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92)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92화(92/354)
#092화. 천재의 작전
수업에서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열 개의 조는 다시금 개인 방이 아니라 교실로 순간 이동되었다.
그들을 불러모은 키아는 ‘흥흥흥!’ 하고 콧김을 내쉬며 마력 분필을 손에 쥐었다.
“모두 작전 타임은 유용하게 쓰셨나요?”
““네!””
학생들에게서 나름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정말 다행이네요! 하지만 모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파티 레이드의 진형을 짜는 데 제일 중요한 적의 정체를 모르니까요!”
학생들은 아까의 밝은 대답이 무색하게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어떤 진형을 짜고 어떤 작전을 짜도, 그것과 상극의 괴물이 나오는 순간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그래서 학생들은 괴물 도감을 펼치고 6급의 괴물 목록을 쭉 훑어보며 후보를 추려보았다.
최대한 그 후보들에 맞춰 작전을 짜긴 했으나, 적의 정체를 모르는 이상 느슨하고 어설프게 밖에 보이지 않는다.
키아는 들뜬 얼굴로 말을 이었다.
“수업 종료까진 한 시간 정도 남았죠! 그럼 이때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그냥 일찍 끝내주세요.’
엘런은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흐음, 이런 건 어떨까요? 제가 수정구로 여러분들이 짠 작전을 훑어봤거든요! 그 진형들을 하나하나씩 피드백 해드리면 훨씬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의미야 있다만…….
학생들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왜냐하면 여긴 모두가 같이 있는 교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진형 피드백이 나오면 다른 팀에게 자신들의 진형을 공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걱정 마세요! 이 진형들로 여러분끼리 싸우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장단점이 모두 달라서 함부로 베낄 수도 없을 테니까요! 게다가 한 팀도 빠짐없이 공개하는 거니까 나름 공평하잖아요?”
키아는 헤헤헷 하고 웃으며 분필을 집어 들었다.
“저는 피드백만 할 생각이고 어떤 조가 이 진형의 주인인지는 일절 언급 않겠습니닷!”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
적을 뜻하는 붉은색 정사각형이 그려지고, 그 앞에 세 개의 청색 원이 동글동글하게 그려진다.
청색 원들은 두 개가 앞에 있고 하나가 뒤에 있는 형식.
엘런은 대번에 그 진형의 의미를 꿰뚫어 봤다.
‘한 명이 공격성 강한 마법을 뽑을 때까지 앞에 있는 두 명이 시간을 끌어주는 형태인가.’
그 진형을 유심히 바라보던 키아도 곧이어 입을 열었다.
“한 명은 공격! 두 명은 시간 끌기인가요? 흐음! 나쁘지 않은 진형이네요!”
“휴우…….”
어딘가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다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
키아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였다.
“이 한 명의 공격력이 1학년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6급 괴물을 사냥하긴 힘에 부칠 거예요! 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은데요?”
키아는 자신이 그렸던 세 개의 원 중 뒷열에 두 개를 배치했다.
“어어……? 그렇게 하면 팀의 방어력이 너무 떨어질 것 같은데…….”
“아니죠! 팀의 방어력으로 써먹을 만한 게 마법사 본인만 있는 건 절대 아니니까요! 마법사는 절대! 절대! 절대! 마법만 가지고 싸우지 않는답니다?”
“……?”
아직도 이해를 못 한 듯한 몇몇 학생들의 얼굴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던 키아는 손에 들고 있던 마력 분필을 높이 들어 보였다.
“당장 교수만 해도 늘상 손에 쥐고 다니는 이 마력 분필! 이게 뭘까요?”
“마도구죠……?”
“바로 그거예요!!”
“아아아……!!”
깨달음을 얻은 학생들은 뇌에 벼락이 친 것처럼 척추가 저릿저릿해지는 걸 느꼈다.
키아는 ‘흥흥흥!’ 하고 검지를 까딱까딱 움직였다.
“제가 첫 시간 때 말했죠! 할 수 있는 모든 걸 사용하라고! 마도구! 포션! 마법! 육탄전! 치졸한 술수와 모략! 모든 좋아요! 여러분의 모든 걸 사용하셔서 승리하세요!!”
키아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때아닌 흥분에 젖어 들었다.
“흠흠……! 그럼 다음 진형으로 가볼까요?”
급하게 흥분한 만큼 급하게 빠진 흥분은 키아의 얼굴을 붉혔다.
반면 학생들은 귀여운 조카를 보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키아의 피드백은 한 시간이라는 시간제한에 있는 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이 진형은 공격력이 부족해요! 너무 방어력에만 급급해서 공격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어 보여요! 다른 수단을 기용해서 공격력을 채워보세요!”
“여긴 진형의 유연함이 너무 떨어지는데요? 무수한 변수가 가미되어 있는 게 실전이에요! 항상 완벽한 상황만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주 커다란 오산입니닷!”
“이쪽은 기동성을 챙겨야 할 것 같아요! 6급 괴물은 지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계속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진형은 시간이 갈수록 괴물에게 유리해져요!”
피드백이 물 흐르듯 진행되어 나간다.
그녀가 입을 열고 대포처럼 뻥뻥 피드백을 토해내니, 학생들은 영감이 내려온 예술가처럼 탄성을 흘려대며 필기에 바빠졌다.
설령 다른 팀의 피드백이더라도 배울 점이 없진 않다.
오히려 저 팀의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 학생들은 더욱 나아질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살면서 모든 실수를 다 해볼 수는 없는 법.
학생들은 열심히 펜을 움직이며 노트를 채워나갔다.
“어느새 마지막 팀만이 남았네요! 후우우…….”
시작도 전에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레우스와 세디, 카터는 왜인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전에 나왔던 진형 중 자신들의 진형은 없었기 때문이다.
즉, 지금 피드백할 마지막 진형이 엘런 조의 진형이었다.
키아는 이전과 달리 썩 밝지 않은 표정으로 허공에다 엘런 조의 진형을 그려 넣었다.
“저, 저게 뭐야?”
“저딴 게 진형이라고……?”
“어떤 조인지는 몰라도 그냥 던지려 하나 보네.”
“그냥 완성을 못 한 거 아닐까? 저건 말이 안 되잖아.”
학생들 사이에서 자기 팀도 아닌데 걱정과 우려, 동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무한 경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카데미에서, 동정심까진 불러일으킨 진형의 정체는 이러했다.
“적을 중앙에 두고, 나머지 세 명이 뿔뿔이 흩어져 있네요?”
키아의 말대로였다.
엘런 조의 진형 명칭은 ‘개인 플레이’.
파티 레이드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을 파티 레이드의 진형으로 갖다 붙였다.
정작 당사자인 엘런은 평온하게 하품을 쩍쩍했으나, 그 조원들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다 빨개졌다.
“…….”
엘런 조의 진형을 보고 있던 키아는 말이 없었다.
학생들을 등진 채 몇 분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그 정도로 심각했다.
그만큼 처참했다.
그렇게 심각할 수 없었다.
……라고 학생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키아가 등을 돌릴 수 없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뜨악하고 놀라서 밀가루 반죽마냥 늘어나 버린 얼굴이 드러날까 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일순간 작은 신음마저 흘린 키아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이 진형을 짜고 설명한 자는 엘런 조의 조장, 엘런이었다.
또한 키아는 이 진형을 보자마자 확신했다.
‘엘런 학생은 파티 레이드로 드레이크가 나올 거라는 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이런 대담한 진형을 짤 수 있는 것이다.
‘드레이크가 기동성이 느린 것을 이용해 세 명 모두 원거리에서 요격하게 만들고, 한 명을 특정해서 쫓더라도 다른 두 명이 공격하게끔 유도하는 진형……!!’
드레이크가 나온다는 가정 하에는 그야말로 완벽한 진형이다.
너무나 퍼펙트해서 피드백할 게 없다.
키아는 눈알을 빠르게 굴려 이 진형에 엘런이 숨겨둔 묘리를 속속히 찾아냈다.
‘드레이크의 브레스는 분사형과 단발형으로 딱 두 가지! 하지만 뒤를 볼 수 없는 드레이크의 신체 구조상 한 명 이상이 표적으로 노려지는 걸 완벽히 방어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엘런 학생이 뽑은 학생들은 모두 저마다의 비밀을 품고 있죠! 그 비밀들은 하나같이 위험하고 심오하지만, 잘 이용한다면 조장급의 위력을 낼 수 있어요!’
키아의 팔뚝에 굵은 소름이 돋아올랐다.
유연성, 기동성, 의외성, 위력, 변수 차단을 모두 갖춘 것이 엘런의 진형이었다.
그녀는 아주 살짝 고개를 돌려 반쯤 눈이 감긴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설마 이것까지 전부 예상하고 저 셋을 뽑은 건가요……? 교수가 아닌 이상 그들의 프로필은 알 수 없었을 텐데! 엘런 학생은 선구안마저 가지고 있네요옷……!!’
키아는 고개를 주억이며 이만 학생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 진형 말이죠! 정말 못 써먹겠네요!”
하지만 드레이크한테는 특효약이네.
“누가 짠 건지 이젠 머리가 다 아프다고요!”
두통이 올 만큼 천재적인 진형이야.
“이 진형을 짜온 조는 돌아가서 반성하세욧!”
감히 나를 천재성으로 괴롭히다니, 자존심 상했어.
키아는 뒷말을 계속해서 속으로 삼켜내며 분필을 내려놓았다.
“피드백은 여기까지 하겠어요! 수업 시간도 마침 끝났으니 다음 주에 봐요! 그럼 안녀어엉~!”
슈우우욱-!
눈 한 번 깜짝일 시간에 엘런은 중앙성으로 이동되었다.
엘런은 이곳으로 보내지기 전, 키아가 했던 말들을 곱씹었다.
“뭔 극찬을 그렇게 하고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만은 이게 칭찬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자신은 여러 가지의 상황을 가정하고 셋의 능력과 특징에 맞게 사람을 배치했으니까.
심지어 키아 교수가 환장하는 의외성까지 붙였으니, 가만있을 수가 없었겠지.
엘런은 옅게 웃으며 침대에 누웠다.
서랍장 위에는 어젯밤 엘리스가 만들어 준 빙장미가 아직까지 멀쩡하게 있었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크레센티아의 음기를 사용해 만든 장미다.
햇빛 따위에 녹을 리 없다.
“여기에 뭔 비밀이 있다는 거야.”
엘런은 누워 있는 채로 장미를 살펴보았다.
나아가 장미가 어떻게 만들어진 과정을 떠올려 보았다.
엘런의 두뇌는 그 찰나조차 놓치지 않고 또렷하게 기억했다.
“엄청 빨랐지.”
그리고 정확했다.
꽃잎 하나하나를 만드는 데 망설임이 없었고, 심지어 그 안에는 예술성마저 깃들어 있었다.
계속해서 빙장미를 바라보던 엘런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뚫어져라 바라보면 정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다.
엘런은 그것을 이만 서랍장 위로 돌려놨다.
“잠이나 자자.”
안 그래도 어제는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깨 있었다.
아직도 2차 각성의 피로가 안 풀린 몸은 스르륵 침대로 기어들어가 이불을 뒤덮었다.
한 마리의 누에처럼 이불로 몸을 돌돌 만 엘런은 편안한 미소와 함께 눈을 감았다.
엘런은 금방 잠들었다.
깊게 잠들었다.
밤을 새운다는 건 인생에서 절대 해본 적 없는 일인 만큼, 한가득 쌓여있던 수면감은 물밀듯 쏟아져 내려왔다.
폭풍우 내리치는 밤에 피난처를 찾은 사슴처럼, 엘런은 세상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다.
하지만 교수들은 늘 학생들에게 쉬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학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코너에 몰아넣으며 한계까지 압박하는 게 교수란 존재들이다.
까악- 까악-
오랜만에 듣는 까마귀의 울음소리.
엘런이 편지를 받을 상황이든 아니든, 까마귀는 부리로 자신의 다리에서 편지를 쏙 빼내서 그의 침대에 던졌다.
탁- 투둑-
돌돌 말린 편지가 그의 머리와 볼에 차례로 맞고 베개에 떨어진다.
하지만 지금의 엘런은 그런 것조차 모를 만큼 깊게 잠들었다.
스르르륵-
말려있던 편지지가 활짝 펴진다.
그것은 곧이어 푸르게 빛나더니, 왁 하고 소리의 폭포를 쏟아냈다.
[엘런 학생이 자고 있을 것 같아서! 엘런 학생에겐 특별히 음성 메시지로 남겨요! 내일 있을 퍼렐라인 교수님의 수업 있잖아요! 교수님이 따로 일이 있으셔서 대신 공지를 내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귀를 따갑게 울려대는 하이톤 보이스.
시끄러운 알람에 일어난 것처럼, 엘런의 눈이 퍼뜩하고 뜨였다.
[퍼렐라인 교수님이 말하시길! 내일 수업에선 쪽지 시험을 치를 거라고 하세요! 그럼 공부 열심히 하세요! 엘런 학생은 특히요!!]“…….”
편지의 목소리가 깔깔깔 웃는다.
엘런은 베개로 양 귀를 틀어막으며 눈을 감았다.
얼마 안 가 웃음소리가 멈춘다.
[아, 그리고 저는 키아 교수예요! 자기소개가 늦었네요! 하하하하하핫!]……알고 있었다.
‘길게도 웃네.’
엘런은 홀스터에서 그림 리퍼를 꺼냈다.
철컥-!
타아앙-!!
편지지가 격추당하는 걸 마지막으로, 키아의 공지는 끝이 났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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