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511
#1510.
벌어지다 (5)
― 매장에서 일부러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다.
― 절대 대응하지 말고 정중히 상대하되, 정 말이 통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것.
― 음식에 이물질을 넣거나 관련 일로 시비를 거는 이도 있을 테니, 조심. 절대 사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말고, CCTV 확인하고 경찰 호출할 것.
― 어디선가 이쪽 업체 이미지를 흐리려 작업이 들어오고 있음.
― 성질 못 참고 일 벌이는 새끼는 나랑 3박 4일 동안 따로 면담할 테니, 어디 한 번 해보도록.
“……이건 또 뭐야?”
성주찬이 카톡 메시지를 보며 몸을 떨었다.
다른 건 다 둘째 치고, 이현수가 3박 4일 동안 개별 면담이라니.
‘이게 지옥인가?’
차라리 죽는 게 낫다.
그리고 그 순간,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 매장에서 난리친 놈이 밖으로 나가면 알바생에게 매장 맡겨놓고 은밀히 따라갈 것. 카페 안에 일행이 있을 테니, 그 일행들이 일어날 때를 노릴 것.
“이건 또 뭔 말이지?”
성주찬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정확하게 사태를 이해하지 못한 성주찬이 점주들이 모여 있는 카톡방에 들어갔다.
― 뭔 소리래, 이게?
― 저번에 부천점에서 영철이가 손님 턱 돌려 버렸잖아.
― 그랬지.
― 그게 누가 수작 부린 거라는 뜻 같은데? 일부러 사람 긁어서 사고 치라고.
― 아니, 어느 미친 새끼가 그런 짓을 해?
― 돈 노리고 한 건가?
― 그건 모르지. 그런데 우리한테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거 아냐?
― 돈 뜯어내려고 그런 짓 하는 새끼면 허리를 접어버려야지!
― 그러다 니 허리가 접힌다잖아! 니 허리가, 인마!
카톡방에 메시지가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카톡방에서 대충 내용을 파악한 성주찬이 나름의 대응 체계를 세워갔다.
“얘들아, 휴대폰으로 지금 재료 다 촬영해라! 매장 위생 상태도 다 촬영하고! 그리고 음식 나갈 때마다 다 촬영해!”
“예? 그럼 시간이 엄청 걸리는데요.”
“어쩔 수 없어! 오늘은 매출 포기한다! 손님들 불만도 그냥 받아줘.”
“……예, 알겠습니다.”
성주찬이 같은 내용을 단톡방에 올렸다.
‘아니, 어떤 미친 새끼들이.’
남이 좀 먹고살아 보겠다는데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한 놈만 걸려라.’
이를 뿌득뿌득 갈던 성주찬이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헐?”
“왜 그러세요, 점장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성주찬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부처다, 나는 부처다.’
‘한 놈만 걸려라’ 하는 마인드로는 사고를 칠 뿐이다. 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범인을 잡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사고를 치지 않고 이 위기를 넘기는 일이었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성주찬은 그 범인으로 지목당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절대 안 당한다! 절대로!’
* * *
“연락 다 했어?”
“예. 주의 사항 몇 번씩 확인시켰습니다. 지금 이현주 실장이 일일이 매장마다 전화 걸어서 다시 한 번 주의 사항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음…….”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판단하에 황민수를 비롯한 이사진들까지 호출이 되었다.
“어떻게 생각해?”
“흐음,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황민수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업계라는 곳이 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척해도 뒤로는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합니다. 내가 올라가는 것보다는 남을 끌어내리는 쪽이 쉬우니까요.”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과할 정도로 많죠.”
황민수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왜 이런 생각을 미리 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황민수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장난 아니네, 저 사람.’
업계에서 경험이 깊은 황민수도 이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을 고용해서 경쟁사에 대한 안 좋은 악플을 달거나 언론 플레이를 하는 건 무척 흔한 일이다.
그러니 조금 더 생각했어야 하는데, 잘나가던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는 위기감에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
“그건 모릅니다.”
황민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업체가 워낙에 많습니다. 특히나 카페 쪽은 워낙에 비슷비슷한 프렌차이즈들이 많다 보니 모두가 서로의 살을 깎아먹으면서 영업을 합니다. 경쟁이 과도하다는 거죠. 할 이유는 모두에게 있습니다.”
“으음…….”
강진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대책부터 논의해 보지. 지금부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한 번 나빠진 이미지가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
“예. 그리고…….”
이현수가 조금 씁쓸하게 말했다.
“이렇게 단속을 해뒀다고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적어도 이런 분야에 있어서는 공격이 수비보다 몇 배는 쉬우니까요. 아무리 철저하게 막아도 틈은 나올 겁니다.”
“두어 개 정도 사고가 더 터진다고 봐야겠군.”
“그럴 겁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검을 들고 하는 싸움에는 두려울 게 없는 강진호지만, 이런 싸움을 할 때마다 가슴에 돌덩어리가 내려앉는 기분이다.
‘적이라도 확실하면 좋으련만.’
그것까지 바라는 건 너무 과도한 거겠지.
“그래서 대책은?”
이현수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떨어진 이미지는 회복이 안 됩니다. 아무리 해명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부정적인 사건은 언제나 긍정적인 사건보다 그 파급력이 높은 법이니까요.”
“흐음.”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답답한 기분이 든다. 왜 부정적인 사건이 긍정적인 사건보다 파급력이 높다는 말인가.
이현수도, 이현주도 그리 말하니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내심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럼 방법이 없다는 건가?”
“아니죠. 있습니다.”
“응?”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부정적인 사건은 언제나 긍정적인 사건보다 파급력이 높다구요.”
“응? 그런데?”
“더 부정적인 사건이 생기면 됩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이현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더없이 사악하게 말이다.
“점주들과 상생하는 신생 기업을 노리고 특정 업체에서 사람을 풀어 수작질을 부렸다. 이것보다 재미있고 부정적인 사건이 또 있겠습니까?”
“…….”
“잡기만 하면 됩니다. 꼬리 한 번만 밟으면 저 새끼들이 이미지 다 뒤집어쓰고 바로 지옥 보는 거죠. 저희는 그때부터는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거죠. 광고 효과도 쩔어줄 테구요.”
“…….”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쪽으로 머리를 쓰는 건 이현수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안 잡힐 수도 있잖아.”
“잡히도록 해야죠.”
이현수가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사실을 벌써 잡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번에 사고 치고 경찰 간 놈 있죠?”
“음, 있지.”
“그 놈 뒤 파보면 나올 겁니다.”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뒷조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잖아.”
“그렇죠. 저희도 뒷조사를 잘하기는 하지만, 저쪽도 생각이 있다면 세탁을 무척 잘해놨겠죠.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저희 쪽에서는 뒷조사라면 한국에서 제일가는 쪽이랑 커넥션이 있거든요.”
“응?”
“빚을 한 번 만들어뒀으니, 부려 먹어야죠. 아마 칠 대조 조상 이름까지 알아올 겁니다.”
“거기가 어딘데?”
“국정원이요.”
“……어디?”
이현수가 태연하게 대답한다.
“국정원이요.”
“…….”
아무래도 이 새끼, 좀 미친 것 같다.
* * *
“아니, 제가 휘핑 올려 달라고 했잖아요!”
“손님, 아까 전에 분명 휘핑을 빼달라고 하셔서…… 여기 주문서에도 휘핑 빼라고 적혀 있습니다만.”
“그럼 제가 지금 거짓말을 한다는 거예요?”
성주찬이 빙그레 웃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잘못 들었겠죠. 이리 주십시오. 제가 다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시비를 걸던 이가 살짝 당황한 얼굴을 한다.
“아니! 이건 그쪽이 실수로 준건데, 내가 왜 이걸 반납해야 합니까?”
“아, 그러시면 그것도 드십시오. 지금 바로 휘핑 올린 제품을 만들어 드릴게요.”
음료수를 잡은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성주찬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이 새낀 거 같은데?’
그의 눈이 살짝 매장 안을 확인한다. 아니나 다를까, 휴대폰으로 이쪽을 찍고 있는 이들이 있다. 휴대폰이 다리 위에 올려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성주찬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아니, 지금 장난 치냐고! 그쪽이 잘못 만들어서 날린 내 시간은 어떻게 할 건데?”
이제는 숫제 우기기다.
“그럼 저희가 어떻게 보상해 드리면 될까요?”
“뭐?”
“손님, 저희가 빼앗은 손님의 시간을 어떻게 보상해 드리면 되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어…….”
당황한다.
이렇게 시비를 거는데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응대를 하고 있으니 답답하겠지. 이쪽에서 호응을 해줘야 하는데 말이야.
‘미안한데, 나는 절대로 그 인간이랑 독대하고 싶지 않거든?’
아마 사람을 갈아 마시려 들 것이다. 아니, 차라리 갈려 먹히는 게 나은 지경이 되겠지.
“말귀를 못 알아먹네! 너, 이 새끼. 몇 살이야?”
“서른둘이요.”
“……뭐?”
“서른둘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손님.”
성주찬이 빙그레 웃었다.
“이! 이익!”
시비를 걸던 이가 뭔가 움찔움찔하더니, 어색하기 짝이 없는 동작으로 손에 든 프라프치노를 성주찬에게 던졌다.
턱.
날아든 프라프치노가 성주찬의 손에 그대로 잡힌다.
“반납하시는 겁니까? 여기에 휘핑 올려 드릴까요?”
“아, 안 먹어, 새끼야!”
시비를 걸던 이가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지켜보던 이들이 그 모습에 박수를 쳤다.
“우와! 응대 쩐다!”
“나 같으면 저거 후려 쳤다. 점장님 대단하시네!”
그 반응에 성주찬이 고소를 머금었다.
‘평소의 나였으면 저 새끼는 벌써 죽었습니다, 여러분.’
웃을 일이 아니긴 하다.
이걸로 명백해졌다. 지금 분명 이 매장들을 돌며 시빗거리를 찾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 수작질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쪼르르륵.
카메라로 이쪽을 찍고 있던 이들이 남은 커피를 쭉쭉 들이켜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 잔을 반납했다. 그러고는 두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성주찬이 그 모습을 힐끔 바라보고는 앞치마를 벗었다.
“현경아.”
“예, 점장님.”
“나 잠깐만 나갔다 올 테니까, 매장 보고 있어라. 오늘 시비 거는 놈 또 있을지 모르니까, 절대로 화내지 말고 응대해라. 알았지?”
“예. 그런데 어디 가시게요?”
“금방 올 거야.”
쥐새끼들 꼬리만 밟으면 말이지.
성주찬이 밖으로 걸어 나가며 단톡방에 메시지를 올렸다.
― 우리 매장에 시비 거는 놈 출현. 일행 모두 빠져나가서 지금 뒤쫓는다.
― 야! 위치 찍어. 나도 간다!
― 개새끼들, 잘 걸렸다.
― 아! 아까 시비 거는 놈들 있었는데, 나는 매장이 너무 바빠서 못 따라갔어. 야, 성주찬이! 꼭 잡아라!
성주찬이 단톡방을 끄고는 전화를 걸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은 저 멀리 가고 있는 이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실장님, 성주찬입니다. 지금 수상한 새끼들 뒤쫓고 있습니다. 위치는…….”
MK의 반격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