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8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83화(83/354)
#083화. 야외 수업(1)
내일은 고생 좀 해야 할 거라고?
미안하지만 고생은 생활 구역에서나 수업에서나 매일 하는 중이다.
엘런은 덩컨에 의해 중앙성으로 돌아가면서, 계속 그녀의 전언을 상기했다.
“그래도 돌로레스 교수님 수업이 제일 편했는데.”
머리는 꽤나 써야 했어도 가만히 서서 팔만 움직이면 됐기에 이거보다 편한 수업이 없었다.
중앙성에서 다시 눈을 뜬 엘런은 교복 외투를 한 꺼풀씩 벗고 몸을 털었다.
후두둑- 후둑-
“……뭔 나뭇잎이 다 떨어지네.”
숲에서 꽤나 거칠게 굴러서 그런지 옷 곳곳에 나뭇잎이 끼어있다.
아니면 카르디아가 쑥쑥 끼워둔 걸지도 모른다.
걔는 이런 시답잖은 장난을 좋아하니까.
엘런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양손 가득 담고, 창문 밖으로 털어냈다.
“으읍……!”
“?”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서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바뀌었나?
엘런은 다시 창문을 열고 그 아래를 살폈다.
……아무것도 없다.
당연히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본래 뭐가 있던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런은 가뿐히 그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발에 마력을 한껏 두르고 추락하면서 생긴 충격을 상쇄시킨 엘런은 조용히 중앙성 마당을 걸었다.
여기까지 내려오니, 위에선 들려오지 않았던 소리가 들린다.
사부작- 사부작-
중앙성에 뿌려진 나뭇잎을 누군가 조심스레 밟는 소리다.
그 소리는 조금씩 조금씩 반대쪽 창문으로 향했다.
사실 창문보단 창문이 있던 자리라고 해야 옳다.
웬 정체 모를 괴한들로 그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거기로 들어오려는 건가?’
이럴 거면 그냥 안에서 맞이해줄 걸 그랬네.
엘런은 때아닌 불청객의 등장에 헛웃음을 내뱉으며 발소리를 완전히 죽였다.
‘보니까 카르디아나 시에나는 아닌 것 같은데.’
그 둘이라면 이렇게 몰래 들어올 리 없었다.
그냥 대놓고 문을 미친 듯이 두들기거나, 부수거나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까 진짜 괴한이라고 부를 만한 건 그 둘이었다.
‘하필 그런 것들이랑 엮여도 단단히 엮였어.’
엘런은 속으로 살짝 한숨을 내쉬며 목적지인 창문 쪽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으윽……! 흐읍……!”
숨을 세게 들이마시며 성인의 어깨높이까지 오는 창문틀을 누군가 넘으려고 노력, 아니 발악 중이다.
붉은 기가 도는 갈색 머리칼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자.
다만 그 키가 창문틀과 완전히 똑같아 이걸 넘으려면 마력을 써서 몸을 들어올려야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자는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틀을 넘으려 한다.
엘런은 그 뒤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때까지도 여자는 남의 집 창문 넘기에 열중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신체적 한계는 이런 단기간에 극복하기 힘든 듯했다.
이젠 울상이 돼가는 여자의 얼굴을 살짝 바라보며, 엘런은 딱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마력을 써보는 건 어때.”
“안돼! 그럼 3층에 있는 장학생이 눈치챌 수도 있잖아!”
“으음, 그렇구나.”
엘런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그럼 사다리라도 가져다줄까?”
“사, 사다리가 있어?”
“응.”
“주면 감사히 쓰고 돌려줄게.”
여자의 입은 그를 향해 말하면서도 눈 만큼은 창문틀에 박혀 있었다.
엘런은 손가락을 튕겼다.
곧이어 쉴드가 계단처럼 만들어지며 창문틀까지 솟아났다.
그녀는 엘런이 만든 쉴드 사다리를 밟고 창문틀까지 몸을 올렸다.
“고마워!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여자는 빈 창문을 넘으면서도 엘런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뭐지?”
정말 뭐지?
상황이 여기까지 오니 엘런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너무 덜떨어진 놈이 침입자라 그런지, 도둑 같지도 않고 암살자 같지도 않다.
그냥 술 잘못 먹고 남의 집을 제집처럼 들어오려는 취객 같았다.
“저 여자를 내가 본 적이 있나?”
엘런은 기억을 뒤져보다가, 정체 모를 여자가 중앙성 안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빨리 내쫓고 잠이나 자야겠다.”
나사 몇 개 빠진 것 같은 저 여자를 계속 골려주는 것도 재밌을 듯하지만, 지금은 잠이 더 급하다.
트롤의 공격을 받아치고 흑범과의 동시 공격을 동시 반격하면서 몸에 대단한 피로도가 쌓였다.
후욱-!
엘런은 그 여자와 다르게 마력 없이도 도약 한 번으로 창문틀을 넘어 거실로 들어왔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들어보니 여자는 침실에 있나 보다.
바닥에 떨궈놓은 과자 포장지 밟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엘런은 계단으로 움직여 침실까지 올라왔다.
최대한 까치발로 몸을 들어 올린 채, 포장지를 피해서 걷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엘런은 존재감을 지우고 기척을 지우며 가만히 그녀의 행동을 관찰했다.
‘뭘 찾고 있는 거지?’
겉모습을 보아하니, 평민 출신 같은데 그렇다면 이 여자도 계약서를 찾으러 여기까지 온 듯하다.
‘그래. 기억났다.’
저 여자는 자신에게 25골드의 돈을 내기로 한 수많은 평민 학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 그 학생들에게 있어 계약서는 한낱 종이 쪼가리로 전락했다.
라제나 히로가 자신과의 대결에서 패함으로써 모든 부채가 그 남자 한 명에게로 몰아졌기 때문이다.
이 여자는 아직까지 그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고서도 그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이러는 걸까.
“조심조심…….”
엘런은 침실에서 서랍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뒤통수를 조준했다.
철컥-
차가운 촉감의 무언가가 여자의 뒷머리에 맞닿는다.
“허윽……!”
“소리 지르지 말고.”
“…….”
소리지르지 말랬더니 이젠 숨소리가 안 들린다.
잠시 침묵한 엘런은 총구로 그녀의 뒷목을 가볍게 쳤다.
“허으으으……!!”
참고 있던 숨이 급하게 밀려 나오고 또 들어오면서, 그녀의 폐가 부풀었다 줄었다를 반복한다.
엘런은 말했다.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너, 넌 누구야!”
“뭐, 뭐라고?”
엘런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
“목소리를 보니까 나한테 사다리를 빌려줬던 애잖아!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
이거 진짜 또라이네.
목소리가 달라서 그런가?
엘런은 평소 쓰던 나른하고 늘어지는 어조 대신, 교수님들과 대화할 때처럼 성대를 조이고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 온 목적이 뭐야.”
“자, 장학생……!!”
“……그래. 장학생, 엘런 이안느다. 여기 온 목적이 뭐냐니까.”
그제서야 여자는 숨을 대번에 집어삼키며 어깨와 손을 파르르 떨었다.
딸깍-
엘런은 리볼버의 공이를 엄지로 내렸다.
그건 무언의 압박이었고 협박이었다.
얼른 불지 않으면 쏠 수도 있다는 협박.
그러나 여자에게 이 무언을 알아차릴 만한 눈치는 존재치 않았다.
꿀꺽-!
그저 긴장으로 입안에 고인 침을 꼴깍꼴깍 삼킬 뿐이었다.
그냥 쏠까?
엘런은 나머지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말 안 하면 쏜다.”
“계, 계약서 때문에 왔다!”
역시 그랬나.
하지만 질문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너희의 상납금은 라제나 히로가 다 짊어지기로 했을 텐데. 못 들었어?”
“드, 들었어!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건 전혀 다행이 아니잖아! 갚아야 할 돈은 아직 몇백 골드 단위고, 그걸 라제나 혼자서 갚아야 하니까!”
“하지만 너하곤 이제 상관없는 일이잖냐.”
“어, 어떻게 상관이 없어! 우리 평민 입학생들은 모두 라제나에게 갚아야 할 은혜가 있다고!”
가만 보면 평민들은 이걸 무척 중요시한다.
사람 간의 의리와 은혜, 인의 등등.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따뜻한 단어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동경하면서, 정작 그걸 실천하는 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여자는 그 보기 힘들다는 부류의 인간인가 보다.
다른 사람의 호의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배려와 똑같이 대하며, 갚아나갈 줄 아는 사람.
엘런은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한 가지 질문을 더 했다.
“근데 왜 너 혼자밖에 없지. 내게서 계약서를 빼앗으려면 서른 명 정도는 달려와야 할 텐데.”
“그, 그게…….”
여자는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다른 평민들은 라제나가 상납금을 혼자서 짊어지기로 하자마자 발을 뺀 건가.”
“그,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다들 학교생활이 너무 힘드니까 거기까지 신경이 안 간 것뿐이라고! 우린 언제까지나 서로를 도울 거야!”
“그 너무 힘든 학교생활은 모두가 똑같이 겪고 있을 텐데. 라제나 그놈도 너희들만큼이나 힘들었겠지. 근데 이젠 더욱 힘들어지려 한다. 너희들이 갚지 못한 상납금 때문에.”
“……애초에 그 상납금은 네 돈 욕심 때문에 생긴 거잖아!”
“그게 싫었으면 처음부터 벌점을 먹고 시작하면 그만이었어. 기숙사를 얻지 못했다고 퇴학당하진 않거든. 그레이스 도르마.”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그레이스는 팔뚝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내,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지?”
“네가 계약서에 직접 이름을 적었잖아.”
“그, 그걸 여태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엘런은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새자 총구로 뒤통수를 틱 하고 건드렸다.
“흐윽……!”
“이름이 어찌 됐든, 이제 너도 신경 꺼. 라제나 히로가 알아서 돈을 갚게 두라고.”
놈은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
라제나의 힘은 자신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퀘스트로 벌든 뒷골목에 손을 뻗든 이 정도 돈이야 무조건 만들어낼 수 있는 놈이었다.
그런데도 이 그레이스란 여자는 그에게 꼭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나 보다.
“라, 라제나는 내가 음식을 사 먹을 돈이 없어서 배고픔에 허덕일 때마다 매일 악어 고기나 뱀 고기를 먹여줬어! 마법도 가르쳐주고, 싸우는 법도 알려줬어!”
“얼씨구. 그냥 보모 노릇을 했구만.”
“보, 보모가 아니라 친구야!”
“그래그래. 네 말대로 친구지. 하지만 지금 보다시피 너를 제외한 다른 놈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레이스는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현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엘런의 말대로 지금 이곳에는 자신뿐이었고, 앞으로도 자신뿐일 거라는 걸 그레이스는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무시할 뿐이었다.
설마 같이 배고픔과 가난 속에서, 몇 주 동안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이 그럴 리 없다고.
설마 이렇게 커다란 은혜를 자기 편한 것만 쏙 빼먹고 버릴 리 없다고.
정말 그럴 리 없다고 무시할 뿐이었다.
애써 무시할 뿐이었다.
그는 그레이슨의 뒤통수만 보아도 훤히 드러나는 복잡한 얼굴에 한숨을 내쉬었다.
엘런은 나지막이 말했다.
“라제나 히로한테 힘이 돼주고 싶나?”
“그, 그래!”
“정말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곳에서 나간 뒤에 퀘스트 접수원한테 달려가라. 할 수 있는 의뢰란 의뢰는 전부 해. 그렇게 돈을 악착같이 모아서 네 분량인 25골드를 라제나 히로한테 줘라. 그럼 네 몫은 다 한 거야.”
“그, 그럼 나머지 돈은 어떡해! 갚아야 할 돈이 내 것만 있는 게 아니잖아!”
“네가 그렇게 자랑스레 말하는 ‘친구’들에게 부탁해보는 건 어때. 앞으로 의뢰를 싸그리 클리어할 건데 우리 다 같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고, 모은 돈을 라제나한테 주자고.”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두 번째 방법이 가능할 리 없단 걸 알고 있는 탓이다.
그레이스가 친구들이라 칭한 자들은 자신에게 빚이 사라진 걸 알자마자, 라제나와의 교류를 끊었다.
그에게 고맙긴 하지만 돈을 보탤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놈들이다.
그런 인간들에게 보상 없는 노동을 하자고 부탁하는 멍청이는 없었다.
그레이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뒤를 돌았다.
“미안해……. 갑자기 찾아오고 생떼만 부려서.”
“잘 아네. 그럼 빨리 나가.”
“으, 응.”
그레이스는 그렇게 사라졌다.
쓸쓸하게 어쩌면 처연하게,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구슬프게.
그녀는 그렇게 사라졌다.
하지만 어떤 동정심을 느끼거나 도와주고 싶단 마음은 들지 않는다.
모든 건 본인의 선택이었고, 자신은 그중에서 한 가지의 선택지를 더 추가해줬을 뿐이다.
엘런은 침대에 몸을 던지며 못다 한 잠을 청했다.
***
매주 수요일에 있는 돌로레스의 포션 제조법 수업.
거의 매일을 솥이 가득한 실습실에 박혀 있던 수업이었는데, 오늘은 웬일로 야외에 나왔다.
싱그러운 꽃내음과 풀 내음이 가득한 이곳은 굴곡진 언덕이 많고, 조그마한 산도 보였다.
따뜻한 햇살은 절로 몸을 늘어지게 만들고 느긋하게 만든다.
학생들이 그 자연의 경관을 감상할 틈도 없이, 어디선가 유령처럼 나타난 돌로레스는 말했다.
“오늘 수업도 전처럼 여러분에게 미션을 줄게요. 수업을 굳이 이런 들에서 하는 것도 이 미션 때문이죠.”
그래, 오늘은 또 뭐냐.
학생들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며 귀를 활짝 열었다.
그러나 이 학교는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도 늘 상상 이상의 재난을 안겨준다.
돌로레스는 모자챙 아래에서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 들과 산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로 가장 뛰어난 포션을 만들어오세요.”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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