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99)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99화(99/354)
#099화. 오크 군락 토벌(6)
지진의 진동이 담긴 마력 파장.
그 위력적인 공격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지진파와 같았으며, 잠깐 노출된 것만으로도 능히 근육을 찢고 핏줄을 갈라놓으며 뼈를 부술만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공격 한 번으로 수십의 오크가 피의 이슬이 되어 사라졌다.
겔릭은 이번에도 같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놈 뒤에는 저 새끼다.’
이미 그의 목적은 변질된 지 오래였다.
얼른 오크를 분쇄육으로 다져준 다음, 건방지기 그지없는 후배를 친히 교육시켜주리라.
하지만 그 계획은 멀리 미루어졌다.
드드득-
마력 파장에 얻어맞은 놈의 육신.
그것의 몸이 한 걸음 밀려났다.
……그게 전부였다.
놈은 움찔거리지도, 입 밖으로 피를 흘리지도 않았다.
태산처럼 둔중하게 선 채 출렁이는 배를 두드릴 뿐이었다.
“꺼어어어억.”
얼마 안 가 이빨이 들쭉날쭉 튀어나온 입에서 오물과 같은 냄새의 트림이 새어 나왔다.
“소화. 다 됐다.”
괴물은 뱀 같이 길고 새빨간 혀로 입가를 치덕치덕 핥았다.
겔릭의 조막만 한 눈이 대번에 커진다.
“마, 말도 안 돼……!! 지진까지 담아낸 공격에 맞고도 대체 어떻게……!”
“흐음.”
엘런은 그림 리퍼를 만지작거리며 파악에 들어갔다.
‘이 선배의 공격은 외상이 아니라 내상에 목적을 두었어. 근데도 꿈쩍하지 않아. 피부를 덮은 가죽 못지않게 내부도 튼튼하다는 거군.’
이것만으로는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
조금씩 간을 보면서 상대의 신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아야 했다.
그러려면 먼 거리에서 적을 재빠르고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건 당장 나한테 있지.’
엘런은 그림 리퍼를 검지로 빙글빙글 돌렸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아까처럼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괴물을 관찰했다.
겔릭도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는 당혹감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사실 어떻게 반응하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저쪽에서 달려올 테니까.
드드드드드득- 드드득-
괴물은 어깨에 걸었던 톱날 검을 바닥에 질질 끌며 다가왔다.
녹슨 칼날과 거친 돌바닥이 부딪치면서 새빨간 불똥이 이리저리 튄다.
“……엘런. 어떻게 할 셈이냐.”
뒤에서 시에나가 속삭이듯 묻는다.
엘런은 자기야 전투의 관중인 것처럼 속 편하게 말했다.
“싸워야지.”
“저놈. 아까까지 밖에서 만났던 오크들과는 종자부터가 틀리다.”
“동감이야. 심지어 저렇게 양분을 많이 섭취한다는 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놈이란 소리인데.”
“저, 저 덩치에 성채가 아니라고?”
“궁금한 건 나중에. 계속 떠들 시간 없어.”
엘런은 겔릭의 옆으로 갔다.
그는 아직도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는 충격에 눈알이 사방으로 굴러다녔다.
지진이라는 세부 특성을 얻은 뒤로, 공성 병기와 같아진 공격들이 씨알도 안 먹혔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한 가지 칼날에 의존하던 자들은 그것이 부러졌을 때 정신을 잃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 따위 없었다.
“선배님. 정신 차리세요.”
“뭐, 뭐냐! 나는 놈을 관찰 중이었다!”
“알겠으니까 이제 제 말에 따라주시죠. 작전이 있습니다.”
겔릭은 코웃음 쳤다.
“흥! 어차피 얼토당토않은 탁상공론이겠지! 별다른 실전 경험도 없을 네놈이 무슨 작전을 짠단 말이야!”
“선배님. 엘런은 이래 보여도 머리가 비상합니다. 그를 믿어보십시오.”
“시에나 후배! 너도 나를 무시하는 거냐!”
“그것이 아니라 후배로서 간언을 드리는 겁니다.”
“닥쳐라!! 작전을 짠다 해도 내가 짠다! 지휘를 해도 내가 한다!”
후우우우욱-!!
갑작스레 앞에서 들리는 도약의 소리.
땅바닥이 부서질 것처럼 뛰어오른 괴물은 그 거대한 몸이 무색하게 공중으로 부웅 떠올랐다.
“으으으윽!!”
“쯧.”
“…….”
넷은 저마다의 방향으로 갈라지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톱날 검을 피해냈다.
콰아아아아앙-!!
하늘에서 공성추로 쏘아낸 바위가 떨어진 듯, 주변으로는 대지의 파편이 튀고 흙먼지가 일어났다.
카르디아는 입술을 깨물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일단 저 흉기부터 제거해야겠어!”
그녀는 마력을 꽉꽉 응집시키며 마법을 발현했다.
“아이언 벤딩!”
우드드드드득-
괴물의 손에 들려 있던 톱날 검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에서 그쳤다.
무기를 빼앗아 괴물을 무장 해제시키려 했던 카르디아의 마력은 가공할 악력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무슨 힘이……!!”
그녀는 더욱 마력을 집중해서 검을 끌어당겼지만 결국은 무리였다.
“고기. 신선한 고기. 먹는다. 씹는다.”
오히려 괴물의 주의를 끌어버린 카르디아는 이빨을 까드득 하고 갈았다.
바닥을 굴러다니던 돌덩이들이 괴물의 손에 잡힌다.
원래라면 사람 주먹만 한 돌들이지만 그것의 손바닥으로 들어가니 조약돌만큼 작아졌다.
후우우욱-!!!
바위들이 모래 흩뿌리듯 전방으로 뻗어 나갔다.
사람의 피부는 물론 그 안에 내장까지 우습게 짓이길 듯한 무게의 돌들이 한없이 가볍게 날아온다.
“쉴드!”
그러나 천고의 반응속도로 쉴드를 몇 겹이나 중첩시킨 카르디아는 그 뒤에 몸을 숨겼다.
쩌저저적-!! 쩌저적-!!
한 장 한 장 두텁게 만들어둔 쉴드가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철퇴로 방패를 내리찍는 듯한 소음이 지나가고.
“하아……. 하아…….”
카르디아는 반파된 쉴드 안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카르디아여! 괜찮느냐!”
“문제없어! 근데 이놈 장난 아니야! 완력도 완력이지만 머리도 만만치 않게 똑똑하다고!”
“그렇게 보이는구나. 다른 오크와 다르게 도구를 쓰는 것이 아주 자유롭다.”
도끼나 그런 것에 국한되지 않고 바닥에 돌을 이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바닥에 돌. 아직. 많다. 더 세게. 던진다.”
괴물은 돌 던지기에 재미가 들렸는지 톱날 검을 아예 버리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들을 양손에 한 움큼 집어 들었다.
놈의 입가가 히죽히죽 벌어진다.
겉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장난기 넘치는 꼬마를 보는 듯하다.
슈우우욱-!! 슈우욱-!!
후우우우욱-!! 화아악-!!
앞뒤 할 것 없이 그야말로 사방으로 돌덩이가 빗발친다.
위에서 우박처럼 떨어지는가 한 편, 앞에서 총알처럼 날아오기도 한다.
넷은 뜨거운 불판 위에 올라간 물고기처럼 펄떡펄떡 움직여야 했다.
“젠장! 쉴드로 다 막아내기엔 벅차!”
“계속 움직여야 하느니라!”
“크으윽!”
마력 하나 담기지 않은 돌덩이 하나에 불과하거늘, 웬만한 마력 폭탄보다 파괴력이 앞섰다.
“어이없는 공격이네.”
엘런은 방금 막 몸을 틀어 돌덩이를 피해내곤 총구를 들어 올렸다.
[그림 리퍼 – 산탄형]터어엉-!! 터어엉-!!
바위가 날아오는 족족 그림 리퍼의 총알이 그것을 관통한다.
쉴드를 이어붙여서 산탄형으로 변신한 그림 리퍼는 넓게 탄막을 펼쳐 바위의 접근을 막아냈다.
멀리서 쏘면 더욱 많은 것을 맞춘다.
산탄총의 이러한 특성은 난전에서 더욱 발휘되어야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죽어라!! 죽어!!”
엘런의 옆에 껌처럼 붙은 겔릭이 괴물에게 공격을 뻥뻥 쏘아댔다.
지진의 파동이 담긴 권풍(拳風)은 대포의 거센 반동처럼 주변을 떨게 만든다.
“……선배님. 조금만 떨어져 주시죠. 그 진동 때문에 조준이 안 됩니다.”
“네놈의 모자람을 왜 내게서 찾는 거냐! 입 닥치고 바위나 막아라!”
겔릭이 그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유였다.
엘런의 총알은 괴물의 바위 폭격에서 몸을 완벽하게 지켜냈다.
그러니 이 옆에만 있으면 방어에 신경 쓸 필요 없이 공격만 퍼부어댈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해서 괴물의 신경이 이쪽에 끌리고, 더 많은 바위가 날아오게 되는 건 겔릭의 알 바가 아니었다.
후우우욱-!! 후우욱-!!
저쪽도 산탄총을 가지고 온 듯 바위의 탄알이 엘런 쪽을 휩쓸었다.
‘……이건 탄막으로 못 막는다.’
엘런은 재빨리 그림 리퍼를 집어넣고 허공을 횡으로 저었다.
“체인.”
촤르르르르르-!!
그의 손짓에 따라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빙결의 쇠사슬.
그것은 뱀처럼 두텁게 층층이 똬리를 틀며 엘런을 감싸 안았다.
“으으윽!!”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겔릭은 엘런의 체인 방패막 뒤에서 몸을 웅크리고 숨겼다.
하지만 급조한 방어막인 만큼 피해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바위가 이쪽에 튀고 있잖아! 멍청한 놈! 장학생이란 새끼가 이런 돌덩이 하나 제대로 못 막나?”
“…….”
“이런 등신 같은 놈 옆에 있으면 내 명줄만 줄겠어!”
“아직 나가면 안 될 텐데요.”
“닥쳐라! 1학년 따위가 어디서 훈수질이냐!”
콰지지직-!!
겔릭은 엘런의 사슬을 손으로 잡고 우악스럽게 잡아 뜯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바깥은 엘런의 말대로 아직 바위의 우박이 내리는 중이었다.
“쯧. 이딴 곳에서 이것까진 사용하고 싶진 않았는데.”
겔릭은 자신의 양쪽 신발을 움켜잡고 그대로 벗어버렸다.
설인을 연상시킬 만큼 털이 수북한 발이 지면과 맞닿는다.
그러나 아직 석우(石雨)는 그치지 않았다.
돌덩이가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가 귀 아프게 들리는 이곳에서.
겔릭은 마치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저 선배가 지금 뭐 하는 거야?”
“자살하려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구나.”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돌부터 피하세요!”
“후후훗. 카르디아 후배여. 피할 필요 없다.”
버터 한 통을 들이부은 게 아닌가 의심되는 동굴 목소리.
마치 모든 걸 달관한 듯한 현자의 말투와 몸짓으로 겔릭은 느긋하게 걸어 나갔다.
그 걸음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집 앞을 산책하는 듯한 걸음걸이가 바위의 비 사이로 향한다.
“두꺼운 고기. 너부터 먹겠다.”
추르르릅-
괴물은 입맛을 다시며 손에 움켜쥔 돌을 앞으로 던졌다.
사각지대마저 완전히 점거한 돌덩이들은 해일처럼 무자비하게 겔릭을 덮쳤다.
하지만 돌덩이는 더 이상 아까처럼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초진동 지진 갑옷]덜덜덜덜덜덜덜-
마치 공포에 절여진 꼬마처럼 돌들이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에게 근접했던 바위는 아주아주 잘게 가루로 바스러졌다.
“지금 나는 초진동을 갑옷처럼 두른 상태. 또한 초진동에 닿은 건 무엇이든 가루로 변하지. 이런 바위 같은 거야 말할 것도 없다.”
“크르르륵.”
“대, 대단하다…….”
“과연. 마지막 한 수가 있으셨던 건가.”
“저거라면 괴물 놈도 한 방이겠어!”
“그 말이 정답이다. 카르디아 후배.”
겔릭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뒤를 힐끔 쳐다봤다.
엘런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러나 겔릭의 눈에는 자기보다 두세 차원 위에 있는 천재를 목도하여, 열등감이 뻗쳐나오는 걸 억지로 참는 듯이 보였다.
‘그래, 그래. 좋은 표정이다. 이제 알겠느냐? 나는 너 따위와 겸상할 그릇이 아니라는 걸.’
겨우 저런 놈이 장학생으로 등극하다니.
이제 제국 아카데미도 끝물이 다 된 듯하다.
쿠웅- 쿠쿵- 쿠웅-
괴물이 톱날 검을 들고 아까처럼 천천히 다가온다.
겔릭은 그 진격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받아들이며 괴물의 앞을 단단히 버티고 섰다.
“지진 갑옷을 두른 나를 너는 건드릴 수조차 없다.”
“크르르르.”
괴물은 톱날 검을 들어 올리곤 대각선으로 그었다.
그 일격은 뒤로 충격파를 만들며 검로를 따라 건물의 외벽에 기다란 검상이 그어졌다.
콰르르르르르르-
건물은 검격 한 번에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지만, 괴물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자신의 톱날 검을 바라보았다.
건물의 기둥을 떼어다 놓은 듯 두껍고 길었던 그것의 절반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겔릭은 피식하고 웃었다.
“당연한 결과다. 그런 녹슨 강철 따위가 내 초진동을 이겨낼 수 있을 리 없지.”
“크르륵. 크르르르.”
“이제 죽여주지. 한 번에 심장을 관통해서 숨통을…….”
괴물의 입이 벌어진다.
쩌어억-!!
콰지직-!! 뚜두둑-!!
털썩-
……겔릭이 쓰러졌다.
태엽이 망가진 인형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
비명은 없었다.
비명을 지를 입이 존재치 않았으니 당연하다.
추르르릅- 추르릅-
겔릭의 머리가 알사탕처럼 괴물의 입속에서 굴려진다.
그 두껍고 뚱뚱한 혀는 머리를 잘박하게 핥고 또 핥으며 고기를 맛보았다.
언뜻언뜻 입 밖에서 보이는 겔릭의 표정은, 여전히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오도도독- 오도도독-
고기의 오돌뼈를 씹듯 겔릭의 머리가 어금니 사이에서 깨져나갔다.
“질긴. 고기다.”
괴물은 두개골을 씹어먹고 이빨을 통째로 삼키며, 안에 담긴 걸쭉한 뇌수와 번들거리는 뇌를 목젖으로 남겼다.
그러니 괴물의 붉은 혈광이 다시 한번 짙어진다.
“맛있다!! 맛있다!! 맛있다!!”
괴물은 제자리에서 감탄사를 남발하며 발로 땅을 쿵쿵쿵 찧었다.
여태껏 가축만 먹어왔던 그것에게 인간의 피와 살점은 너무나 커다란 자극이었다.
“먹는다!! 먹는다!!”
이제는 머리만으로 부족한지 괴물은 머리가 사라진 겔릭의 시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곤 겔릭의 목에 입을 가져다 대고, 빨대마냥 빨아 젖히기 시작했다.
벌컥벌컥벌컥벌컥-!!
인간보다 몇 배는 커다란 폐에서 나오는 흡입력.
그것은 겔릭의 시체에 담겨 있던 피를 모조리 끌어당겼다.
기도부터 시작해서 위는 물론, 내장마저 피와 같이 끌려 나온다.
괴물은 구불거리고 질척이는 그것들을 씹지도 않고 모조리 입안에 털어 넣었다.
“더!! 더!! 더!! 더 먹고 싶다!!”
겔릭의 시체가 포장지 뜯어지듯 위아래로 갈라졌다.
상체와 하체가 그대로 나뉜 시체는 하나씩 괴물의 입으로 들어갔다.
우드드득-!! 우드득-!!
고기 분쇄기에 사람을 집어넣은 듯 뼈 갈리는 소리가 장내를 집어삼켰다.
괴물의 배가 기괴하게 불러올수록, 겔릭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괴물의 송곳니처럼 밖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던 그의 맨발이 완전하게 자취를 감추는 걸 마지막으로.
겔릭은 그것의 한 끼 식사로 죽어버렸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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