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6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63화(63/354)
#063화. 조별과제(7)
엘런은 뒤에 조원들을 주렁주렁 데리곤 생활 구역을 전전했다.
물론 처음에는 어디 빈 구석으로 가서 구상해두었던 훈련을 펼칠 생각이다.
그러나 조별 과제로 한층 뜨거워진 생활 구역은 빈 곳 없이 빽빽했다.
좀 괜찮다 싶으면 어김없이 다른 조가 차지한 채로, 저들끼리 연습을 강행하고 있었다.
“자리가 이렇게 없나.”
“중앙 광장은 널널하지 않을까?”
“왜 널널하겠어. 광장은 너무 트여있어서 우리 조의 전략이나 전력이 노출될 수 있으니까 다들 피하는 거야.”
“조, 조끼리 대결하는 게 아닌데도 다들 그런 걸 신경 쓰는구나.”
엘런은 고개를 살짝 틀어 세디를 내려다보았다.
이 소녀는 순진한 건지 아니면 너무 좋은 세상을 살다 온 건지 구별이 안 된다.
엘런은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 여기 모인 애들은 조별과제만 하고 다신 안 볼 사람들이 아니잖아. 과다한 전력 노출은 훗날에 발목을 잡을 수 있어.”
“동감하오. 모름지기 숨겨진 칼날이 있어야 내보인 칼날도 더 빛나는 법이지.”
“……너는 말할 때 신호 좀 보내고 해. 깜짝깜짝 놀라잖아.”
“조장도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야. 우리도 아까 전까진 그랬어.”
“미안하오. 헌데 우린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이오?”
엘런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대답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으, 응?”
“어딜 가고 있긴 한데 그곳을 뭐라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거든. 하지만 우리의 조건을 전부 충족하는 곳이야.”
“넓고 눈에도 잘 띄지 않는 곳을 말하는 거요?”
“그래, 그래.”
“아직 그런 자리가 남아있다니 놀랍구려. 어떤 조는 텐트까지 쳐가며 자리 선점에 열심이던데.”
자리 경쟁이 그렇게 치열했었나?
하지만 지금 가는 곳은 그런 뜨거운 열정의 열기조차 닿지 못한 만큼 외졌다.
엘런과 세디, 레우스, 카터는 그가 이끄는 대로 어떤 미로 같은 골목에 입성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꺾고.”
엘런은 그날의 기억에 의존해서 길을 찾았다.
뭐든 처음만 어렵지 두 번째부턴 익숙한 것처럼 그는 처음보다 훨씬 빠르게 골목 끝의 빛을 찾아냈다.
“다 왔어. 저기로 나가면 돼.”
“……확실히 골목을 이렇게 통과해야 하면 학생들이 없는 것도 당연하겠구려.”
“그, 그러니까 말이야.”
“미묘해.”
카터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가 먼저 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세디는 관심을 보이며 그의 옆으로 따라 걸었다.
“미묘하다고? 뭐가?”
카터가 팔을 들어 올렸다.
그는 검지로 어딘가를 가리켰고 거긴 엘런이 나아가는 골목 끝의 빛이 있었다.
레우스는 그 미묘하다는 말에 동감했다.
“심장을 간질이는 뭔가가 있구려.”
“그, 그래? 나는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데?”
세디는 자신의 몸을 더듬거려봤지만 그렇다고 어떤 느낌이 오진 않았다.
“이상한 건 없으니까 안심해도 돼. 오히려 엄청 맛있는 찻집밖에 없으니까.”
“찻집……?”
“이런 곳에 말이오?”
“그래. 보면 알어.”
넷은 골목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잔디가 균일하게 자란 바닥이었다.
그 위에 자리 잡은 오두막 한 채는 오늘도 불이 다 꺼진 채, 인기척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여기서 오늘의 훈련을 할 거야.”
“저긴 누가 살고 있는 것이오?”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하프 엘프 한 분이 살고 계셔.”
“그렇구려. 과연 인간 문명과 이리 맞닿아있는데도 숲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이오.”
레우스는 가슴을 쭈욱 펴며 이곳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너는 인간 문명이랑 되게 멀었던 것처럼 말한다?”
세디가 ‘하핫’하고 웃으며 하는 말에 레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이다. 나는 숲에서만 살았소.”
“으, 응?”
“잡담은 그만. 여기 공간을 써도 되는지 허락을 구해야 해.”
“알았어.”
“알겠소이다.”
엘런은 오두막으로 다가갔다.
역시 오늘도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다만 저번과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오두막의 주인이 방에 있지 않고 밖에 나와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 때문에 단잠에서 일어난 걸까.
무표정으로 일관되는 얼굴 탓에 찻집 주인의 생각을 알기란 쉽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왔었는데 기억하시나요?”
찻집 주인은 엘런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엘런은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조별 과제 때문에 훈련할 만한 공간이 필요한데 이곳에서 해도 되냐고.
찻집 주인은 고민하는 건지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는 건지 모르게 꽤나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대신 저도 공짜로 빌려주라는 건 아니에요.”
엘런은 아공간을 열고 다섯 개의 금화를 꺼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사치란 사치는 다 부릴 수 있는 정도의 돈이다.
그러나 찻집 주인의 눈은 여전히 냉담했다.
언뜻 자신이 꺼낸 게 금화가 아니라 금화 모양 초콜릿이 아닌가 하고 헷갈릴 정도다.
“그렇다면…….”
엘런은 금화를 집어넣고 다시 한번 아공간을 뒤져보았다.
“괜찮은 게 없네.”
여기 있는 거라곤 교재 나부랭이들과 돈, 그리고 비상시를 위해 남겨둔 포션들, 디저트가 끝이었다.
엘런은 스읍 하고 숨을 삼키며 디저트라도 꺼내보았다.
“이거…… 드실래요? 맛이 괜찮은데. 저번에 주셨던 쿠키랑 비슷한 맛이에요. 그런 단맛을 좋아하시면 이것도 마음에 들어 하실 것 같아요.”
찻집 주인은 엘런이 꺼낸 디저트로 시선을 옮겼다.
바스락거리는 포장지에 쌓인 그것은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겉으로만 봐선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엘런은 포장지를 까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드셔 보세요.”
“…….”
찻집 주인은 가녀린 손가락으로 디저트, 초콜릿 머핀을 받아들었다.
그녀는 머핀에 코를 갖다 대며 냄새를 맡고 볼에 비벼도 보았다.
……왜 그런 짓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싫어하지만 않으면 됐다.
곧이어 찻집 주인의 앵두 같은 입술 사이로 머핀이 쏘옥 들어갔다.
그렇게 크지 않은 입으로 들어온 머핀은 그 안에서 우물우물 움직였다.
“입맛에 맞으세요?”
끄덕- 끄덕-
의외로 찻집 주인은 빠르게 그것을 인정했다.
금화보다 디저트로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 이후로 처음 봤다.
엘런은 왠지 자신과 동류를 발견한 듯한 기쁨에 디저트를 하나 더 꺼내 보였다.
“앞으로 여기 올 때마다 이런 걸 드릴게요. 오두막 앞을 쓰게 해주신다면요.”
찻집 주인은 갈등하는 듯했다.
물론 그녀의 손은 이미 엘런이 꺼낸 또 다른 디저트에 있었다.
역시 디저트의 단맛은 중독적이다.
한 번 빠지면 질릴 때까지 먹어줘야 할 만큼 한 개로 만족되지 않는 게 디저트다.
“열 개…….”
“네?”
“열 개. 다음부터는 열 개씩 가져와야 해.”
새벽 공기 같은 청초한 목소리가 오두막 안을 짙게 감싸 안았다.
엘런의 귓가에 포근하게 내려앉은 그녀의 말은 순간 그조차 멍하게 만들 만큼 신비했다.
그래도 엘런은 빠르게 현실로 돌아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여기 올 때마다 열 개씩.”
찻집 주인은 다시금 입을 꾹 다물며 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물론 손에는 방금 엘런이 하나 더 쥐여준 디저트가 꼬옥 들려 있었다.
엘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
그의 목소리에 찻집 주인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고개만 아주 살짝 돌려 엘런을 쳐다보았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끝내라는 듯한 무언의 압박에, 엘런은 질질 끌지 않고 단번에 말했다.
“이름이 뭐예요?”
찻집 주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질문을 바꿔볼까.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해요?”
“……델.”
“알겠어요, 델. 그럼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델은 그렇게 방 안으로 사라졌다.
쿵-
그녀가 방문 뒤로 사라지자 엘런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차 한 잔만 달라고 했으면 쫓겨났겠지?”
벌건 대낮에 갑자기 우르르 찾아와서 마당을 빌려달라고 생떼를 쓰는 놈이 차까지 내놓으라고 한다.
당장 자신이 생각해봐도 머리를 얼려줬을 거다.
엘런은 마당을 맘대로 쓰게 됐다는 결과에 만족하기로 하며 이만 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됐어?”
“허락은 맡아뒀어. 이제 편하게 쓰면 돼.”
“다행이구려.”
엘런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그들이 있는 마당으로 나왔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뭘 할 건지 알려줄게.”
“합동 공격을 연습하는 거 아니야?”
“만약 그걸 기대했다면 미안하지만, 완전히 틀려.”
엘런은 셋을 일렬횡대로 세웠다.
왼쪽부터 세디, 레우스, 카터가 멀뚱히 엘런을 쳐다보고 있다.
그는 셋의 앞에서 설렁설렁 걸으며 오늘의 목적을 입에 담았다.
“오늘 할 일은 서로의 약점을 인정하고 그 약점을 강점으로 뒤바꾸는 것에 있어. 우리의 조별 과제는 이것으로 시작해서 이것으로 끝날 거다.”
“우리의 약점……?”
“그래. 너희의 약점.”
“잘 모르겠소만. 우리의 약점을 조장은 알고 있는 것이오?”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씩 말해볼까?”
그는 제일 왼쪽에 있는 세디를 가리켰다.
“너는 자신의 주속성을 쓰면 종족의 특성 탓에 몸이 인간과는 확연히 다르게 변하지. 그래서 주속성이 아닌 다른 속성을 애써 쓰고 있어.”
“그, 그걸 어떻게……. 프로필에는 그런 말을 쓰지 않았는데……?”
“그리고 레우스. 너는 애초에 인간과 거리가 멀지?”
레우스는 침묵하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맞소이다. 나는 사실 늑대인간이오.”
“그래서 피를 보면 흥분하고 전투의 희열에 빠져서 제대로 사고하는 게 힘들어. 자칫하다 통제력을 잃으면 늑대 반 인간 반의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정확하구려. 나를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 같소이다.”
“연구는 무슨. 성숙하지 못한 늑대인간의 대부분이 그래.”
카터는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세디는 레우스가 늑대인간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늑대인간은 수인 중에서도 희소종으로서 그 개체수가 세계적으로 따져도 십만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짝 털 냄새 같은 게 났구나.”
“흠흠……. 그건 미안하오. 어쩔 수 없는 살 냄새라 아무리 목욕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구려.”
“아, 아니야. 나도 그냥 남들보다 감각이 더 예민해서 그런 것뿐이야.”
“세디도 인간이 아닌 거요?”
세디는 말하기를 살짝 망설이다가 그냥 지르자는 마음으로 고백했다.
“저, 정확히 말하면 혼혈이야. 아버지가 드워프시거든.”
“호오, 신기하오.”
“고마워.”
세디는 작게 웃으며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작은 키와 눈에 띄는 단단한 골격, 회색 머리칼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조에 모인 두 명이 인간과 거리가 먼 이들이다.
그럼 나머지 한 명도?
레우스와 세디의 눈이 카터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런 의심과 다르게 카터란 남자는 평범한 인간 태생의 사람이다.
“다들 그렇게 보지 마. 카터는 피가 섞이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그, 그렇구나. 미안, 카터.”
“미안하오.”
카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여기 카터의 약점은 두려움인 것 같아.”
“…….”
순간 카터의 어깨가 옅게 떨렸다.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선을 넘는 걸 무척이나 꺼려하고 있어.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그럼 카터가 사실은 하위권의 전력이 아니란 소리야?”
“그 선을 넘는다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레우스와 세디가 궁금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조장은 우리가 그렇다는 걸 어떻게 안 거야?”
엘런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글쎄. 별 건 없어. 그냥 너희가 오크와 싸울 때 다른 애들이 싸우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거든.”
“싸우는 게 달랐다? 어떻게 말이오.”
“예를 들어 레우스 너는 의식적으로 코로 숨 쉬는 걸 자제했어. 코로 숨을 쉬면 혈향이 늑대인간의 본능을 깨우니까.”
“……맞소.”
“세디 너는 주속성이 아닌 걸 쓰니까 마력이 어색해서 잔실수를 하고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오질 않았지.”
“마, 맞어.”
이젠 양팔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카터는 오크와 싸울 때 모든 행동으로 망설임이 깃들어 있었어. 그리고 마법의 출력을 본인이 제한을 둔다 해야 하나. 고점을 노리는 걸 아예 포기한 사람처럼 말이야.”
엘런은 이젠 자신을 귀신 보듯 하는 셋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난 이제부터 너희의 이런 약점을 극복하게 도와줄 거야. 그리고 결과적으론, 이번 조별 과제에서 만점을 받을 생각이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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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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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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