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5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59화(59/354)
#059화. 조별 과제(3)
조장들은 물론이고 뽑혀 갈 학생들 모두, 심지어 키아까지 엘런의 입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의 입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번 조별 과제의 결과는 크게 변동할 것이다.
그가 상위권의 학생들을 집어 가면 안전하게 득점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하위권의 학생을 섞는다면 모험과 동시에 장학생의 힘을 과시할 수 있었다.
덤으로 그에게 뽑힌 학생은 거의 학교생활 3년 내내 충직한 하인이 될 거다.
이번 조별 과제만 어떻게 재주껏 고득점을 먹는다면 하위권 학생은 단박에 중상위를 노려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하위권 학생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양손을 모으고 기도에 들어갈 만큼 간절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점은 있었다.
-지금 장학생이 누가 상위권이고 하위권인지 알기나 해?
모두의 공통적인 물음이었다.
그는 자신의 안정적인 생활과 취미, 관심사 말고는 그 어떤 것에도 무게를 두지 않았다.
심지어 학교생활과 이곳에서 가르치는 마법도 그는 무신경하게 대했다.
그런 놈, 아니 그런 학생이 여기 있는 이들 중 누가 될 놈이고 안 될 놈인지 안단 말인가.
또한 다른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서로에 대한 정보전에 들어갔다.
어디 출신이고 어느 가문이며 어느 직종의 아버지 밑에서 자랐는지까지.
이들은 얼굴 본 지 2주가 채 안 됐으면서 오랫동안 본 친우보다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속마음까진 아니더라도 외적으로 드러난 정보는 그러했다.
그러나 엘런 이안느만은 예외였다.
그는 남에 대해 알려 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자신의 정보를 내주지도 않았다.
엘런은 입학생 중 유일하게 철저한 베일 속에 감춰진 존재였다.
본인 자체가 중앙성 안에 틀어박혀 있던 것도 문제지만, 팔 때까지 파도 그에게서 나오는 건 또 다른 의문점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그가 조장으로 있는 팀이 궁금했다.
과연 그는 누구를 영입할 것이며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인가.
엘런은 입을 열었다.
“저는 카터 오스틴 학우를 뽑고 싶습니다.”
“카터 오스틴! 카터 오스틴 학생! 어떠신가요? 엘런 조장의 부름에 응답하실 건가요?”
카터 오스틴이란 이름의 학생은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언뜻 주황색으로까지 보이는 밝은 갈색 머리의 남자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네.”
“좋아요! 그럼 카터 학생은 여기 엘런 학생의 뒤로 서 주실래요?”
카터는 좋게 말하면 느긋하게, 나쁘게 말하면 속 터지게 이쪽까지 내려왔다.
그 혼자만 다른 시간대에서 사는 듯 느릿느릿한 걸음은 보는 사람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엘런은 본인 자체가 느릿하게 걷는 사람인지라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좋아요! 그럼 다음은 카르디아 학생!”
“네! 저는 오칼튼 학우를 뽑겠습니다!”
조원 뽑기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조장들은 자신의 차례가 오면 기다렸다는 듯 학생들을 뽑아 갔고 남겨진 학생들은 점차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것 자체가 자신들의 순위를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황제부터 농민들까지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재다능하고 재능있는 자를 좋아한다.
경쟁에서 뒤처지고 걸러지기 시작하는 이들은 선택에서 도태될 뿐이었다.
그렇기에 조장들 모두 한 명이라도 더 뛰어난 학생들을 영입하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남은 학생들을 재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엘런만은 아니었다.
그의 선택은 처음부터 복잡미묘했다.
엘런의 첫 번째 조원이 된 카터 오스틴을 시작으로…….
“세디 아이언핸드 학우를 뽑고 싶군요.”
“레우스 뉴문 학우를 뽑겠습니다.”
그가 호명한 학생들은 딱 하나 공통점이 있었다.
서로 엮인 게 아무것도 없으며 태어나 안면 한 번 본적 없는 생판 초면이란 것이다.
이것 말고는 닮은 게 단 하나도 존재치 않았다.
눈 씻고 다시 한번 찾아봐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팀을 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셋의 성적이 뛰어나냐?
그건 또 아니었다.
카터 오스틴은 꼴찌를 면하는 수준이었고 나머지는 중위권을 겉도는 수준이다.
여기서 더 이상한 점은 그런 카터 오스틴이 학생 중 가장 먼저 조원으로 뽑혔다는 점이다.
그의 이름이 엘런에게서 호명됐을 때 교실이 적막으로 가득 찼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조원을 모두 뽑고 엘런의 뒤에선 세 명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상황 파악하기에 바빴다.
“좋아요! 이렇게 열 명의 조장과 열 개의 팀이 정해졌습니다! 시간은 딱 한 시간이 남았네요! 이때 동안은 각 속성에서 파티 레이드에 유용한 마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모두 자리로 돌아가세용!”
다들 제자리로 가면서 조장과 팀원은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기 바빴다.
자신을 뽑아줘서 고맙다느니, 앞으로 잘해보자느니 이런 가식적인 인사들이 귀를 따갑게 했다.
그러나 엘런의 조원은 그런 인사 대신 근본에 다가간 질문을 던져왔다.
“나를 왜 뽑은 거야?”
세디 아이언핸드.
빛바랜 강철처럼 짙은 회색 머리를 늘어뜨린 그녀는 키아와 비슷한 키로 엘런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은 커다랗고 동그랬으며 의심이 절반 놀라움이 절반씩 섞여 있었다.
그녀의 뒤에 있는 레우스 뉴문도 비슷한 질문을 하고 싶은 듯하다.
카터 오스틴은 올 때처럼 느릿하게 제자리로 돌아갔는데도 말이다.
엘런은 초장부터 귀찮게 하는 조원들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끝나고 중앙성으로 와라. 문은 열려 있으니까 그냥 들어와.”
엘런은 그 말을 끝으로 제자리에 앉았다.
그 명백한 축객령에 둘은 더 이상 뭐라 말하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본래 옆에 앉아 있던 시에나가 엘런의 팔을 톡톡 건드렸다.
“좋지 않은 선택이었느니라.”
“뭐가.”
“네가 뽑은 조원들 말이다. 남과 어울리기보단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 갇혀 사는 이들이다. 이른바 별종들이지.”
“그러냐.”
“이러한 점들은 너와 닮았구나. 혹시 그래서 저들을 뽑은 것이냐?”
“글쎄다.”
엘런은 짧게 대답하며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이렇게 몸을 말아 두면 앉아서도 나름 안정감 있게 잘 수 있었다.
그러나 옆에 앉은 황녀님은 자신을 곤히 재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녀는 키아가 들을 수 없도록 소곤소곤 말했다.
“학생들의 이름은 어찌 알았느냐?”
“아까 실습하면서 교수님이 학생들 이름을 호명했잖아. 그때 알았어.”
“……그때 너는 자고 있지 않았느냐?”
“눈만 감고 있었지. 오크가 뿌리는 피어에 마력이 반응해서 도저히 잠이 안 왔거든.”
“그렇구……. 아니, 아니 잠시만 기다려 보거라.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이름과 얼굴을 어떻게 매치시킨 것이지?”
엘런은 조원을 뽑을 때 이름뿐만 아니라 그 학생의 얼굴도 정확히 쳐다보았다.
“목소리.”
“목소리……?”
“교수님이 부르고 학생들이 대답하는 목소리를 같이 외웠어.”
목소리는 사람의 지문과도 같다.
일부러 변조시키지 않는 한 그 사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게 목소리였다.
그래서 엘런은 평소 교실에서 들어왔던 목소리와 실습실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기억하고 비교했다.
그럼 얼굴까지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간단한 원리였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시에나는 ‘허’하고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런 판타지 같은 재능보단 눈앞에 마법 이론이 훨씬 더 현실성 있다.
시에나는 키아의 설명을 눈에 담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너의 조원들이 너의 천재성을 따라갈 수 있기를 바라마.”
엘런은 피식 웃었다.
자신이 그 세 명에게 바라는 건 수준 맞추기 따위가 아니다.
그런 하찮은 걸 바랐다면 남들처럼 상위권의 학생들로 팀을 떡칠했을 터.
엘런이 바라는 건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아주 쉬우면서 어렵고 아주 간단하면서 복잡한 무언가.
엘런은 눈을 반쯤 감으며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
“모두 수고하셨어용! 오늘 배운 마법은 돌아가서 꼭 복습해 오기! 별표 두 개 쫙쫙! 그럼 다들 안녀엉~!”
슈우우욱-!
엘런은 텔레포트로 기숙사에 돌아왔다.
오늘은 안타깝게도 오자마자 침실로 향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직접 초대한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엘런은 오랜만에 1층의 전등을 켜고 가구들의 각을 대충 맞췄다.
바닥에는 먼지가 살포시 쌓여있긴 하지만 잘 안 보면 그냥 넘길만하다.
엘런이 소파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성의 정문이 끼이익 하고 열렸다.
“들어와.”
바깥에 있던 셋은 엉거주춤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앉아.”
“…….”
“으, 응.”
왼쪽부터 차례대로 세디와 카터, 레우스가 엘런의 앞에 앉았다.
카터는 처음처럼 말이 없었고, 레우스는 여전히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눈을 부라렸다.
살짝 붉은 기가 도는 흑발의 남자다.
몸은 병기학과라 해도 믿을 만큼 다부지고 외모는 시원시원했다.
잠시간 정적이 흐른다.
엘런은 이렇게 사람을 모으고 대화를 이끌어야 했던 적은 처음인지라.
보는 거와 같이 매우 어색했지만, 엘런은 헛기침을 시작으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내가 너희를 뽑은 이유가 궁금할 거야.”
“맞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소.”
갑자기 뒤에서 톡 튀어나온 요상한 말투.
엘런과 세디, 카터의 눈이 모두 그에게 향했다.
레우스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냥 내 말투이니 신경 쓰지 않아 줬으면 좋겠소. 그럼 계속 말해보시구려.”
거의 반세기 전 무사의 말투를 서슴없이 사용하는 레우스를 뒤로하고, 엘런은 다시금 분위기를 잡았다.
“그래. 내가 너희를 뽑은 이유는 간단해. 딱 적당하기 때문이야.”
“적당……?”
“설명이 더 필요하오.”
엘런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레우스의 말투에 집중이 흐트러졌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너희는 자신들의 동네에선 다시 없을 천재(天才)라 불리며 이곳에 입학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범재(凡才)였단 걸 깨달은 케이스야. 내 말이 맞아?”
“…….”
“…….”
그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엘런은 그 유구무언을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야. 난 그래서 너희들을 뽑았어. 진짜 천재들은 내 방식대로 나가려고 하면 반발하고 튀어 오르거든.”
“……하지만 우리는 적당한 재능을 가졌으니까 튀어도 누를 수 있고 시키는 대로는 잘할 것 같아서 뽑았단 말이구나.”
“오오, 정답이야. 생각보다 말이 통하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현실은 아프네.”
세디는 쓰게 웃었다.
그녀는 중앙성으로 오면서 조금이라도 기대감을 품었던 자신을 비웃었다.
장학생인 엘런 이안느가 자신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보고 그걸 개화시켜 주기 위해 뽑았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동화에 불과했고 현실은 엘런의 톱니바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카터는 이유를 듣고도 여전히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엘런의 말을 되새기며 뭔가를 생각하던 레우스는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은 모두 평민이오. 굳이 평민을 뽑은 것도 나대지 말라는 이유에서요?”
“나대지 말라는 것까진 아니지만 영 틀린 이유는 아니야. 거기다 너희는 내게 빚을 지지 않은 몇 안 되는 평민이거든. 괜히 뒤에서 칼 맞을 일은 없어야 하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의 강점이냐 약점 따위엔 관심이 없겠구려.”
“그치. 몰라도 파티 레이드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럼 우리가 할 일은 조용히 시키는 대로 하다가 점수만 얻고 빠지면 그만인 거야?”
“그래. 어려울 거 없지?”
그러나 아직 세디는 묻고 싶은 게 남았다.
“근데 얘는 뭐야?”
그녀의 손가락은 카터 오스틴을 향해 있었다.
“우리처럼 어중간한 성적의 평민은 더 있었는데 다음 학기에 퇴학당할 것 같은 성적의 열등생을 왜 뽑았냐고.”
“듣고 보니 그렇구려. 심지어 당신은 카터 학우를 제일 먼저 조원으로 뽑았소. 생각할수록 이상하군.”
“…….”
카터도 자신이 열등생으로 취급받아도 궁금증이 앞서는 듯, 시종일관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엘런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셋과 만난 이후 처음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그저 짧게 덧붙일 뿐이었다.
“뭐가 보였거든.”
“뭐가 보였단 말이오?”
“나도 몰라. 그냥 뽑고 싶었어.”
“허허.”
레우스는 청년의 외모로 80세는 될 것 같은 노인의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제 나가. 해야 할 대화는 다 끝냈으니까.”
“……알겠어.”
“알겠소이다.”
“…….”
셋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디는 엘런의 축객령에 일어나긴 했으나 마지막까지도 걸리는 게 있는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품에서 뭔가를 꺼내서 엘런에게 넘겼다.
“……이게 뭐야?”
“아까 수업 시간에 써둔 내 프로필이야. 주속성과 할 수 있는 마법, 약점을 써뒀어.”
“이런 거 필요 없다니까.”
“그, 그래도 한 번만 읽어줘. 혹시 피드백해주고 싶은 거 있으면 다음에 만날 때…….”
“알았으니까 나가 봐.”
“으, 응.”
작은 한숨과 함께 나온 엘런의 손짓에, 세디는 조금 무안해진 표정으로 애꿎은 머리만 쓸어넘겼다.
셋은 중앙성의 정문으로 나갔다.
그들이 사라지자 엘런은 세디가 고이 접은 프로필 종이를 책상 어딘가로 던졌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열 명의 조장에게 까마귀가 편지를 전해 왔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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