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245
#1244.
재고하다 (4)
[깡패 새끼들이 그딴 짓을 하고 다닌단 말입니까?]“음.”
[인적 사항은 받아두셨습니까?]“받기는 했는데, 왜?”
[조져야죠.]이현수의 목소리가 날카롭다. 잔뜩 흥분한 듯한 목소리다.
[회주님이 어련히 알아서 잘 처리하셨겠지만, 그걸로 끝내면 안 됩니다. 그런 새끼들 조지는 건 매로 되는 게 아닙니다.]“그럼?”
[윗대가리를 불러야죠. 원래 갈굼은 내리 갈굼이 최곱니다. 동네 양아치 새끼 조지는 데는 그 지역 건달 대가리 불러서 센터 까주고 싸대기 몇 방 날려주는 게 최곱니다. 그다음 날 되면 걸어 다니지도 못할 만큼 처 맞을걸요.]“이미 걸어다니지는 못할 것 같은데?”
[그걸로는 안 됩니다. 아니, 미친 새끼들이 시비 걸 데가 없어서 우리 애들한테 시비를 건답니까?]강진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가 좀 안일한 점도 있었어.”
[확실히 그렇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네요. 외부에서 창업하거나 직장 취직하는 애들 파악해서 보호해야겠습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저만 해도 양아치 새끼들이 싸움 걸어오면 내공 안 쓴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그건, 너는 내공을 안 쓰면 못 이기니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지금!]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여튼 민증 찍어둔 것 문자로 보내줄 테니까. 확인해서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처리해.”
[예, 회주님.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아냐. 여튼 알았어.”
[예.]전화를 끊은 강진호가 슬쩍 골목 안을 돌아보았다. 적당히 만져 주긴 했지만, 대가 센 놈들이니 괜찮을 것이다.
안 괜찮으면?
그래도 뭐 별수 있나. 이미 다 패버렸는데.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발길을 옮겼다.
한참을 걸어 카페에 도착한 강진호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회주님!”
“음.”
성주찬이 반색하며 카운터 밖으로 나왔다.
“그거?”
“미안하다. 오는 길에 실수로 쏟아서 이건 버려야 할 것 같다.”
“아…… 죄송합니다, 회주님. 괜히 저 때문에.”
“아냐. 내가 실수한 거지. 정신이 없었나 보다. 보통은 그럴 일이 없을 텐데.”
강진호가 미련 없이 들고 온 원두를 쓰레기통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제 일일이 원두 안 가져다주셔도 됩니다. 이게 돈이 한두 푼도 아닌데, 자꾸 받으면 저도 민망합니다.”
“흠…….”
“차라리 그러지 마시고, 원두 발주하시죠?”
“응?”
성주찬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지금 안 그래도 이번에 나온 애들 중에 카페 해보겠다는 애들이 많잖습니까. 차라리 걔들한테 주문을 받으시죠. 그럼 그냥 택배로 보내시면 되잖습니까?”
“음, 괜찮은 것도 같고…….”
강진호가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만 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질 좋은 원두를 만드는 것에 무척이나 자부심을 느끼는 편이고, 카페를 여는 이들은 좋은 원두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카페의 수가 많아지면 그 많은 원두를 만드는 일을 아버지가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생긴다.
“이야기 한 번 해볼게.”
“예. 차라리 그게 나을 겁니다. 그러니까 다음에는 이거 들고 오지 마십시오. 제가 가서 돈 내고 받아 오는 것도 황송한데, 회주님이 자꾸 이렇게 오시면 제가 민망해서…….”
강진호가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커피 잘 뽑든가.”
“……죄송합니다.”
성주찬이 볼을 긁었다.
카페를 연 초기에는 장사가 정말 안 됐다. 전에 매장을 찾던 단골들도 커피 맛이 변했다면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강진호가 뜬금없이 매장에 쳐들어와 커피를 주문하더니, 한 모금 먹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
‘왜 화가 나셨나 했더니…….’
돌아온 강진호의 손에는 커다란 봉투가 들려 있었고, 그 봉투에는 강진호의 아버지가 볶은 원두가 들어 있었다.
“실력이 없으면 재료라도 좋아야지.”
뼈를 때리는 말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덕분에 고객님들의 평판도 좋아졌고, 매출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문제는 없고?”
“괜찮습니다, 회주님. 제가 뭐라고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는지…….”
성주찬이 겸연쩍은 얼굴로 강진호를 힐끔 바라봤다.
총회에 있을 때는 감히 눈도 마주치기 버겁던 강진호다. 그런데 오히려 총회에서 나오고부터 강진호를 더 자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냥 탈락자에 불과한데…….’
설마 강진호가 총회를 탈퇴한 자신을 신경 써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강진호에게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
남은 이들을 이끌고 나가기도 바쁜 강진호다. 성주찬이 강진호의 입장이었다면 절대 강진호처럼 탈퇴한 이들까지 신경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기야…….
그러니 강진호는 회주고, 성주찬은 평범한 회원이었겠지.
“이제 제가 잘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회주님. 공사다망하신데 굳이 자꾸 이렇게 오시면 제가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잘 알아서?”
“예.”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냐.”
“…….”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무인들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애초에 무인의 수련은 평범한 일반인들이 살아가며 들이는 노력을 가볍게 추월하는 면이 있다. 그런 노력을 해온 이들이 어디서든 못 살겠냐는 생각이다.
일견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놓치는 부분은, 사회는 무인들의 세계처럼 노력이 곧 실력이 되어 보상받는 세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력보다는 적당한 눈치와 센스일 때가 많다. 그리고 무인들은 이 센스라는 부분이 절망적일 정도로 떨어진다.
간단히 말해 방진훈과 이현수가 장사를 한다면 누가 더 성공하겠는가.
무인으로서는 절망적인 이현수지만, 사회에 내놓으면 말 그대로 미친놈처럼 날뛸 것이다. 위긴스든 바토르든 감히 이현수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무인들에게는 전체적으로 이런 스마트함이 부족했다.
“다른 애들은 뭐 시작하는 거 없고?”
“다들 준비는 하고 있는데…….”
성주찬이 머리를 긁었다.
“저 같은 경우는 미리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둬서 다른 걸 알아볼 생각도 안 했습니다. 그러니 좀 더 빨리 시작할 수 있었죠. 그런데 다른 애들 같은 경우는 딱히 사회에서 뭘 해야 할지 생각을 안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음…….”
“그런데 뭐, 곧 뭐든 시작하겠죠.”
“취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 저희가 뭐 학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직 생활에 익숙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이도 어느 정도 차 있다 보니 회사에서 잘 받아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모아놓은 돈을 바탕으로 자영업을 하려고 하죠.”
“음.”
“그런데 프렌차이즈들도 워낙 요구하는 금액이 많다 보니 선뜻 쉽게 시작을 못하더라구요.”
“그렇겠지.”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쯤 백수로 지내는 놈들이 반, 그리고 어떻게든 뭐라도 해보겠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놈들이 반입니다.”
강진호가 살짝 고민에 빠진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문제군.’
사회에 적응해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이들이다. 그런데 당장 생업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면, 이런저런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경제관념이 백지에 가까운 이들이 자영업을 시작한다면,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너무도 빤한 일이다. 당장 성주찬만 하더라도 강진호가 신경 써주지 않았다면 얼마 못 가 망했을 게 빤하지 않은가.
“또라이 같은 놈들도 있고, 기가 막힌 놈들도 있습니다.”
“기가 막혀?”
“예. 어차피 총회에서 가지고 나온 건 쩌는 몸뚱아리밖에 없다고, 피트니트 센터를 차릴 거랍니다. 웃통 까고 운동하고 있으면 3개월 끊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
“또 어떤 놈들은 적성 살려서 이종격투기 체육관 차릴 거라던데요?”
“……무공을 가르친다고?”
“에이, 설마요. 그럼 맞아 죽죠. 대충 잡기술이나 싸우는 법을 가르칠 거랍니다. 죽도록 스파링해서 개 패듯이 패다 보면 지가 안 세지고 배기냐는데요?”
“망하겠네.”
“그렇겠죠?”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장기를 살린다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그 방향이 많이 잘못되어 있다.
“일단 알았어.”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성주찬을 지그시 바라봤다.
“검사해야지.”
“……오늘도요?”
“그럼?”
성주찬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조리실로 들어가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배어난다.
정성스레 아메리카노 한 잔을 뽑아낸 성주찬이 떨리는 손으로 쟁반에 컵을 받쳐 들고는 강진호에게로 돌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음.”
강진호가 컵을 들고는 입가에 가져다 댔다.
풍기는 커피 향이 제법이다.
가볍게 한 모금을 음미한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좋아졌네.”
“헐, 합격입니까?”
강진호가 슬쩍 조리실을 바라보았다.
커피 머신으로 내는 커피 맛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일일이 손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도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다. 회전률에 한계가 있으니까.
이 정도면 돈을 주고 사 먹기에 아깝지 않은 커피다.
“이 정도면 괜찮아. 알바생 들어오면 잘 가르치고.”
“예, 회주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원두는 내일 가져다줄게.”
“아니, 안 그러셔도 된다니까요. 차라리 주소를 알려주십시오. 제가 가겠습니다.”
“음, 그래. 그럼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예.”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총회에 한 번 들어와야 할 것 같아. 진행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제가요?”
“응.”
성주찬이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총회에서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강진호가 부른다니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그럼 이만.”
“예, 회주님! 조심해서 가십시오!”
성주찬이 허리를 구십 도로 꺾었다. 문을 열려던 강진호가 그 자리에 멈칫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아까…….”
“……예?”
“잘 참았어.”
“…….”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강진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 너머로 보이는 모습이 아주 사라질 때까지 성주찬은 강진호의 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에이, 주책스럽게.”
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
강진호가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제는 총회에서 떨어져 나온 자신이건만, 총회의 회주가 여전히 가족처럼 그를 챙기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총회를 나올 때만 해도 이제 다시는 총회의 사람들과 마주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 스스로가 바보 같기만 하다.
‘열심히 해야지.’
길은 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연이 끊어진 건 아니다. 바깥세상을 살면서도 총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래야 총회에서, 그리고 강진호에게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지 않겠는가.
짤랑.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오자, 성주찬이 눈가를 훔치고는 밝은 얼굴로 소리쳤다.
“어서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