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6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64화(64/354)
#064화. 조별과제(8)
엘런은 손뼉을 짝하고 치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럼 빠르게 빠르게 가보자고. 해질 때까지만 여기 있을 거니까.”
“우리는 밤샘 훈련 뭐 이런 거 안 해……?”
“밤을 새워서도 안 될 거면 당장은 안 되는 거야.”
“그, 그렇구나.”
“그런 건 맨정신인 상태에서 천천히 해야 더 빠르게 할 수 있어. 일단 졸려 죽겠는데 마법을 어떻게 쓰냐.”
엘런의 대답 이곳저곳에 가시가 뻗쳐있다.
레우스와 세디는 서로 소근소근 속삭였다.
“아무래도 조장은 밤을 새우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듯 보이오.”
“너도 그렇게 보이지? 나는 아카데미 필기시험 때문에 밤새는 건 익숙해서 하루 정돈 눈 감고도 할 수 있는데.”
“나도 그렇소. 애초에 늑대인간은 야행성에 더 가까우니 말할 것도 없소이다.”
엘런 조의 밤샘 훈련은 다른 누구도 아닌 조장이 밤을 새우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탓에 기각되었다.
“그럼 카터부터 와봐.”
호명된 자신의 이름에, 카터 오스틴은 저벅저벅 그에게 다가갔다.
카터를 앞에 둔 엘런은 일단 한숨부터 살짝 내쉬었다.
“다른 애들은 문제점이 뭔지 정확하게 알겠는데 너만 조금 애매해. 네가 넘지 않으려는 선이 뭔지 난 도저히 모르겠거든. 아마 이 구역에서 너만 알고 있겠지.”
“…….”
“하지만 네가 이 아카데미에 들어왔다는 건 어딘가 천재적인 구석이 있어서일 거 아니야. 내가 심사위원이라 생각하고 실기 때 썼던 마법을 보여줘 봐.”
여기 생활 구역 내에 모든 1학년 생들은 필기와 실기 평가를 치렀다.
개중에 실기는 어떤 마법을 심사위원들에게 선보여야 했고, 그들의 시선을 빼앗아야 끝내 합격할 수 있었다.
여기 늘 멍해 보이는 눈빛을 한 카터 오스틴도 그 정도의 마법을 펼쳤기에 여기로 올 수 있었을 것이다.
“…….”
카터는 제자리에서 가만히 있다가, 또는 주변을 살짝 둘러보다가, 한쪽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빼빼 마르고 뼈마디가 눈에 띄게 보여 조금 무서울 지경이었다.
이 손만 보면 돌로레스가 아니라 카터에게 마녀 칭호를 붙여줘야 할 것 같다.
어찌 됐든 그런 카터의 손 위로 마력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색깔이 어딘가 이상했다.
“녹색……?”
녹색은 녹색인데 숲의 푸름 같은 그런 자연 친화적인 색이 아니었다.
하수구 깊숙한 곳, 그 안에서도 파고파고 또 파내야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눅진한 오물의 색.
마력에 냄새가 있을 리 없는데도 어디선가 역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다.
“오크랑 싸웠을 때는 이런 마력이 아니었는데?”
“나도 기억하오. 이런 색의 마력을 다루는 자는 우리 40명 중에 없었소이다.”
“그럼 이걸 학교생활 내내 숨겨왔던 거군.”
카터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기형의 마력은 학계에도 보고된 바가 적다.
하지만 기형이 기형이라 불리게 된 데에는 단순히 색깔만 달라서가 아니다.
우두두둑-!! 우두둑-!!
기형의 마력을 피워내던 손에서, 검붉은 핏줄이 피부를 뚫을 것처럼 올라오기 시작했다.
“카, 카터!”
세디의 다급한 목소리도 잠시, 그 핏줄은 손을 시작으로 손목을 넘어 팔까지 전염병처럼 번져갔다.
곧이어 그게 목까지 침범하려는 순간.
파스스스스스스스-
카터는 주먹을 꽉 쥐어서 불씨를 꺼뜨리듯 기형의 마력을 잠재웠다.
이 모습을 쭉 지켜본 엘런은 굳게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선천적인 거야?”
끄덕- 끄덕-
“이걸 본 심사위원들이 뭐라고 했어?”
“……지금까진 그걸로 역경을 헤쳐왔겠지만, 정확한 사용법을 알게 될 때까진 쓰지 말라고. 이 마력은 광기를 가지고 있어서 사용자의 정신을 좀먹는다고. 계속 사용하면 끝내 살육만 생각하는 광인이 될 거라고 그랬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카터의 머릿속에 기억된 그들의 말은 거짓일 가능성이 무척이나 적었다.
그들보다 마법의 조예가 적은 엘런이 보아도 카터의 특이 마력은 위험했으니까.
거기다 어떤 한 부분에서 더욱 공감을 했다.
“사용법을 알게 될 때까진 쓰지 말라고 했잖아. 그럼 같이 알아가 보자고. 그 사용법을.”
엘런의 말에 시종일관 멍해 있던 카터의 눈에, 처음으로 이채가 서렸다.
“하, 하지만 심사위원님들이 뭐라고 했는지 조장도 들었잖아. 잘못해서 카터가 망가지면 어떡해!”
“괜찮아. 다 외워뒀으니까.”
“뭐, 뭘 외워둬?”
엘런은 카터의 팔을 잡으며 그 위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네 마력은 창칼처럼 날카롭고 그걸 든 도적처럼 난폭해. 그래서 그런지 이동 경로도 파악하기 쉽더라고?”
당연하게도 은밀한 것보단 대놓고 움직이는 게 포착하기 훨씬 쉽다.
카터의 마력도 마찬가지다.
“그 마력은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할 때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다가 손으로 올 때 가장 약해지기 시작했어. 그 말은 뭐겠어? 코어에서부터 전신에 마력을 뺑뺑이 돌리다 보면, 카터의 마력은 길들여지기 시작한다는 거야.”
“……!!”
“……!”
“코어에서 여기 손바닥까지 직통으로 오게 되면 아직까지 난폭한 마력 상태를 유지하게 돼. 그럼 거기까지 가는 길을 확 늘려버리면 그만이야. 내 말 이해했어?”
끄덕- 끄덕-
카터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마력. 체내에서 회전시켜도 아까 같은 반응이 일어나?”
“……느리게 나타나.”
“그걸 시간으로 따지자면 어느 정도야?”
“1분 정도.”
“충분하네.”
엘런은 씨익 웃으며 카터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그럼 이제부터 그 마력의 쓸모를 알아보자.”
***
엘런은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카터에게서 지금까지 마력을 썼을 때 나타난 일, 위력, 특이점을 전부 들었다.
그는 말수가 적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미사여구 없이 딱 원하는 부분만 핵심을 콕콕 집어서 말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엘런이 딱 원하는 대화이자 아주 효율적인 대화였다.
그는 고개를 주억이며 지금까지 카터가 말했던 것들을 종합해보았다.
“그러니까 너의 마력은 남들보다 훨씬 더 큰 피로도를 요구하지만 적은 양으로도 뛰어난 파괴력을 가지고 그 파괴력은 너의 몸까지 피해를 준다는 거지?”
끄덕- 끄덕-
보통의 마법은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다.
그러나 카터의 마법은 같은 마력 대비 훨씬 커다란 파괴력을 지니는 대신 본인에게도 위력이 미치는 듯했다.
“근데 오크를 잡을 때는 보통의 마력을 사용했잖아. 너가 조절할 수 있는 거야?”
“코어를 쥐어짜면 가능해. 하지만 속도도 느리고 위력도 훨씬 떨어져.”
“넌 그런 마력으로만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해온 거고?”
끄덕- 끄덕-
이 녀석 생각보다 힘들게 살았다.
힘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게 얼마나 답답한 건지 엘런 그도 카터만큼이나 잘 알고 있다.
자신도 크레센티아라는 대가문의 힘을 일절 끊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그 힘을 끌어내는 게 불가능하지만 얘는 할 수 있어.’
그렇게만 된다면 이번 조별 과제는 곱절로 쉬워질 게 뻔했다.
옆에 잔디밭에 눕듯이 앉아 있던 세디가 조그마한 발을 탁탁 부딪치며 말했다.
“포션은 쓰면 안 되려나? 내가 다른 건 몰라도 포션 제조는 자신 있거든.”
“포션?”
“응. 사실 뭐 우리가 여태껏 배운 포션 중에 전투에 쓸만한 건 손아귀 포션 정도가 전부긴 하지만 말이야. 근데 그마저도 만들기 엄청 어렵잖아.”
“기억나오. 나도 열처리나 가공 단계에서 완전히 망쳐버렸소.”
“나는 그래도 거의 성공 단계까진 갔거든? 그런데 시간이 모자라서 용액을 충분히 못 끓였어. 너무 아쉬웠다니까.”
엘런은 옆에서 재잘재잘 떠드는 잡음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곤 기억을 뒤져보았다.
마지막 규칙이나 키아가 언급한 것 중에 포션을 쓰지 말라 했던 적이 있었나?
답은 금방 도출되었다.
“그런 적 없지.”
엘런은 세디를 돌아보았다.
“처음으로 도움이 됐어.”
“으, 응? 내가?”
“그래. 네 덕분에 길이 좀 트이는 것 같다.”
세디는 조금 부끄러운 듯 몸을 동그랗게 말며 붉어진 얼굴을 숨겼다.
엘런은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다.
“카터는 여기서 마력을 체내에서 굴리는 연습을 하고 있어. 잠깐 오두막에 다녀올게.”
“나, 나랑 레우스는 뭘 하고 있을까?”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할 마음의 준비를 해. 너희가 가장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여태껏 꼭꼭 숨겨왔던 걸 드러내는 수밖에 없어.”
“저, 정말 꼭 그래야 하는 거야?”
“세디. 이미 마음먹은 바 아니오. 아무리 도망쳐도 근본은 바뀌지 않소이다.”
아직 망설이는 세디와 그래도 굳건히 마음을 먹은 듯한 레우스.
이건 저들의 문제이니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나아가든 자신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
엘런은 둘을 뒤로하고 오두막에 들어갔다.
오두막은 여전히 조용했고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엘런은 알고 있었다.
이곳엔 신비한 목소리와 분위기를 가진 하프 엘프 한 명이 살고 있다는 걸.
“델. 혹시 계신가요?”
끼익-
말이 끝나자마자 오두막 안에 있던 문이 열렸다.
이번에도 썩 좋지 않은 표정이다.
“죄송하지만 혹시 여기 솥이 있을까요? 포션을 만들려고 하는데.”
“…….”
“흠흠. 죄송합니다.”
엘런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몸을 돌렸다.
드르르르륵-
그때 뒤에서 뭔가를 바닥에 끄는 듯한 소음이 들려왔다.
엘런이 그 소리에 눈을 돌리니, 두껍고 새까만 솥 하나가 바닥에 있었다.
솥 안에는 용액을 끓이기 위한 장작이 들어 있고 커다란 주걱도 보인다.
“감사합니다.”
털썩-
솥 옆으로 떨어지는 커다랗고 낡은 자루.
델은 자루로 작게 턱짓했다.
열어보라는 뜻 같다.
엘런은 자루를 묶은 끈을 풀며 그 안을 살폈다.
자루에는 포션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재료들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이 정도만 있으면 기초 포션 정돈 전부 무리 없이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재료까지 주실 줄은 몰랐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재료는 정 안되면 밖에서 캐올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리 풍족하게 생겼다.
“그럼 다시 가볼게요. 이젠 더 이상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엘런은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이며 솥과 자루를 들고 밖에 나갔다.
다시금 혼자 남겨진 델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소년 소녀를 바라보았다.
오두막의 마당이 이렇게 활기찼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이렇게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처음에는 귀찮기만 했는데 이젠 지금 같은 소란스러움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분명 있었다.
본래라면 이 공간의 정체와 존재를 느끼지도 못했을 이들이, 방금 전 남자와 같이 오자 보란 듯이 마당에 입성했다.
마치 열쇠처럼 굳건히 잠겨 있던 이곳을 열어젖힌 것이다.
물론 저 남자가 아니라면 한 번 들어왔던 이들도 다른 범인들처럼 튕겨 나갈 게 뻔했다.
하지만 원래라면 저 남자도 튕겨 나가야 하는데.
아니더라도 자신이 내보내야 하는데.
도저히 손이 안 나간다.
“게다가 그 음식도 맛있고…….”
델은 작게 덧붙이며 아까까지 자신의 입을 유린하듯 들쑤셨던 그 맛을 되새겼다.
치명적일 정도로 달았던 그것은 양처럼 보슬보슬했고 구름처럼 부드러웠다.
델은 벽에 머리를 기댔다.
너무나도 지루했던 여태까지의 시간.
여태까지의 보상이라도 받듯이 시끄러워진 이곳은 머핀의 단내가 옅게 맴돌았다.
***
생활 구역의 골목이 정글처럼 우거진 곳.
몇몇 학생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패닉에 빠진 표정으로 방금 그 골목에서 나왔다.
“아니 우리가 분명 여기로 들어갔잖아.”
“그리고 한참을 헤맸지.”
“거기까진 그렇다 치는데, 왜 계속 여기로 다시 나오게 되는 거지?”
“벌써 몇 번째야.”
이들은 빌레드에게서 명령을 받은 학생들이다.
그 명령의 정체는 엘런 이안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는 것.
절대 감지하지 못할 만한 거리에서 염탐을 이어나가던 그들은 웬 뭣도 아닌 골목길에서 벽을 마주했다.
여기로 들어가는 걸 봤고 분명 따라도 갔는데, 어느 순간 처음 들어갔던 입구로 나와 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들어간다!”
“이번에는 오른쪽으로만 가보자. 거기도 길이 있었어.”
“장학생 그 새끼는 대체 하늘로 솟은 거야, 뭐야.”
그들이 다시금 골목으로 발을 뻗으려던 순간.
덥석-!
교복의 뒷덜미가 덫에 걸린 것처럼 옴짝달싹 못 하게 붙잡혔다.
“대체 어떤 새끼가…… 허억……!”
“나다 이 새끼야. 뭐, 꼽냐?”
“까, 깡패……!”
“뭔 깡패? 이 새끼들이 정신 못 차리고.”
깡패, 아니 카르디아는 손바닥으로 그들의 등을 팡팡 후려쳤다.
순간 척추가 없어졌다 돌아온 경험을 한 귀족 학생들은 숨을 집어삼키며 바닥에 쓰러졌다.
“허으으윽!”
“흐어억! 흐어억!”
카르디아는 코를 슥 문지르며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새끼들이 엄살은. 것보다 너희들 되게 재밌는 얘기를 하더라?”
그녀는 쓰러진 학생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장학생이 뭐가 어쩌고 저쨌다고?”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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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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