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246
#1245.
재고하다 (5)
“프렌차이즈요?”
“음.”
이현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갑자기 웬 요식업입니까? 요즘 TV에 그런 것 많이 나오더니, 감명이라도 받으셨습니까?”
“TV 안 봐.”
“……아, 그렇죠. 안 보시죠.”
농으로 던진 말이건만, 돌아오는 반응이 영 재미가 없다. 이현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다시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 프렌차이즈입니까?”
“이번에 탈퇴하고 나간 애들 있잖아.”
“예.”
“개판이야.”
“…….”
이현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뭐, 당연히 그렇겠지.’
총회를 나간 회원들은 은퇴한 운동선수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한 가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인되던 세상에서 살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다른 유형의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현역 시절 돈을 많이 벌어둬서 건물주가 된다거나, 딱히 사업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이들이라면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지만, 어정쩡하게 돈을 번 이들은 결국 무언가라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운동선수가 시작한 사업의 끝이 좋은 경우는 흔치 않았다.
아무래도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삶을 살다 보니 평범한 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정확하게 캐치하는 게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 애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단 뜻이지.’
그래서 은퇴한 운동선수는 어설프게 자기 장사를 시작하는 것보다는 프렌차이즈를 하는 쪽이 안정적이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 애들 상태가 영 별로니까 차라리 이쪽에서 관리하자는 뜻이시죠?”
“음.”
“MK에서 프렌차이즈를 내면 애들이 가입비를 내고?”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가입비를 내야 하나?”
“프렌차이즈니까 당연히 가입비를 내야죠. 아니면 그 인건비는 누가 감당합니까? 인테리어비부터 해서 들어가는 돈이 장난 아닐 텐데.”
“음……. 애들이 모아둔 돈이 많을까?”
“나이가 있는 애들이야 어느 정도 돈을 모았겠지만, 20대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나중 일 생각해서 돈 모을 만큼 똑똑한 놈들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보면…….”
“없겠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강진호가 쓰게 웃었다.
“대출해 줘.”
“……헐, 회주님.”
“나오는 수익금에서 적당히 차감해서 갚으면 되겠지. 십 년 정도면 다 갚지 않을까?”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가 망하면 그 손실액은 누가 책임집니까?”
“망해?”
강진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혼자 장사하다 망하면 쟤들 책임이지만, 프렌차이즈에 돈 내고 장사하다가 망하면 그건 프렌차이즈 책임이지. 우리가 돈을 뱉어도 모자랄 판에 손실액 따질 상황인가?”
“…….”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문제는 대한민국의 프렌차이즈들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익이 안 나면 점주 탓이고, 이익이 나면 본사 덕이라며 이익금을 더 뽑아내려고 하는 게 프렌차이즈 아닌가.
장사 잘하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를 다시 한답시고 과도한 인테리어비를 점주에게 부과하고, 자신들을 통해서만 인테리어를 하게 만드는 게 대한민국의 프렌차이즈들이다.
“그걸 안 망하게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
“으음, 회주님.”
이현수가 침음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개인감정을 접어두고 사업에 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게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프렌차이즈를 진행한다면, 그놈들 말고도 할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굳이…….”
“생각해 봐.”
“네?”
강진호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당장 먹고살 길도 안 보이고, 수중에 돈은 떨어졌는데 무공이 있어.”
“…….”
“이 실장이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범죄에 빠진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럴 확률이 높지.”
이현수가 볼을 긁었다.
강진호가 그런 경우까지 알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만, 대만 프로 야구에서 승부 조작으로 퇴출된 선수들이 삼합회에 가입하고 나서 선수들을 꼬드겨 다시 승부 조작을 벌이려 한 경우가 있다.
한평생 한 가지만을 보고 살아온 이들은 먹고살 길이 막히면 무슨 짓이라도 하게 되는 법이다.
“사업적 측면이라기보다는 복지 측면이군요.”
“그렇게 거창한 생각은 아냐. 다만…….”
강진호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탈퇴한 이들을 애초에 총회에 가입시킨 건 총회고 선대지.”
“예.”
“그럼 그들이 끝까지 그 길을 가지 못했을 때의 책임도 우리에게 있는 것 아닐까?”
이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물론 저들이라고 해서 강제로 총회에서 수련을 해온 것은 아니겠지만, 총회에서 수련을 하게 되면서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 역시 사실이다.
무공을 쓸 수 없는 무인은 사회에서는 오히려 약자의 입장이다. 이쪽과 그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약자인 채로 저들을 사회로 던져 버리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사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그래도 저는 반대입니다.”
“음…….”
“그런데 인간적으로는 찬성입니다.”
순간, 강진호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의외로군.”
“예?”
“반대로 말할 줄 알았어. 사업적으로는 찬성하는데, 인간적으로는 반대한다고.”
“어째서요?”
“인성.”
“……아, 진짜.”
이현수가 짜증을 내자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조금 무리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어. 경험도 없고, 바쁜 와중에 새로운 뭔가를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 이해해. 하지만 세상에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게 있는 법이지.”
“예, 회주님.”
“진행해 보자고.”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몇 가지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프렌차이즈를 여신다면 어떤 걸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두 가지는 생각 중인데…….”
“두 가지요?”
“하나는 카페. 커피 쪽은 아무래도 자신이 있으니까.”
“음, 그렇죠.”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총회 내의 카페는 굉장히 평판이 높다. 나름 맛에 민감한 이현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퀄리티다. 그리고 그 카페의 퀄리티를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강진호가 아니던가.
“다만, 프렌차이즈화하려면 메뉴도 늘려야 하고, 연구 개발도 해야 할 텐데요?”
“그건 전문가가 해야지.”
“흠, 일단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있으십니까?”
“이건 솔직히 좀 고민이긴 한데…….”
“예?”
“피자집을 해볼까 생각 중이야.”
“…….”
이현수가 강진호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 친구분이 하시는 거요?”
“음, 그래서 고민인데…….”
“맛만 있으면 뭐가 문제겠습니까. 듣기로는 이번에 3호점이 나간다는 말도 있던데. 1호점에서 시작해서 3호점까지 간 곳이면 맛은 보장되었다고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그럼 그것도 고려해 보는 걸로 하죠.”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영기를 끌어들이는 게 조금 찝찝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게 가장 옳은 방향 같다. 주영기가 장사를 하며 얻은 노하우들도 있을 테니,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바쁘겠네요. 일단 업종에 관한 부분도 다시 신고를 해야 하고, 연구개발팀도 신설해야 하고…… 사람도 더 뽑아야겠습니다.”
“그렇지.”
“그럼 아예 이번에 나간 애들 중 적성 맞는 애들을 관리직으로 좀 뽑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가능하면 그렇게 해보는 것도 좋겠네.”
이현수가 살짝 고민에 빠진 얼굴을 했다.
전문적인 인력을 뽑는 것보다는 확실히 능력 부분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강점 역시 존재했다.
‘애들이 보통 거칠어야지.’
손님들에게 거칠게 굴었다가는 강진호가 모가지를 뽑으러 갈 테니 절대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프렌차이즈 본사와 지점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럴 때 평범한 이들이 관리를 하려 들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관리하는 이들도 무인이라면?
일단 싸움박질이 터져도 서로 싸움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다.
“그래도 확고한 장점이 하나 있다는 건 좋네요.”
“장점?”
“네. 대한민국에서 제일 몸값이 비싼 분을 모델로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자사 디스카운트 해주시겠죠?”
“…….”
강진호가 어색한 얼굴로 담배를 물었다.
“설득해 봐야지.”
“그리고 회주님.”
“응?”
“사실 이 일이라는 게 보통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투자도 투자지만, 이거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망하기라도 하면 같이 시작한 애들 인생도 쫄딱 망하는 겁니다. 안 하면 모를까, 일단 시작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켜야 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의 각오는 있어야 한다.
“걱정하지 마. 자금은 있는 대로 투입할 테니까.”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응?”
“사실 카페는 여성층의 수요가 가장 높지 않습니까? 그럼 여성층에게 잘 먹히는 사람을 모델로 써야 합니다.”
“음, 그렇군.”
“거기다 마스크가 신선할수록 좋지요. 이미 이미지가 소비된 사람보다는 뉴 페이스가 더 잘 먹힙니다.”
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기댔다.
뭔가 몰아가는 느낌이 난다.
“그래서 결론이?”
이현수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델 한 번 하시죠.”
“…….”
“눈 딱 감고 CF 두어 개만 찍으시면 됩니다. 설마… 애들 인생이 걸린 일인데, 못하겠다고 하지는 않으시겠죠?”
“…….”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떨렸다.
빌드 업 보소.
“그건 생각을 좀 해보지.”
“안 됩니다. 확정해 주셔야 합니다. 이 정도 투자 없으면 무한 경쟁 체제인 프렌차이즈 시장에 뛰어들 수가 없습니다.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나가야 합니다.”
“끄응.”
“대국적으로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머리를 벅벅 긁은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해야 한다면 해야지.”
“감사합니다.”
이현수가 휘파람을 불어 젖혔다.
“그럼 보자… 남자 모델은 회주님이 해주시고, 여자 모델은 이사님이 해주시고, 로고송은 세아 씨가 불러주시면 되겠네요. 크으, 그림이 나오는 것 같은데?”
수첩에 계획서를 적어 나가던 이현수가 고개를 들었다.
“일단 그럼 이사님하고 협의를 먼저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해.”
“언제까지 되시겠습니까?”
“나는 잘 모르니까 직접 해.”
“……예?”
“직접 만나서 하라고.”
“……제가요?”
“응.”
이현수의 눈이 떨렸다.
“아, 아니, 제가 왜 이사님을 뵙습니까? 회주님이 해주시면 되지.”
“나는 잘 모르잖아.”
“아니, 그래도…….”
“이 실장.”
“예!”
강진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실장이라는 사람이 이사 만나기를 껄끄러워해서야 되겠어?”
“…….”
“바로 약속 잡아줄 테니까, 가서 이야기해.”
“회주님.”
“응?”
이현수가 정색하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 이건 인간적으로도 안 되는 일 같습니다. 백지화시키시죠.”
“뒈지기 싫으면 가서 회의해라.”
“…….”
“나가봐.”
“회, 회주님.”
“어서.”
이현수가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처리하고 와.”
“눼.”
어깨를 늘어뜨린 채 밖으로 나온 이현수를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맞이했다.
“실장님, 소환한 사람들 대기실에 있습니다.”
“깡패 두목 새끼들?”
“예.”
“그래?”
이현수가 소매를 걷어 올렸다.
“주변 물려.”
“……예?”
“주변에 아무도 못 오게 해.”
“…….”
이를 갈고 대기실로 가는 이현수를 보며 깡패들의 명복을 비는 직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