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70)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70화(70/354)
#070화. 불과 얼음(3)
엘런은 장담할 수 있었다.
오늘같이 뜨거운 여름은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쯧, 피부 껍질 다 벗겨지겠네.”
엘런은 혀를 차며 일차적으로 프리징을 전신에 둘렀다.
사용자의 마법은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걸 역이용한 갑옷이다.
푹푹 찌는 여름철을 대비하기 위해 구상해둔 거였는데, 올해 여름은 저놈 때문에 특히 더 덥다.
화르르르르륵-!!
또다시 정면에서 치고 들어오는 불길.
엘런은 발재간만으로 몸을 이리저리 날리며 화염을 피해냈다.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아무리 봐도 1학년 수준의 마법이 아닌 것 같다.
불길이 날아오는 거리도 그렇고 범위도 정상적이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이 열기가 프리징의 갑옷 뚫어내고 있었다.
치이이이이이익-
프리징으로 만든 냉기의 갑옷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그 자리에서 곧장 새하얀 증기가 피처럼 꿀렁꿀렁 흘러나왔다.
엘런은 이 간극을 다시금 메꾸며 눈앞에 적을 똑똑히 보았다.
저 라제나 히로라는 남자는 불길을 양팔에 완갑처럼 둘렀다.
그 양완(兩腕)에서 나오는 맹염.
그 맹염에서 나오는 아지랑이.
그 일렁임은 일순간 공간도 왜곡시킬 듯한 파동을 만들었다.
“한 번 더 갑니다.”
라제나의 팔이 뒤로 한 움큼 꺾여진다.
그건 마지 투석기가 장전을 위해서 제 몸을 한계까지 꺾는 것 같았다.
그 주먹에 실린 화염은 두터운 바위처럼, 예리한 일점의 장창처럼 엘런에게 쏘아졌다.
화르르르르르륵-
일직선으로 쏘아진 불길.
그 궤도에 노출된 푸른색 식물들은 하나같이 잿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자신도 여기 허수아비처럼 서 있으면 같은 꼴이 될 것이다.
“그럴 순 없지.”
엘런은 바닥을 프리징으로 가볍게 얼려서 미끄러지듯 화염을 피했다.
“놓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라제나는 그것마저 예상한 듯 이미 장전을 끝내놓은 마법을 그에게 던졌다.
정말 던진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그의 손에서 떠난 화염구는 성을 깨부수는 공성병기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엘런에게 날아들었다.
그래. 본 것 같다.
저건 화속성 마법 중 하나인 파이어 볼이다.
엘런의 눈에 그 얼굴만 한 화염구가 똑똑히 담겼다.
그와 동시에 스쳐 지나가듯 보았던 파이어 볼의 정보가 촤르르 떠오른다.
발동 방법부터 마법진과 수식, 효과와 범위 등등.
엘런은 그 기억 중에서 지금 상황에 필요한 것만 쏙쏙 빼냈다.
‘저건 폭발형이었지.’
그렇다면 이 주위 전체가 공격 범위다.
엘런은 흙바닥을 거칠게 구르며 그 범위에서 빠져나왔다.
거의 한 뼘 차이로 범위 바깥에 나온 치밀한 회피.
라제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범위를 알고 있던 겁니까. 아니면 단순한 감각입니까.’
점점 수준이 높아질수록 마법사들의 전투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건 마력 분배도 상대 파악도 아닌, 체력의 안배다.
아무리 날고 기는 마법의 사용자라도.
지상 최고의 완드나 스태프를 가진 마법사라도.
힘들어서 헉헉거리고 숨이 차서 머리가 어질거리면 기초 마법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다.
마법은 마력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체력도 앗아가기에, 프로 마법사는 회피를 할 때도 상대의 마법 피격 범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난다.
지금은 언제든지 뻗을 수 있는 발걸음이, 전투의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엄청나게 고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라제나는 엘런에 대한 평가를 다시 내렸다.
‘그저 한량 같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전투에선 의외로 치밀하고 계획적이군요.’
‘아니 내가 주말에 이런 화염구나 피하고 있어야 되고. 하아……. 그냥 푼돈이면 계약서를 줄 텐데 걸린 돈이 많아서 그럴 수도 없고.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돈이 아니라 다른 걸로 기숙사를 팔아버렸어야 했는데. 귀찮아 죽겠네.’
그는 한량이 맞았다.
나아가 그런 한량에겐 지금 이 상황이 참을 수 없이 불편했고 짜증 났다.
저 라제나란 남자가 궁금하기도 했고 걸린 돈도 많아서 결국 나오긴 했지만, 자신의 주말이 낭비되고 있다는 짜증은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치밀어 올랐다.
이 분노의 열기만은 라제나의 파이어 볼보다 몇십 배 뜨거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 땡볕 아래에서 죽치고 서 있어봤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가져올걸.”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냥 그렇다고.”
엘런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홀스터로 손을 가져갔다.
“따로 마법은 안 쓰시는 겁니까? 화기를 즐겨 쓰실 줄은 몰랐는데요.”
“이것도 엄연한 마법이야.”
화기로 분류는 하지만 실린더 안에는 화약이고 총알이고 들어가는 게 아무것도 없다.
쩌저저저저저적-
장전되는 건 혹한의 마력뿐.
총신으로 새하얀 성에가 끼는 걸 시작으로 엘런의 엄지는 공이를 가볍게 당겼다.
철컥-
기분 좋은 장전음이 귓가에 맴돈다.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을 때쯤, 라제나도 자신의 무기를 꺼냈다.
“……검?”
“예. 검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숏소드라 불리는 것이었다.
검신의 길이가 짧긴 하지만 그만큼 한 손으로 휘두를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앞에 쏠려있는 무게 중심 덕에 그 절삭력이 대단하다.
라제나는 한 손으로 한 바퀴 돌리며 몸을 살짝 숙였다.
양다리는 넓게 벌리고 언제든 튀어 나갈 준비를 마친다.
“저건……!”
갑작스레 흠칫 놀란 카르디아가 어깨를 떨었다.
한창 흥미롭게 둘의 대결을 관전 중이던 시에나는 그녀의 커다란 반응에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느냐?”
“저 라제나란 남자. 어디 출신이야?”
“그건 잘 모르겠다만. 그도 엘런처럼 출신지가 철저하게 감춰져 있느니라.”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카르디아는 고개를 조금씩 저으며 엄지손톱을 깨물었다.
“내가 저걸 어디서 봤더라…….”
그녀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억에서 떠오르는 건 없었고, 그 사이 엘런은 이미 총구를 들어 올렸다.
스아아아아앗-!!
타아앙-!!
새하얀 마력이 시린 냉기와 함께 뿜어져 나온다.
그것은 곧 꽉꽉 압축되어 한 발의 총알이 되고 총성과 함께 상대를 날려버린다.
“……!”
빠아아아악-!!
쩌저저저저저적-!!
라제나는 뒤늦게 검을 들어 올렸으나 냉기의 총알은 이미 그의 조끼에 닿았다.
그러나 이 총알은 단순히 충격만을 주는 게 아니다.
그 주변으로 맹독처럼 퍼진 냉기가 라제나의 흉부를 감싸 안았다.
이젠 피부까지 침식하려는 한기는 혈액의 순환을 막고 호흡을 방해한다.
라제나는 입김을 내뱉으며 말했다.
“진짜 총알보다 훨씬 빠르군요. 반응할 수 없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순도 100% 마력으로 만들어진 총알을 화약과 비교할 순 없었다.
화르르르르르르-
그의 양완으로 다시 한번 불길이 치솟는다.
한 발의 총알로 그의 흉부를 뒤덮었던 얼음은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한 줌의 물로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 속도도 이젠 따라잡았습니다. 또 당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엘런은 다시 한번 팔을 들어 올렸다.
총구를 목표에게 겨눴다.
하지만 그 끝은 라제나에게 향해있지 않았다.
“나도 똑같이 쏠 생각은 없었거든.”
타아아앙-!!
슈아아아앗-!!
냉기와 함께 발사된 총알.
하지만 그곳은 빈 허공이었다.
라제나는 쯧 하고 혀를 차며 칼날로 거센 불길을 둘렀다.
‘같잖은 눈속임입니까? 뭘 숨기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것도 속도로 돌파하면 그만입니다.’
라제나는 앞으로 쏠려 있던 무게 중심 그대로 튕기듯 달려나갔다.
파아아아앙-!!
마치 새총에 걸린 조약돌처럼 날아간 그는 풍경이 뒤로 늘어질 만큼 빠르게 도약하여 검을 꼬나쥐었다.
“끝입니다.”
그 예리한 검극이 엘런의 조끼를 꿰뚫으려는 찰나.
라제나의 등에서 굵은 소름이 우수수 돋아났다.
그건 단순히 어떠한 공포나 위험을 느껴서가 아니었다.
그저 추워서.
살이 에일 정도로 차가운 게 자신과 가까워져 있어서.
익숙하리만치 고통스러운 추위가 다시 한번 그를 덮쳤다.
쩌저저저저저저적-!!
“크으으윽!!”
말 그대로 요격당해버린 라제나는 땅바닥을 구르고 구른 끝에야 겨우 멈췄다.
등이 아릴 정도로 시렵고 수천 개의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갑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라제나를 괴롭히는 건 하나의 의문이었다.
대체 언제.
대체 언제 후방을 점하고 공격하였는가.
“정말로 모르겠냐? 나름 대놓고 했는데 말이야.”
엘런은 손에 든 ‘그림 리퍼’를 달랑달랑 흔들었다.
가만히 그걸 보고 있던 라제나는 흙바닥을 꽈악 움켜쥐었다.
“설마 허공으로 쏜 총알이 제 뒤를 노린 겁니까.”
“딩동댕. 정답이야. 그 상으로 한 번 더 보여주지.”
엘런은 이번에도 허공에 총을 쏘았다.
그러니 방금 전에는 듣지 못했던 또 하나의 소리가, 이번에는 선명하게 들려왔다.
팅-!
무언가 튕기는 소리.
총알이 튕기는 소리였다.
“도탄……!!”
라제나는 급하게 몸을 굴렸다.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총알은 애먼 흙바닥에 꽂혀 들었다.
쩌저저저저저저적-
여름날 햇볕을 만끽하고 있던 대지가 방금 꺼낸 아이스크림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저런 냉기의 총알을 두 번이나 맞은 몸으로 그는 힘겹게 일어났다.
이걸 당하고 있는 라제나는 죽을 맛이겠지만, 관전의 입장에 선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체인 마법진으로 총알을 튕겨낸 거야……?”
“총알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걸 이용한 트릭이구나. 과연 대단하다.”
“하, 하지만 도탄 각도도 계산해야 되는 거잖아! 운빨로 저게 된다고?”
“단순한 운이 아닌 게지. 그는 조준과 동시에 계산을 끝마치는 것이다.”
“그, 그게 가능해?”
시에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야 모른다. 다만 그게 아니라면 저런 정확도가 말이 되지 않느니라. 단순한 감각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니.”
엘런은 못 만화의 총잡이처럼 검지로 총을 빙그르르 돌렸다.
그의 앞에서 숨만 겨우 몰아쉬던 라제나는 검을 다시 한번 굳게 잡았다.
“이 기술은 오늘을 위해 창작하신 겁니까?”
“굳이 오늘을 위해선 아니지만, 쓰임새가 오늘밖에 없긴 했지.”
“……과연 당신은 대단합니다. 창작의 경위가 궁금해지는 기술이군요.”
“창작의 경위?”
딱히 대단하진 않다.
정말로 그러했다.
아이스크림 막대를 쓰레기통에 던져넣으려는데, 그것이 벽에 한 번 맞고 책상에 한 번 맞은 다음 쓰레기통으로 쏘옥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 묘기 같은 모습에 잠시 신기해하던 것도 찰나, 이 총알도 되겠는데? -하고 연관시켜본 게 전부다.
이 기술의 첫 시작이 아이크스림 막대라는 걸 알면 눈앞에 라제나도 쓰러지지 않을까.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결말이긴 하지만 엘런은 지금 확실하게 끝내두고 싶었다.
이 싸움이 2차전까지 가는 건 자신의 나태함이 결사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엘런은 다시 한번 총구를 들이밀었다.
“좋아. 이제 기술도 알았고 발동 방법도 알았으니까 정말로 피할 수 있겠어?
“아니요. 지금의 저로선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는 기술입니다.”
“자기 주제를 정확히 알고 있네. 네 말이 맞아. 그러니까 지금 항복해.”
나도 주말 좀 즐기자.
엘런은 뒤에 본심을 삼키며 총구 끝으로 마력을 집중시켰다.
이제 딱 한 발이다.
라제나의 조끼는 두 번의 총격으로 너덜너덜해졌고, 이제 딱 한 발만 더 맞으면 완전히 녹다운될 것이다.
그건 라제나 본인이 더욱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의 꼴이 웃기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직접 찾아가서 결투장을 던져놓고 왔으면서 줄기차게 맞기만 하고 있다.
그것도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총알을 정면에서 맞은 등은 아직도 감각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젠 초강수를 두려 한다.
“이젠 저도 모르겠습니다. 몸이 어찌 됐든 일단 이기고 봐야지요.”
라제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쿵쿵-! 쿵쿵-!! 쿵쿵-!!!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옅었던 심장박동이 갑작스레 터질 것처럼 자신을 움직인다.
높아진 혈압, 높아진 체온.
그의 몸 주위에는 무언가를 예고하듯 거센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엘런은 그림 리퍼를 바라보았다.
잔뜩 끼어있던 얼음이 녹아 이젠 물기로 축축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열기에 증발되려 한다.
“아아, 땀나는 건 질색인데.”
엘런은 이마를 스윽 훑으며 비지땀을 닦아냈다.
“그렇다면 온도를 낮춰보시죠. 저는 올리는 것밖에 모릅니다.”
“그러냐? 난 내리는 것밖에 모르는데.”
엘런의 발밑으로 거대한 연청색 마법진이 펼쳐졌다.
코끼리가 위에 올라서도 충분히 커다란 그것은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에 시린 냉기를 퍼뜨렸다.
또한 시에나와 카르디아의 눈에는 익숙한 모양.
“저, 저건……!”
“드디어 꺼냈구나.”
엘런과 라제나는 서로의 동공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이놈의 입꼬리는 뭐가 좋다고 처 올라가 있냐.
둘은 냉기와 열기가 뒤섞인 모순의 공간 속에서.
고통과 전투의 희열이 뒤섞인 전장 속에서.
서로의 전력을 드러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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