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93)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93화(93/354)
#093화. 쪽지 시험
마법과 마력의 상관관계, 일명 마마상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머릿속에 비상이 울렸다.
아침의 교실 분위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평소라면 떠드느라 시끄러웠을 애들이 저마다 노트를 부여잡고, 입으로는 수식을 중얼거린다.
그리고 수식 공부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학생들은 노트 대신 머리를 부여잡았다.
엘런 또한 비슷했다.
수업 시작 5분 전에 도착한 그는 졸린 눈을 비비적거리며 턱을 괴었다.
그도 당연히 어제의 공지를 들었다.
아마 여기 있는 누구보다 생생하게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를 위한 노트는 펼쳐두지 않았다.
애초에 필기를 한 게 없었을뿐더러 흔한 노트조차 그는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교재를 펴두면 되지 않나?
-라고 묻는다면 엘런은 그냥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 수업에 시에나가 없어서 다행이네.”
만약 우등생 중의 우등생인 시에나가 이 수업에 있었다면, 그녀는 떡처럼 엎어진 엘런을 당장 일으키며 자신의 필기 노트를 빌려줬을 거다.
당사자가 싫다고 해도 억지로 진행되는 막간 강의가 이뤄졌을 터.
부르르-
엘런은 팔뚝에 돋은 소름에 일순간 몸을 떨었다.
“그래서 이건 이렇게 하는 건가……?”
“그것도 맞는데 이 수식을 이용하면 더 쉬워.”
“아아, 오케이. 고마워.”
“혹시 너 이 문제 어떻게 푸는지 알아?”
아까까지 조용했던 교실은 남은 시간이 마지막으로 치닫자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는 소음이다.
엘런은 그 소음들 속에서 턱을 괴고 가만히 펜만 꺼내두었다.
철컥-
교실의 문이 열린다.
서로의 질문과 답변으로 가득했던 교실은 그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혔다.
누군가 소음 제거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조용해진 교실은 무엇보다 어색했지만, 퍼렐라인 교수에겐 익숙한 침묵이다.
“반갑습니다. 오늘은 어제 예고한 대로 쪽지 시험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저 교수님!”
“네. 점수에 포함됩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퍼렐라인은 질문도 전에 답변하는 기예를 선보이며 학생의 손을 내렸다.
그는 마력 분필을 잡고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전부 알고 있습니다. 이번 시험의 난이도는 어떻고, 배점은 어떻게 되고, 총 문제 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등. 궁금한 게 굉장히 많으실 것 같군요.”
학생들의 표정이 뜨끔해진다.
하지만 이상할 건 없었다.
저 자리에서 수백 번 쪽지 시험을 진행했을 퍼렐라인 교수는 그렇게 수백 번이나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게 분명했다.
퍼렐라인은 말했다.
“이 시험은 여러분이 입학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수준을 알아보고 개개인의 격차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입니다. 그래서 쉬운 문제 반, 어려운 문제 반을 섞어 난이도를 조정했습니다.”
쉬운 문제가 반이라고?
수식 공부를 소홀히 했던 학생들의 눈에 희망이 깃들었다.
“그래도 공부를 안 했다면 쉬운 난이도의 문제조차 극악으로 느껴질 겁니다.”
조금이라도 싱싱해졌던 학생들이 다시금 풀이 죽는다.
“저희는 이번 수업 시간 때 이 쪽지 시험만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특이점이 하나 있으니 이것부터 안내해 드리죠.”
“특이점?”
“그렇습니다. 이 쪽지 시험의 특이점은 모두 주관식이라는 겁니다.”
“……?”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제가 주관식인 게 왜 특이점이란 거지?
퍼렐라인은 그 말을 끝으로 옅은 웃음과 함께, 허공에다 시험지를 뿌렸다.
촤라라라락-!
위에서 비처럼 내려오는 시험지.
그것들은 하나둘 학생들의 책상 위로 안착했다.
엘런에게도 시험지 한 장이 내려왔다.
……근데 자세히 보니까 한 장이 아니다.
‘문제를 적어놓은 시험지는 한 장이고 나머지는 답변지인가.’
풀이식을 적어놓을 답변지는 총 열 장이 넘어갔다.
그에 반해 문제는 6개로 한 페이지에 다 들어간다.
쪽지 시험에 걸맞은 문제 수지만 열 장의 답변지는 전혀 쪽지 시험답지 못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시험이 시작되었다.
엘런은 하품과 함께 펜을 잡으며 문제를 쭈욱 훑어보았다.
‘……뭔가 이상한데.’
엘런은 다시 한번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았다.
그리곤 아까 퍼렐라인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쉬운 문제 반, 어려운 문제 반이라고 하지 않았나?’
자신의 기억이 잘못될 리는 없다.
그럼 분명 그렇게 말했다는 것인데, 이 시험지는 뭔가 이상했다.
그렇다고 본인에게만 이상한 시험지가 왔다고 하기엔 억지가 심하다.
아까 시험지가 공중으로 뿌려질 때 흘깃흘깃 보인 시험지의 내용들은 애초에 전부 똑같았다.
엘런은 1번 문제부터 6번 문제까지 읽어본 후, 스읍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쉬운 것밖에 없는데.’
***
퍼렐라인은 시험에 열중한 학생들을 교수용 단상 앞에서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종이에 들어갈 것처럼 머리를 들이댄 학생들은 연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펜을 부여잡고 끙끙거리던 몇몇 학생들은 급기야 옆쪽으로 곁눈질했다.
“참고로 부정행위를 하다가 걸린 학생은 제가 아주 특별한 처벌을 마련해두었으니 그렇게 아시길.”
옆으로 돌아갔던 학생들의 눈이 금세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주 특별한 처벌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저 교수가 준비한 처벌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듯한 외형의 교수는 문제 역시 자비롭지 않았다.
‘쉬운 문제가 반이라면서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대다수 학생들이 이런 마음이었다.
‘나한테만 이상한 시험지를 준 거 아니야?’
이런 의심을 품기도 하고.
‘물을 조금 적셔보면 진실된 시험지가 드러나는 것 아닐까?’
이런 망상을 하기도 하고.
‘모르겠다. 이번 시험은 그냥 던지자.’
그냥 포기를 하는 이도 있었다.
그 누구도 펜을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
손에 쇠사슬이라도 매달아 둔 듯 꾸역꾸역 수식을 적어 내려갈 뿐이었다.
그러나 이 수업 정중앙에 앉은 학생은 달랐다.
타다다다닥- 타다다닥-
그는 펜에 불이라도 난 듯 답안지를 채워나갔고, 망설임이 보이지 않았으며 멈추지도 않았다.
숨이 막히는 침묵 속에서 펜촉과 답안지가 열렬하게 부딪치는 소리는 퍼렐라인의 주의를 끌었다.
‘의외로 엘런 학생이 선방하는군요.’
그가 똑똑하다는 건 다른 교수들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나태함을 가진 게 매 수업 눈에 띄었다.
그래서 아무리 쪽지 시험에 대해 공지를 해줬다고 해도 공부는 일절 안 하고 왔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기대 또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런은 예상외로 여기서 가장 빠르게 문제를 해치워나갔다.
두 번째는 역시 라제나 히로다.
그는 금요일 마마상계 수업의 우등생으로서 타 교수들에게도 무척이나 고평가되는 학생이다.
어느새 3번 문제를 다 끝낸 엘런은 허헛 하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문제 세 개 풀었는데 답안지 네 장을 꽉 채웠네.’
문제 하나 풀었을 뿐인데 무슨 논문급 문장 길이를 요구한다.
하지만 3번 문제까지 풀고 나니, 퍼렐라인의 말이 점차 이해되었다.
‘이래서 어려운 문제가 반, 쉬운 문제가 반이라고 했던 거구나.’
시험지 속 문제 중에서 쉬운 문제들은 퍼렐라인이 수업 시간 때 ‘한 번씩 봐두면 좋을 거라고’ 얘기한 문제들이다.
심지어 그것조차 스쳐 지나가듯 말해 기억하고 있거나 필기한 학생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엘런은 그런 찰나조차 평생을 간직하기에, 쉽게 정답을 서술할 수 있었다.
다른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쪽지 시험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결국은 수업에서 나온 것들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수업 시작부터 끝까지 단 1초도 놓치지 않고 통째로 기억하는 엘런에게, 이론 시험은 애들 장난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도 그 나름의 고통은 존재했다.
‘손이 드럽게 아프네.’
물론 엘런에겐 자동필기 만년필이 있었으나 당연하게도 시험 중에는 마도구 사용이 금지였다.
그래서 세 문제째 쓰고 나니까 손목이 부들부들하고 떨린다.
‘근데 저 교수는 왜 자꾸 날 쳐다보는 거야.’
문제 푸는 도중에도 힐끔힐끔 느껴지는 시선.
누가 컨닝이라도 하나 싶었지만 그건 다름 아닌 퍼렐라인 교수의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도, 팔짱을 끼며 옅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고작 그런 것에 신경 쓸 엘런이 아니다.
‘얼른 다 풀고 잠이나 자자.’
엘런은 뻐근해진 손목을 풀고 다시금 시험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다.
점점 기다란 풀이 식을 요구하는 문제들은 악마처럼 기출 변형되어 학생들을 괴롭혀나갔다.
겨우 문제 하나를 다 풀고 다음으로 기진맥진 넘어간 학생들은 더욱 커다란 절망을 마주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
학생들은 시원한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퍼렐라인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퍽 힘들어하니 보상을 하나 걸어볼까요.”
보상?
축 처져있던 학생들의 고개가 슬며시 들어 올려졌다.
“시험을 다 마치신 분들은 그대로 기숙사에 귀가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벌떡-!!
누군가 일어섰다.
퍼렐라인은 그 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시험을 다 마치신 분들이라고 했습니다만.”
“다 마쳤습니다.”
엘런은 거의 남김없이 채워버린 답안지를 들어 보이며 퍼렐라인에게 다가갔다.
“여깄습니다.”
“한 번 제출하면 다신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내시겠습니까?”
“예.”
“엘런 학생은 문제를 검토하지 않은 것 같던데요. 그럼 실수가 발생할 확률이 무척이나 늘어납니다.”
“괜찮습니다.”
실수했을 리 없다.
적어도 엘런의 기억 속에서 그는 실수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받겠습니다. 엘런 학생은 이만 귀가하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문으로 나가시면 곧장 기숙사로 보내질 겁니다.”
엘런은 퍼렐라인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후, 중앙성으로 돌아갔다.
……사람 한 명이 빠진 교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이 워낙 대단해서인지 교실은 텅 비어 보였다.
학생들은 엘런이 나간 문을 부러움의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다시금 문제에 열중했다.
퍼렐라인은 문대신 그가 풀이한 답안지에 집중했다.
몇 년간의 교수 생활로 자연스럽게 쌓아올려 진 속독 실력은 순식간에 엘런의 답안지를 모두 읽어냈다.
동시에 퍼렐라인은 알 수 있었다.
수식의 풀이부터 정의, 관련 논문, 답까지.
엘런의 쪽지 시험 결과는 이 숫자로 표현할 수 있었다.
[100점]퍼렐라인은 그의 시험지 위에 만점을 적어놓는 걸 마지막으로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
토요일 아침이다.
시간은 6시 50분.
평소라면 엘런도 깊게 잠들어 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그는 딱히 짜증 나는 일이 없었으나 잔뜩 화가 오른 얼굴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짐은 딱히 챙길 게 없다.
그냥 교복을 입고 몸만 가면 준비 오케이였으니까.
엘런은 약속 장소인 동문으로 정확히 6시 58분에 도착했다.
그러니 저 끝에서 낯선 실루엣이 보인다.
교복을 입긴 입었는데 넥타이 색이 자신과 달랐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진한 와인색 넥타이.
그것이 칭하는 바는 이와 같았다.
저기 서 있는 게 이번 요주의 2학년 선배라는 거다.
엘런은 그와 열 걸음 안팎으로 가까워졌다.
그러자 건물 기둥에 등을 기대고 서 있던 2학년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선배의 입이 열렸다.
“1학년 새끼가 선배보다 늦게 튀어나오게 돼 있냐?”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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