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80)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80화(80/354)
#080화. 흑범 사냥(2)
카르디아는 타이머가 30초에 다다를 때까지 아래에 있는 문장을 계속해서 읽어보았다.
[흑범을 잡는 학생에겐 특별한 보상이 있습니다. 여기서 토벌 인정은 기여도가 아니라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학생의 기준입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여기서 눈에 띄는 건 딱 두 가지다.
특별한 보상과 토벌 인정은 기여도가 아닌 마지막 일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이러면 막타 친 놈이 보상을 갖는다는 거 아니야?”
“맞지.”
“와아, 이 악마 같은 새끼들.”
“끝없는 눈치 게임이 시작되겠구나.”
“당장 사람 목숨이 오락가락할 수도 있는데 설마 애들이 막타만 생각하겠어?”
시에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람은 생각보다 더럽고 생각보다 깨끗하다. 뭔 소린지 알겠느냐?”
“……조금은.”
카르디아도 용병으로 자라오면서 인간의 좋은 꼴 못 볼 꼴 다 보고 자라왔다.
그래서 시에나가 뭘 말하고 싶은지 잘 알 수 있었다.
이제 타이머가 정확히 10초를 남긴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저마다의 포지션을 잡았다.
친구끼리, 아니면 마음 맞는 이들끼리 파티를 꾸리는 이도 있었고, 은밀히 숲속에 숨기 위해 작정하려는 자도 있었다.
후자 쪽은 예리하게 막타를 노리려 할 테니 면밀한 주시가 필요했다.
파티를 만든 학생들은 누군가 막타를 쳐도 보상을 나누기로 하고 일시적인 동맹을 맺었다.
최근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이제 거의 한 달간 마법에만 매달리면서, 학생들은 각자의 기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머쥐었다.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몸은 때아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타이머가 끝을 향해 달려간다.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가까이에 있는 엘런을 살짝 돌아보았다.
그는 한 손에 그림 리퍼를 끼고, 아까 덩컨이 만들어둔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있었다.
“어쩔 것이냐?”
엘런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막타만 노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
“에잉! 엘런도 겁쟁이구만! 나는 바로 정면에서 송곳니를 뽑아버릴 거야!”
“송곳니를 뽑을 생각은 없지만 나도 카르디아와 싸울 작정이니라. 마침 시험하고 싶은 것도 몇 가지 있으니.”
“그러냐.”
엘런은 다리를 쭉 펴며 턱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럼 파이팅해라.”
[00:00]스아아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오-
푸른 빛과 함께 알 수 없이 불길한 바람이 바닥에 깔린 나뭇잎을 휩쓴다.
동시에 산 능선을 쓸어 담는 새벽의 안개처럼 으스스한 연기가 천천히 퍼져 나갔다.
그 너머에서 커다란 잔상이 보인다.
그 잔상은 익숙했다.
조금 전까지 자신들을 죽어라 쫓아오던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까보다 반절은 더 커진 듯한 덩치.
뿌연 안개를 뚫고도 거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두 개의 송곳니와 열 개의 발톱.
그것들은 사람의 생살 정돈 종이 가르듯 할 수 있었고, 힘은 바윗돌조차 가루로 만들기 충분했다.
꿀꺽-
어딘가에서 침 넘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학교에 입학하고 괴물은 꽤나 많이 본 것 같은데, 이런 갑작스러운 대면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저 연기 속에서 빗발치는 샛노란 안광을 보라.
어떻게 익숙해지고 어떻게 손이 떨리지 않을까.
“이걸 껴야겠군.”
카르디아는 단검을 꺼내려다가 아공간 구석까지 손을 집어넣었다.
그녀의 주먹 위로 두꺼운 너클이 올라온다.
“가죽 질긴 놈은 예로부터 두들겨 패야 한댔어. 그래야 육질이 좋아지지.”
“여기가 요리 학교였다면 훌륭한 견해가 됐을 테지만, 지금만큼은 나도 동의하겠느니라.”
시에나는 포션을 꺼내 들었다.
엘런은 힐긋 하고 그 포션을 보자마자 정체를 눈치챘다.
애초에 자신이 만든 것인데 당연하다.
……하지만 그녀의 재량으로 조금의 변화를 준 듯 더욱 깔끔해졌다.
“손아귀 포션이야?”
“정답이니라. 리메이크에 리메이크를 거친 포션이지.”
시에나는 손으로 자랑스레 포션을 쥐며 마력을 움직였다.
파티를 꾸리고 흑범을 사냥하기로 한 모든 학생이 마력을 폭발적으로 전신에 둘렀다.
그 양질의 마력들은 갑작스레 이곳으로 발을 들인 흑범의 주의를 끌기 충분했다.
크르르르르르르-
안개가 걷히고 흑범의 새까만 밤하늘 같은 몸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거친 하울링은 전신의 털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흑범은 자신을 포위한 것처럼 둥글게 말은 학생들을 경계의 눈빛으로 노려봤다.
“내가 먼저 발을 묶으마.”
제일 먼저 나선 건 시에나였다.
그녀의 손에서 손아귀 포션이 떠나간다.
허공으로 던져진 포션병들이 흑범의 주위로 떨어졌다.
쨍그랑-! 쨍그랑-!
“호오.”
그와 동시에 엘런은 입 밖으로 작은 감탄사를 내보냈다.
쑤우우우욱-!!
쑤우욱-!! 쑤우우욱-!!
바닥에서 올라온 악마의 손아귀.
그것은 전보다 훨씬 두꺼워졌고 단단해졌다.
손아귀는 흑범의 발목을 묶고 발톱을 묶었으며, 거기서 뻗어 올라온 잔가지로 몸을 칭칭 묶었다.
손아귀 포션은 기반 자체를 손아귀 나무라는 식물로 하고 있었기에, 이 순간 모든 컨트롤이 시에나에게로 들어온다.
“가만히 있거라.”
시에나의 양 손바닥이 합장하듯 천천히 모여들었다.
꽈아아아아아악-
그럴수록 흑범을 조이는 손아귀 나무와 식물들의 속박력은 강해졌다.
학생들은 눈을 번쩍 뜨며 준비해두었던 마법들을 뿜어냈다.
“지, 지금이야!”
“다 쏟아내!”
“보상은 우리 거다!”
“기다리거라! 지금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마법을 쏘면……!”
시에나가 말릴 틈새도 없이, 갖가지 속성의 마법들이 흑범에게로 쏟아져 내렸다.
화르르르르-!! 쩌저적-!!
휘오오오오오-!!
마지막 일격을 위해 숨은 학생들을 제외하고도, 스물이 넘어가는 마법사들의 마법 폭격은 위력이 대단했다.
불꽃이 휘몰아치고 한기가 내려앉으며,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크와아아아아아-!!
고통 섞인 흑범의 울음소리가 일대를 진동시켰다.
잔가지에서 떨어진 나뭇잎들이 하늘하늘 내려오고 나무껍질이 떨어져 내린다.
시에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 마법 폭격이 지나간 자리는 움푹 패고 꺼져서 난장판이다.
그러나 흙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건, 몸에서 뿌연 연기를 흘릴 뿐 멀쩡한 흑범이었다.
시에나가 흑범을 묶어둔 손아귀 포션은 마법들에 의해서 깨져나가고 깡그리 불타버렸다.
“어, 어째서!”
“마, 마법을 정면에서 맞아놓고 저렇게 멀쩡할 수 있는 건가……?”
“흐, 흠집도 없는 것 같아.”
시에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았다.
“흑범의 가죽은 웬만한 공격으로 뚫리지 않느니라! 그나마 화속성 공격이 가장 잘 먹히고 타격 계열을 사용해야 한다!”
“그, 그 속박 마법을 다시 한번 해줄 순 없을까? 그럼 우리가 그때부턴 최대한 화속성 마법으로 공격할게!”
“이젠 어려운 일이니라. 한 번 내 포션에 당했으니 저 흑범도 가만히 당해주지 않겠지.”
“제, 젠장…….”
시에나는 쯧 하고 혀를 차며 말했다.
“엘런이여. 뾰족한 방법이 있으면 꺼내보거라.”
하지만 그녀가 부르는 엘런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뭐, 뭐야! 얘 어디 갔어!”
“……벌써 안전한 자리로 도망친 것 같구나.”
“으으윽! 잡히면 가만 안 둬! 상체부터 하체까지 운동으로 조져버릴 테니까!”
만약 엘런이 들었다면 다리가 후들거렸을 만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카르디아는 너클 낀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흑범도 이젠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갑자기 텔레포트 되고 환경이 순식간에 뒤바뀌며 필요했던 적응의 시간은 끝이 났다.
흑범이 움직였다.
후우우우욱-!! 후우욱-!!
앞발과 뒷발을 한 번씩 놀릴 때마다 주변의 풍경이 단숨에 바뀌어나간다.
흑범은 숲속의 햇빛과 맞닿아 눈이 아플 정도로 빛나는 발톱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쉬, 쉴드!!”
공격의 대상이 된 학생은 반사적으로 두터운 쉴드를 앞에 내걸었다.
하지만 카르디아는 그 학생을 테이크다운 하듯이 잡아채 바닥으로 굴렀다.
그 사이 흑범의 발톱과 쉴드가 부딪쳤다.
와장창창창-!!
조금 전까지 몸을 숨기고 있던 쉴드가 파편으로 부서져 내린다.
카르디아는 쯧 하고 혀를 찼다.
“네가 펼친 방패 쪼가리로 저런 발톱을 막으려면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데려와야 할 거다! 막지 말고 피하란 말이야!”
“허으어억……!! 허으으윽……!!”
카르디아가 구해준 학생은 아직까지 공포가 목구멍에 들어차 숨을 껄떡거렸다.
이럴 때 100%의 완치율을 자랑하는 특효약이 있다.
짜악-!!
“커흐으읍!”
“정신 차려, 인마! 여긴 네 집 안방이 아니야! 그렇게 정신 놓고 있을 틈은 없다고!”
“네, 넵!”
“좋아! 가서 화속성 마법이나 준비해둬! 틈은 내가 만들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이제 꺼져!”
카르디아는 시원하게 안면장을 갈겨준 학생을 구석으로 치워버렸다.
흑범은 숲을 날 듯이 달려 연신 앞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 학생들도 매일을 구르다시피 살아왔고, 어찌저찌 죽지 않을 만큼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심지어 본인들도 어떻게 피하는진 몰랐다.
늘상 자신에게 날아오던 마법보단 흑범의 발톱이 더 느려서일까?
반격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회피뿐이라면 가능했다.
그렇게 한 명이 미끼가 되어 죽을 둥 살 둥 흑범을 피해 다니면 다른 학생들은 마법을 준비했다.
화르르르르르륵-!!
화르르르륵-!!
시에나의 조언대로 불길을 품은 화염구가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것은 곧장 흑범에게 날아가 몸이고 다리고 머리고 후끈한 찜질을 해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털이 조금 타서 떨어져 나가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나와봐! 내가 한다!”
카르디아는 시에나가 속박을 위해 펼쳐놓은 식물들을 이리저리 해치며 흑범과 맞닥뜨렸다.
크와아아아아-!!
흑범은 눈앞에 온 먹이를 놓치지 않았다.
곧장 앞발을 들어 올리고 벼락처럼 내리친다.
카르디아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름달 같은 흑범의 동공을 거세게 노려보았다.
그리곤 마치 흑범처럼 주먹을 내질렀다.
“미, 미친……!!”
“맞공격이라고……?!”
“죽는……!!”
모두가 카르디아의 상반신이 사라지는 결과를 머릿속에 떠올릴 때, 그녀는 더없이 화려한 반전을 주었다.
그녀의 주먹 위로 휘감긴 두 장의 마력.
그것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흑범의 발과 부딪쳤다.
그러면서 생겨난 어마어마한 충격량이 마력 사이에 맴돈다.
마력의 사이와 사이를 부딪치며 끝내 순수한 힘만이 주먹에 감기게 된다.
“죽어!!”
카르디아는 그대로 파고 들어가 내지른 주먹 그대로 흑범의 송곳니를 잡아냈다.
그녀를 죽이기 위해 모았던 흑범의 힘이 카르디아에게 맺혔다.
완벽한 타이밍과 완벽한 균형이 끝내 완벽한 위커를 만들어냈다.
이제 완벽한 결과를 끄집어내야 할 때.
“내놔, 이 새끼야!!”
꽈드드드드득-!!
푸화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아아-!!!
구린내 나는 피보라와 함께 송곳니가 완전히 뽑혔다.
카르디아의 손에 단검을 연상시키는 흑범의 송곳니가 들어오고, 그 송곳니의 주인은 입에서 포효와 함께 피를 한 움큼 쏟아냈다.
“……저게 사람이냐?”
“혹시 몰라. 덩컨 교수님이 사냥하라고 준 괴물은 흑범이 아니라 저 깡패일지.”
“차라리 난 흑범을 잡을래.”
“나도.”
학생들은 모두 그녀의 패기와 힘에 혀를 내둘렀다.
카르디아는 마치 승전보를 울리고 온 장군처럼 위풍당당하게 돌아왔다.
“내가 말했지? 송곳니 뽑고 온다고.”
“나는 믿고 있었느니라.”
“아오! 엘런 그놈이 이 장면을 봤어야 했는데!”
카르디아는 에잇! 하고 혀를 차며 송곳니를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이제 전리품도 챙겼으니 확실한 마무리를 지을 때다.
그러나 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라도 호랑이는 호랑이.
시에나는 근처의 식물들로 흑범이 가까이 올 수 없도록 계속해서 견제했다.
그러나 조금 전까진 적극적이었던 학생들의 마법은 점차 줄어들더니 이젠 회피만이 남게 되었다.
마법을 쓸 힘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다.
쓸데없는 견제로 마력이 동나고 끝내 모든 마력을 소진할까 봐.
그 사이에 힘이 남은 누군가 흑범을 처리할까 봐.
그래서 시에나와 카르디아가 열심히 흑범을 처리해두는 사이, 강력한 마법으로 끝을 보려는 생각이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고 모두가 같은 걸 노렸다.
시에나는 계속해서 식물을 조종하며 외쳤다.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이렇게 계속 텀을 주면 흑범은 힘을 되찾을 것이다! 우리에게 승기가 쥐어진 이때, 더욱 몰아쳐야 하느니라!”
알고 있었다.
다만 선뜻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 눈치 게임 속, 가장 먼저 마법을 써서 손해 보는 이가 되고 싶진 않았다.
그때 이리저리 고통에 몸부림치던 흑범이 우뚝 정지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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