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61)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61화(61/354)
#061화. 조별과제(5)
일주일 중 마지막 수업인 ‘마력과 마법의 상관관계’, 일명 마마상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금요일인 만큼 잔뜩 들뜬 학생들의 기분에 교실 분위기가 통통 튀긴 했으나 집중도는 단연 높았다.
마마상계 교수, 퍼렐라인 데 골디아는 오늘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한 채 기계적으로 분필을 움직였다.
“모두 감이 조금씩 오십니까? 이렇듯 마력은 전부 같은 듯 보이면서도 지문처럼 서로에게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법사의 소행인 특별 범죄 같은 경우에는 마력으로 범인을 특정하기도 하죠.”
퍼렐라인의 설명 속에서, 자리에 앉아있던 엘런은 고개를 꾸벅거렸다.
그 어떠한 실전도 없이 순수 100%의 이론 수업은 한마디로 수면제였고, 심지어 과다 치사량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활기 덕분에 어떻게든 버티는 듯했으나, 매일을 주말처럼 살았던 엘런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졸려서 미치겠네.”
엘런은 그냥 자 버릴까 했지만, 그의 자리는 숙면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필 정중앙이 뭐야.”
지금 엘런은 딱 고개를 들면 퍼렐라인과 눈이 마주칠 만큼 완벽한 중앙 그 자체였다.
이 교실과 학생들이 앉아있는 자리들을 과녁이라 친다면, 엘런의 자리는 10점 중에서도 퍼펙트 샷이다.
그만큼 퍼렐라인과 엘런의 아이컨텍은 수시로 이루어졌고, 교수 또한 눈치챘다.
‘장학생은 매우 졸려 보이는군. 하지만 어쩌지. 수업은 두 시간이 더 남았다. 잠들기만 해봐라.’
‘빨리 좀 끝내. 졸려 죽어버릴 지경이야.’
둘은 눈빛에 무언의 언사를 담아 서로에게 쏘았다.
……시간은 왜 이리 안 가는 것일까.
소파에 드러누워서 책을 읽고 디저트를 탐하고 있을 때면 태양이고 달이고 훅훅 지나가던데.
오늘 자 시계의 분침(分針)은 누군가 추라도 매달아둔 듯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심지어 초침(秒針)조차 달팽이처럼 꾸역꾸역 전진하는 중이다.
시침(時針)은 또 어떠한가.
앞에 두 사람에 비해 압도적으로 느리고 압도적으로 지루하게, 세월아 네월아 움직이고 있다.
엘런은 그 시간의 삼 형제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과거 시에나가 했던 말이 불쑥 떠올랐다.
-수업에 집중해 보거라. 그럼 시간도 빨리 가기 마련이다.
엘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어차피 잘 수도 없고 수업도 더럽게 많이 남았다면 이쪽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엘런은 시간의 삼 형제의 등쌀이라도 떠밀어보았다.
아공간에서 펜을 꺼내고, 자습서와 수업 교재를 꺼냈다.
수업이 시작되고 한 시간 만에 빛을 보는 교재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나긴 했으나 엘런은 이 책을 오늘 처음 펴보았다.
‘오늘은 몇 쪽을 배우는 거지?’
엘런은 칠판과 교재를 대조해가며 페이지를 찾기 시작했다.
“21페이지입니다. 엘런 이안느 학생.”
“……감사합니다.”
엘런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퍼렐라인이 말한 21p를 폈다.
그와 동시에 앞에 있던 퍼렐라인이 입을 열었다.
“방금 막 교재를 편 엘런 학생을 위해서 지금까지 했던 수업을 요약해주실 분 있으십니까? 그 학생에겐 가산점을 드리도록 하죠.”
번쩍-! 번쩍-!
사방에서 학생들이 손을 들어 올린다.
역시 1학년들에게 가산점은 없던 힘도 솟아나게 하는 마법의 문구다.
그 어떤 버프 마법 주문보다 저 세 글자가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일 것이다.
퍼렐라인은 손든 학생들을 쭉 보다가 한 명을 집었다.
“거기 뒷열에 학생. 말해보시죠.”
“라제나 히로입니다. 최근 한 시간 동안 퍼렐라인 교수님께선 마력의 특징을 나열하셨고 총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불변성과 개별성, 마지막으로 전이성입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개념만 나불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 설명까지 곁들여 보시겠습니까?”
“첫째로 불변성은 한 번 타고난 마력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고, 둘째로 개별성은 모든 마력이 차별화되어있으며 마지막 셋째로 전이성은 마력이 사용자에게서 다른 물건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퍼렐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라제나를 치하했다.
“잘하셨습니다. 깔끔한 설명이군요.”
“감사합니다.”
그처럼 손을 들어 올렸던 다른 학생들은 그를 째릿 하고 노려본다.
그러나 라제나는 별로 개의치 않은 듯 퍼렐라인의 박수만 겸손히 받아들였다.
“엘런 학생. 잘 들으셨겠죠.”
“예. 잘 들었습니다.”
“따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없습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이전에 퍼렐라인이 깔끔한 설명을 해서인지, 라제나가 요점 정리를 잘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말했던 세 가지 특징은 명확히 머릿속에 들어왔다.
“다행이군요. 엘런 학생은 그럼 이제부터라도 수업에 잘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오늘 수업은 지금부터가 진짜니까요.”
그는 씨익 웃으며 칠판에 적혀있던 모든 걸 깡그리 지워냈다.
처음처럼 회백색으로 변한 칠판에, 퍼렐라인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분필을 움직였다.
그 끝에서 피어난 건 여러 공식과 수식으로 즐비한 무언가였다.
퍼렐라인 특유의 고풍스러운 필기체와 합쳐진 그것은 언뜻 아름답게까지 보인다.
그래. 수의 예술이었다.
앞으로 저걸 익히고 이해해야 한다는 자각만 없었더라면 수식들은 보기에 퍽 예뻤다.
탁-
불꽃처럼 움직였던 퍼렐라인의 분필이 온점을 찍는 것으로 독주의 막을 내린다.
“제가 나열한 수식들이 몇 개라고 보십니까? 이것 또한 가산점을 드리도록 하죠.”
후욱-! 후욱-! 후욱-!
다시 한번 학생들의 손이 용오름 치듯 솟구쳤다.
다들 그렇게 자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무대포로 뛰어드는 걸까.
알 수 없었지만, 엘런은 그냥 손을 들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가산점이라는 건 필기나 실기에서 점수가 떨어질 걸 대비해 들어두는 보험이다.
그럼 점수를 안 떨구면 그만 아니냐.
그래서 엘런은 손을 들지 않았다.
곧이어 퍼렐라인이 한 명을 지목하고, 그 학생을 시작으로 여러 개의 답변과 근거가 튀어나왔다.
“10개입니다! 교수님은 총 열 개의 줄로 수식을 완성하셨는데 각 줄마다 수식의 성질이 모두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7개라고 생각합니다! 수식의 성질이 모두 보이긴 하지만 몇 개는 없어도 되는 게 있어서 그것들을 지우면 총 7개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4개로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까 각 수식들은 연결점이 있어서 어찌 보면 같은 수식이라고 볼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4개라고 결론지었습니다.”
“23개 정도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수식의 최소 조건들로만 따져봤을 때 자잘하게 나눌 수 있는 것들이 꽤나 많아서 하나씩 다 나눠보면 23개까지 나오거든요.”
퍼렐라인은 학생들의 답변과 근거에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맞다고도 하지 않고 틀리다고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주억이며 학생들의 생각을 한 데로 모을 뿐이었다.
그렇게 손을 든 모든 학생의 답변을 취합한 퍼렐라인은 묵묵히 닫았던 입을 열었다.
“여러분 모두 틀렸습니다.”
학생들의 얼굴에 작은 탄식이 맴돌았다.
그러나 엘런의 얼굴만은 처음처럼 나태와 권태에 찌들어져 있었다.
이미 알고 있어 어떤 감흥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퍼렐라인이 그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이쯤에서 엘런 학생의 생각도 한번 들어보고 싶군요. 엘런 학생은 저 칠판을 가득 채운 수식이 몇 개라고 생각하십니까?”
엘런은 살짝 고개를 들어 훤칠한 키의 퍼렐라인을 올려다봤다.
이 교수는 진심으로 자신에게 묻는 건가, 아니면 얄팍한 호기심으로 떠보는 건가.
엘런은 그의 푸른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귀찮다는 듯 눈을 반쯤 감으며, 짧게 대답했다.
“한 개입니다.”
“……!!”
“……?!”
학생들은 대번에 깜짝 놀라며 그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열 줄이 다 되는 길이가 어떻게 한 개야!”
“모두 조용.”
퍼렐라인의 한 마디에 다시금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는 교실.
그는 다른 학생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엘런에게 말했다.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아까 다른 학우들이 그랬죠. 수식의 핵심들도 곳곳에 널려 있고 최소 조건도 훌쩍 넘겼으니 이건 몇 개다, 저건 몇 개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말이죠?”
“이 수식에는 패턴이 있습니다. 그 자체는 무작위지만 패턴을 이루는 수식들은 총 네 개로 정해져 있더군요.”
“이리 나와서 설명해 보시죠.”
엘런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웬만해선 절대 일어나고 싶지 않았으나 교수의 말이니 무시할 수도 없다.
결국 칠판 앞까지 나온 엘런은 분필까지 들고 다시금 설명을 시작했다.
“아까 제가 말한 패턴들을 표시해보겠습니다.”
엘런은 분필을 움직였다.
곧이어 첫 줄의 수식에 동그라미가 하나씩 그려진다.
“예를 들어 이 네 개의 동그라미들을 A, B, C, D라고 해보죠. 교수님은 딱 처음 정도만 이것들을 순서대로 쓰고 그 뒤부턴 무작위로 섞어버리셨습니다. 개중에는 겹치는 것도 있었고, 언뜻 연결되는 것도 있었죠. 그래서 학우들이 헷갈렸던 거고요.”
앞에서 그의 설명을 듣던 학생들은 입을 쩍하고 벌렸다.
이 머리 아픈 수식을 저렇게도 볼 수 있구나.
“이러한 이유로 저는 이 열 줄의 수식이 한 개라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모두 말은 되지만 엉망일 뿐이고 제대로 된 건 첫 줄, 첫 번째인 오리지널밖에 없으니까요. 제 생각이 맞을까요, 교수님?”
퍼렐라인은 그 어떠한 호응도 없이, 그저 빤히 엘런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주억이지도 않고 대답을 하지도 않았으며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침묵하던 그는 한 가지를 물었다.
“엘런 학생이 찾은 그 오리지널 수식. 어떤 마법의 것인지 알겠습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엘런도 최대한 파악해보려 했지만, 이 짧은 한 줄의 수식은 그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퍼렐라인은 바닥에 붙여둔 것 같았던 발을 움직이며 말했다.
“남은 한 시간 동안의 주제가 될 수식입니다. 본래라면 제가 이 수식을 찾아내고 수업을 이어나갈 참이었는데, 엘런 학생이 밝혀내 주었군요. 감사드립니다.”
“예.”
“후훗, 그럼 이만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모두 엘런 학생에게 박수를.”
짝짝짝짝짝짝-
엘런은 영 실속 없는 박수갈채와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전신으로 꽂혀 든 눈빛에는 시기와 질투, 시샘이 잔뜩 담겨 있었다.
아까 라제나가 받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엘런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아이스크림과 디저트, 숙면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뒤에서 떠드는 자들의 생각이나 수군거리는 소리 따위 귓가에 닿지 못한다.
엘런이 돌아가고, 퍼렐라인은 다시금 마력 분필을 잡았다.
“수업을 다시 진행해보죠. 아까 엘런 학생이 표시해준 수식은 사실 어떤 마법에 넣어도 좋은 유명한 재료입니다.”
퍼렐라인은 그 수식을 제외한 다른 불필요한 것들을 싹 다 지우고, 새로운 수식을 적어나갔다.
그건 여기 모든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체인의 수식이었다.
“이건 체인을 이루고 있는 수식입니다. 하지만 여기다 이 수식을 더하면 어떻게 될까요.”
“보, 보통은 마법 자체가 무너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본래 수식은 완성되어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보통이라면 그렇죠. 하지만 이 수식은 ‘마법사들의 마법’이라고 불립니다. 그런 것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퍼렐라인은 직접 시범을 보였다.
수식을 사용해서 체인의 마법진이 그려지는 와중에, 그 수식을 짜 넣는다.
순간 체인 마법진은 부서질 것처럼 부들거리더니 곧이어 안정화에 접어들고 나아가 몸집이 더욱 불어났다.
“보이십니까? 이 변화가?”
“마, 마법진이 더 단단해졌어요.”
“맞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결속력이 올라가 구태여 정신을 집중하지 않더라도 마법 유지가 가능하죠.”
엘런의 눈이 먹잇감을 포착한 뱀처럼 번들거렸다.
‘괜찮은 놈이야.’
저거라면……. 저 수식이라면…….
속성을 품은 마력이 가진 양날의 칼날을 제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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