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551
#1550.
지켜보다 (5)
“플친 올라가는 속도가 어마어마합니다!”
이현주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 하나의 이벤트가 매출을 드라마틱하게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카페 루오고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는 확실한 도움을 줄 것이다.
뉴스에 몇 번 보도되기는 했지만, 그건 그냥 이름을 기억하게 해줄 뿐이다. 중요한 건 루오고가 가지는 이미지였다.
“경품을 조금 늘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광고료는 이미 뽑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렇죠.”
황민수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잘 먹혀서 다행이로군.’
이건 황민수가 낸 아이디어였다. 타사에서 연예인의 얼굴로 이모티콘을 만들어 프로모션을 하는 걸 보다가 ‘저놈은 우리 회장님보다 못생겼는데 돈 받고 광고를 하네’라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다.
그랬다.
남들은 돈주고 고용해야 하는 모델을 MK는 공짜로 쓸 수 있다. 그것도 돈 받고도 일을 해주지 않는 최상급의 모델 아닌가.
사업가로서 그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좋은 반응이 돌아오고 있다.
‘아직 아니야.’
아직은 인지도가 부족해서 이 이모티콘을 원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황민수가 생각하는 건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내일쯤 보도자료가 풀리고 잘 드러나지 않던 최연하의 남자 친구 얼굴이 이모티콘으로 풀린다는 소식이 퍼지면, 궁금해서라도 다들 플러스 친구를 등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후후후후, 이 커피 먹는 짤은 정말 잘 뽑혔군.”
“제일 심혈을 들였으니까요.”
“크으, 사장님이 쏩니다. 이름도 마음에 들어.”
“회장님이 맞지 않나요?”
“와닿지가 않아, 와닿지가! 사장님이 딱 좋아.”
황민수가 낄낄대며 웃었다.
실제 직위 같은 게 뭐가 중요한가, 어감이 입에 착착 감기는 게 중요하지.
“사장님, 톡방 확인 중인데…….”
“어, 그래요?”
“손님 수가 확연하게 늘었답니다.”
“벌써?”
“의외로 이 광고가 매출 증대 효과가 있네요. 이미지로 광고료 뽑아내는 게 아니라 매출로 광고료를 뽑아낼 수도 있겠습니다.”
“좋지, 아주 좋아.”
황민수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만 같아라, 오늘만.’
사업을 하는 이에게 가장 좋은 소식이란 누가 뭐라 해도 장사가 잘된다는 소식이다.
사업이 순풍에 돛 단 듯 나아가고 있으니,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하하하, 웬만한 건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군.”
“예? 진짜요?”
“그만큼 마음이 편하다는 뜻이지.”
“그럼 저번에 사장님 차 긁은 사람이 접니다.”
“야, 인마!”
황민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 그래도 돈 없어 죽겠는데!”
“돈 많이 받으시잖아요.”
“몇 달이나 됐다고! 내가 지금까지 진 빚이 얼만데 그걸로 해결을 해! 아직도 컵라면 먹고 산다고!”
“그으래?”
그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문이 천천히 열린다.
그러고는…….
꿀꺽.
귀신같은 얼굴을 한 강진호가 그 문 앞에 서 있었다.
“회, 회장님! 오셨습니까?”
“아이고, 제가 서류 업무가 있는 것을 깜빡해서.”
“저는 어제 매출 정리를 해야 하는데.”
“……다들 앉지?”
“…….”
“앉으라고.”
모두가 얌전히 소파에 앉았다.
강진호가 모두를 쏘아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황민수가 재빨리 상석에서 일어나 옆자리로 옮겼다.
털썩.
자리에 앉은 강진호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함께 온 이현수가 재빨리 담배를 꺼내 강진호의 손에 쥐어 주었다.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월급이 부족해?”
“아닙니다, 회장님! 저는 제 연봉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래?”
강진호가 눈을 부라렸다.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했지?”
“…….”
“매출이 늘었어?”
“예…… 그, 어…… 지금 매장에 사람이 넘친다고 합니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성과급이라도 챙겨줘야 하나?”
“……아니, 괜찮습니다.”
대신 살려주십쇼.
저는 집에 처자식이 있습니다.
아무도 강진호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심지어 이현주까지 고개를 돌린 채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마치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이 말이다.
“잘 뽑혔던데.”
“그렇죠?”
“너무 잘 뽑혀서 휴대폰을 갈아버리고 싶더군.”
“…….”
진짜 죽나?
이러다 정말 다들 박살 나는 것 아닌가?
“매출 좋지, 매출 좋아. 돈 벌면 좋은 거지.”
“하하하…… 그렇습니다. 이게 모두 대의를 위해서…….”
“그런데…….”
“…….”
“돈은 지금도 많아!”
“…….”
휴대폰을 움켜쥔 강진호의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좀 알고 싶군. 누가 시작한 거지?”
“…….”
“으응?”
느껴봐야 한다.
그 짧디짧은 강진호의 인맥에 들어 있는 사람 모두가 그의 얼굴을 날려 대는 대참사를! 그 대참사를 겪는 사람이 기분이 어떤 건지!
반드시 느끼게 해주겠다.
강진호가 이를 갈아붙이자 황민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하하…… 회장님, 이게 그냥…… 어, 장난 같은…….”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웅.
강진호의 휴대폰이 진동한다.
강진호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하고 톡창을 열었다.
― 별 이상한 짓을 다 하는구나.
“…….”
― 그런데 이거, 재미는 있군. 웃기기도 하고.
황민수가 가만히 톡창 위에 있는 이름을 바라보았다.
황정후 회장님.
……아버지.
감정이 아직 남으셨으면 말로 하시지.
꼭 그렇게 자식을 패 죽이겠답시고 이 타이밍에 톡을 보내십니까.
채팅창에 하나씩 올라오는 강진호의 이모티콘이…… 뭐랄까, 참 슬프고 안타깝고…….
“부친이 잘 쓰셔서 뿌듯하시겠어?”
“…….”
이젠 변명의 여지도 없다.
“자, 이제 말해보지.”
강진호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누가 책임을 질 건지 말이야.”
이현주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회장님.”
“말해.”
“책임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건 회사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입니다.”
“음?”
“하지만 꼭 책임을 져야 한다면, 역시 사장님이 지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저 사람이?
황민수가 눈을 크게 떴다.
내 편 아니었어?
그러자 이사들도 재빨리 찬동하고 나섰다.
“에이, 책임은 좀 이상하죠. 그런데 꼭 져야 한다면야…….”
“으음, 책임은 윗사람이 지는 거라고 매번 말씀하시던 분이 있어서…….”
“그렇지. 그 말, 나도 자주 들었지.”
야, 이 더러운 것들아!
이렇게 사람을 사지로 밀어넣나?
“황 사장이 책임을 진다고?”
황민수가 눈을 감았다.
‘곱게 죽여주십쇼.’
이제는 더 달아날 방법도 없다. 얌전히 멱이 따이길 기다리는 수밖에.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그 순간 황민수에게 동앗줄이 내려왔다.
벌컥!
문이 확 열리더니,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고는 경쾌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웃어젖혔다.
“꺄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 누구야! 우리 톡 스타님이시잖아!”
“…….”
뜬금없이 난입한 최연하가 배를 잡고 웃어 댔다.
“아악! 진짜 쩔어, 이거! 세상에, 누가 이걸 이렇게 만들었어요? 누구예요?”
황민수가 자진해 손을 들었다.
어차피 버린 몸.
“……제 아이디어입니다만.”
“최고! 진짜 최고! 와! 그렇게 안 봤는데, 사장님이 센스가 있으시네. 저는 진짜 상상도 못했어요!”
“가, 감사합니다.”
최연하가 강진호에게로 쪼르르 달려가서 휴대폰을 내밀었다.
“진호 씨, 이거 보라니까. 이거요. 진짜 귀엽지 않아요? 이등신으로 만들어놓은 게 특히 센스 터지는 것 같은데?”
이등신이 아니라 등신 된 것 같은데요?
“…….”
“내 친구들도 귀엽다고 난리예요!”
“……친구가 있었어요?”
“……뭐?”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은 강진호가 재빨리 변명을 했다.
“아, 아니, 내가 만나본 사람이 없어서…….”
“친구 일일이 소개시켜 주는 거 극혐이라.”
“아, 네. 그렇죠.”
강진호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일단 맞장구를 쳐야 할 때다.
“여하튼 우리 코디들도 귀엽다고 난리예요! 이거, 히트 좀 치겠는데?”
“하하하…… 그럼 좋죠, 그럼.”
황민수가 강진호의 눈치를 보며 겸연쩍게 말했다.
조금 전까지 분노에 차 있던 강진호는 이제 살짝 해탈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세상에 천적이라는 게 있구나.’
최연하가 저렇게 귀엽다고 하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화를 낼 수는 없겠지.
살았다!
“이거 또 안 만들어요?”
“네?”
“나도 이거 하고 싶은데?”
“아, 이사님도 하나 추진해 봅니까?”
“아뇨, 아뇨. 저만 하지 말고, 진호 씨랑 같이 나오는 게 좋겠어요. 둘이 나오는 거!”
강진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또?
이걸 또 한다고? 이 짓을 또?
뭐지?
악마인가?
강진호의 얼굴이 처참히 썩어갔지만, 최연하의 텐션은 내려갈 줄 몰랐다.
“광고도 둘이 같이 찍었으니까, 비슷한 컨셉으로 이모티콘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음, 광고에서 연애질한다고 욕먹으려나?”
“아니요.”
이현주가 재빨리 최연하의 말을 받았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회장님만 나오는 것보다 바리에이션도 다양해질 거고, 유입도 늘어날 테니까요.”
“그렇죠?”
“네. 어차피 공개 연애도 해버렸는데, 신경 쓸 것도 없죠.”
“네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최연하가 고개를 홱 돌렸다.
“어떻게 생각해요, 진호 씨?”
“…….”
“별로예요? 나랑 같이 나가는 건 애매한가?”
“아, 아니요. 같이 나가면 좋죠.”
“그렇죠? 그렇죠?”
최연하가 빙그레 웃는다.
그러자 강진호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요?”
“저 화장실 좀…….”
강진호가 영혼이 없어진 모습으로 터덜터덜 걸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호들갑을 떨던 최연하가 소파에 등을 기대더니, 다리를 꼬았다.
이현수가 슬그머니 최연하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뭐, 서로 돕고 사는 거니까.”
미묘한 표정이 된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여하튼 귀엽다니까. 쑥스러워하는 거 봐.”
저게요?
저게 귀엽습니까?
이사님?
최연하가 모두를 한 번씩 돌아보며 말했다.
“한 번 도와드렸어요.”
“……알고 오신 겁니까?”
“이 실장님이 카톡 보냈어요. 빨리 와달라고.”
모두가 이현수를 돌아보았다.
와! 저 인간, 진짜 쩐다. 그 와중에 그런 걸 생각했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자 이현수가 겸연쩍게 웃었다.
“제가 조금 과하게 놀린 것도 있으니, 제가 수습했습니다.”
“오!”
황민수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이모티콘 이야기는 임기응변?”
최연하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그건 출시해 주세요.”
“…….”
“그것도 기간제 말고 정식으로.”
아, 그건 농담이 아니었구나.
“이런 걸 좋아하시는군요.”
“아니요. 저 이모티콘 별로 안 써요. 물론 진호 씨 이모티콘은 귀여워서 마음에 들지만요.”
“그럼 왜?”
최연하의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기왕이면 둘이 애정 돋는 이모티콘으로 출시해 주세요. 나중에 혹시, 호오오오옥시라도 저 인간이 다른 여자랑 만나는 일이 벌어지면, 그 여자한테 하루에 백 개씩 보낼 거야.”
“…….”
“아셨죠?”
아, 네.
분부대로 합죠.
분부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