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7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77화(77/354)
#077화. 게임을 시작하지(2)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쉴드 원반 잡기 게임?
쓸데없이 기다란 이름의 게임은, 요즘 세대라 할 수 있는 1학년생들도 처음 들어본 것이었다.
호크는 말을 이었다.
“룰은 더없이 간단합니다. 두 개의 팀이 이 공간의 끝과 끝에 섭니다. 그리곤 선공을 가진 팀이 쉴드를 날려서 원반을 쳐냅니다.”
그의 손바닥 위에는 허공에 둥실둥실 떠 있는 흑색 원반이 하나 있었다.
원반은 일반적인 쉴드의 크기와 비슷했고, 공중에 있어서 그런지 무척 가벼워 보였다.
“이 원반에는 신체 부위 중 어느 곳이라도 닿으면 안 됩니다. 오직 쉴드를 이용해서만 움직이거나 막아낼 수 있죠.”
“……막는다고?”
“후훗, 벌써 눈치 좋은 몇몇 학생들은 눈치챘군요. 이 원반에 신체가 닿는 학생은 게임에서 아웃됩니다. 하지만 쉴드로 막는다면 그럴 일은 없겠죠.”
엘런은 숨 몇 번 고를 시간에 이 게임의 룰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동시에 이해했다.
“저, 저게 무슨 소리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적어도 엘런은 이해했다.
호크 교수는 손 위에서 원반을 자유롭게 다루며 말했다.
“물론 이 원반을 상대에게 던져서 아웃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원반을 날려서 상대 팀이 출발했던 진영까지 도착시킨다면 똑같이 득점할 수 있죠.”
엘런은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겼다.
‘상대를 아웃시키거나, 원반을 끝까지 보내서 점수를 얻거나.’
둘 모두 만만치 않다.
현재로선 저 원반을 쉴드로 어떻게 움직이고 막아낼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을뿐더러, 이 공간은 웬만한 광장만큼 드넓었다.
이런 공간에서 사람 얼굴만 한 원반을 저 너머까지 움직인다는 건 너무 고되어 보인다.
저 원반이 잘만 움직여준다면 또 모르겠으나 섣불리 단정 짓기엔 시기가 이르다.
“승리 조건은 상대방이 전부 아웃당하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원반을 끝까지 도달시키는 걸로 5점을 득점하시면 됩니다.”
“지, 질문 있습니다!”
“시간상 질문은 딱 5분만 받겠습니다. 그때 동안은 전부 답해 드리도록 하죠.”
청팀, 적팀 할 것 없이 모두의 손이 번쩍 들어 올려졌다.
질문은 다양했다.
시간제한이 있는지, 정해진 공간이 있는지.
다른 마법은 일절 안 되는 것인지.
호크는 5분이란 시간 동안 하나하나 자세히 대답해주었다.
엘런은 그 질문 속에서 게임을 조금씩 조금씩 더욱 이해해나갔다.
딱히 이해하고 싶어서 이해한 건 아니었다.
그냥 귀로 들어오는 대로 자연스레 알아들었을 뿐이다.
굳이 의욕으로 가득 차서 열심히 할 만한 게 아니었다.
어차피 점수에도 영향이 없지 않은가.
이런 게임은 그냥 이기고 졌을 때의 기분만 요동칠 뿐 얻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적당히 하다가 아웃되고 빠져있는 게 조금이라도 덜 피곤할…….
“그래도 게임인데 보상이 없으면 섭하죠. 승리한 팀의 학생들에겐 제가 기숙사로 특별한 야식과 함께 후식으로 먹을 고급 디저트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
……무조건 이긴다.
엘런은 주먹을 꽈악 말아쥐며 눈보라 같은 마력을 끓어 올렸다.
하프 드래곤의 육신도 얼릴 만큼 차가운 그것은 활화산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나아가 학생들의 기세도 폭죽처럼 팡팡 터졌다.
“교수님 최고~!!”
“야, 야식이라니! 너무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야!”
“공짜 밥이다! 공짜 밥!”
“이렇게 되면 절대 질 수 없지!”
학생들은 투지의 열기를 끝없이 활활 불태우며 제자리에서 타올랐다.
엘런은 그 사이에서 누구보다 차가웠지만, 동시에 가장 뜨거웠다.
이 보상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여기 모인 그 어떤 이들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방해되는 것이라면 원반이 아니라 쉴드로 머리를 찍어줄 것이다.
아지랑이가 피어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실습실의 분위기.
호크는 그 앞에서 말했다.
“그럼 양 팀 모두 실습실의 끝으로 가주십시오.”
호크의 말대로 갈라지는 청색 팀과 적색 팀.
청색 팀의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헤어지기 전에 엘런을 돌아보았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또렷한 눈을 한 채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분명 여기 올 때까지만 해도 썩은 동태를 밖에 열흘간 내놓은 눈빛이었는데.
언제부터였더라……?
그래. 호크 교수가 게임 보상으로 야식과 고급 디저트 얘기를 꺼낼 때부터였다.
둘은 끝으로 걸어가면서 완전히 짐작했다.
“이번 게임, 쉽지 않겠구나.”
“어. 저놈 지금 진심이야.”
“보상에 디저트만 아니었어도 쉽게 이겼을 터인데.”
“그건 재미가 없지. 난 놈이 진심이었을 때 이기고 싶어.”
카르디아는 주먹과 손바닥을 힘 있게 부딪치며 기세를 다졌다.
그렇게 두 개의 팀이 두 개의 끝에 서고, 호크는 큰 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10분. 팀 간 작전 회의 시간을 드리죠. 그럼 시작.”
호크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전달되니, 두 팀은 저마다 쑥덕쑥덕 떠들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 말 한 번 섞어본 적 없는 초면도 존재했지만, 야식 앞에 우린 하나였다.
먼저 청색 팀에서.
거의 주장격이나 다름없는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작전 회의를 주도해나갔다.
“저 팀에서 위협이 될 만한 자들은 엘런과 라제나 히로가 전부이니라. 저 둘을 견제할 만한 작전을 짜는 게 우선일 듯싶구나.”
“그럼 이건 어때? 시에나 네가 둘을 견제하고, 내가 중점적으로 원반을 움직이는 거야.”
저쪽 팀이 라제나와 엘런을 중심으로 작전을 짜게 될 만큼 이쪽 팀도 시에나와 카르디아가 중심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작전에 따라 나갔다.
반대표를 던지거나 자신도 원반을 움직여보고 싶단 말은 감히 꺼낼 수 없었다.
잘못 입 열었다간 영원히 입을 못 다물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용기의 소유자는 이 자리에 없다.
“그럼 카르디아가 원반을 잡은 순간 상대 팀에서도 수많은 견제가 날아올 것이니라. 그 견제들은 너희들이 막아주어야 한다. 라제나와 엘런은 내가 맡고 있을 테니. 알겠느냐?”
“알겠어!”
“가 보자고!”
“진짜 너희들만 믿을게!”
청색 팀은 시에나의 태생적으로 타고나는 리더쉽 아래에서 하나로 오밀조밀 뭉쳐졌다.
거기다 카르디아의 카리스마까지 더해지니, 엇나가거나 튀는 학생들은 존재치 않게 됐다.
이런 청색 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적색 팀은 아까부터 공동묘지처럼 조용했다.
주장 격인 엘런도 조용하고, 라제나도 별다른 말이 없으니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공동묘지에서도 까마귀 우는 소리 정돈 들리는 법.
학생 중 하나가 조용히 주변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기……. 우리는 작전 같은 거 안 짜도 돼? 벌써 5분이나 지났는데…….”
학생들은 재촉하듯 엘런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벽면에 기대서 눈만 감고 있을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결국 평민 학생들은 같이 있던 라제나에게 눈을 돌렸다.
“라제나? 우린 어떻게 하면 돼?”
“엘런은 알아서 잘할 겁니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움직여도 따라올 만한 역량을 지녔으니 저흰 저희대로 잘 해보죠.”
결국 라제나는 작은 한숨과 함께 엘런을 바라보았다.
아까까진 꽤나 의욕 있어 보였는데 또 저러고 있다.
하지만 라제나도 이제는 알았다.
저렇게 죽치고만 있는 것 같아도 그의 머릿속에선 변수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자, 장학생은 그냥 저렇게 둬도 되는 거야? 호크 교수님은 장학생만 보고 팀 밸런스를 맞추신 것 같단 말이야.”
“마, 맞아. 아무리 봐도 상대 팀 쪽에 상위권들이 더 포진되어 있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 사실은 저기 엘런도 알고 있겠죠.”
“……그냥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데.”
라제나는 옅게 웃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가 짜놓은 함정에 한번 발을 들여놓기 전까진요.”
“응……? 함정?”
“저희는 그냥 눈치껏 움직이면 됩니다. 미세조정이나 머리 아픈 것들은 엘런이 처리해 줄 테니.”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전혀 오가는 게 없는 대화에, 학생들은 제자리에서 멍한 표정만 지었다.
“지금 저희가 작전을 짜봤자 그가 구상해둔 계획에 방해만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할 건 상대 팀 견제. 딱 그것뿐입니다.”
삐이이-!
약속했던 작전 회의 시간, 10분이 종료되었다.
카랑카랑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호크 교수 쪽으로 학생들의 주위가 집중되었다.
“좋습니다. 이제 그럼 게임을 시작하도록 하죠. 선공은 이 동전으로 정하겠습니다. 앞면이 청색, 뒷면이 적색입니다.”
호크는 가볍게 동전을 튕겼다.
팅-!
허공에서 몇 바퀴나 회전한 동전은 금방 손등으로 떨어졌고 호크는 그것을 가볍게 받아냈다.
나아가 손들을 가린 그의 손바닥이 치워지니, 결과가 드러났다.
“선공은 청색 팀입니다.”
청색 팀 진영에서 ‘나이스!’, ‘좋았어!’ 같은 환호가 작게 들려왔다.
적색 팀은 시작부터 스멀스멀 보이는 망조에 표정이 좋지 못했다.
후우우웅-
호크의 곁에 있던 원판이 청색 팀 진영과 가까이 날아갔다.
대략 10M 정도 떨어진 곳에 부유한 그것은, 어디 맞춰보라는 듯 해파리처럼 둥실거렸다.
“좋아! 어디 한번 놀아볼까?”
카르디아는 손 위에 쉴드를 만들고 옆면을 디스크 다루듯이 붙잡았다.
“흐랴아아!!”
그녀의 손에서 한 줄기 빛살처럼 던져진 쉴드.
그것은 곧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처럼 일직선으로 곧게 날아갔다.
파아아앙-!!
쉴드와 원반이 충돌했다.
원반의 몸체로 쉴드에 담긴 힘과 충격이 그대로 전해진다.
솔직히 원반을 들어본 적도 없고 무게나 밀도에 대해서도 아는 게 전무하다.
그래서 일단 최대한의 힘으로 쉴드를 던져봤고 원반과 맞닥뜨렸다.
과연 그 감도가 어느 정도일…….
슈오오오오오오오-!!
“……!!”
“……!”
뻐어어억-!!
“허으윽……!!”
“아웃입니다. 장외로 빠지십시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명이 아웃당했다.
아니, 저 원반은 눈깜짝할 사이도 주지 않았다.
그냥 쉴드가 원반을 치니까 적색 팀 중 하나가 소리소문없이 빠졌다.
심지어 원반을 날린 카르디아 조차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뭐, 뭐 저렇게 빨라?”
“카르디아여. 지금 속도에 정신 팔릴 때가 아니니라.”
“응?”
“저길 보거라.”
시에나가 검지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으로 눈길이 간 이들은 전부 숨을 죽이게 되었다.
어느새 다시금 공중으로 떠오른 원반으로 엘런이 다가가고 있었다.
시에나는 입술을 꽈악 깨물며 외쳤다.
“할 수 있는 한 넓게 산개하거라! 당장 피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게 첫째이니라! 여유가 되는 자는 쉴드로 전신을 보호하거라!”
그녀의 명령에 맞춰 청색 팀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단 한 명이 공격 주도권을 잡았을 뿐인데도 청색 팀의 전원이 경계심을 최대한 드높였다.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목이 타며 손발이 후덜덜 떨리는 듯하다.
엘런 이안느는 그런 존재였다.
지금으로선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하늘 위의 하늘 같은 존재, 천외천(天外天)의 존재다.
그는 원반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내 중얼거렸다.
“쉴드는 컨트롤만 할 수 있다면 모양을 마음대로 깎을 수 있는 것 같더라.”
“……?”
“그게 어쨌다는 거냐!”
“한번 생각해봤어. 이 원반에 몸이 닿았을 때 아웃이라면, 그 사이에 뭔가를 두면 그만 아닌가?”
그의 손 위로 쉴드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 크기가 심히 옹졸했다.
기껏해야 엄지손톱 크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아…….”
“망했네.”
“아, 제대로 하라고!”
가까이 있던 팀원들에게선 한숨과 한탄이 흘러나오고, 반대편에선 환희가 터져 나온다.
“크하하하핫! 이길 생각이 없는 거냐?”
“그럼 그냥 항복해라! 집 가서 편하게 야식이나 먹게!”
“쟤네 팀만 불쌍해졌네.”
“뭐, 잘됐지. 야식은 우리 거가 됐으니까.”
하지만 그 조막만 한 쉴드는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슈화아아아아아아-
마치 깨진 도자기 조각 같은 쉴드들이 허공으로 무수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본래 쉴드를 이렇게 많이 소환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지만, 그 크기가 손가락 한 마디면 말이 달라진다.
이 조각 쉴드를 한 자리에 모아도 일반적인 쉴드 하나보다 작기 때문이다.
그걸 우두커니 바라보던 카르디아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쟤 뭐 하냐?”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곧 주어졌다.
마치 행성 주위에 떠다니는 소행성처럼, 그의 손 주위를 뒤덮은 조각 쉴드들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 조각들은 얼음 결정처럼 빛이 났고, 끝내 일체 되었다.
무속성 쉴드가 품은 빙속성.
그 한기가 해무(海霧)처럼 흘러나온다.
엘런은 비늘처럼 조각 쉴드로 촘촘하게 메꾸어진 팔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나쁘지 않네.”
쉴드를 잘게 쪼개고 이어붙여서 만든 완갑(腕鉀).
[쉴드 – 아머 모드]엘런은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완전하게 덮은 그것으로, 원반을 가볍게 쥐었다.
이제 승리할 차례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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