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748
#1747.
시작하다 (2)
“이동한다고?”
“예!”
가오쉰의 눈이 가늘어졌다.
‘드디어.’
한국에 개떼처럼 깔아놓은 정보망이 이제 그 빛을 발할 때였다.
“좀 더 자세히!”
“총회에 수백 대의 버스가 진입했습니다. 병력을 실은 버스들이 일제히 서해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부두는? 어느 쪽 부두로 이동하고 있지?”
“아닙니다.”
“대답을 똑바로 해! 그게 무슨 소리야?”
보고를 하던 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소리쳤다.
“버스가 한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해 쪽인 것은 맞지만, 한 부두를 이용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관련 정보는?”
“그건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가오쉰이 초조하게 책상을 두드렸다.
‘부두를 여러 곳으로 분산한다라?’
상식적이겠지.
어차피 무인들이라 딱히 승선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입구를 이용할 필요 없이 뛰어오르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결국 배의 수용량은 한계가 있고, 부두에 정박할 수 있는 배의 대수도 한계가 있다.
“우선은 창왕께 바로 보고드려!”
“예!”
“군에 전달해서 경계를 강화하라고 해! 개미 새끼 한 마리 빠져 들어오지 못하게!”
“……그건 제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빌어먹을, 창왕께 보고드리면서 같이 말하면 될 것 아니냐! 그런 것까지 내가 일일이 지시를 해줘야 하나? 그 목 위에 달고 다니는 게 쓸모가 없으면 내가 떼어내 줄까?”
“아, 알겠습니다.”
“당장 꺼져!”
“예!”
뛰어나가는 보고자를 보며 가오쉰의 미간이 좁아졌다.
‘배라고?’
모든 상황에 대해서 준비를 해뒀다.
중국에 상륙한 총회 놈들을 멸살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전력은 총회를 간단하게 상회하니까.
하지만 그건 비효율적이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선 전념해야 할 것은 저들이 중국 땅을 밟지 못하게 하는 것.
특히나 해상이라면 아무리 무인이라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타고 있는 배가 박살 난다면 헤엄을 쳐 중국으로 향해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상륙하는 족족 살해당할 뿐이다.
“생각보다 멍청한 놈들이었나?”
이미 저들은 한국으로 향하는 배에 침투하여 일본의 무인들을 참살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같은 방식을 쓰다니.
“냄새가 나는군.”
가오쉰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뭐, 좋아.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한 놈도 중국 땅을 밟지 못하게 해주지.”
* * *
‘을씨년스럽군.’
첸웨이렁이 오늘따라 차게 느껴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과학이 발전하고 세상 곳곳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밤을 잊어갔다. 지금 세상에서 진정한 밤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오지나 이곳, 바다 위뿐이다.
특히나 오늘처럼 달도 뜨지 않은 밤에는 정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실감할 수 있다.
“가시거리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알아.”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레이더로…….”
“나도 안다고 했을 텐데.”
첸웨이렁의 목소리가 신경질적으로 튀어나왔다. 그 반응을 본 그의 부하가 움찔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실수를…….”
“됐으니까, 가서 경계해.”
“예!”
몸을 돌려 위치로 돌아가는 부하를 보며 첸웨이렁이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누군 이게 병신 짓인지 몰라서 이러나?’
그의 소속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그중에서도 북부전구(北部战区)다.
제남구군은 중국과 한국 사이의 황해를 방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니 바다를 경계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지금 이 경계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일주일 전부터 북부전구의 전 함을 동원하여 모두 바다 위를 경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심지어는 다른 전구의 함들까지 서해로 몰려오고 있다.
해군의 배가 바다 위를 경계하는 게 왜 이상하냐고?
‘전 함이라는 게 문제지.’
기본적으로 함대라는 것은 임무를 맡아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임무가 없는 배들은 접안하여 수리를 하거나 대기를 하는 게 기본이다.
첸웨이렁이 입대한 이후로 북부전구의 모든 배가 바다 위를 경계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 기이한 것은 그 경계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것. 그저 허가받지 않은 채 해안으로 접근하는 모든 배를 공격하라는 비상식적인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전쟁이라도 벌어지는 건가?’
이런 명령은 적국에서 선전포고도 없이 강습을 한다는 정보를 미리 포착했을 때나 지시될 일이 아닌가.
그게 아니면 대규모의 마약 선단이라도 들어오고 있든가.
‘어느 쪽이든 상식적이지는 않아.’
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그는 군인. 군인은 명령을 따르는 존재다. 그 명령이 얼마나 괴이하든 간에 말이다.
“그래봐야 뻘짓이지.”
찰칵.
그의 지포 라이터에 불이 붙는다. 바닷바람을 가리며 담배에 불을 붙인 첸웨이렁이 눈을 찌푸리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둡다.
그나마 그가 탄 구축함에서 나오는 빛이 아니라면, 입에 문 담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함장님.”
“음?”
“갑판에 나와 계시면 위험합니다. 파고가 높습니다.”
“왜? 떨어져 죽기라도 할까 봐?”
“농담이 아니라…….”
“알았어. 곧 들어가지.”
첸웨이렁이 한숨을 내쉬었다.
배가 작전에 들어간 동안 함장은 웬만해서는 함교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법이다. 하지만 이처럼 작전이 길어질 때는 함교의 갑갑한 공기가 목을 죄어올 때가 있다.
“한 대만 피우고.”
“예.”
하지만 그의 부관은 함교로 돌아가지 않고 옆자리를 지켰다.
“대체 무슨 의도로 내린 명령인지 모르겠군.”
“명령은 그저 따를 뿐입니다.”
“그렇지, 그래야지. 따르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야.”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조금 위험했다는 생각을 한 첸웨이렁이 담배 필터를 잘근잘근 깨물었다.
‘스트레스가 높은 모양이군.’
배를 탄다는 것은 그렇다.
고립된 공간에서 이런저런 압박에 시달리다 보면 평범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특히나 이런 어두운 밤에는 말이다.
“레이더는 제대로 확인하고 있나?”
“물론입니다.”
“야간이니 특히 주의하도…….”
그 순간, 갑판으로 누군가 다급하게 뛰어 올라왔다.
“함장님!”
“음?”
“와보셔야 합니다! 뭔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입에 문 담배를 잡아 바다로 내던진 첸웨이렁이 단번에 함교로 뛰어갔다.
“크기는?”
“중형급은 되는 것 같습니다.”
“구축함인가?”
“아직은 모릅니다.”
첸웨이렁의 피가 싸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구축함? 아니야. 그냥 상선일 수도 있지. 크기는 커도 경비정일 수도 있고. 아직 너무 나가는 건 좋지 않아.’
하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상황 보고하고 지원 요청해! 그리고 이 항로로 신고된 배가 있는지 확인하고!”
“항로에 신고된 배는 없습니다! 지원은 바로 요청하겠습니다!”
“한 번 더 확인해!”
“예!”
첸웨이렁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배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선제공격을 해야 하나?
아니, 아니다. 일단은 통신을 시도해 보는 것이…….
“지원이 불가능하답니다!”
“뭐?”
첸웨이렁의 고개가 꺾이듯 돌아갔다.
“지금 각지에서 지원 요청이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상황이 완전히 파악되기 전까지 병력을 움직일 수 없답니다. 자체 대응하라는…….”
“이런 미친!”
첸웨이렁이 지휘봉을 움켜잡았다.
‘각지에 동시에?’
그렇다면 이건 누군가의 계획하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이 이렇듯 동시다발적으로 들이닥칠 수는 없으니까.
‘진짜 전쟁이라도 나는 건가?’
전쟁이라는 단어에 머리가 새하얗게 탈색되는 기분이었다.
“함장님?”
“잠시!”
첸웨이렁이 살짝 눈을 감았다.
생각을 정리한 그가 눈을 번쩍 뜨고는 소리쳤다.
“1급 경계태세로 들어간다! 접근하는 배에 통신을 시도하고, 목적이 불분명할 시 발포까지 염두에 둔다!”
“예!”
“움직여!”
함교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동시에 사이렌 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전 함에 지금 이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을 것이다.
피가 빨리 흐르기 시작하는 느낌을 받은 첸웨이렁이 함장석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교신 시도합니다! 교신을 받지 않습니다! 모든 채널에서 응답이 없습니다!”
“적함! 접근합니다!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옵니다! 함장님!”
첸웨이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어떻게 합니까?”
“…….”
“적이 선공할 경우 위험합니다!”
“기다려.”
“함장님.”
“기다려. 접근하는 배가 상선일 수도 있는데 뭘 공격부터 할 생각이야! 흥분을 가라앉혀!”
첸웨이렁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어설프게 선공을 했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저놈들이 제정신이라면, 전쟁을 각오하고 공격을 하지는 않겠지.’
“접근하는 배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립니다.”
“이쪽에서도 접근한다. 눈으로 식별되는 거리까지 접근해라!”
“너무 위험합니다.”
“명령이다!”
“예!”
그를 실은 구축함이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한다.
첸웨이렁의 시선이 레이더와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동시에 포착하기 시작했다.
‘내 판단이 옳은 건가?’
우선 공격을…….
“상부에서의 전달 사항입니다! 상대 쪽에서 선공을 가하기 전에는 사격을 중지합니다. 우선 접근하는 이들의 정체를 밝히는 것부터 우선합니다!”
첸웨이렁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속도를 올려! 확인한다!”
“예!”
구축함이 거친 바다를 치고 나간다.
“접근 중!”
“라이트 비춰!”
“예!”
함에 설치된 대형 라이트가 바다 위를 겨눈다. 레이더로 포착한 지역으로 새하얗고 커다란 흰색의 원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포착했습니다!”
망원경에 눈을 댄 첸웨이렁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뭐야?’
생각보다 작다. 그리고 군함도 아니다.
기껏해야 작은 유람선 크기의 배가 그들이 있는 쪽으로 접근하는 중이었다.
불이 꺼져 유령선처럼 보이는 유람선이 느릿하게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리되니 되레 혼란이 온다.
“우선은 경고를…….”
“속도를 줄이지 않습니다! 접근 중입니다!”
“뭐?”
충돌할 위험이야 없지만, 자신들을 보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고?
‘사격…….’
“함장님, 레이더! 레이더를!”
“무슨 일이야?”
“한 척이 아닙니다! 레이더상에 배들이 더 보입니다!”
“뭐?”
첸웨이렁의 눈이 뒤흔들린다.
“그게 무슨…….”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악!
유람선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저 등을 켠 것뿐이지만, 이 어두운 바다 위에서는 그 광경이 너무도 생생하고 선명하게 보였다.
그와 동시에 유람선 뒤쪽에서도 몇 개의 불빛이 나타났다.
“이, 이게 뭔…….”
불빛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수십 척의 배들. 그 배들이 일제히 중국을 향해 나아간다.
“바, 발포를!”
“개소리하지 마! 여긴 공해상이라고! 공해에서 민간 선박에 발포를 했다가 뒷감당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
“그, 그럼 어떻게?”
“…….”
첸웨이렁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뭔가 벌어진다.
그가 상상할 수 없는 무언가가 지금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