.
그러자 실습실 반대쪽 벽면이 좌우로 갈라진다.
그곳에선 초록색 피부, 바위 같은 근육이 갑옷처럼 덮어진 몸, 들쭉날쭉한 송곳니를 가진 무언가가 달려 나왔다.
꾸어어어어어어-!!
“인사하세요! 오크 선생이랍니다!”
안녕하세요……?
학생들은 진짜 인사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헷갈렸다.
키아 교수는 헤헷 하고 웃으며 오크에게 손짓했다.
“이 오크는 대륙에서 가장 개체 수가 많은 오크로 그만큼 단순한 공격 패턴을 가졌어요! 하지만 완력은 무시하면 안 되죠! 아무런 방비도 없는 맨몸으로 붙잡혔다간 그대로 사망이랍니다?”
키아가 뭐라 떠드는 사이, 벽면에서 튀어나온 오크는 그녀에게 우두두 달려갔다.
오크에 비하면 세 배는 작은 키와 함께 그것보다 더욱 작은 몸집.
오크가 새끼손가락으로 눌러도 키아는 피떡이 되고 말 것이다.
“이 오크는 말이죠! 본래 단체 생활을 이어나가고 설령 무리가 괴멸당하거나 떨어져 나가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거대한 무리로 성장해요! 마치 세포 같죠? 학계는 이런 놈들의 습성을 보고…….”
“교, 교수님! 조심하세요……!”
꾸어어어어어-!!
후우우우욱-!!
오크가 공성추 같은 팔과 함께 암석 같은 주먹을 키아에게 날렸다.
몇몇 여학생은 눈을 가리며 비명을 지르고 다른 학생들은 숨을 집어삼켰다.
빠가가각-!!
뼈가 분쇄되는 소리다.
거짓말이라도 좋은 소리라곤 할 수 없었고 유쾌하지도 않았다.
뼈가 부서지면서 사방으로 튀어 나간 피가 바닥을 붉게 적신다.
비 대신 피를 머금은 땅은 걸쭉해지고 몽글해졌다.
하지만 곧이어 귀로 비단 다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래서 옛날에는 오크도 양민들의 공포였지만! 최근에 들어선 초급 기사와 마법사의 전투력 측정기 같은 느낌으로 전락했어요! 힘만 세고 머리는 멍청해서 딱 갖고 놀기 좋거든요!”
꾸아아아아아악-!!
하이톤으로 계속 뭐라 뭐라 떠드는 키아의 목소리 아래에, 팔을 통째로 읽어버린 오크의 절규가 짙게 내리깔렸다.
“교, 교수님이 뭘 하신 거지……? 본 사람 있어?”
“그, 그, 그냥 빛이 번쩍하더니 피가 팍하고 터지던데…….”
인지를 벗어난 경험은 천재들의 어휘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렸다.
키아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조장은 이 오크들을 대상으로 해서 딱 열 명을 뽑을 거예요! 총원 40명을 열 개의 조로 나누기 위해서죠! 모두 불만은 없으리라 생각해요!”
“교,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뭘까요?”
“그으……. 오크들을 대상으로 해서 뽑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덧붙일 설명이 더 필요하겠어요!”
키아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팔을 잃고 몸부림치는 오크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전방으로 강한 빛이 쏟아졌다.
그 발광(發光)과 함께 풍선 떠지는 소리가 실습실을 가득 메꾸었다.
바닥은 오크(였던 것)으로 질펀했다.
걸쭉한 피와 흙, 부서지다 만 뼈가 슬라임처럼 뭉쳐져 곤죽이 되어있다.
키아는 그 사이에서 여전히 해맑게 웃었다.
“오크와 1대1로 붙어서 가장 빨리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학생 열 명이 조장이랍니다! 전투 마법 수업인 만큼 앉아서 펜대나 굴릴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여러분의 전투력을 책임지는 교수로서 실전을 경험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어요!”
키아는 제 가슴을 탕탕 치며 짐짓 결연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어린 조카의 재롱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만큼 하찮았다.
손짓 몇 번으로 거대한 덩치의 오크를 피곤죽으로 만든 사람이라곤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그러했다.
키아는 헤헷 하고 미소 지으며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
화르르르르르륵-!!
거대한 화염 폭풍이 실습실을 쓸어 담는다.
그것은 빗자루가 바닥에 먼지를 쓸듯이 오크의 육체 파편을 잿가루로 날려버렸다.
“자아! 바닥도 깨끗해졌으니까 이제 지원을 받아볼게요! 제일 먼저 오크 선생이랑 겨뤄볼 사람? 안전은 보장되어 있으니까 겁먹지 않으셔도 돼용~”
몇 명이 손을 들었다.
아까보단 시원찮은 화력이었다.
아무리 안전하다 해도 저런 덩치의 오크와 마주하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니 손을 든 것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학생들이었다.
교수들도 따로 이름을 기억하는 그런 학생들 말이다.
“으음! 시에나 학생과 카르디아 학생을 비롯해서 몇 명이 더 손을 들어주셨네요!”
그러나 키아는 그 학생 중에서 섣불리 고르지 못하고 조금 망설였다.
가장 원하고 바랬던 학생의 손이 감감무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뭐 어쩔 수 있나.
직접 뽑아야지!
“엇?! 엘런 학생! 방금 손을 살짝 움직였죠!”
“……아니요. 그런 적 없는데요.”
“제가 봤으니까 발뺌하지 말고 나오세요! 사실 하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었잖아요! 부끄러워하지 말고 이리 오세용!”
“…….”
엘런은 방금 그녀가 했던 것처럼 화염 폭풍을 부릴 수 있다면, 당장 저 교수의 안면에 꽂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통탄할 지경이다.
엘런은 똥 씹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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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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