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6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67화(67/354)
#067화. 조별과제(11)
오두막의 뒤편.
그곳으로 익숙하게(?) 세디를 끌고 온 카르디아는 어깨를 가볍게 풀었다.
“금속성이라고?”
“으, 응.”
“금속성 마법 중 할 줄 아는 걸 해봐. 기초 마법 정돈 알 거 아냐.”
“알겠어.”
세디는 가슴 속에서 늪처럼 끈적하게 뭉친 긴장감에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곧이어 과도라 해도 좋을 만큼 조그마한 단검이 세디의 품에서 나왔다.
“아이언 벤딩!”
그녀의 마력이 단검의 날에 스며들었다.
면적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기에 단검은 금방 마력으로 장악되었다.
곧이어 단검은 그녀의 손짓을 따라 움직이며 한 마리의 물고기처럼 찰방거렸다.
“……어때?”
“10초.”
“응……?”
“그 단검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는 데 10초가 걸렸어.”
샤아악-!
카르디아의 손이 움직였다.
세디는 분명 그렇게 인식했다.
하지만 그녀의 인식을 벗어난 곳에서 카르디아는 한 번 더 움직였다.
세디의 손바닥 위에 있던 단검이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온데간데없어진 그것은 어느새 카르디아의 검지 위에서 다시 보였다.
“어, 언제 거기로.”
단검은 손가락 위에서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었다.
카르디아는 대답 없이 시동어를 읊조렸다.
“아이언 벤딩.”
검지 위에 있던 단검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원형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그저 원판을 들고 있는 듯이 부드럽게.
그 속에서 펼쳐진 마력 센스는 경이롭게.
세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쩍 벌린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세밀한 컨트롤은 물론이거니와, 출력이고 장악력이고 어느 것 하나 자신보다 뛰어나지 않은 게 없다.
“이 정도는 돼야 실전에서 써먹어.”
카르디아는 팽팽하게 돌리던 단검을 멈추곤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아이언 벤딩을 최대한 유용하게 쓸려면, 너에게 날아오는 화살 정돈 꺾어서 되돌려줄 수 있어야 해.”
“그, 그렇게까지?”
“하지만 너랑은 안 맞는 얘기지.”
카르디아는 조금 전 엘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네가 나보다 마력의 강도는 훨씬 더 뛰어나다며.”
“내, 내가 그렇게 말한 건 아니야. 그냥 엘런이 착각했거나 실수해서 그렇게 말한 거겠지…….”
세디는 방금 카르디아의 시범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눈앞에 마법사보다 뛰어난 게 있다고?
그야말로 모든 게 자신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대에게서, 보다 더뛰어난 점을 찾으려는 건 순 억지로 보였다.
그러나 카르디아는 되려 피식하고 웃었다.
“그놈은 실수 같은 거 안 해.”
“으, 응?”
“네 조장은 허언을 하지도 않고 실언을 하지도 않아. 그러니까 믿어. 네가 그 정도의 능력이 있다고.”
카르디아는 흠흠하고 헛기침하며 양손을 골반에 올렸다.
“그럼 이제부터 금속성의 방어 마법을 알려줄게. 엘런의 말대로 넌 이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까.”
그녀는 방금 전 세디의 아이언 벤딩을 보고 엘런의 안목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마력이 어찌나 서로 쫀쫀하게 붙어있는지 서로 늘어나거나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그러니 다른 물체를 향한 간섭이 늦어질 수밖에 없고, 끝으론 남들이나 자신이 보기엔 재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엘런은 그 속에 숨겨진 보석을 찾아냈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그 보석에 광을 내는 거지.’
카르디아는 먼저 시범을 보였다.
“금속성 방어 마법 중 가장 기초적인 건 아이언 스케일이야.”
아이언 스케일은 피부를 강철과 같은 강도로 바꾸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다.
사람마다, 마력마다 단단함의 차이가 존재할뿐더러 그것보다 강한 충격에 맞으면 마법이 깨져나간다.
그럼 맨몸으로 공격을 맞은 것과 다름없기에 사람들은 ‘아이언 스케일’을 양날의 검을 가진 마법이라 표현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해. 금속성으로 변환시킨 마력을 피부랑 가깝게 두르면 끝이지. 마력을 촘촘하게 짜고 피부랑 가깝게 두를수록 방어력은 올라가. 마법진은 이렇게 생겼어.”
카르디아는 마법진부터 수식까지 세디에게 알려주었다.
“한 번 해볼게.”
세디는 왼쪽 팔을 들어 올렸다.
곧이어 겉표면으로 스멀스멀 올라온 마력이 그녀의 팔을 집어삼켰다.
“다 했어.”
“한 번에 했네?”
“그, 그러게?”
“원래 평소라면 얼마나 걸리는데?”
세디는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한 시간 정돈 연습하는 것 같아.”
역시 사람은 적성에 맞는 걸 해야 하는 건가.
정말 눈에 띄게 줄은 연습 시간과 함께 지금 손에 감긴 마법은…… 무척이나 편안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마치 세상으로 태어나 난생처음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평소라면 거북함이 먼저 느껴졌던 마법이란 존재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우처럼 친숙하게 보였다.
“좋아. 이제 그럼 강도 테스트야.”
카르디아는 마력을 두른 그녀의 팔을 앞으로 확 잡아끌었다.
“자, 잠깐만……!”
“문답무용!”
그녀의 주먹이 망치처럼 세디의 팔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아앙-!!
***
늑대인간의 진정한 힘은 본능에서 시작한다.
본능에서 시작한 힘은 본능에서 끝나고 모든 행동은 이성이 아닌 본능에 근거한다.
레우스는 그런 힘의 근원을 본인이 틀어막고 있었다.
자신의 청각을 차단하면서까지 말이다.
그러니 본래 힘의 반절도 나오지 못하고 결과적으론 신체 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럼 자신이 할 일은?
‘그 본능을 깨워주는 거지.’
세상에서 늑대인간만큼 후각에 예민한 종족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냄새 중에서 가장 강력한 종류인 혈향을 맡게 해준다면, 레우스는 손쉽게 본능을 끌어낼 수 있을 거다.
“크르르르르…….”
레우스는 그 육중한 몸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런 작은 움직임에도 솥으로 가득 찬물에 파문이 일었다.
그는 조금씩 목젖을 떨며 하울링 하다가 짐승의 목소리로 말했다.
“조장의 뜻은 잘 알겠소. 다만 주의하시오.”
기다란 주둥이 사이로 칼날처럼 예리한 송곳니가 빛난다.
사신의 낫을 떼어다 놓은 듯한 발톱은 눈앞에 솥도 양단할 듯하다.
그만큼 살인을 위한 모든 걸 갖춘 존재인 늑대인간은 엘런의 앞에서 본능을 끌어올렸다.
레우스는 몸을 낮게 숙였다.
“지금은 눈앞에 뵈는 게 없으니 어떻게 달려들지 모르오.”
“걱정 마.”
나도 때릴 거니까.
엘런은 뒷말을 삼키며 피 묻은 손바닥을 앞으로 들어 보였다.
그 뒤로 레우스의 동공에선 빛이 사라졌다.
다시 말해 이성이 사라졌다.
본능에 몸을 맡긴 그는 엘런을 향해 달려들었고, 마당은 이전보다 한층 더 시끄러워졌다.
퍼어어억-!! 뻐억-!!
뭔가 맞는 소리도 나고.
휘오오오오오-!!
소용돌이 소리가 나기도 하며.
크아아아아아-!!
고통에 젖은 듯한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리기도 했다.
카터는 침묵한 채 그 소리의 근원을 바라보았다.
“이건 그냥 때리는 것 같은데.”
조금 전 레우스가 달려들 때부터 엘런은 그에게 맞섰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뚜드려 팼다.
한 대씩 맞을 때마다 뒤까지 전해진 충격은 거대한 바위 같은 늑대인간의 육체를 들썩이게 했다.
엘런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마법까지 써가며 레우스를 짓눌렀다.
바닥을 빙판으로 바꿔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것과 동시에 후속 공격을 이어나간다.
무자비하고 철저하면서 확실한 승리를 가져다주는 전투법이었다.
견식만으로도 배울 점이 눈에 띈다.
설마…… 이것도 그의 노림수인 걸까?
카터는 쉼 없이 체내에서 마력을 굴리는 연습을 하며 둘의 결투를 관전했다.
“카터.”
“……?”
“여기 이거 마셔라.”
엘런은 방금 막 횡에서 날아오는 레우스의 발톱을 피하며 솥을 가리켰다.
“마력을 안정시켜주는 포션이야. 원래는 전투의 후유증에서 회복하는 용도지만 너에겐 꽤나 쓸모 있을 거다.”
끄덕- 끄덕-
아까부터 만들던 게 이거였구나.
“이따가 레시피도 알려 줄 테니까 연습해놔.”
“응.”
“그보다 이제 슬슬 집에 가야겠는데.”
해가 지고 있다.
하늘은 이미 주홍색으로 물들었고 새하얬던 구름도 다홍치마를 입었다.
크르르르-!!
파아아아아앙-!!
늑대인간은 땅을 박참과 동시에 극한의 추진력을 다리에 실었다.
그 추진력은 각력을 만나 돌파력이 되었고 그것은 곧 다섯 개의 발톱에 실려 엘런에게 쏘아졌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힘은 되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법.
모든 지 뚫을 수 있는 창을 가진 자는 그 창끝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것은 본인만의 착각이자 자만이고 오만이며 만용에 불과하다.
[위커 – 엘런 리메이크]엘런은 곧장 날아들어 오는 발톱을 피하며 그 손목을 움켜잡았다.
위커는 충격량을 흡수와 동시에 돌려주었고, 추진력은 공중으로 분해되었다.
남은 건 뼈가 아려오는 고통뿐이다.
엘런은 그가 고통으로 울어 젖힐 틈도 없이 명치에 무릎을 꽂았다.
“커흐으으윽!!”
짐승의 소리가 아닌 명백한 사람의 목소리가 기다란 입에서 터져 나온다.
그걸 끝으로 레우스의 몸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체모도 모습을 감추고 뼈는 다시금 우드득 소리를 내며 사람의 골격으로 변해나갔다.
하지만 그에게선 어떤 미동이 없었다.
“죽은 건가?”
카터가 무심코 말했다.
“그냥 기절한 거야.”
“죽은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 그러네.”
엘런은 이마를 흥건히 적신 땀을 손으로 닦아냈다.
오랜만에 몸을 거칠게 움직여서 그런지 몸이 아까부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마법을 하루 종일 쓰는 건 아무렇지 않은 데 몸은 그 한계치가 명확하다.
뭐, 매일 밥도 잘 안 챙겨 먹고 디저트를 입에 달고 산다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운동 능력이다.
아마 크레센티아의 축복받은 육체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어떤 병으로 쓰러졌을지 모른다.
“그러면 오늘 훈련은 여기서 마치자.”
저벅- 저벅-
뒤쪽에서 어떤 발소리가 들려온다.
카르디아와 세디가 나란히 걸어오는 게 저쪽도 훈련이 끝난 듯하다.
둘에게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세디가 카르디아를 덜 불편해한다는 것과 붕대였다.
“네 팔은 또 왜 그러냐?”
엘런은 카르디아의 주먹과 손목을 칭칭 동여맨 붕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뭐, 뭐 어쩌라고! 내 몸에 신경 꺼!”
“왜 또 성질이야.”
엘런은 세디 쪽으로 눈을 돌렸다.
“마법은 어때. 잘 배웠어?”
“응. 여기 카르디아가 아이언 스케일이란 마법을 가르쳐줬어. 다행히 잘 배웠고 나름 잘 쓸 수도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이네.”
“그, 근데 레우스는 왜 저렇게 쓰러진 거야?”
레우스는 땅바닥에 엎어지고 데굴데굴 굴러서 온몸이 흙투성이였다.
군데군데 멍이 든 자국도 있었고 살짝 벌어진 입 사이에선 간혹 새된 신음이 흘러나왔다.
누가 봐도 중환자에 달하는 모습에, 카르디아와 세디의 눈이 엘런에게 꽂혔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어.”
“으으으윽…….”
그때 레우스가 땅을 짚고 일어섰다.
그는 몸에 흙을 탈탈 털며 군데군데 저릿저릿한 몸을 손으로 매만졌다.
“내가 아주 된통 당했구려.”
“몸은 어때?”
“아픈 것만 빼면 괜찮소.”
“이거는?”
엘런은 아직 피로 범벅이 된 손을 보였다.
레우스는 잠시 동안 그걸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런 느낌도 없소이다. 충동 같은 것도 올라오지 않는구려.”
“역시 매가 약이네.”
“……잘못 들었소만?”
“그럼 오늘 훈련은 끝이야. 다들 돌아가도록 해.”
카터와 레우스, 세디는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훈련 첫날인데도 뭔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많이 바뀌었다.
“엘런은 여기 있을 거야?”
“나는 조금만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이번에는 카르디아도 떼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내일 보자. 조장.”
“주말에까지 볼 거 있냐. 그냥 오늘 배운 거나 계속 연습하고 있어.”
“그럼 다음을 기약하겠소.”
엘런 조의 조원들과 카르디아는 그렇게 마당에서 사라졌다.
혼자만 남게 된 엘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까지 노을은 지지 않고 있었다.
자신은 밤까지 훈련하는 건 질색이다.
하지만 이번 조별 과제에선 직접적인 조장의 공격이 제한된 만큼 자신은 더욱 성장해야 했다.
그러니까 타협을 보기로 했다.
저 노을이 지기 전까지만 전력을 다해 자신을 몰아붙이기로.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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