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85)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85화(85/354)
#085화. 야외 수업(3)
엘런은 홀스터에 걸어뒀던 그림 리퍼를 뽑아 들었다.
공이를 당기고 마력을 한껏 먹여 실린더를 빈틈없이 채운다.
그 과정은 화가가 붓에 물감을 묻히는 것과 같았고, 음악가가 악기를 조율하는 것과 같았다.
그림 리퍼는 엘런이 마력을 집어넣는 족족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푸른 빛을 뿜어냈다.
끝내 총신이 눈꽃 같은 성에로 물든다.
그때까지도 두 무리의 학생들은 서로에게 마법을 쏘아대며 대대적인 공격을 이어나갔다.
‘아홉 명.’
엘런은 두 무리의 머릿수를 세었다.
한쪽 무리가 다섯 명으로 더 많아서 그런지, 반대쪽 무리가 점차 밀리는 형국이다.
하지만 자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누가 이기고 있고, 누가 지고 있든 지금의 그는 조금도 신경 쓸 필요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전부 때려눕힐 거니까.”
엘런은 반대쪽 손을 앞으로 뻗었다.
저놈들을 상대로는 간단한 수 싸움조차 과분하다.
그저 압도적인 화력과 출력으로 찍어누르면 그만.
“체인.”
촤르르르르르르-!!
사람을 묶기보단 닻을 연결하는 데 쓰일 것 같은 사슬이 마법진에서 뱀처럼 흘러나왔다.
체인은 한 마리의 거대 보아뱀을 연상시킬 만큼 몸집이 비대했다.
그런 게 허공을 기어 다니는 모습은 일련 우아하기까지 했으나, 몇몇에겐 다리에 힘이 빠지게 하는 공포였다.
“저, 저게 뭐야……!!”
“이, 일단 피해!!”
“미친……!!”
공격의 타깃이 된 학생들은 일단 살고 보자는 생각에 바닥을 구르고 몸을 던졌다.
콰아아아아아앙-!!
체인의 끝이 부딪친 땅은 한껏 패여서 움푹 꺼졌다.
본래 속박 마법에 분류되는 체인 마법이라곤 생각되기 어려울 만큼 괴랄한 위력이다.
물론 그 괴랄한 위력 뒤에는 괴랄한 과정이 있었다.
뿌드드득- 뿌드득-
무언가 우그러뜨려 지는 소리가 엘런의 체인 마법진에서 들려온다.
그렇게 마법진이 깨져나가기 직전까지 마력을 주입하고, 끝내 과부화가 걸리려는 걸 빙속성의 마력으로 냉각화시켰다.
엘런은 그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며 체인 마법을 유지 중이었다.
“저, 저거 장학생이야……?”
“장학생이 왜 갑자기 우리를……!!”
그의 사슬에 처음으로 노려졌던 학생 무리는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의 전투로도 힘이 부치는데 갑자기 장학생이라니!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하하하핫! 그래그래! 나쁜 짓을 하니까 벌을 받지!”
“잘한다! 장학생! 쟤네가 우리 재료를 빼앗으려고 했어!”
“마구 혼내줘 버려!”
“…….”
이놈들, 뭔가 거대한 착각을 하고 있다.
자신은 누구의 편을 들어주려고 이곳까지 걸음 한 게 아니었다.
편을 먹어야 한다면 오히려 너희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맞고 싶다면 말이다.
엘런은 허공에 손짓했다.
촤르르르르르르-!!
그의 손짓에 맞춰 체인은 허공을 재빠르게 누볐다.
“뭐, 뭐야! 왜 우리까지……!!”
“으아아아악!!”
“어으으윽!”
반대쪽에 있던 학생들은 갑작스레 경로를 뒤튼 체인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충격 보호 조끼가 없었다면 몇 번이라도 기절했을 법한 충격이 전신에 맴돈다.
학생들은 신음을 흘리며 흙바닥에서 일어섰다.
체인이 자신의 몸집을 신경 쓰지 않고 땅을 누비니, 흙먼지가 잔뜩 피어올랐다.
그 사이로 흐릿하게 엘런이 보인다.
“제, 젠장……!! 우리한테 왜 그러는데!!”
한 학생이 양손에서 삭월 모양의 질풍을 내던졌다.
때아닌 바람은 흙먼지를 사방으로 날려 보내며 엘런에게 작렬했다.
이것만 없었더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타아아앙-!!
보통의 총성보다 훨씬 깨끗해서 일련 청명하게까지 들리는 파음(波音)이 일대로 울려 퍼진다.
공중에서 총알에 격추당한 질풍은 그대로 흩어졌다.
“뭐, 뭐야!! 마법이 왜 사라진 거지……? 풍속성은 총알에 영향을 받지 않는데……!”
본래 바람과 총알의 사이에서 영향을 받는 건 총알이었다.
작은 산들바람조차 공중에서 날아가던 총알에는 대번에 그 궤적이 틀어질 만큼 커다란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런의 총알은 일반적인 총알이 아니었다.
스아아아아아아-
그림 리퍼의 총구로 피어오르는 새하얀 한기.
단단한 합금으로 이루어지지도 않을뿐더러 엘런의 속성 마력이 가득 담긴 정수가 총알의 정체였다.
“마력과 마력이 부딪치면 더 강한 마력이 상대를 잡아먹지.”
“그, 그걸 누가 몰라! 너는 근데 총만 쐈잖아!”
체인으로 마법이 막혔다면 이해라도 하겠다.
하지만 엘런은 간단히 총만 쐈고 마법은 가루로 분해되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엘런에겐 그 의문을 해결해줄 의무가 없었다.
다시 한번 그의 손이 움직였다.
촤르르르르르르-!!
체인은 엘런의 지휘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전투를 휘저었다.
분명 각 무리에서 진형을 지키고 있던 학생들은, 체인이 한 번 날아올 때마다 혼비백산하며 서로와 섞여들었다.
상대와는 이제 적이 아니게 됐다.
어쩌다 보니 더 커다란 괴물을 마주하고 목숨을 위협받는 공동체의 운명이 된 것이다.
“수, 수속성 합동 마법을 사용하자!”
“마, 맞아! 그게 있었지!”
“내 템포에 맞춰서 가는 거야! 하나, 둘, 셋!!”
촤아아아아-!!
스아아아아아아-!!
세 명 정도의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마력을 한데 집중시켰다.
허공에 뿅뿅 하고 생겨난 물방울들이 공중에서 팽이처럼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눈 한 번 깜짝일 사이에 장마철 계곡처럼 불어난 물은 이내 급류를 이루었다.
세 명이 힘을 합쳐 발현한 마법이다 보니, 사람 한 명 정도야 우습게 집어삼킬 만한 파도가 금세 만들어진다.
“받아라!!”
쿠와아아아아아아-!!
엘런은 자신의 머리 높이까지 올 법한 파도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수속성 합동 마법?”
일전에 키아가 말하길, 수속성 마법은 어디로든 잘 스며들고 섞여드는 물 같은 성질 덕에 다른 마법사와도 마력 호환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평소라면 어려운 난이도였을 합동 마법이, 1학년 손에서 손쉽게 나올 수 있던 것이다.
“괜찮네.”
엘런은 드물게 다른 학생의 마법을 칭찬했다.
그는 체인 마법진이 띄워져 있던 손을 이만 거둬들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이들을 과소평가한 모양이다.
아무렴 같은 시험, 같은 평가를 보고 합격한 놈들인데 어중이떠중이만 있진 않겠지.
엘런은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밀어닥치는 파도를 향해 그림 리퍼를 조준했다.
그리곤 여섯 개의 실린더에 장착되어 있던 마력 총알을 단 하나에 전부 집중시켰다.
고오오오오오오오-
과도한 마력이 뭉쳐진 탓에 그림 리퍼가 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평소 이런 상태라면 조준이 어렵겠지만 상대는 파도다.
정확한 조준은 필요 없다.
그저 방아쇠에 검지를 걸고 가볍게 당길 줄면 알면 된다.
타아아아앙-!!!
마력과 압력으로 총신에 꽉꽉 눌어붙었던 냉기가 단숨에 터져 나왔다.
그 두 가지의 결정체가 된 총알은 이전에 질풍 때처럼 파도와 충돌했다.
순간 엘런의 눈이 크게 뜨일 만큼 급류의 파도를 만들어낸 학생들은 이쯤에서 승리를 확신했다.
“이런 합동 마법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아무리 빙속성을 잘 써도 이건 못 막을걸!”
엘런은 파도 뒤에서 울렁울렁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살짝 미소 지었다.
“누가 막는대?”
쩌저저저저저저저적-!!
총알과 맞닿은 파도의 전진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졌다.
최고급 마도구, 그림 리퍼가 고전할 만큼 농후한 마력으로 만들어낸 총알이다.
수영장 정도 채울 법한 양의 물은 충분히 얼릴 수 있다.
“그리고 수속성은 빙속성에 약하지.”
게다가 속성학적으로도 우위를 점한 엘런의 총알은 그들의 파도를 하나의 얼음 동상으로 만들었다.
콰지지지직-!!
그렇게 만들어진 동상은 엘런의 체인이 깡그리 부숴버렸다.
학생들과 엘런의 사이를 갈라두었던 파도가 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그림 리퍼와 체인 마법진이 다시 한번 불을 뿜었다.
***
감시자 수정구들이 띄워놓은 화면이 시도 때도 없이 번쩍인다.
이건 모두 한 명의 마법 때문이다.
또한 그 한 명의 마법이, 거의 열에 달하는 동급생을 팬 케이크 굽듯 패대기치고 있다.
-으아아아악!
-위, 위에서 날아온다……!
-도망쳐……!!
공포 연극의 한 장면이라 해도 믿을 법한 비명이 화면에서 흘러나왔다.
충격 흡수 조끼의 힘으로 어디 긁힌 상처 하나 없을 테지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돌로레스는 그 두려움의 원천이 된 한 남자의 마법을 유심히 관찰했다.
“엄청난 굵기의 체인이군요…….”
마력을 아무리 집어넣어도 마법진이 타고나는 한계가 있는데, 엘런은 타고난 냉기로 그걸 잠재웠다.
거기서 드러나는 마력의 출력도 훌륭하고 마법사 본인의 센스도 훌륭했다.
나아가 마법진에서 쭈욱 뽑혀 나오는 체인의 길이는 그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궁금하게 했다.
본래 체인 마법은 길이가 길면 길어질수록 굵기가 얇아지기 마련인데, 엘런의 것은 그런 약점이 안 보였다.
“저기에 멀린 수식까지 더해지면 어떻게 될지……. 참으로 볼 만하겠어요.”
돌로레스는 조그마한 입술을 살짝 핥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00:28:48]이제 수업 종료까진 30분이 채 안 남은 상황.
또한 이 수업의 목표는 학살이 아니라 포션 제조다.
화면 속 엘런 또한 그걸 자각했는지 하늘 위 타이머를 올려다보며 시간을 재고 있었다.
이윽고 아슬아슬하다는 계산이 나왔는지, 엘런은 자신이 쓰러뜨린 학생들이 꼼꼼하게 모은 재료들을 모두 압수했다.
“뭘 만들어야 되지.”
일단 눈에 보이는 걸 전부 집어오긴 했는데, 딱히 감은 안 잡힌다.
엘런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루 속에 담긴 재료들을 땅바닥에 늘어뜨렸다.
“흐으읏…….”
그때쯤 옆에서 강아지가 자다가 흘릴 법한 기지개 소리가 들려온다.
시에나는 자신의 녹발에 붙은 나뭇잎을 떼어내며 허리를 일으켰다.
“하암……. 좋은 아침이구나.”
“너는 너무 잘 자는 거 아니야?”
“말했지 않느냐.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고.”
시에나는 아직 졸려서 초점이 흐릿한 눈을 비비적거렸다.
아공간에서 꺼낸 물까지 들이켜고 나서야 정신 차린 시에나는 그가 쏟아놓은 재료들을 보았다.
“이, 이게 전부 무엇이냐?”
“보면 몰라? 포션 제조에 필요한 것들이잖아.”
“그, 그건 나도 알고 있느니라. 이 많은 걸 전부 엘런이 모아온 것이야?”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엘런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에나는 감탄했다는 듯 ‘호오’하고 숨을 내쉬며 재료들을 살폈다.
“꽤나 희귀한 것들도 있구나. 이 정도면 나름 값어치 있는 걸 만들 수 있을 거다.”
그녀는 그 말만 덜렁 남기고 바닥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냐?”
“재료를 모으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
“……여기 이렇게 많은데 또?”
“그건 너의 재료이니라. 내 힘으로 모은 것이 아니지 않느냐.”
이 무식할 정도로 정직하고 직진밖에 모르는 바보를 어찌할꼬.
엘런은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힘으로 끌어앉혔다.
“왜, 왜 이러느냐.”
“조용히 하고 여기 있는 걸로 같이 만들어.”
“배려는 고맙지만 여기 이것들은…….”
“조용히 해. 듣고 싶지 않으니까.”
엘런은 그녀의 반발을 단숨에 일갈하며, 아까 시에나가 희귀하다고 한 재료들을 한 자리로 취합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시에나는 표정을 굳힌 채 말이 없었다.
엘런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 재료들, 너한테 주는 거 아니야. 거래하자는 거지.”
“……거래?”
“맞아. 거래.”
엘런은 자루 속에 들어있던 용액을 한 자리에 준비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제 시간상 빨리 포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나는 너처럼 빠릿빠릿한 스타일이 아니야. 정석적인 방법도 모르고. 그러니까 너는 내 재료를 쓰는 대신 포션을 만들어줘야 해. 아주 부지런하게.”
“부지런하게?”
“그래. 아주 부지런하게.”
엘런은 그녀가 좋아하는 단어를 덧붙여주며 포션 재료를 내밀었다.
“할 거야, 말 거야?”
그녀의 머리칼처럼 싱그러운 녹색 잎사귀가 달린 분홍 꽃이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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