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7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79화(79/354)
#079화. 흑범 사냥(1)
엘런의 눈이 천천히 뜨였다.
그러고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중앙성 침실의 천장이었다.
살짝 눈을 돌리니, 바닥에 널브러진 야식 포장지와 함께 디저트 포장지가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다.
엘런은 잘하면 쥐도 나올 것 같은 바닥에서 눈을 떼고 느릿느릿 손목을 들어 올렸다.
그곳에 자리한 시계는 여덟 시를 가리켰다.
본래 등교 시간은 9시.
오늘은 굉장히 오랜만에……. 아니, 아예 처음인가?
등교 5분 전이 아니라 굉장히 여유 있는 시간에 일어났다.
원래라면 잠이라도 더 자겠지만 오늘은 그럴 마음이 안 들었다.
“체력이 늘었어.”
엘런은 아침부터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나 이건 정말 진심이었다.
그 거지 같은 운동 뒤에, 자신의 몸은 대번에 변화를 거듭했다.
기본적인 체력이 늘고 근력이 늘고 그것에 따라 지구력이 늘어났다.
“어제 원반던지기를 할 때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팔 힘도 더 세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엘런은 몸을 일으켜 침대 벽면에 기댔다.
그리곤 자신의 팔을 꾹꾹 주물러보았다.
이전에는 느끼기 어려웠던 근육이 손에 잡혀 나갔다.
“흐음…….”
엘런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금 내 몸이 어떻게 된 거지.”
어차피 상의는 훌렁훌렁 벗고 자는 엘런이기에, 거울 앞에만 서면 몸 상태가 떡하고 보였다.
그러나 제 몸을 보기 위해서 거울을 찾은 적은 없었다.
굳이 안 보아도 이미 머릿속에 다 기억되어 있을뿐더러, 몸은 기억에서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엘런은 별다른 감흥 없이 거울 앞에 섰다.
“……뭔데, 이거.”
자신은 변해 있었다.
그냥 마른 체형에 잔근육이 오밀조밀 붙어 있는 몸 위로, 한 꺼풀의 근육과 살집이 더해졌다.
“운동 한 번 했다고 몸이 이렇게 변하나?”
아무래도 기억 속에 저장된 자신의 몸을 최신화시킬 필요가 생긴 것 같다.
엘런은 거울 앞에서 팔에 힘도 줘보고 복근이 드러나게 배에 힘도 줘보다가, 문득 과거 게르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들아. 우린 일반적인 사람들의 몸과 다르단다. 평균적인 근육량도 그렇고 골격의 단단함도 그렇고 범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지.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엘런은 이렇게 되물었다.
-어째서 그런 거죠? 조상님 중에 이종족이라도 계셨나요?
-흐음, 그랬을 수도 있지.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크레센티아의 이름을 달고 태어났다면 모두가 심장 속에 품고 있는 음기.
게르슐은 어린 엘런의 가슴을 콕 하고 찔렀다.
엘런은 그 간지러움에 꺄르륵 하고 웃었다.
-이 음기를 견디는 건 일반적인 육체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지. 크레센티아의 육체는 타고난 음기에서 살아남고 견디기 위해서 강해진 거야. 이해했느냐?
-그럼……. 강한 음기를 타고나면 타고날수록 신체 능력도 더 강해지나요?
-흥미로운 가설이긴 하다만, 가문의 구성원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타고나는 음기의 양은 서로 큰 차이가 없어서 이렇다 할 만한 증거는 없지.
게르슐과 나눴던 대화의 기억이 끝이 났다.
엘런은 거울 너머에 있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 가설이 맞는 것 같네요, 아버지.”
기사의 길을 걸어간 첫째 형 카일은 물론이고, 마법사인 이사벨과 엘리스마저 신체 능력은 발군이다.
그 이유는 게르슐의 말마따나 타고난 음기를 견디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자신처럼 음기가 비상할 경우에는 신체 능력도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운동하면 누구에게나 몸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 날이나 며칠 만에는 절대 아니다.
“이러면 운동할 맛이 나네.”
그냥 적당히 체력만 좀 만들려 그랬는데, 이런 효율 좋은 몸이라면 그냥 놔두는 게 바보짓이다.
“어차피 잠도 안 오는 거.”
엘런은 천장에 있는 대들보로 도약했다.
그 두꺼운 기둥이 손바닥으로 들어온다.
“대충 이렇게 했던 것 같은데.”
엘런은 기억 속에 카르디아가 했던 것처럼 풀 업, 턱걸이를 수행해나갔다.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서 몇 개가 평균량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력 없이도 단숨에 서른 개는 가능했다.
적당히 할 짓 없을 때 하면 좋겠는데?
엘런은 생전 안 해보던 운동이란 부분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등교 전까지 그것에 집중했다.
***
허억-! 허억-!
흐어억-! 흐으억-!
수업 시작부터 학생들의 숨찬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오늘 자 대괴물전 전투법 수업의 시작은 교실이 아닌 숲속에서 시작되었다.
애초에 덩컨 교수가 이끄는 이 수업은 교실에서 시작한 적이 전무했지만, 이렇게 거친 숲속도 처음이었다.
학생들은 텔레포트 마법진에 몸을 싣고 도착하자마자,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 솟은 나무들을 보았다.
마치 창칼을 잘라다가 바닥에 꽂아놓은 듯한 나무의 모습은 퍽 기괴했다.
그러나 이런 나무의 모습에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수업이 시작될 시간인 9시.
그 시간에 분침이 도착하자마자 이상 현상은 시작되었다.
후두두둑-! 후두둑-!!
흙바닥이 거칠게 파이는 소리……. 뭔가 달려오는 소리…….
형용할 수 없는 야생의 소리 하나가 이쪽으로 무섭게 접근 중이었다.
“뭐, 뭐지? 교수님은 어디 계신 거야!”
“저, 저기 뭔가 있어!”
“흐, 흑범이다!”
“젠장!! 모두 달려!!”
학생들은 혼란에 빠져 흑범이 있는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카르디아는 근처에 쓰러진 나무를 멋들어지게 넘고, 바윗돌을 발판 삼아 점프하면서 시에나에게 물었다.
“흑범? 저게 뭐야? 위험한 괴물인가?”
“흑범은 산속에 사는 괴물로 사냥꾼이나 나무꾼, 약초꾼들의 악귀로 알려져 있는 괴물이니라.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식으로 삼는 괴물이지.”
“오호라, 한마디로 죽여도 상관없다?”
“하지만 나라면 지금처럼 잠자코 도망치겠느니라.”
“어째서?”
시에나는 옅게 웃으며 뒤로 흘깃 눈짓했다.
“흑범은 저 거대한 덩치에서 나오는 엄청난 완력으로 사람을 짓이길 수 있을뿐더러 가죽은 웬만한 창칼로는 흠집도 나지 않느니라.”
“그럼 이렇게 계속 도망치기만 할 거냐? 난 마음에 안 드는데.”
카르디아로선 이렇게 꽁무니 빠져라 도망만 다니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가 달려들면 흑범을 잡을 순 있겠으나 부상을 각오해야 하느니라.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
“쩝. 뭐, 그거야 그렇지만.”
“이대로 마력을 써서 달리면 놈도 관심을 끊고 떨어져 나갈…….”
콰지지지직-!! 콰지직-!!
끼이이잉-!! 끼잉-!!
뭔가 때리는 소리와 고통으로 내지르는 신음 소리.
그 소음들이 복합적으로 도망치던 학생들에게 들려왔다.
학생들은 뛰던 걸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까지 흑범이 달려오던 곳은 겨울이 찾아온 듯 새하얗게 변해 있다.
그 중앙에 선 엘런은 뭔가 꺼림칙한 듯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뭐, 뭐야! 네가 잡은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선빵치는 건데!”
“잡긴 했는데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었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보다 흑범은 어디 있느냐? 도망친 것이야?”
엘런은 고개를 저었다.
“싸우려고 마법을 썼는데 그 순간 사라졌어. 애초에 환영이었던 것 같아.”
“환영? 와아……. 존심 존나 상하네.”
“그럼 이것도 수업의 일환이었나 보구나.”
“시에나의 말이 정답이다.”
갑작스레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
또 운영진인가 싶었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덩컨이었다.
그는 나뭇가지에 양발을 딛고 서며 학생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덩컨은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것인지, 표정이 좋지 못했다.
한 번의 도약으로 단숨에 지상까지 내려온 덩컨은 다시금 쭈뼛쭈뼛 모인 학생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자신보다 강한 괴물을 두고 도망쳐서 후일을 도모하는 건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영리한 짓이고 똑똑한 행동이지. 되려 혈기에 못 이겨 무기를 드는 것이 멍청하다 볼 수 있다.”
덩컨은 품에서 조그마한 칩 같은 걸 꺼내 바닥으로 던졌다.
후우웅-!
크와아아아아아-!!
칩에서 뻗어 나온 빛은 곧이어 생동감 넘치는 흑범으로 변했다.
아까까지 학생들을 거세게 쫓아오던 바로 그 흑범이었다.
“이 흑범을 보고 겁을 먹었나. 공포에 젖어서 도망 말고는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나.”
눈앞에 흑범은 환상인 걸 아는데도 학생들은 오금이 저렸다.
덩컨은 말했다.
“보아하니 흑범과 싸워보려는 생각이라도 해본 건 열 명 정도가 전부인듯하더군. 또 그 생각을 실제로 옮긴 이는 단 한 명이고.”
학생들의 고개가 부끄러움에 푹 숙여진다.
“내가 아까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을 마주하면 도망치는 게 상책이라고 했지. 그러나 마흔 명의 마법사라면 흑범 정돈 상대할 수 있을 터인데? 아니면 이번 1학년들의 수준이 그렇게 낮은 것인가.”
학생들 사이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덩컨은 그 침묵 속에서 학생들의 면면을 살폈다.
여기 모인 이들은 하나같이 천재라는 이명이 아깝지 않은 자들로 하나를 알려주면 둘, 셋을 해내는 놈들이다.
다만 아직 광을 내지 못했을 뿐이다.
두려움과 미숙함이란 녹에 가려져 빛이 나지 않는 광석, 딱 그것이었다.
“오늘의 수업 주제다.”
덩컨은 마력 분필을 꺼내 들고 허공에 휘갈겼다.
칠판이 아닌 숲의 맑은 공기를 배경으로 쓰인 들쭉날쭉한 필체는 겉보기에도 강렬했다.
그는 짧게 딱 두 글자를 박아넣었다.
[용기]“용기란 별 게 아니다. 겉보기에는 기사의 필수 덕목이나 마법사의 마음가짐, 이런 것에 나올 법한 단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덩컨은 허공에 손을 가로저었다.
쩌어억-!! 쩌억-!!
그의 손에 맞춰 썩은 나무는 갈라지고 잘려 깔끔히 다듬어졌다.
그것이 땅에 쿠웅 하고 쓰러지니, 곧이어 임시방편으로 앉을 만한 의자가 되었다.
학생들은 엉거주춤 그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덩컨은 그 앞에 분필을 들고 섰다.
갑작스레 숲속에서 만들어진 교실.
덩컨은 남은 한 팔과 한 손으로 분필을 움직였다.
“아까 말했듯, 용기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저 앞에 있는 두려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지.”
덩컨은 옅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직은 어린 너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학생들은 조금씩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한 의미의 용기를 내보기도, 겪어 보기도 16살이란 나이는 여러모로 어렸다.
이제껏 자신이 직접 용기를 발휘하기보단 이미 발휘한 자들의 뒤에서 싹을 키워야 할 나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남의 등 뒤에서 나와 인생의 문제와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할 때.
그래서 덩컨은 그 문제를 직접(?) 내주기로 했다.
“지금부터 ‘진짜’ 흑범을 풀겠다.”
예?
“충격 흡수 조끼 같은 건 시간상 준비하지 못했지만, 딱히 상관없겠지.”
예??
“잡든지 도망치든지 알아서 해라. 다만 한 가지 말해둘 게 있다. 이 흑범은 아종격 개체로 보통 흑범보단 강하다. 이 정도는 돼야 40명의 마법사와 얼추 겨뤄볼 만할 터.”
예???
덩컨은 주먹만 해진 학생들의 눈을 뒤로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맑은 소음과 함께 그는 제자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동시에 허공으로 어떤 숫자가 떠올랐다.
[01:00] [00:59] [00:58]…….
흑범이 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분이라는 건가.
숫자 옆에는 덩컨이 남겨놓은 건지, 조교들이 띄운 건지 모를 문장이 주르륵 떠올랐다.
[흑범을 잡는 학생에겐 특별한 보상이 있습니다. 여기서 토벌 인정은 기여도가 아니라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학생의 기준입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하아…….”
하여간 이 망할 놈의 학교.
뭐 하나 쉽게 주고 쉽게 가는 게 없다.
엘런은 한 손에 그림 리퍼를 뽑아 들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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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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