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8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82화(82/354)
#082화. 흑범 사냥(4)
암살자가 손에 쥔 단검처럼 예리하고 치명적이게, 날카로운 발톱이 횡으로 휘둘러진다.
늪에서 방금 건져온 듯이 나뭇잎과 진흙이 더럽게 붙은 팔은 저항하지 못하고 잘려나갔다.
서거걱-!! 서걱-!!
정육점에서 날 법한 소리가 연신 귓가를 간지럽힌다.
하지만 괜찮다.
팔은 또다시 자라나며 이게 아니더라도 남은 팔은 아직 너무나 많으니까.
트롤은 팔이 잘리든 배가 갈리든 개의치 않고 팔을 움직였다.
뻐어어억-!! 뻐억-!! 뻐억-!!
주먹이 흑범의 몸과 부딪칠 때마다 대포 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흑범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트롤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트롤은 키메라로 다시 태어나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이런 통각의 유무에서 오는 차이는 명확했다.
학생들은 그나마 한숨 돌리며 눈앞에 두 괴물의 싸움을 직관했다.
“미친……. 이게 무슨 일이야.”
“나도 모르겠다. 갑자기 저 괴상한 트롤이 난입하더니 다 난장판이 됐어.”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저 트롤이 흑범을 죽이면 보상을 아무도 못 먹으니까 손해 볼 건 없고, 흑범이 트롤을 죽이면 체력이 다 빠져있을 테니까 막타를 노리기도 쉬울 거 아니야.”
“오오, 이 새끼 머리 좀 돌아가는데?”
“그럼 미리 마법을 준비해두자.”
학생들은 손을 꽈악 모으며, 그 안에 할 수 있는 최대의 출력으로 화속성 마법을 준비했다.
제대로 한 방만 맞추면 보상이 내 거라는 희망이 불쑥불쑥 생겨난다.
그와 같이 두 괴물도 근육 한 방울까지 쥐어짜 마지막을 준비했다.
꾸어어어어어어어-!!
크와아아아아아-!!
“오오! 이제 서로 마지막 공격인 것 같은데?”
“그러게. 괴물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어.”
사생결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살의.
심기가 미약한 학생들은 참지 못하고 구석에서 속을 게워냈다.
두 괴물이 뿜어내는 살기에 나뭇가지가 떨고 나뭇잎이 하나둘 떨어진다.
그러나 더 이상의 탐색은 필요 없다.
이제는 죽여야 할 때다.
흑범은 활시위처럼 뒤로 당겼던 몸을 앞으로 내질렀다.
슈우우우우욱-!!
하나의 뾰족한 쇠뇌처럼 모든 걸 꿰뚫을 것처럼 나아가는 모습은 잘 훈련된 기사의 창과 같았다.
그러나 키메라 트롤도 만만한 상대는 절대 아니었다.
쩌저저저저적-
트롤은 자신의 한쪽 팔들을 전부 꺼내 보였다.
가지각색의 팔들과 다양한 두께의 팔들이 눈에 띈다.
트롤은 그 팔로 자신의 몸 반쪽을 감싸 안았다.
트롤의 두꺼운 피부와 더불어 키메라가 되면서 더욱 강화된 재생력은 곧 불굴의 방패가 되어준다.
그것은 팔로 보호한 몸을 흑범 쪽으로 기울이며, 곧장 달려나갔다.
취이이이이이이이-
돼지 코로 흘러나오는 수증기 같은 콧김.
그 육중한 몸과 함께 나오는 육중한 돌진은 꼭 짐을 가득 실은 기차를 연상시켰다.
모든 걸 뚫고 지나갈 것 같은 창과 모든 걸 짓누르고 나아갈 것 같은 방패.
두 괴물과 두 공격은 중간에서 부딪쳤다.
하지만 그 중간에서 때아닌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잠깐 실례.”
엘런이 양쪽으로 뻗은 손에서 시린 한기의 마력이 뫼비우스의 띠 모양으로 휘감긴다.
[위커 – 엘런 리메이크]흑범과 트롤에게 실린 어마어마한 돌진력이 그의 마력으로 들어온다.
본래라면 엘런의 팔이 닭 뼈처럼 으스러지고 가루로 분쇄되어, 나아가 전신이 죽처럼 변했을 테지만 그는 결과를 뒤틀었다.
능히 성문도 부술 만한 힘은 뫼비우스의 띠 모양을 무한히 회전하며 끝내 주먹 끝으로 도달했다.
그 말인즉슨, 엘런이 돌진의 파괴력을 손에 넣었다는 얘기.
콰지지지지지직-!!
푸화아아악-!!
우드드드드드득-!!
뭔가 부서지고 깨지고, 터지는 소리가 복합적으로 귀를 때린다.
피가 점액질처럼 들러붙은 뼈가 허공에 비산하고, 다 터져버린 내장은 바닥을 질펀하게 적셨다.
엘런은 그 사이에서 유일하게 깨끗했다.
“쉴드 켜두길 잘했네.”
비록 쉴드가 정말 강력한 공격까진 못 막아주더라도, 이런 혈우(血雨)로부턴 몸을 깨끗하게 지켜준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비가 내린다.
비는 붉은색이었고 비릿했으며 끈적했다.
“으으윽!”
“쉬, 쉴드!”
학생들은 뒤늦게 쉴드를 머리 위로 펴서 몸을 가렸다.
피와 내장의 난장판 중앙에 서 있는 엘런에게로, 시에나와 카르디아가 다가왔다.
“아주 멋있는 장면은 혼자 독식하는구만?”
“그런 편이지.”
“재수 없는 놈.”
카르디아는 팽하고 턱을 돌렸고, 시에나는 그의 양팔을 살폈다.
“다친 데는 없느냐?”
“딱히.”
“안 그래도 위험천만한 기술을 너는 더 위험하게 사용하는구나. 그 사이로 뛰어드는 건 마차가 다니는 대로에 몸을 던지는 꼴이거늘.”
“안 다쳤으면 된 거지.”
“그러다 단명하느니라. 목숨은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엘런은 피식하고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그러지 않았어?”
“내, 내가 언제 그랬느냐. 그냥 마음에 안 든다고 그랬지.”
시에나는 그의 눈을 피하며 답지 않게 말을 더듬었다.
슈우우욱-!!
갑작스레 퍼져나오는 푸른 빛.
학생들의 몸을 하나하나 감싸 안은 그것은 학생들이 서 있던 풍경을 순식간에 뒤바꿨다.
“여긴…….”
“처음 허수아비를 때렸던 그 들판이구나.”
“아까 거기에 비하면 엄청나게 평화롭네.”
그 안전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 미리 와 있던 덩컨은 학생들을 맞이했다.
“여러분 모두 수고했다. 다친 사람 있나?”
““없습니다!””
덩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수업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여러분들 모두 각자의 이유대로, 명분대로 용기를 발현했고 흑범과 한 호흡씩은 공방을 섞어보았지. 모두 오늘 자신이 발휘했던 용감함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 해산.”
엘런은 곧 흘러나올 텔레포트의 청광을 피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순간이동은 1초 남짓한 시간 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눈을 뜨면 중앙성이…….
“없네.”
엘런이 텔레포트 된 장소는 덩컨의 교수실이었다.
그 엔틱한 분위기는 누가 봐도 그의 방이었고, 벽면에 배치된 따뜻한 모닥불은 한산한 숲속에 있었던 몸을 천천히 녹여주었다.
끼이익-
교수실의 문이 열린다.
“미안하군, 엘런 학생. 자네를 개인적으로 불러야 했던 이유가 있었어.”
“괜찮습니다. 저도 어느 정돈 예상하고 있었으니.”
“역시 그렇겠지? 자네는 머리가 비상하니까.”
덩컨은 교수실로 오면서 뽑아온 사진 몇 장을 엘런 앞에 있는 책상 위로 늘어놓았다.
사진에는 엘런이 자루 속에서 꺼내버린 트롤의 모습이 다각도에서 찍혀 있었다.
“사진 속에 이건 키메라 같네만. 내 말이 맞나?”
“정확하십니다.”
“내가 듣고 싶고 들어야 하는 건, 이걸 숲속에서 발견하게 된 경위일세. 얘기해줄 수 있겠나? 알다시피 키메라는…….”
“국제 마법 규칙에 어긋나니까요.”
덩컨은 고개를 주억였다.
국제 마법 규칙.
마법을 쓰는 인간이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이 규칙에 얽매이게 된다.
규칙은 기본적인 것부터 상세한 것까지 다양했지만 금지해놓은 건 의외로 많지 않다.
끽해봐야 손가락 다섯 개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 다섯 개 중에 하나가 바로 키메라였다.
키메라는 마법 연금술 중에서 하나의 갈래인데, 마탑의 허락을 받지 않는 이상 그 지식에 손대는 것조차 불법이다.
그런데 이런 민감함을 가진 키메라를 엘런이 발견해서 끌고 온 것이다.
학교로서는 밖으로 이 사실이 퍼져 나가기 전에 사실을 알아야 했다.
심지어 그게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선정된 장학생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이 말이다.
엘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사실은 말입니다.”
“잠깐.”
덩컨은 갑자기 손을 들어 그의 말을 제지했다.
“신중하게. ‘지금부터는’ 신중하게 답해야 할걸세. 솔직히 말하자면 상부에선 장학생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는 자들이 무척 많아. 그들에게 물어뜯을 살을 주지 말게나.”
그는 제자리에서 검지만 살짝 움직여 방의 천장 구석을 가리켰다.
엘런은 눈동자를 아주 살짝 움직였다.
그가 가리킨 구석에 체리알만 한 수정구가 둥실둥실 떠 있다.
엘런의 등골로 땀 한 줄기가 흘렀다.
‘어딘가로 현재 방의 상황이 전달되고 있다.’
예상해보길, 그 어딘가는 지금 덩컨이 말했던 상부.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은 교수님과 하는 대화가 아니라 사실 심문과 같다는 건가.’
그래서 덩컨은 엘런에게 경고했다.
흠집 잡힐 만한 말을 하지 말고 신중히 대답을 고를 것이며 행동을 조심하라고.
하지만 엘런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그 상황의 진실은 말장난과 같았다.
그냥 흑범을 피해서 숲을 거닐다가 땅바닥을 찼는데, 자루가 나왔고 그걸 열었더니 그 속에서 트롤이 나왔으니까.
솔직히 자신이 생각해도 개소리 같다.
우연의 우연이 겹친 진실은 때론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에 닮아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아예 소설을 쓸 차례다.
엘런은 앉은 자리에서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입을 열었다.
“저의 출신이 평민이라 지식이 부족한바, 처음에 저는 그 키메라가 키메라인 줄 몰랐습니다.”
“……계속 말해보게.”
“그저 팔이 많은 트롤의 아종이거나, 돌연변이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저는 마침 흑범과 맞싸움을 할 법한 괴물을 찾기 위해 숲에 들어가 있었고, 그 트롤이라면 흑범과 싸울 수 있을 듯했습니다.”
“그래서 키메라 트롤을 흑범에게 데리고 갔군. 학생들을 위협할 의도는 전혀 없었고 말이지. 오히려 구하려는 쪽이었어. 내 말이 맞나?”
“예, 맞습니다.”
덩컨은 그의 말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다가 몇 가지 질문을 더 그에게 했다.
“하지만 자네는 알고 있는가? 키메라는 본래 코어에 저장된 에너지가 다하면 그대로 작동이 멈추면서 사망한다는 걸.”
그래서 자루 속에 봉인되어 있었던 건가.
코어 속에 있는 에너지, 즉 동력을 지키기 위해서 키메라는 자루 속에 담겨 있었다.
엘런은 그때를 회상하며 대답했다.
“마찬가지로 키메라에 대한 지식이 짧아 알지 못했습니다.”
“자네가 숲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 키메라는 남은 동력이 얼마 없었겠군. 동력을 채워줄 창작자가 붙어있진 않았을 테니까.”
“맞습니다.”
“그럼 솔직히 이번 사건은 자네의 운이 안 좋았던 모양이야. 하필 그 숲에서 어떤 마법사가 버려놓은 키메라를 만났으니.”
“그랬던 모양입니다.”
덩컨은 흠흠하고 헛기침하며 펜을 꺼냈다.
“여러 정황을 살피어볼 때 자네는 저 키메라와 무관하네. 자네는 애초에 키메라에 대해 무지하고, 거기까지 도달할 만한 마법 수준도 안 되니 말일세.”
덩컨은 그를 은근히 변호하고 보호하며 상황을 정리시켰다.
삐비비빅-
그 순간 덩컨의 교수실 책상에 올려져 있던 수정구로 신호가 울린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수정구를 조작해 통화를 연결시켰다.
“검출은 끝났나.”
-네, 교수님. 키메라의 파손 정도가 심해 힘들긴 했지만, 검출은 어떻게든 완료시켰습니다.
“결과를 말해주게.”
-알겠습니다. 결과만 보자면 엘런 학생과 이 키메라의 연결점은 존재치 않습니다. 마력의 질이나 성질 자체가 아예 다르고, 정순함도 다릅니다.
“으음, 수고했네.”
삑-
덩컨은 통화를 종료했다.
이 대화까지 천장 위의 수정구는 똑똑히 들었을 것이다.
“끝이 났군. 증거까지 나왔으니 자네와 키메라는 관련이 없다는 게 증명됐네.”
달그락- 달그락-
천장에 있던 수정구가 옅게 떨린다.
그 떨림과 함께 수정구는 제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덩컨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수고했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잘못하다간 상부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는데 변호까지 해주시고.”
“아닐세. 어차피 상부의 눈 밖에 날 만한 행동은 몇 년 동안 해 왔어. 이 정도야 바다에 물 한 바가지 더 부은 수준밖에 되지 않네.”
“그래도 감사드립니다.”
엘런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나 덩컨은 여전히 손을 저으며 인사를 받지 않았다.
그는 동물 가죽이 얽혀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상부는 학교에 오랫동안 투자를 해온 귀족들로 이루어져 있지. 그들은 투자자이며 임원진이야. 알렉산드라 총장님은 그들에게 상부라는 자리를 주는 대신 막대한 돈을 받고 있네.”
“한마디로 돈줄이군요.”
“끊기 어려울 만큼 두꺼운 돈줄이지.”
덩컨은 상부에 대해 계속 얘기하다 보니 속이 답답해졌는지 품에서 두터운 시가를 꺼냈다.
시가의 끝을 컷팅하고 손가락으로 불을 붙인 그는 짙은 연기를 내뱉었다.
“하아…….”
시가의 담배 연기는 그의 한숨이 유형화된 듯이 진하고 또 짙었다.
“그런 놈들은 새로운 돈줄의 출현을 무척이나 경계해. 자신들이 비싼 돈을 주고 차지한 학교의 요직이나 권력, 힘을 빼앗길 거라고 생각하거든.”
“세상에 널린 놈들이죠.”
“크흐흐흣……. 맞아. 세상에 널린 놈들이야.”
미소로 벌려진 입에서 시가 연기가 흘러나온다.
그는 그대로 연기를 입 밖에 내보내면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자네도 조심하게. 입학부터 상부라는 적이 생긴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만큼 자네가 위협적인 존재라는 거 아니겠나. 자네가 일을 벌이는 족족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테니까.”
“……그런 관심은 원하지 않습니다만.”
“흐하하핫. 관심이 원해서 생기는 거겠나. 주니까 생기는 거지.”
덩컨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 앉았다.
“또한 흑범을 잡은 보상은 자네에게 주어질 것이야. 당장은 아니더라도 며칠 안에 도착할 것이니 걱정 말게.”
“감사합니다.”
덩컨은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방금 막 생각났는지 주제를 전환했다.
“아, 그리고 내일 자네의 수업이 돌로레스 교수의 것인가?”
“맞습니다.”
“자네를 만나게 되면 돌로레스 교수가 이 말을 전해주라고 하더군.”
“……?”
덩컨은 시가 연기와 함께 말했다.
“내일은 고생 좀 해야 할 거라고.”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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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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