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98)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98화(98/354)
#098화. 오크 군락 토벌(5)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이루어지는 학생 임원 회의.
거기선 학생 징계를 비롯해 학교에서 학생 신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모든 대소사가 결정된다.
그런 압도적인 권력을 가진 학생회의 입회 자격은 복잡하지 않다.
그저 본인의 학년 내에 엄청난 영향력을 지녔거나, 그 본인이 엄청난 무력을 지녔으면 그만이다.
그 무식한 입회 자격에 맞춰 학생회의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모난 돌과 같았다.
자신의 무리에선 본인이 최강인 만큼 다른 무리에서 고개 숙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걸 가능케 하는 자가 있었다.
정확히는 억지로 가능케 만든 자가 있었다.
저마다 예리하기 그지없는 칼날들을 양손에 쥐고 휘두르는 자.
명실상부 역대 최강의 3학년.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학생은 현 아카데미에서 단 한 명이다.
“학생회장님 들어오십니다.”
학교에서 잡무를 도맡는 직종인 ‘하수인’이 학생회장의 입실을 선언했다.
벌떡-
그와 동시에 미리 도착해 있던 학생 임원들은 자동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명백히 동급생이 아니라 상급자를 대하는 태도와 긴장감.
학생회장, 엘리스 폰 크레센티아는 회의실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들어왔다.
그녀가 발을 뻗을 때마다 주변으로는 새하얀 한기가 퍼지는 듯했고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어, 어쩐지 평소보다 표정이 더 안 좋은데……?”
“……오늘은 더 조심해야겠어.”
“누가 사고라도 쳤나……? 최근 회의도 잘 진행되고 상부에 안건이 막혔던 적도 없잖아. 뭐가 심기에 거슬린 거지?”
“모르겠어. 그래서 더 불안해.”
평소도 지금처럼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엘리스였지만, 몇 년이나 그녀를 보아온 만큼 기분의 변화 정도야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중노(中怒) 정도 같은데.”
“중노? 진짜 미치겠네…….”
극소노, 소노, 중노, 대노, 극대노.
학생회 임원들은 그녀의 차가운 분노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그 단계를 다섯 가지로 나누었다.
그 분노 단계로 미루어볼 때 엘리스는 지금 중노 상태.
저 얼굴은 무언가 굉장히 신경 쓰이고 그게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때 짓는 표정이다.
……즉, 오늘 회의는 수틀리면 X된다.
“에, 엘리스! 내가 생활 구역에서 생과일주스를 사 왔어! 네가 좋아하는 블루베리 맛이야! 하, 한 번 마셔볼래……?”
“나이스 타이밍.”
임원 하나가 책상 아래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엘리스의 화는 보통 블루베리 생과일주스로 식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부에게 별 되도 않는 이유로 안건이 까이고 왔을 때도, 그녀는 알아서 블루베리 생과일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켜며 화를 삭였다.
지금도 운이 좋다면 이 블루베리 주스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의 것이었다.
“됐어.”
“……!”
“……!!”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그 어떤 상황이라도 엘리스가 블루베리 맛 생과일주스를 포기하는 일은 드물었는데.
주스를 권한 학생은 되려 당황해서 뚜껑을 떼내고 그 안까지 보여주었다.
“신선한 생블루베리가 잘 갈려서 식감도 일품인 데다가 네 취향대로 설탕 시럽도 두 바퀴 돌린 건데……! 그, 그래도 안 먹을 거야?”
“응.”
생과일주스 우수 판매원이 빙의한 듯한 언변에도 엘리스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분이 안 좋은 상급자를 위해 생과일주스를 조공하는 부하들.
분명 나이도 동갑이고 서로 알고 지내온 시간도 똑같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수평적이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관계가 형성된 것은 아니었다.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여기 있는 모두가 저 얼음 여왕을 넘어서기 위해 발악을 하고 진흙밭을 굴러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맨땅에서 손을 뻗어 달에 닿으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는 걸.
엘리스는 생과일주스를 지나치고, 자신의 반짝이는 은발을 찰랑이며 중앙 상석에 앉았다.
“회의 시작하자.”
“으, 응! 오늘 회의 안건은 1학년 생활 구역 괴물 개체 수 조절이야. 1학년 생활 구역은 습지와 산, 숲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곳을 터전으로 삼은 괴물들은…….”
“잠깐만.”
엘리스가 손을 들어 회의를 멈췄다.
안건 발표를 진행하던 학생은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며 자신의 행색과 오늘의 발표 자료를 훑어보았다.
하지만 어제 몇 번이나 퇴고하고 확인한 만큼, 자료 안에서 실수는 없었다.
근데 대체 뭐가 그녀의 심기를 거슬렀을까.
엘리스는 손을 뻗어 수정구가 홀로그램으로 띄운 회의 자료를 가리켰다.
그녀의 얄상하면서 새하얀 손가락은 안건의 제목을 가리켰다.
“1학년 생활 구역의 괴물이 벌써 개체 수 조절에 들어가야 할 때야?”
“나, 나도 그래서 안건 목록을 둘러보다가 놀랐어. 근데 1학년 생활 구역이면 많은 준비도 필요 없으니까 빨리 처리하려고 가장 먼저 준비한 건데…….”
학생은 슬며시 엘리스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안건 제목에 꽂혀 있었다.
‘1학년 생활 구역이라면 엘런이 사는 곳이야.’
학교에서 개체 수 조절로 안건을 넣은 정도라면 괴물의 번식 속도가 상상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돌연변이가 출몰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괴물과 많이 부딪치는 상위 서열들이 다치게 될 경우도 생긴다.
그 말인즉슨…….
‘엘런이 다칠 수도 있어.’
엘리스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입김 섞인 한숨은 닿는 모든 것에 새하얀 성에를 끼게 만들었다.
그녀와 한두 자리 멀리 있던 학생들은 저마다 쑥덕거렸다.
“이거 설마 대노냐?”
“서, 서, 설마……. 그런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아니 그게 오늘은 엘리스의 상태가 많이 이례적이잖아. 생과일주스를 안 먹지 않나, 회의를 멈추지 않나.”
그런 크고 작은 걱정 속에서, 엘리스는 회의 자료를 팔랑팔랑 넘겼다.
“1학년 생활 구역 주변에서 파악된 괴물 목록은 이게 전부야?”
“으, 응! 실제로 발견되었던 괴물은 다 넣었어.”
“돌연변이의 경우는.”
“그것도 다음 페이지에 넣었어!”
태생적 완벽주의자와 몇 달을 일하다 보면 주변인들도 자연스레 완벽주의자가 되어간다.
정확히는 완벽주의자 상사를 모실 때의 얘기지만, 당일 회의 준비를 맡게 된 학생은 만일의 경우까지 전부 준비하여 자료를 작성했다.
학생회 임원들은 제자리에서 목록에 적힌 괴물들을 쭉 둘러보았다.
그러다 그들의 눈길을 한 번에 잡아끈 것이 있었다.
“야. 여기 이놈은 너무 무리한 거 아니냐?”
“돌연변이 목록에 있는 놈 말하는 거지?”
“맞아. 아무리 돌연변이고 만일의 경우로 생각했다지만, 오크 워로드가 뭔 말이야.”
“그, 그 옆에 따로 써놨잖아! 신생이라고!”
[오크 워로드(신생)]“오크 워로드가 어떤 괴물인지는 알고 쓴 거지?”
“너만 덩컨 교수님 수업 듣는 거 아니거든? 나도 뭐 하는 괴물인지 다 알고 있어!”
엘리스는 임원들의 관심이 쏠린 그 괴물의 정보를 조용히 중얼거렸다.
“본인의 체취와 페로몬으로 오크의 번식률을 수십 배 드높이고, 지성과 전투력을 높이며 그 어떤 오크의 직업군보다 드높은 존재.”
“엘리스가 말한 대로야. 그런 놈이 야생에서 탄생할 확률은 정말 희박할뿐더러, 설령 탄생했다고 해도 어떤 낌새가 보였겠지.”
발표를 준비했던 학생은 그 ‘낌새’라는 말에 지지 않고 받아쳤다.
“너 기억 안 나? 최근에 징계 내린 2학년 망나니 놈을 오크 군락 처리에 보낸 거? 학교가 징계로 군락에 보낼 정도면 오크의 번식률이 도를 넘었다는 거라고!”
“그, 그건…….”
다른 학생은 발표자의 말에 반박해보려 했지만. 그의 말은 짐짓 타당했다.
그러나 엘리스는 이번에도 다른 말에 귀를 쫑긋거렸다.
“오크 군락 처리…….”
오늘 엘리스의 기분이 분리 안 된 쓰레기통처럼 꽉 막힌 이유였다.
학생회장으로 있으면서 그녀의 귀에는 가끔 몇 가지의 특급 정보가 들려온다.
그것은 그냥 소문일 수도, 아니면 진실일 수도 있지만 하나같이 그녀의 관심사 밖이었다.
남들에게나 특급이지 자신에겐 누군가의 아침 식사 메뉴보다 관심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녀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정보가 있다.
바로 오늘, 1학년 생활 구역에서 징계를 받은 2학년 남학생과 장학생이 오크 군락으로 출발했다는 정보다.
정보에 의하면 장학생은 다른 이유로 2학년과 동행하게 됐나 본데, 엘리스에게 중요한 건 그딴 게 아니었다.
‘엘런이 그런 놈과 함께 오크 군락으로 떠났어.’
그 2학년 남학생이 징계를 받게 된 이유는 다양했다.
‘자잘한 성희롱부터 평가 도중 과도한 폭력.’
이것이 징계의 주된 이유들로 학교는 근신 처리나 정학 대신 오크 군락 처리로 끝을 냈다.
그건 당사자 집안의 힘도 있겠지만, 그가 학교의 유망주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토속성 중에서도 ‘지진’ 세부 특성을 개화한 건 교내에서도 몇 년 만에 처음이었기에, 겔릭은 상부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특유의 흉포하고 잔인한 성격은 이때부터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을 거다.
본인이 학교의 관심을 받는 루키라는 걸 깨달았을 때부터 말이다.
그런 쓰레기 같은 놈이 자신의 귀엽기 그지없는 남동생과 붙어있다는 게 참을 수 없이 거북하다.
동시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불가능한 오크 군락에, 동생이 가 있다는 것 또한 매우 불편했다.
나아가 더욱더 거슬리는 건 막내가 그렇게 위험한 공간에서 그렇게 위험한 놈과 같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지금 이 순간에.
“…….”
엘리스의 입술이 아주 살짝 떨렸다.
쩌저저저저저적-
엘리스의 옆에 누군가 따다 두었던 냉수가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유리잔에 성에가 끼다 못해 수면은 완전히 얼어붙고, 안에 동동 띄워져 있던 얼음은 서로 엉겨 붙어 떨어지질 못했다.
“에, 엘리스……?”
“너 괜찮아?”
“괜……찮아.”
“저,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쨍그랑-!!
어는 점의 한계에 다다른 유리잔이 더 이상 냉기를 버티지 못하고 깨져나갔다.
엘리스의 책상은 삽시간에 물로 흥건해졌지만, 그것마저 오래가지 못하고 모조리 얼어붙었다.
엘리스는 말했다.
“오크 워로드가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그것이 성체가 되어서 군단을 만들게 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그, 그거야 그렇지.”
“혹시나 그런 상황이 벌어질 걸 대비해 나는 직접 군락이 있다는 곳에 가보겠어.”
“구, 굳이? 하수인을 먼저 보내서 조사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게다가 이미 그쪽으로 징계 간 놈도 있잖아. 학생회장인 네가 갈 필요는 없어.”
엘리스의 의자가 뒤로 드르륵하고 밀렸다.
“동의를 구한 게 아니야.”
그녀는 손목을 걷었다.
청색 보석이 박힌 금색 팔찌가 서슬푸르게 빛난다.
“자, 잠깐만! 지금 이렇게 간다고?”
“야, 야! 부회장! 따라가!”
“알았어!”
화아아아악-!!
부학생회장은 엘리스가 완전히 텔레포트 하기 전 마법에 간섭하고 동시에 순간이동했다.
***
엘런과 겔릭, 시에나와 카르디아는 성채 안에 들어섰다.
오크가 만든 것치곤 나름 격조 있게 만들어진 이곳은, 나무를 패서 꽂아놓은 것뿐만이 아니라 껍질을 까고 조각까지 해두었다.
카르디아는 그런 기둥을 손으로 스윽 하고 쓸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하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그렇다 해도 우리가 오크를 전부 죽였다 하기엔 무리가 있느니라. 주술사도 꽤나 섞여 있긴 했으나 대부분이 일반 전투병이었으니.”
“음! 시에나 후배의 말이 맞아! 아직 상급의 오크들이 남아있을 확률이 농후해! 방심은 금물이다!”
“목소리나 좀 낮추시죠.”
엘런이 툭 던진 소리에 또다시 겔릭의 이마 위로 힘줄이 뻗쳤다.
하지만 더 이상 화낼 이유는 없다.
이 건방진 후배의 처분은 이미 정했고 반드시 그렇게 할 생각이니까.
그렇게 성채 안을 전전하던 넷은 어떤 문 앞에서 멈춰 섰다.
그 문은 오크 두 마리를 합쳐도 닿지 못할 만큼 커다랗고 또 거대했다.
“감이 오는군! 이 뒤에 적이 있다!”
겔릭은 흐읍 하고 숨을 들이마신 뒤, 전력으로 문을 후려쳤다.
꾸우우우웅-!!
그것은 뒤로 쓰러질 것 같이 좌우로 열리면서 안쪽의 모습을 외부인에게 드러냈다.
우적-!! 우적-!! 우적-!!
뭔가를 씹는 소리.
뭔가를 발라먹는 소리.
뭔가를 빨아먹는 소리.
탐욕과 식욕이 질펀하게 섞인 폭식의 소리가 고막을 핥는다.
거대한 식탁에 아무렇게나 잘려서 널브러진 육고기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는 피로 얼룩진 고기를 입안에 잔뜩 욱여넣었다.
방금 막 도축한 듯 피도 안 빠진 고기는 내장이나 뼈 할 것 없이 그것의 입안으로 직행했다.
보통의 오크보다 네 배는 커다란 덩치의 괴물은 입 위로 튀어나온 송곳니가 이마까지 자랐다.
“네놈이 이 군락과 오크들의 지도자인가!”
겔릭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 큰소리로 외쳤다.
와드득-!! 우드득-!!
우적우적우적-!!
멈추지 않고 음식을 흡입하던 괴물은 턱을 살짝 돌렸다.
혈광에 물든 녹안이 넷을 마주한다.
드르르르르륵- 드르르륵-
괴물은 식탁에 걸쳐두었던 톱날 검을 바닥에 끌어 손을 가져왔다.
건장한 남자만 한 그것은 한 손으로 단숨에 들어 올려졌고, 괴물의 어깨에 단단히 걸쳐졌다.
눌어붙은 피와 누구의 것이었는지 모를 살점이 톱날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크르르르르르-
강철판을 우그러뜨리는 듯한 하울링과 함께…….
그것은 입을 열었다.
“신선한 고기…….”
쿠우우우웅-!!
그 무게만으로도 사람을 눌러 죽일 만큼 육중한 톱날 검이, 바닥과 거칠게 맞붙는다.
그러나 겔릭은 오크인지조차 의심가는 적의 출현에도 피식하고 코웃음 쳤다.
“그렇게 무게 잡는다고 해도 네놈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는다!!”
슈화아아아악-!!
지진의 막대한 진동이 담긴 마력 파장이 그것에게 날아들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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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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