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7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78화(78/354)
#078화. 게임을 시작하지(3)
호크는 심판을 보며 편하게 앉아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한껏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라간 물고기처럼, 튕겨지듯 일어선 그는 양 눈을 전에 없이 크게 열었다.
만약 조교들이 봤다면 화들짝 놀랄 만한 모습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약관에 이를 때까지 늘 마경 진흙밭을 구르며, 웬만한 일은 다 겪어 본 호크 교수다.
하여 그 침착함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인데, 그런 그가 엉덩이 하나 붙여두지 못하고 애처럼 일어섰다.
호크는 눈가를 찡그리고 구기며 지금 자신이 본 게 정확한지 확인했다.
“쉴드를 쪼개고 쪼개서 새로운 모양으로 덧붙인 것인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쉴드는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쪼개는 순간, 형태가 무너지고 마법으로써의 기능을 잃는다.
그래서 한 줌의 먼지로 산화하기 마련인데 눈앞의 저 완갑은 너무나 멀쩡했다.
그 말인즉슨.
“……저 조각 하나하나가 쉴드란 거로군.”
쉴드를 쪼개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순 없지만, 처음부터 모양을 깎으면서 만든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물론 ‘이론적으로’란 말은 현실성 없는 것에 현실성을 부여해주는 신기한 말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법칙이 깨졌다.
엘런은 작은 조각 쉴드들을 잇고, 잇고, 또 잇고 그다음엔 붙여서 끝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호크는 그 기예를 목도하며 중얼거렸다.
“정말 이론 서적에만 있던 게 현실로 꺼내졌다.”
학자들이 생각만 해두고 지금 엘런이 했던 걸 논문으로만 작성해둔 이유는 간단했다.
저것이 되려면 딱 한 가지 조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처음 붙여둔 조각 쉴드들이 떨어지지 않고 유지될 것.”
자신이 지금 생각해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 조건이다.
마력은 본래 사방으로 퍼져 나가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런 마력이 응집하는 순간은 마법사의 의지가 깃들었을 때인데,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다.
여기서 호크는 엘런의 마력이 가진 특수성을 떠올렸다.
“속성을 품은 마력……. 그것이 비밀이었나.”
엘런의 마력은 그 자체가 시리디시린 빙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빙속성은 그 한기에 서로가 영향을 받으면서 서로 엉겨 붙으려는 성질이 있다.
마력이 본래 가질 수 없는 응집력을 타고났다는 소리다.
이렇게 보면 무속성 마법에 속성을 담아서, 엘런이 만든 것과 똑같은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호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천적으로 무속성에 속성을 담는 걸로는 나타낼 수 없는 효과다.”
무속성에 속성을 집어넣는 건 자연적으로 행해지는 일인가?
절대로 아니다.
마법사의 의지가 개입해야 이루어지는 작업인 만큼, 엇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엘런 정도의 퀄리티는 절대 나올 수 없었다.
그 쉴드 완갑을 왼팔에 장착한 엘런은 가볍게 원반을 쥐었다.
같은 팀조차 눈을 거세게 비비며 이게 현실인지를 의심했고, 반대쪽 팀은 거의 울상으로 호크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거 반칙 아니에요?
이건 선 넘었죠!!
밸런스 붕괴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크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저 쉴드 완갑을 만든 건 순전히 엘런의 재량이고, 이런 기예가 이런 게임에서 튀어나올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거라곤 의자에 앉아 지켜보는 것뿐이다.
시에나는 이를 악물며 재빠르게 명령을 하달했다.
“상대는 위협적이지만 원반이 날아올 수 있는 경로는 한정되어 있느니라! 지레 겁먹지 말거라!”
“마, 맞아! 그랬지!”
“쉴드만 잘 전개하면 돼!”
원반을 손에 쥔 엘런은 말없이 팔을 뒤로 당겼다.
가까이 있던 라제나는 물었다.
“도와드릴 거라도 있습니까?”
“뒤로 빠져 있어.”
“후훗, 알겠습니다.”
라제나는 입꼬리를 길게 늘이며 뒤로 돌았다.
적색 팀이 뒤로 스멀스멀 물러나자 어느새 팀 진영에는 엘런만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반대쪽 팀은 천군만마와 마주한 듯한 착각을 느꼈다.
엘런은 완갑을 낀 손을 뒤로 한계까지 꺾었다.
허리가 돌아가고 팔이 뒤틀리며 다리가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엘런은 그야말로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서 던졌다.
쿠와아아아아아-!!
원반은 삭월형의 기류를 흩뿌리며 돌진했다.
눈으로 쫓는 것조차 벅찬 속도였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이 앞은 쉴드로 단단히 막아놨기 때문이다.
볼 필요도 없이 이 뒤에 몸을 숨기고 있으면 당장은 안전…….
“커흑!!”
어디선가 숨 막힌 고통의 신음이 들려온다.
청색 팀 전원의 턱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분명 아까까지 쉴드 뒤에 잘 숨어있던 놈이, 이젠 바닥에 쓰러져서 저릿거리는 고통에 숨을 몰아쉬는 중이다.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래. 총알도 튕겨서 날리던 놈인데 원반이라고 오죽하겠어.”
“우리가 도탄의 유무를 간과했구나.”
“그래도 공격권은 다시 우리한테 들어왔어!”
한 명이 아웃되면서 그 자리에 정지한 원반.
카르디아는 재빨리 원반을 향해 쉴드를 조준했다.
“모두 앞으로 전진하거라! 공격권이 우리에게 있는 지금 진형을 더 유리한 쪽으로 굳혀야 하느니라!”
청색 팀은 시에나의 지휘에 맞춰 쉴드를 걷어내고 엘런의 주위를 조금씩 감싸나갔다.
그 상황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라제나는 입가에 손을 모으고 외쳤다.
“도와드립니까?”
“가만히 있어.”
이번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엘런은 원반 앞에 선 카르디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흐흐흥’하고 낮게 웃으며 쉴드를 들어 올렸다.
“내 대가리는 너보다 멍청해서 그런 도탄 각도는 계산 못 하지만!”
카르디아의 손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파괴력과 속도 하나는 자신 있거든!!”
후우우욱-!!
파아아아아앙-!!
그의 방망이 같은 쉴드에 얻어맞은 원반이 로켓처럼 발사되었다.
커다란 총알이라 해도 믿길 만한 속도다.
“…….”
엘런은 침묵한 채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와 동시에 팔을 덮고 있던 조각 쉴드가 하나하나 벗겨지기 시작했다.
엘런은 짧게 말했다.
“그럼 되돌려줄게.”
조각 쉴드가 허공에서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마치 철도처럼 허공에 촤르르 깔린 그것은 원반의 테두리와 금세 맞닿았다.
그의 몸을 한 바퀴 두른 쉴드의 레일은 원반의 파괴와 속도를 역이용하기 충분했고, 엘런은 그것의 궤도를 완전히 틀어냈다.
카가가가가각-!!
퓨우우우우우웅-!!
거기다 본인의 완력까지 꽉꽉 욱여넣은 원반은 다시금 엘런의 손끝에서 날아갔다.
“이런 미친……!!”
카르디아는 재빨리 쉴드를 펴냈지만, 도탄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원반 위로 몇 개 붙여둔 조각 쉴드.
그것들이 엘런의 의지로 인해 허공으로 튀어 나간다.
조각 쉴드는 완벽한 각도로 원반의 궤도를 방해하고, 방해하고, 방해를 거듭했다.
“카르디아여! 뒤를 조심해야 하느니라!”
“씹……!!”
한마디 욕지거리를 내뱉을 틈조차 지금 이 순간에는 사치다.
뻐어어억-!!
“끄으윽!!”
꽉 다문 이빨 사이로 고통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원반과 등이 충돌하고 느껴지는 고통은 누가 배트로 내려치는 줄 알았다.
“그래도 걱정 말거라, 카르디아여. 다시금 공격권이 우리에게…….”
“오지 않았지.”
“에, 엘런? 왜 원반이 다시 너에게 간 것이지……?”
“허공에 뿌린 조각 쉴드들을 다시 모으려는데 겸사겸사 원반도 가져오면 좋겠더라.”
“…….”
시에나는 할 말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럼 서로 시간도 없는데, 얼른 끝내자고.”
엘런의 손에서 원반이 떠났다.
***
이제 게임에 익숙해진 학생들의 공방은 전보다 더 치열해졌다.
시에나는 카르디아라는 전체 전력의 기둥이 빠졌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더욱 진두지휘에 열을 올렸다.
그녀의 순간 판단력과 리더쉽 개인의 기량은 이런 전쟁 같은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엘런이라는 마왕을 상대로 펼쳐지는 시에나의 지휘.
팀플레이라는 틀 안에서 그녀는 가장 빛났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앞뒤를 보호하거라!”
“여유가 되는 자는 길목마다 쉴드를 둬서 도탄을 방해하거라!”
“상대를 포위하고 공격권을 가져와야 하느니라! 아웃당하더라도 전진해야 한다!”
그녀는 목소리가 터져라 외치면서 자기 자신도 절벽 끝까지 몰아붙였다.
웬만한 대방패라 해도 꿀리지 않을 만큼 커다란 쉴드를 열 개씩 만들어가며 숨구멍을 만들어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적색 팀은 시에나의 탁월한 대응에 손뼉을 칠 뻔했다.
또한 리더로서 갖춰야 할 솔선수범과 타고난 자질은 정말 목숨 걸고 따르고 싶게 만들었다.
역시 제국의 제1황녀라는 명성과 이름이 조금도 아깝지 않은 인간이다.
하지만 그 상대가 너무 나빴다.
시에나는 명장(名將)이었으나 반대편에 서 있는 저놈은 어린 마왕이다.
압도적인 힘과 천재성, 의외성, 변칙성으로 무장한 저 미친놈은, 생각지도 못한 수부터 치졸한 수까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해냈다.
도탄은 그가 꺼내 보일 수 있는 수많은 패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이렇게도 해볼까.”
엘런은 원반의 테두리를 쉴드로 뒤덮었다.
본래 이 원반은 쉴드를 파괴할 수 없는 재질인 듯했다.
그럼 쉴드를 파괴할 수 있게 바꿔주면 그만이다.
테두리를 쉴드로 마감질한 원반의 위력은 이전보다 더욱 거세졌다.
도탄에 신경 쓸 필요도 없이 원반은 몸을 지켜주던 쉴드마저 산산조각냈다.
상황이 여기까지 치달으니 더 이상 머리싸움으로는 엘런을 상대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떤 기상천외한 방어를 하든 그게 정면에서 깨진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래. 어쩔 수 없었다.
시에나는 부당하게까지 느껴지는 힘의 격차에 이마 위로 힘줄이 뻗쳤다.
삐이이이-!
“시에나 학생을 마지막으로 적색 팀 모두가 아웃당했습니다.”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지만 끝내 아웃된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조끼를 벗었다.
딴 것도 아니라 이런 단순한 게임에서까지 힘의 차이를 느낄 줄은 몰랐다.
“시, 시에나. 괜찮아?”
“응. 괜찮다.”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남의 감정에는 무신경한 카르디아마저 그녀의 눈치를 볼 만큼, 현재 시에나의 표정은 살인적이었다.
그러나 반대편 적색 팀은 축제 분위기였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야식과 디저트를 얻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또한 엘런의 표정도 썩 나쁘지 않았다.
야식과 디저트야 어떻게든 얻을 생각이니 다른 학생들처럼 기뻐할 필요는 없다.
다만 쉴드를 배우고 오늘 그것에 대한 새로운 응용법의 실용성까지 확인했다.
이건 분명 큰 수확이다.
언젠가 다시 한번 커다란 힘이 되어주겠지.
‘마침 디저트도 같은 것만 먹어서 슬슬 손이 안 가던 차였는데 잘됐네.’
엘런이 오늘 중앙성으로 배달될 디저트와 야식에 대해 순수히 기대할 때.
툭-
뒤에서 어떤 촉감이 느껴진다.
주먹이라 하기엔 너무 얇고 칼이라 생각하기엔 말이 안 된다.
엘런은 고개를 살짝 틀었다.
그곳엔 원반이 있었다.
원반을 잡은 시에나가 있었다.
원반을 잡고 그의 몸에 갖다 댄 시에나가 있었다.
“……뭐해?”
“그냥 이렇게라도 해보고 싶었느니라. 이 쉬운 걸 나는 한 시간 가까이 못 했으니.”
“그래서 뭐 특별한 감상이라도 있어?”
시에나는 ‘흐음’하고 숨을 내쉬며 손에 든 원반을 엘런의 몸 이곳저곳에 갖다 대보았다.
“별거 없구나.”
“그렇지?”
“근데 네가 이 원반을 쥐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그럼 어땠는데. 팔 네 개 달리고 머리 두 개 달린 괴물처럼 보였냐?”
엘런은 입꼬리를 올린 채 양팔을 흔들며 되도 않는 괴물 흉내를 내었다.
시에나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 그렇게 보였느니라.”
“?”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운 엘런을 제치면서, 그녀는 손에 쥔 원반을 호크에게 가져갔다.
“어땠나요, 시에나 학생. 재밌었습니까?”
“네. 재밌었습니다.”
“다음에는 이길 수 있겠습니까?”
호크는 할 일이 끝나자 다시금 나태에 젖은 엘런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시에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눈동자에 투영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겨보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대답입니다.”
호크는 원반을 받아들며 학생들의 앞에서 말했다.
“별들은 저마다 다른 밝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땅 위에서 인간이 바라보는 별은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게 몇 없죠.”
실습실에 모인 40명의 학생들.
이 중에는 가장 빛나는 별도 있고 가장 덜 빛나는 별도 있다.
하지만 이 모두가 밤하늘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채 더 없이 반짝이는 별들이다.
이 별들이 모여 은하수를 만들고 성단을 만들어진다.
호크는 은하수의 앞에서 말했다.
“오늘 여러분은 별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별들을 위해선 저 나름의 성의를 보여야겠죠. 본래 승자들에게만 주어졌어야 할 야식과 디저트는 패배한 청색 팀에게도 똑같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실습실은 한동안 환호로 물들어갔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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