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87)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87화(87/354)
#087화. 2차 각성(1)
중앙 구역도, 외곽도 아닌 애매한 경계선에 걸쳐진 식당.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두 지역에 사는 학생들 모두 거리낌 없이 올 수 있는 곳이다.
가격도 부담되지 않고 딱 외식 정도였기에, 학생들은 주말이나 맛있는 게 먹고 싶으면 이곳에 들렸다.
[돼지의 춤]토실토실하게 살찐 아기 돼지가 춤을 추고 있는 간판은 퍽 이상했지만, 음식 맛은 좋았다.
심지어 맥주의 맛을 내면서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는 음료까지 팔기에 돼지의 춤은 마니아층이 상당했다.
그 마니아층 중 하나는 구석진 1인석에서 얼굴만 한 맥주잔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캬아아아~! 이거지!”
그 맥주의 탄산 같이 거친 감탄음과 함께 여자의 황토색 머리칼이 흩날린다.
“여기! 한 잔 더! 아니, 세 잔 더!”
“네, 네! 갑니다!”
여자의 주변에는 이미 닭 뼈가 접시를 가득 채울 만큼 있었고, 맥주잔은 식탁을 가득 채웠다.
이젠 얼굴마저 익숙해진 손님의 주문에 점원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금방 새로운 맥주를 가져다주었다.
어찌나 차가운지 잔의 겉면으로 이슬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무알코올이라서 그런지 배만 차는 것 같지만, 이거라도 어디야!”
카르디아는 저 혼자 낄낄거리며 풍족한 저녁을 즐겼다.
쿠웅-!
그때 돼지의 춤 정문이 열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점원은 물론이고, 가게 안에 있던 대부분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안에 와 있던 학생들은 ‘뭐야?’ -라는 생각으로 돌아봤다가, ‘뭐, 뭐야!’-라고 중얼거리며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문을 연 당사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아무 자리에 걸터앉았다.
순식간에 침묵으로 가라앉은 돼지의 춤 안에선 불청객 같은 손님의 주문만이 들려왔다.
“여기서 파는 음식은 전부 가져와. 한 번에 가져올 생각하지 말고 완성되는 대로 빨리.”
그 주문을 가만히 듣던 카르디아는 그쪽으로 힐긋 눈짓했다.
“놈답지 않게 화끈한 주문인데?”
평소대로라면 저녁을 먹으러 이런 식당에 오지도 않는 놈이 메뉴에 있는 모든 음식을 주문했다.
하지만 어딘가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왜 저래?”
원래 놈이 옷을 깔끔하게 입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기 좋게는 입고 다니던 애가 갑자기 다 풀어헤치고 식당에 왔다.
걷어붙인 소매나 목에선 거친 운동이라도 하고 온 듯 땀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물론 운동을 하고 왔다면 칭찬이라도 해줄 법했다.
엘런에게 운동은 꼭 필요해 보이니까.
하지만 저 땀은 운동으로 낸 땀이 아닌 것 같다.
엘런은 어딘가 불안해 보이고 들떠 있는 사람처럼 몸을 가만두지 못했다.
식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거나, 발을 떨며 어떻게든 몸을 움직였다.
카르디아가 보기엔 몸의 에너지를 자기가 감당 못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약물 같은 거 잘못 먹은 애들이 저렇던데.”
명의도 못 할 정확한 진찰.
카르디아는 한 손에 맥주잔을 들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때까지도 엘런은 그녀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했다.
원래라면 다섯 걸음 안팎에만 들어와도 고개를 돌렸을 텐데…….
에너지가 과다하게 넘쳐흐르니 평소보다도 못한 상태가 된 것이다.
“야, 야. 너 괜찮냐?”
카르디아는 엘런의 어깨 위로 손을 가볍게 올렸다.
스윽-
엘런의 눈이 이쪽으로 돌아간다.
그는 반쯤 가라앉은 눈을 힘겹게 올려서 카르디아와 마주 보았다.
“너냐…….”
“그, 그래. 나다.”
엘런은 다시금 곧장 죽을 것처럼 몸을 추욱 늘어뜨렸다.
평소에도 희말딱지 없는 놈이긴 했으나 이렇게 물기 빠진 채소처럼 굴진 않았다.
“너, 뭐 이상한 거 주워 먹고 다녔냐?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뭘 먹긴 했지.”
“뭘 먹었는데? 바닥에 떨어진 음식이라도 먹었냐?”
“내가 거지냐. 시에나가 만든 포션을 먹었어.”
“포, 포션?”
약점 과목 얘기가 나오자 카르디아의 입이 헙 하고 다물어졌다.
포션 제조법은 외울 것도 무지하게 많고, 그 조합법부터 시작해 심지어 창의성까지 요구하는 수업이다.
카르디아와는 완벽한 상극의 수업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만은 알고 있었다.
“시중에 파는 것도 아니고 남이 만든 포션을 그냥 마시면 어떡하냐!”
“일상생활에서 먹는 거라길래 괜찮을 줄 알았지.”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몸 상태를 봐줄 테니까.”
카르디아는 엘런의 어깨 위로 올렸던 손 그대로 마력을 흘려 넣었다.
그녀의 마력이 회로를 타고 코어에 도달한다.
“흐으윽……!!”
그와 동시에 카르디아는 어깨에서 손을 떼 버렸다.
새빨갛게 변한 손바닥 피부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따가운 고통이 느껴졌다.
“뜨, 뜨거워! 아, 아니 차가운 건가?”
하여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손바닥에서 치밀어 올랐다.
“어떤데. 확인해봤어?”
“시, 시도조차 못 하겠는데? 네 코어에 내 마력이 닿자마자 어떤 고통이 손바닥을 후려쳤다고!”
“그러냐.”
그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은 갔다.
코어 밑바닥에 있는 크레센티아의 음기겠지.
하지만 이상하다.
평소 음기는 코어 깊숙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다른 마력에게 이리 모질게 굴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각성제를 먹은 뒤로 모든 게 가시를 세우고 있다.
코어 안에 있던 음기조차 체내에서 거세게 날뛰며 엘런이 잠에 드는 걸 불허했다.
금방이라도 바깥에 튀어나올 것처럼 말이다.
카르디아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옆자리에 앉았다.
“포션 약효는 언제까지 가는 거래?”
“…….”
“아오오! 그것도 안 물어봤냐! 그럼 무슨 약효인지는 들었지?”
“…….”
“너 진짜 등신이냐? 너 같은 멍청이가 어떻게 나보다 위에 있는 거야!”
이번만큼은 엘런도 반박할 수 없었다.
딱 지금 상황만 보자면 자신은 등신이고 멍청이였다.
“음식 나왔습니다!”
점원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멍청함도 잠시 가려줄 만큼 수많은 음식이 식탁 위로 올라왔다.
“일단 먹어야겠다.”
이젠 그동안 배를 부여잡으며 참았던 허기를 방출시킬 차례다.
엘런은 양손에 포크와 숟가락을 동시에 든 채 음식을 흡입해나갔다.
접시 위로 보기 좋게 말아놓은 파스타를 한입에 해치우고, 조각조각 썰어놓은 스테이크는 포크로 쿡쿡 찝어 입에 털어 넣는다.
전 메뉴를 시켰기에 옆으로 딸려 나온 주류는 목이 막힐 때마다 한 병씩 해치웠다.
한 먹성 하는 카르디아도 혀를 내두를 식욕에 주변인들은 눈만 동그랗게 떴다.
그 시선들이 이어지자 정작 자신이 부끄러워진 카르디아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엘런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얌마……! 너 언제까지 먹을 거야……!”
“아직, 음식들이, 남았잖아.”
엘런은 입에 한가득 들어간 음식들을 씹느라 조금씩 끊어 말했다.
“아직도 배가 고파?”
“응.”
“시에나 이 년은 뭘 만들어서 맥인 거야!”
이 정도면 독약이 아닐까 의심된다.
허기를 유발시켜서 복용자의 배를 터지게 하려는 수법임이 틀림없다.
황녀의 신분으로 아직까지 2등인 게 억울해서 1등을 독살하려는 것이다.
“에이잇……! 너 이리와!”
“아직 음식이 남았…….”
“닥치고 따라와! 네 몸을 정상으로 돌려야 할 거 아냐!”
그 말만은 맞았기에 엘런은 손에 커다란 닭다리를 들고 그녀에게 질질 끌려만 갔다.
“소, 손님……! 계산은……!!”
“여기 이걸로 하쇼!”
카르디아는 돈을 한 움큼 꺼내 책상 위로 쏟아내고, 식당의 문을 박차며 나갔다.
***
며칠 전 제국 수도 크레센티아의 대저택.
오랜만에 가족들끼리의 저녁 식사가 이루어지는 만찬장에서 끝쪽 자리가 애매하게 비어있다.
모두들 그 빈자리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눈동자만큼은 힐긋힐긋 그쪽을 바라보았다.
“엘런은…….”
그때 얼음이 끼어있는 듯한 분위기를 깨고 누군가 가장 뜨거운 화두를 던졌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자 크레센티아의 가주, 게르슐의 옆에 앉아 있던 장남 카일 폰 크레센티아였다.
그의 이름이 나오자 모두의 눈이 카일에게 돌아갔다.
“엘런은 잘 적응하고 있을까요.”
그의 질문 아닌 질문에, 모두는 속으로나마 대답했다.
무리겠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늘상 누워 있던 놈이 거기서 생고생할 걸 생각하니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여기서 단 한 명만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잘 적응할 것이다.”
그 묵직한 음성이 만찬장 안으로 내려앉는다.
게르슐이었다.
평소 가장 그를 믿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집안에서 그와 가장 많이 대립하는 것도 게르슐이었고, 그에게 호통치는 것도 게르슐이었고, 그를 내쫓은 것도 게르슐이었다.
본인의 의지로 나갔으니 내쫓았다는 건 어폐가 있겠으나, 원인은 그가 제공했다.
헌데도 게르슐은 유일하게 그를 믿었다.
엘런과 가장 많이 싸워봤기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아들은 뭐가 눈앞에 닥쳐오더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놈이라는걸.
그래서 게르슐은 저기 비어있는 자리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생활 말고도 걱정되는 건 또 하나 있었다.
“2차 각성은 어떡하죠.”
“…….”
“…….”
만찬장으로 다시 한번 짙은 침묵이 가라앉았다.
2차 각성이라는 말에 가족끼리의 저녁 식사에선 입을 다물고 있던 이사벨이 벌떡 일어섰다.
“2차 각성……! 마, 맞아! 엘런의 나이라면 슬슬 그게 올 시기잖아요! 어떡해! 어떡해!”
“이사벨. 진정하고 앉아.”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어! 2차 각성은 우리들도 가문 안에서 고도의 보조를 받아야 했는데! 그 고되고 힘든 걸 엘런 같은 여린 아이가……!”
“쉬잇.”
게르슐의 옆에 앉아 있던 마리아가 검지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니 쉬지 않고 움직이던 입을 움직이던 이사벨은 끙 하고 숨을 죽였다.
“아버지의 말을 들어보자꾸나.”
“네에…….”
이사벨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털썩 주저앉았다.
게르슐은 태연히 나이프를 움직이며 말했다.
“가문의 보조는 없을 것이다.”
“아, 아버지……!”
“다만 사람 한 명은 보내야겠지. 그 격한 몸의 변화에 머리 색깔이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아버지는 지금 그게 문제예요!? 보조가 없으면 엘런이 죽을 수도 있잖아요!”
게르슐은 만찬장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커다란 이사벨의 목소리에도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것이 엘런과의 계약 내용이었다. 흑발을 한 채 가문 밖으로 나간 순간 모든 가문의 보조는 끊긴다. 엘런은 그것에 동의했고 받아들였다.”
“그, 그래도 2차 각성은 다른 문제잖아요!”
“다르지 않다. 2차 각성은 크레센티아라면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시기. 과거에는 그걸 혼자서 견뎌냈고 나 또한 그러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야.”
“…….”
이사벨은 아버지의 완고한 뜻을 더 이상 꺾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한숨만 짙게 내쉬었다.
그녀는 곧이어 식탁을 쿵하고 치며 게르슐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염색 마도구를 전해주는 사람으로 저를 써주세요.”
“아니 된다. 이미 정해둔 사람이 있으니. 게다가 이미 편지도 보내두었다.”
“편지요……? 누구한테요?”
게르슐은 말없이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빈자리 두 개 중에서 다른 하나의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엘런의 옆자리에 앉았던 또 다른 자식은 지금 이 중에서 그와 가장 가까이 있다.
엘리스 폰 크레센티아.
아카데미의 현 학생회장으로 학업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돌보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집무실에 있다.
학생회장의 집무실은 넓고 고급스러웠으나 정작 쓰는 건 일할 때 앉는 의자와 책상뿐이다.
그 옆으로 산처럼 쌓인 서류를 살펴보던 엘리스에게 얼음으로 조각한 듯한 파랑새가 날아왔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쏘옥 들어온 파랑새는, 조그마한 몸집으로 들고 왔던 뭔가를 그녀의 책상에 툭 하고 떨궜다.
그건 양피지였으며 편지였고 가문의 뜻, 아버지의 뜻이었다.
파랑새는 그걸 끝으로 단숨에 사라졌다.
“……”
엘리스는 바쁘게 움직이던 펜을 잠시 내려놓고, 그 양피지를 촤르륵 펼쳤다.
양피지에 적혀 있던 걸 쭉 읽어내려가던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드디어 학교 안에서 자신과 같은 학생이 된 막내를 만날 수 있게 됐다.
그새 얼마나 컸을까.
얼마나 성장했을까.
얼마나 건실한 마법사가 됐을까.
엘리스는 수많은 기대와 함께 파랑새가 날아왔던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곧 누나가 갈게.”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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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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