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249
#1248.
찾아오다 (3)
“프으렌차아이즈으으으?”
주영기가 눈을 부라리자,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야, 유민아. 박유민이.”
“응?”
빨대로 콜라를 쪼옥 빨던 박유민이 고개를 살짝 돌리며 주영기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주영기가 히죽히죽 웃었다.
“아니, 이 새끼는 나이가 몇인데 이리 콜라를 귀엽게 처먹어?”
“…….”
“아냐, 아냐. 절대 시비 거는 거 아니다. 너, 저 새끼 말 들었냐?”
“누구? 진호?”
“그럼 여기 누가 또 있냐?”
“들었지.”
“어떻게 생각하냐?”
“글쎄…….”
박유민이 강진호를 힐끔 바라보고는 머리를 긁었다.
“음, 뭐…….”
살짝 뜸을 들인 박유민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원래 아무런 제반 설명 없다가 그냥 다짜고짜 본론부터 훅 던지고 보는 게 진호 스타일이잖아.”
강진호가 나직하게 헛기침을 했다.
그게 강진호의 스타일이라면서 웃는 얼굴로 침 뱉는 게 박유민의 스타일이다. 본인은 전혀 그런 자각이 없어 보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깜빡이는 넣고 들어와야지, 그게 운전의 기본 아니냐? 뭔 깜빡이도 없이 1차선에서 우회전을 들어와?”
“원래 그렇잖아.”
“하기야 니 말도 맞다. 원래 저 새끼가 깜빡이가 없지.”
강진호가 살짝 어색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제 주영기와 박유민은 거의 십년지기 친구처럼 보인다. 성향이 거의 극과 극에 가까운 두 사람이 기가 막히게 티키타카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브라더.”
“음.”
주영기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사람은 앞이랑 뒤가 있어야지. 다짜고짜 본론 냅다 집어 던지지 말고, 제반 사항부터 말해봐라.”
“말 그대로야.”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을 이었다.
“피자집을 프렌차이즈화해 보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냐고.”
주영기의 눈가가 실룩였다.
“너, 프렌차이즈가 뭔지는 알고 그러냐?”
“알지.”
주영기가 이마를 짚었다.
“그래, 알겠지. 알기는 하겠지. 나도 로켓이 뭔지는 아니까. 근데 이 새끼야, 로켓을 아는 거랑 로켓을 만드는 거랑은 별개의 문제라고! 어디 겁대가리도 없이 니가 프렌차이즈를 논해? 그리고! 프렌차이즈라는 게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거냐? 가입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있어.”
“……뭐?”
“가입할 사람 있다고.”
태연한 강진호의 얼굴을 본 주영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직감적으로 이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뭔가 진행되고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저 새끼는 매번 그랬지.’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던 주영기가 손에 들린 콜라를 원샷하고는 테이블 위로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그도 이제는 강진호에게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물어볼 테니, 너는 대답해라. 알았어?”
“응.”
“먼저…….”
주영기가 불꽃같은 질문 공세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주영기가 일그러진 얼굴로 머리를 긁었다.
“너희 회사 자본으로 프렌차이즈를 시작해 보고 싶다?”
“음.”
“가입자는 백 명이 넘게 확보할 수 있다?”
“음.”
“그런데 교육과 매장 관리 부분을 맡아줄 사람이 애매하니까, 나더러 도와달라?”
“그렇지.”
드디어 모든 정황을 파악한 주영기가 빙그레 웃었다.
‘이 새끼, 또라이야.’
예전부터 알고 있고, 지금도 아는 사실이지만, 오늘 새삼 또 알게 됐다. 확실히 그의 친구는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그의 친구는 원래부터 정상이 아니었고, 답답한 건 그의 친구가 아니라 바로 그인데.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지.
“정확하게 뭘 어떻게 도와달라는 건데?”
“피자집을 프렌차이즈화하고 싶다. 네가 1, 2호점을 운영하면서 교육을 맡아줘.”
“아니, 인마. 그걸 프렌차이즈화하면…….”
주영기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다른 피자집들도 우리 집 이름이랑 메뉴를 쓰겠다는 거잖아?”
“응.”
“그럼 인마, 내가 사장이어야지.”
“응.”
“그러니까 내 말…… 어? 사장이라고?”
“응.”
“…….”
주영기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이 새끼, 그냥 또라이가 아니네?’
개또라이다.
이 정도면 거의 맛이 갔다고 봐야 한다.
“야, 이 새끼야! 나를 뭘 믿고 사장으로 써?”
“안 될 이유라도?”
주영기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강진호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진호야.”
“응?”
“나도 좋아한다. 학연, 지연, 혈연.”
“…….”
“한국의 정이란 게 그런 거지. 밀어주고 끌어주고. 뭐 하는 놈인지도 모르는 능력자보다는 내가 아는 사람을 쓰는 게 백배는 낫지. 그런데 그것도 정도가 있는 거다, 이 새끼야.”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그 표정에서 ‘이 새끼가 거절할 줄은 몰랐는데?’라는 속마음을 읽어낸 주영기가 허탈한 얼굴로 박유민을 돌아보았다. 박유민은 주영기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빙그레 웃었다.
“이게 진호 매력이잖아.”
“야, 이 새끼들아! 니들 친한 거 아니까, 욕할 건 좀 욕해라!”
“진호야, 나도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봐.”
박유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영기가 피자집을 잘 운영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말 그대로 피자집 사장으로서의 능력이잖아. 프렌차이즈 사장으로서 갖춰야 할 능력과 작은 가게 사장의 능력은 다른 거지.”
“그럼!”
“그리고 영기는 사장 자리에 앉기에는 문제가 많아. 일단 학력이 짧고…….”
푸욱.
“성격이 좀 나쁘고, 아랫사람한테 부드럽지 못하고…….”
푸욱.
“그리고 입이 험한데다가 교양이 없어서 교육받는 사람들이 힘들지.”
“……야, 살살 찔러!”
주영기가 몸서리를 쳤다.
뭔 놈이 웃으면서 사람을 찔러 대냐? 아파 죽겠네.
“진호는 주변 사람들을 너무 좋게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영기는 그럴 그릇이 못 돼.”
“아니, 거, 친구 양반. 듣다 보니 말이 심하시네.”
“아냐?”
“맞지.”
주영기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그릇은 딱 가게 세 개까지야. 그 이상은 무리다.”
“하지만 가게 세 개를 이만큼 운영하는 것도 굉장한 거야.”
“크으, 내가 이래서 유민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 조련의 왕이야, 조련의 왕. 이 적절하게 던져 주는 당근의 맛을 놓을 수가 없다니까.”
강진호가 흐뭇하게 웃었다.
‘잘들 논다.’
그리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비난받고, 공격받고, 무시받기가 일쑤지만, 이상하게도 그를 존중해 주는 총회 사람들과 있을 때보다 편안하다.
“영기 노하우를 받고 싶으면 그냥 교육팀이나 적당한 자리 주고 써먹으면 되지, 굳이 사장 자리는 아닌 것 같아.”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주영기를 바라보았다.
“네 생각도?”
“당연한 거 아니냐?”
주영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친구 덕에 사장 감투 써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 근데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
“교훈?”
“과하게 먹으면 체해.”
주영기가 손사래를 쳤다.
“사람한테는 자기한테 맞는 자리가 있는 법이지. 내가 뭘 안다고 거기 가서 깝치겠냐?”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주영기도 예전과는 꽤 달라졌다. 예전에는 감투라든가 자리에 연연하는 허세가 조금 있었는데, 최근에는 허세가 쏙 빠지고 사람이 담백해졌다.
“그리고 나, 여기서 뭘 더 하기 힘들다.”
“가게는 안정화되지 않았어?”
“진호야.”
“응?”
“사람이 다들 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건 아니다. 내게는 여우 같은 여자 친구와 토끼 같은 동생 놈이 있단 말이다. 안 그래도 이 새끼 요즘 사춘기가 왔는지 자꾸 까칠하게 굴어서 고민이다.”
강진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주영기에게도 주영기의 삶이 있다. 그의 삶으로 자꾸 끌어들이는 것도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오해하지 마. 프렌차이즈화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니까. 네가 사장인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내가 반대하는 건 내가 사장 자리에 앉는 거야.”
주영기가 코를 훔치며 말했다.
“한 번씩 보면 강진호 생각 없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내가 사장 자리에 앉으면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냐?”
“내가 한다고 하면 딱히 반대는 안 할 텐데?”
“드러내서 반대 안 한다고 반대를 안 하는 게 아냐, 인마. 이 새끼, 군대에서도 눈치 없더니, 밖에 나오더니 더하네.”
주영기가 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가리켰다.
“보이냐?”
“응?”
“저분들이 내 상전이시다.”
“…….”
예전 처음 피자집을 할 때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아르바이트로 썼지만, 피자집이 안정화되고 아이들이 개학을 맞이하면서 대부분의 직원들은 정직원으로 대체되었다.
“숙련된 직원 하나 나간다고 하면 타격이 장난이 아냐. 그러니 돈을 더 줘서라도 써야 하는 거고, 일하는 데 불만이 없도록 죽어라 생각하고 살펴야 돼. 점주라고 앉아서 돈 받아먹는 게 아니라고.”
“음…….”
주영기가 살짝 날카로운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너는 요즘 안 그런 것 같은데, 아냐?”
“…….”
강진호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최근에도 총회의 회원들을 위해서 휴가를 제안한 강진호다. 하지만 그 휴가가 총회의 회원들을 위한 것이었느냐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궁색하다.
“하나를 보고 열을 안다고, 인마. 사장이라는 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막 하는 게 아냐. 대가리는 책임지는 자리기도 하지만, 취합하는 자리란 말이야. 너, 나를 사장 자리 앉혀보겠다고 누구랑 이야기라도 하고 왔냐?”
“아직 그럴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내가 앉겠다고 했으면 그냥 밀어붙이려고 한 거지?”
“그건 아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어.”
“하지만 속으로는 다들 납득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
“…….”
독심술이라도 익혔나?
주영기가 피식 웃으며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우리 진호, 성공했다. 그지?”
“그러게. 과도하게 성공했네.”
“…….”
“야, 진호야.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이 뭔지 아냐?”
“글쎄?”
“실패를 안 해.”
“…….”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이런 상황에서 그냥 빤한 말을 늘어놓을 리도 없고.
강진호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자, 주영기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말 그대로야. 실패를 안 해. 온갖 행운이 다 따라주고, 하는 일마다 잘되거든. 그럼 사람이 좀 무리한 일을 진행해도 실패를 안 해. 그럼 사람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글쎄?”
“그 모든 성공이 자기 능력 덕이라고 착각하게 돼.”
강진호가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박유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조했다.
“그런 경우 많지. 게임할 때도 그래. 매번 이기고, 매번 게임이 잘 풀리다 보면 내가 하는 선택이 다 맞다고 느껴지지.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 그냥 잘못된 선택을 힘으로 맞게 만들어 버리는 건데 말이야.”
주영기가 박수를 친다.
“크으, 적절한 예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너스레를 떤 주영기가 조금은 진지해진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너, 요즘 잘나가는 것 같더라.”
“…….”
“근데 내가 걱정되는 건 진호야, 사람이 계속 성공하고 잘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그럼 언제 문제가 생기는 줄 알아?”
“…….”
“다른 사람이 바른말을 하고 내가 틀린 말을 할 때야. 예전이라면 당연히 들었을 말인데, 안 듣게 되거든. 왜? 나는 내가 생각한 대로 밀어붙여서 성공해 왔거든.”
강진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