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131
#1130.
다가오다 (5)
“바토르.”
바토르가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교육은?”
“잘 진행되고 있다. 마공은 대부분이 사성 이상을 익혔다. 무위가 올라가면서 발전이 조금 더뎌지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상정 범위 안이다.”
“음.”
강진호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철혈군마공을 사성까지 익혔다면 과거의 중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마인이다. 과거 마교의 정예 수준은 몰라도 평교도의 급은 간단하게 뛰어넘는다.
일본의 침략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이만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호재다.
“문제는?”
“애들이 조금 과격해지고 있다.”
바토르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통제 못할 정도는 아니다. 마공을 익히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마공은 인성을 파괴한다.
강진호가 손을 대 위험한 부분을 최대한 억제하기는 했지만, 마공이 가지고 있는 본질마저 건드려 버린다면 그건 더 이상 마공이 아니다.
리스크를 담보로 최대의 효율을 얻어내는 게 마공이다. 리스크를 제거하게 된다면 안정성을 얻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마공이 가지는 특유의 폭발력마저 상실되고 말 것이다.
“통제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군.”
“명심하고 있다.”
“단순히 네 선이 아니다. 이현수.”
“예, 회주님.”
“마공을 익히는 이들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외부에서 기거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총회 내의 기숙사로 모두 옮기게 해.”
“예, 알겠습니다.”
지금 총회의 무인들이 익히고 있는 마공은 확실히 과거보다 안정성이 높다. 그렇기에 과거 중원에서 마공에 쩔어버린 이들처럼 과격한 일을 저지를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보다 덜 위험한가?
그건 절대로 아니었다.
사회가 다르다.
과거의 중원에서는 마인들이 발작하여 사람 몇 명 죽이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 못 되었다. 당시는 사람이 너무도 쉽게 죽어 나가던 시절이었으니까.
산적이나 야적의 습격으로 마을 하나가 날아가는 건 예삿일이고, 도둑이 재물과 함께 사람 목을 따는 경우도 흔했다.
전염병이 돌아 도시가 초토화되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으면 너도나도 칼을 뽑던 세상이다.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 사람이 몇몇 죽는 것과 지금 세상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과거 중원에서 살인이 가지는 위치는 지금 세상에서는 주폭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과거보다 사고를 덜 친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게 아니다. 오히려 위험도는 올랐다고 봐야 한다.
“슬슬 풀어질 때지.”
인간이란 그렇다.
의지를 다잡고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도 그 의지와 다짐은 시간과 함께 깎여 나가는 법이다.
작심삼일?
한 번 정한 일을 삼 일이나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거다. 사람의 결심이라는 건 생각 이상으로 굳건하지 않다.
목숨을 걸 각오를 한다고 해도 그 순간뿐인 게 사람이다. 의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스스로를 조이고 다잡아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없다면, 다른 이들이 해줘야 한다.
“마염들은 어떻지?”
“상태만 보자면 저쪽 애들보다 훨씬 심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명환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가서 사고 칠 기력을 남겨두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에 열여덟 시간 정도를 하드하게 굴리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사고를 칠 수 있는 놈들이라면 뭘 해도 못 막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체력을 완전히 빼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한 가지는 감안해 주셔야 합니다. 아무리 체력을 빼놓는다고 해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게 뭐라고 할까, 다들 욕구불만에 시달리고 있어서…….”
마공은 피를 탐하는 무공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피가 아니라 전투를 탐한다. 전투에 임한 자가 겪는 극한의 흥분과 고양감을 갈구하게 된다.
그 고양감은 훈련으로는 채워질 수 없다.
“스트레스를 좀 풀어줘야 한다는 말이군.”
“예, 회주님.”
“한 번 들르지.”
이명환이 어색하게 웃었다.
‘설마 내가 이걸 먼저 요구하게 될 줄이야.’
마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강진호다. 하지만 마염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 역시 강진호였다.
과거에는 강진호에게 배우고 강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기에 강진호를 기다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목적이 조금 달라졌다.
그들에게 있어서 강진호란 전력으로 달려들고 모든 것을 퍼부어도 결코 상처를 입지 않는 무적의 샌드백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가만히 받아주는 게 아니라 적절하게 반격을 해줘 고양감을 느끼게 해준다.
실제 전투만은 못하다 해도 최고의 긴장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강진호인 것이다.
“적당히 달래도록 해.”
“알겠습니다.”
“곧 제대로 날뛸 수 있을 테니까.”
이명환이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이현수가 그 광경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이명환의 눈에 혈광이 어리는 게 똑똑히 보였다.
‘맛탱이가 갔네.’
예전 이명환은 순수하고 고분고분한 맛이 있었는데, 이제는 가면 갈수록 분위기가 날카로워지고 있다. 예전처럼 놀리며 가지고 놀기에 부담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염들도 완연한 마인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전력이 강해진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바토르의 제자들이 마공을 익혀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마염들은 그 이상으로 강해졌다.
마염이 총회 최강의 무력 집단이라는 건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통제에 신경을 써야겠어.’
언제 미친놈들처럼 날뛸지 모르니까.
“장민.”
“예, 마존이시여!”
“교도들은?”
“다들 최선을 다해 수련하는 중입니다.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족들도 거의 넘어왔고, 나름 적응을 마쳤습니다.”
“흠, 진척은?”
“다들 빠르게 익혀 나가고 있습니다. 장로들이 먼저 익히게 만든 것이 주효했습니다.”
“태만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라고 해.”
“감히 누구도 태만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예, 마존이시여.”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리던데?”
장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부복했다.
“마존이시여, 교는 결코 안온한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들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하고 인간으로 살 수 있게 해준 곳이 교입니다. 교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이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처벌이 필요한 법입니다.”
강진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마교는 마교다.
명칭은 정체성을 포함하는 법이다. 마교가 신교가 아니라 마교라 불리게 된 이유는 단순히 중원이 믿는 종교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교도들에게도, 교도가 아닌 이들에게도 가혹하기 짝이 없는 처분을 내려왔기에 마교라는 악명이 쌓인 것이다.
최근 마교도들이 몇 가지 사고를 쳤다.
총회에서 금지하고, 마교에서 금지한 일들을 벌인 모양이다. 그중에는 금지된 마약을 한국으로 들여온 이들도 있고, 거주지를 벗어나 민가로 들어가 사고를 친 이들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교의 잔당이라고는 하지만, 이들은 그 험한 중국 땅에서도 밑바닥 인생을 살던 이들이다. 좋은 말로도 질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을 죽여 먹고살던 이들, 약을 팔아 먹고살던 이들, 심지어는 인신매매까지 하는 이들도 있었다.
마교의 부활을 위해 그런 이들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그에 따른 합당한 조건이 필요한 법이다. 한국으로 넘어온 것을 기점으로 범죄자에서 무인으로 다시 태어날 것.
그걸 지키지 못한 이들에게는 처벌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들에 대한 처벌이 강진호의 생각 이상으로 과했다는 것.
장민은 교리를 지키지 않은 이들에게 분노를 쏟아내며, 그들을 모두 찢어 죽여 버렸다.
표현이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찢어 죽였다.
덕분에 한동안 마교의 분위기가 공포에 젖어들었다.
장민은 그들에게 무척이나 자애로운 아버지 같은 존재지만, 분노한 장민은 그 어떤 장로들도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두려운 존재기도 했다.
“감히 마존의 명을 어기고 교리를 어긴 이들에게 자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나…….”
“그리고 저 많은 이들은 그저 교리만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마존이시여, 마교의 방식은 마교의 방식. 소인의 충절을 이해해 주십시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 그렇기에 굳이 마교를 총회로 흡수하지 않고 두 체제를 유지한 것이다.
장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마교는 마교. 마교에게는 마교의 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교가 천 년을 넘게 이어올 수 있던 이유는 죄에 대한 단호한 처벌과 지배자들의 철권통치가 지켜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방식?
마기에 미쳐 날뛰는 마인들이 득실득실한 마교에서 법과 인권을 찾다가는 이슬람 테러 집단을 유치원생으로 보이게 만들 만큼 지옥 같은 범죄 집단이 탄생할 것이다.
“장민.”
“예, 마존이시여.”
“너의 방식은 존중한다.”
강진호가 떠나고 마교가 쇠락했음에도 백 년이 넘도록 마교를 지탱해 온 장민이다. 그런 이에게 강진호가 방식의 올바름을 논한다는 건 언어도단이겠지.
“뒤처리는 확실하게 하도록.”
“이 목을 걸고 마존께 심려를 끼쳐 드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목을 걸 것까진 없고.
강진호가 한숨을 쉬었다.
그 이외에도 방진훈에게 진척 사항을 듣고 위긴스가 육성하고 있는 마법사들과, 슈발리에들이 받아들인 서양 무학을 익히는 이들의 상황까지 확인한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객관적으로 볼 때, 총회는 지금 융성하고 있었다.
외부로 뻗어 나가는 동시에 내실을 갖추고 있다. 강진호가 총회에 처음 들어와 모든 체제를 뒤엎을 때와 비견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좋은 일에는 반드시 마가 끼는 법. 잊지 마라. 마는 밖에서 오는 게 아니다. 방심과 태만이 마를 부르는 법.”
“예, 회주님.”
“지금 분명히 문제가 생기고 있을 거다. 겉으로 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이사들과 실무진들은 다시 한 번 상황을 점검해라. 손님들이 오기 전에 완벽한 상태를 만들어두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우렁찬 대답을 들으며 강진호가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일본이라…….’
아마 이번은 총력전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총회는 수없는 전투를 겪었다. 하지만 총회의 모든 이들이 동원되는 전면전은 이게 처음이다.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다면, 총회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일본과 싸워 이겼다는 실적은 자신감을 낳을 것이고, 자신감은 총회를 더욱 발전시킬 테니까.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재미있겠군.’
원정을 하겠다는 의도는 결국 마지막까지 관철하지 못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스스로 죽을 곳을 찾아온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현수.”
“예, 회주님.”
“상황 통제에 힘을 기울여.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날뛸 수 있게.”
“군관과 협조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정계의 힘을 빌리는 일도 감수하겠습니다.”
“그래.”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디선가 피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결국 그는 전장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다. 적이 쳐들어오는 게 확정된 상황임에도 불안함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고조되고 있었다.
담배를 문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의 섬뜩한 미소를 본 이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