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91)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91화(91/354)
#091화. 회의
엘리스는 엘런 앞에서라면 매우 드물게 딱딱히 굳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얘기를 어디서 들었어…….”
“총장님이 말씀해주셨어.”
“총장님은……. 생각보다 우리 가문에 관심이 많으시네.”
엘리스는 고개를 숙인 채 분홍빛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이 어떻든, 엘런은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그 전용기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나한테 숨긴 거지? 내가 음기를 함부로 사용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맞아. 엘런이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철저히 비밀에 부치셨어.”
“하지만 이제 나는 달라졌어. 2차 각성도 무리 없이 끝냈고, 음기를 다루는 법도 이제 어느 정도 알겠거든.”
“벌써 음기를 다룰 수 있다고?”
“응. 2차 각성을 할 때 음기로 뭘 좀 만들었어.”
엘런은 코어의 마력을 체내로 회전시켰다.
냉수마찰을 하는 듯한 감각은 여전했지만, 심장에 갔던 무리는 점차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이제 코어도 심장도 이 시릴 듯한 차가움에 적응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 감출 수 없는 특별한 냉기는, 같은 크레센티아의 자손인 엘리스에게 톡톡히 전해졌다.
“이건…… 마력? 아니, 음기인가?”
음기로 만들어진 회로, 즉 음기 회로를 타고 나온 엘런의 빙속성 마력은 이제 음기와 유사한 성질을 띠게 되었다.
정체는 마력이지만 음기의 가면을 쓴 것이다.
그 가면은 너무나 정교해서 같은 크레센티아조차 헷갈릴 정도였다.
엘리스는 뭐에 홀린 것처럼 엘런에게 다가가, 그의 심장 위로 손을 올려보았다.
“어때?”
“……너무나 아름다워.”
“그렇지?”
이렇게 손만 댔을 뿐인데 그의 체내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음기 회로가 확실히 전해져 왔다.
그것은 손이 아려올 만큼 차가웠지만, 그녀의 말마따나 너무나 아름다웠다.
음기를 다루는 자의 입장에서 음기로 만든 회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품이자 예술품이었으며 하나의 마스터피스였다.
“이렇게 음기로 회로를 대체한 자는 가문 내에서 엘런이 처음이야.”
“그럴 것 같아.”
이 음기 회로를 만들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했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엄청난 양의 음기와 용혈 급의 양기를 가진 무언가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만 얻기도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엘런 같은 회로는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었다.
아니, 없어야 했다.
그러나 엘런은 천재성과 우연의 우연으로 마치 운명처럼 음기 회로를 손에 넣었다.
“이 회로로 마법을 사용하면 일단 발현 속도가 엄청나고, 위력은 물론 마력 소모량도 훨씬 줄어드는 것 같아.”
“우리 엘런 엄청나네.”
“그래도 누나 따라가려면 아직 먼 것 같은데.”
“아니야. 엘런은 누나 따위 쳐다도 안 보일 만큼 높이 올라갈 만한 천재인걸.”
엘리스는 손을 움직여 엘런의 헝클어진 흑발을 잘 정리해주었다.
“하지만 누나도 대단한 천재라던데.”
“누가?”
“교수님이.”
“범재는 하늘에 있는 자들이 다 거기서 거기처럼 보일 뿐이지. 하늘에서도 급이 있는데 말이야.”
대륙 최고 아카데미 교수를 범재라 치부하는 오만함.
하지만 적어도 엘리스란 천재 앞에서 그 오만함은 자신감이었고 진실이었다.
그녀는 이제 갈 마음이 아예 사라진 건지 침대에 앉아 벽면에 등을 기댄 엘런의 옆에 엉덩이를 붙였다.
“따로 귀찮게 하는 놈들은 없니?”
“있긴 한데.”
“……누군데? 이름을 말해봐.”
“카르디아랑 시에나.”
엘런을 보면서 호선을 그렸던 엘리스의 눈가가 수평으로 돌변했다.
빛이 사라진 동공 너머는 거울처럼 투명했지만 극지대의 바람같이 날카로웠다.
“누나가 전부 죽…….”
“그래도 언제 한 번씩은 도움이 되는 놈들이야.”
“엘런이 그렇다면야.”
“응?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엘리스는 잠시 둘의 이름을 곱씹다가 뭔가 기억난 듯 엘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에나라면 이번에 입학했다는 제국 1황녀구나.”
“맞아.”
“엘런하고 어렸을 때 친하지 않았어?”
“꼬마 시절 때 얘기고 지금은 그런 걸로 친한 척 못 해. 그러고 싶은 맘도 없지만.”
“신분이 바뀌었으니까.”
엘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간의 적막이 흐른다.
이번에는 엘런이 엘리스 쪽으로 턱을 돌렸다.
“내게 가문의 기술을 가르쳐줄 마음은 결국 없는 거야?”
“……미안, 엘런.”
“아니야. 나도 이해해. 아버지가 단단히 못을 박으셨을 테니까.”
만약 2차 각성이 마무리되고 엘런에게 자격이 주어졌다면, 게르슐이 엘리스에게 편지를 보낼 때 따로 언질을 주었을 것이다.
그것이 없다면 엘리스는 엘런에게 가문의 기술을 가르칠 만한 명분이 없었다.
하지만 명분이 가족애를 넘어설 순 없는 법.
엘리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엘런. 이 손을 잘 봐.”
그녀는 손바닥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음기 회로는 물론 타고난 음기마저 엘런보다 부족함에도, 엘리스의 마력은 한겨울을 연상시킬 만큼 차가웠다.
‘보통의 마력을 빙속성 마력으로 변환하는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라.’
엘런은 감탄했다.
자신은 빙속성 마력을 가져 저런 변환 과정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엘리스는 순간 엘런과 같은 마력을 지녔나 의심이 갈 만큼 빠르게 변환을 끝마쳤다.
곧이어 그녀는 빙속성 마력으로 한 가지 마법을 펼쳤다.
쩌저저저적-
1초 남짓한 시간.
찰나라 칭해도 좋을 만한 시간 속에서, 엘리스는 손 위에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장미?”
“응. 맞아.”
얼음으로 만든 장미는 딱딱하게 굳어 있음에도, 꽃잎이 금방이라도 하늘하늘 살아 움직일 것 같았다.
“이건 조형 마법이잖아.”
“정답이야.”
빙속성 마법 중에는 조형이라 불리는 계열이 따로 있다.
그것은 얼음의 성질을 이용해 원하는 물건이나 모양을 구현화시키는 걸 뜻한다.
사용자에 따라 숙련도에 따라 조형의 현실감은 차이가 있지만, 엘리스가 만든 빙장미는 교과서 실어도 좋을 듯했다.
“이게 가문의 기술인 거야? 조형 마법이?”
“난 더 알려줄 수 없어. 이 장미 안에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단서가 남아있으니까 잘 생각해봐.”
“……일단 알겠어.”
“그래. 우리 엘런은 천재니까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거야.”
엘리스는 한 송이의 빙장미를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제 안녕.”
“다음에 또 봐.”
“응. 다음에 꼭.”
엘리스의 팔찌에서 푸른 빛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그녀는 침실에서 사라졌다.
엘런은 그 빈자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빙장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꽃잎과 잎사귀에서 빛이 난다.
어떤 특별한 작용으로 광택이 나는 게 아니다.
그저 창문에서 들어온 빛을 반사하는 것뿐이다.
“햇빛……?”
엘런은 퍼뜩 놀라 창문을 쳐다봤다.
“해가 떴네.”
생활 구역에서 처음 보는…… 아니,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 보는 일출이었다.
***
목요일 키아의 전투 마법 수업 시간.
그러나 이번에는 키아도 학생들을 배려해서 각 팀에게 개인 방을 배정해주고, 서로 회의하는 시간을 주었다.
이제 진형도 짜야 하고 공격과 수비 포메이션도 짜야 하는 중요한 시간에…….
꾸벅- 꾸벅-
엘런은 아까부터 계속 고개를 떨궜다 들었다를 반복했다.
“……조장. 그렇게 졸리면 일단 조금이라도 자는 게 어떠하오.”
“그럴 수가 없어.”
엘런은 힘없이 검지를 들어 천장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구슬같이 동그랗고 투명한 뭔가가 벽면에 꼭 붙어 있었다.
“수정구?”
“교수님이 우릴 보고 있는 거야. 어떻게 잠을 자겠어.”
“그것도 그렇구려.”
“그럼 우리의 성과를 봐봐! 다들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세디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엘런의 의자를 드르륵 돌렸다.
엘런 또한 잠을 깨려면 뭐라도 해야 했기에 억지로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자! 봐봐!”
선두는 세디였다.
그녀는 금속성 마력을 발휘하고 점점 드워프의 신체로 변해갔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코에 사마귀가 올라오며 머리칼은 거칠어진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이언 스케일!”
촤라라라라라락-!
푸른 마력이 그녀의 양완을 뒤덮었다.
나름 기초라 할 수 있는 금속성 마법, 아이언 스케일은 방어 마법으로 테스트 방법은 간단했다.
“레우스! 쳐봐!”
“가겠소.”
그는 아공간에서 두꺼운 나무줄기를 꺼내고 단단히 잡은 후, 그대로 후려쳤다.
콰지지지직-!!
나무줄기에 비하면 명백히 얇은 그녀의 팔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굳건하고 완고하며 단단하게 버텨냈다.
“……대단한 방어력이네.”
“그렇지? 카르디아도 칭찬해 줬어!”
“다음은 내 차례요.”
레우스는 외투를 벗어 던지고 남은 옷들을 훌훌 털어버렸다.
“흐읍!”
숨을 들이켜고 그는 공중에 덤블링하듯 떠올랐다.
그의 몸이 회전하면서 대번에 변한 골격은 그 피부로 두터운 털을 드러내고 송곳니를 길게 뽑는다.
늑대인간의 본모습으로 단숨에 변신한 레우스는 터질 듯한 근육과 예리한 발톱이 돋보였다.
그의 입에서 짐승의 울음소리와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변신을 마치고도 나름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소. 피의 유혹에도 어느 정도는 면역을 가진 것 같소이다.”
“수고했어.”
“그럼 이제 카터의 차례야!”
“응.”
카터는 별다른 준비 없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마력을 폭발적으로 움직였다.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해서 훨씬 과감해지고 재빨라졌다.
엘런은 특유의 마력 감지 능력으로 카터의 속을 꿰뚫어 봤다.
“회전 속도도 빠르네.”
“응.”
그렇게 마력 회로를 수없이 회전한 카터의 특이 마력은 폭력성이 정제되고 순수한 힘만이 남게 되었다.
이때까지 대략 8초가 걸렸다.
“다들 나 없이도 연습 많이 했네.”
“목표가 1등이라고 하지 않았소. 이 정도는 당연하오.
“맞아, 맞아!”
어느새 인간 모습으로 돌아온 레우스와 세디는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그럼 이제 조장의 차례다.
조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해주었는데 조장으로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엘런은 과거 델의 오두막에서 알아냈던 특급 정보를 입에 담았다.
“파티 레이드 목표 몬스터는 드레이크야.”
“흐음, 그렇구려.”
“드, 드, 드, 드레이크으?”
“드레이크가 뭐야.”
반응은 다양하게 갈렸다.
그것도 너무 첨예하게 달라서 뭐부터 반응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말은 해줬다.
엘런은 졸린 눈을 비비며 키아가 방구석에 마련해둔 마력 분필을 손에 들었다.
“잘 봐봐.”
엘런은 분필을 움직여서 허공에 드레이크를 그려냈다.
책에 그려진 삽화를 옮겨놓은 듯한 드레이크의 모습은 삽시간에 위로 나타났다.
커다란 몸체를 지녔지만, 복부비만이 심하고 커다란 배를 땅에 질질 끌고 다니는 아룡.
기본적으로 사족 보행을 하는 이놈은 게으르고 사냥이 아니면 늘 잠을 잔다.
하지만 사냥을 할 때만은 무척이나 난폭해지고 아룡에 맞는 강함을 뿜어낸다.
……여기까지 엘런은 조원들에게 드레이크에 대한 설명을 끝마쳤다.
“뭔가 조장 같네?”
“뭐야?”
“그, 그냥 농담이야. 헤헷…….”
“아무튼 우리의 적은 드레이크야. 이제부터 이놈에 맞춰서 진형을 짤 거니까 잘 들어봐.”
레우스는 턱을 괴고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조장께선 다 생각이 있으셨구려.”
“진형은 어떻게 짜는 거지? 앞에 있는 사람, 뒤에 있는 사람 이렇게 짜는 건가?”
“그렇게 짜면 앞에 있는 사람, 뒤에 있는 사람 순서대로 죽을걸.”
엘런은 허공에 그렸던 드레이크를 지워내고 정사각형을 그렸다.
그 안에 커다란 원 하나가 그려진다.
그 앞에 조그마한 원 세 개가 그려진다.
세 개의 원이 무엇을 뜻하는 지 세 명의 조원들은 모두 알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원끼리의 거리가 왜 이렇게 멀지……?
엘런은 그 의문을 해결해주었다.
“우린 협동 플레이 같은 거 안 한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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