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771
#1770.
추격하다 (5)
우드득.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마기를 내뿜으며 돌진하는 강진호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파아아앗!
바닥을 박차자 주변 경관이 이지러진다. 그가 돌진하며 뿜어내는 충격파에 달려가던 총회의 무인들이 휘청이며 엎어진다.
“뭐, 뭐야?”
“회주님?”
그들의 시선이 광속으로 달려 나가는 강진호의 등에 꽂혔다.
그러고는 본능적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방진훈이 회원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부터 달라졌군.’
강진호가 그들을 보호해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를 이는 없다. 하지만 강진호가 가장 어울리는 자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선두 아니겠는가.
언제나 그랬다.
그 어떤 전투에서든 강진호는 단 한 번도 뒤를 지킨 적이 없다.
창왕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구름같이 몰려든 창왕계의 무사들을 뚫어내야 하고, 홍왕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홍왕계의 무사들을 밀어내야 하지만, 강진호는 다르다.
그는 언제나 최전방에서 가장 먼저 상대를 맞이한다.
그렇기에 총회의 무인들이 맹목적으로 강진호를 따를 수 있는 것이다.
방진훈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회주님이 선두로 가셨다! 당장 일어나라! 속도가 두 배는 더 빨라질 거다! 뒤처지는 놈은 두고 간다!”
괴성이 터져 나온다.
억눌려 있던 총회의 무인들이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좋아!’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공격을 당하는 이들의 속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강진호가 단번에 회원들의 시선을 잡아끌어 버린 것이다.
‘여하튼간에…….’
의도한 건 아니겠지.
그래서 더 문제다. 저 양반은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주변인들을 제멋대로 뒤흔들어 버리는 기묘한 성향이 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는 수십 번의 말보다 저 한 번의 움직임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가자!”
“예!”
방진훈이 기세를 잃지 않기 위해 과장되게 기운을 뽑아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에 동조하여 그의 주변도 일제히 달려 나갔다.
“느긋하게 갈 때가 아니야. 좀 서두르라고.”
“…….”
“회주님이 선두로 이동했으니, 길이 광속으로 뚫릴 거다. 늦으면 병신되는 거야.”
“…….”
“안 들려?”
차이커창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죽여 버릴까?’
농담이 아니라 지금 진심으로 충동이 느껴진다.
그냥 지금 이놈을 잡고 있는 손을 가볍게 내려 땅바닥에 처박아 버리면 이현수 정도는 말 그대로 즉사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차이커창은 차마 자신의 욕구를 실행하지 못했다.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게 이토록 고통스러운 건 정말 오랜만이다.
“빌어먹을 놈.”
차이커창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창왕이 순순히 당할 리가 없지. 지금쯤이면 옆으로 치고 들어올 준비를 마쳤을 거다.”
“뭐 빤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어. 그것 때문에 너희를 뒤쪽에 배치한 건데.”
차이커창의 고개가 이현수에게로 홱 돌아갔다.
“우릴 방패막이로 쓰겠다는 거냐?”
“방패막이는 얼어 뒈질. 니들이 제대로 막을 수나 있냐?”
“이 자라 새끼가?”
차이커창의 눈이 불을 뿜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할 일이나 해.”
이현수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총회의 제일 큰 약점은 전투 경험이 극단적으로 부족하다는 거야.”
“…….”
“나름 저들끼리 치고받은 적이야 많지만, 너희처럼 수십 년간 편을 갈라 싸워 댄 적이 없어. 그래서 목표를 잡고 치고 들어갈 때는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지만, 목적성이 뒤틀리면 순식간에 힘을 잃을 수도 있다.”
“그건 더 능숙한 쪽이 하라는 거군.”
“바로 그 말이지.”
차이커창이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놈.’
희생을 강요하는 말이지만, 논리에서는 어긋남이 없다. 홍왕계가 진정으로 총회와 함께 싸우기로 했다면, 이 제안은 받아들여야 한다.
서로의 전력을 보존하려는 기색을 보이는 순간, 동맹은 순식간에 와해될 테니까.
‘이놈은 진짜 미친놈이야.’
보통 이런 상황에는 서로가 동맹을 깨지 않기 위해 안전한 제안만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놈은 되레 거절하는 것만으로 동맹이 와해될 수 있는 제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댄다.
하지만 기이하지.
그렇기에 오히려 이 순간만큼은 이놈이 자신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오냐! 원하는 대로 해주마!”
차이커창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좌우로 갈라져서 옆쪽을 방어해라! 창왕이라면 반드시 옆구리를 노리고 온다!”
“예!”
그의 지시를 받은 홍왕계의 무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좌우로 나뉘어 속도를 높인다.
“됐냐, 이 빌어먹을 놈아!”
“좋아!”
이현수가 눈을 빛냈다.
‘확실히 조직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총회보다 확연히 앞서 있어.’
개인의 카리스마에 극단적으로 의지하는 총회는 때로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맡은 임무를 확실히 처리하는 면에 있어서는 홍왕계에 비길 수 없다.
“그런데 저 속도로는 안 돼! 더 빨리!”
“이미 충분히 빨라!”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차이커창, 말했잖아! 선두로 회주님이 가셨다고!”
“…….”
이현수가 히죽 웃었다.
“이제부터는 고속도로다. 브레이크에 발 떼고 달려!”
파아아아앗!
공기가 찢어진다.
전력을 다해 선두로 달려 나간 강진호의 눈에 놀란 눈으로 그를 돌아보는 바토르와 위긴스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돌진했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로켓탄들이 그의 주변으로 쏟아진다.
스슷.
강진호의 손에 들린 적루가 날아드는 로켓탄들을 모조리 반으로 베어냈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도 강진호의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퍼엉!
퍼어어엉!
탄이 터지는 소리가 강진호를 따라오지 못한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낸 강진호가 발사된 RPG―7을 들고 있는 이들과 그들을 보호하는 창왕계의 무사들을 그 두 눈에 담았다.
그러더니…….
파아아아앙!
대기를 찢어발기는 소리와 함께 전면에 붉은 선이 만들어졌다.
베어낸다는 과정은 생략된다.
그저 베어냈다는 결과만이 존재했다.
강진호를 발견한 이들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하지만 그들의 경악은 곧 그 종류가 바뀌었다.
‘뭐…….’
욱씬.
복부 어림에서 느껴지는 지릿한 통증에 고개를 숙인 이들은 자신의 배가 서서히 갈라지는 것을 그 두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어, 언제…….”
조금은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자신의 죽음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 채 숨이 끊어졌다.
털썩, 털썩.
의식을 잃은 몸뚱아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들의 몸이 채 바닥에 닿기도 전에 강진호는 그들의 육신을 뛰어넘어 앞으로 돌진했다.
“로드!”
“주인!”
바토르가 순간적으로 고뇌하는 얼굴을 했다.
이대로 계속…….
“따라붙습니다!”
“길은?”
“숲은 거의 끝났을 겁니다! 이 앞으로는 평지입니다!”
“확실한가?”
“제가 이 루트로 왔습니다! 확실합니다!”
“좋아!”
바토르가 해방되었다는 듯 전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고속으로 스쳐 지나가고, 이내 그들의 눈에 뻥 뚫린 대지가 들어왔다.
하지만 드넓은 대지가 눈에 들어왔음에도 두 사람은 조금의 해방감도 느끼지 못했다.
“……미친.”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눈앞에 보이는 드넓은 대지에 인간이 가득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듯 평탄해 보일 지경이었다.
대체 이들이 다 몇 명일까?
이만? 아니면 삼만?
그것도 아니면 오만?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창왕계가 이렇게 많았나?’
이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속속들이 합류를 하고 있는 중이니까. 백 프로도 아닌 전력으로 이만한 인원을 동원할 수 있다니.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기에 자연히 하나의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여길 뚫을 수 있나?’
이건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저 숫자에 순식간에 둘러싸일 확률이 너무도 높다. 차라리 일단은 후퇴하여…….
그 순간.
파아아앗!
강진호가 속도를 더 높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로드!”
그 광경을 본 위긴스가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건 기괴한 광경이었다.
어둠 속에서 포진을 갖추고 있는 수만의 무인은 마치 파도가 이는 밤의 바다처럼 보인다. 그 바다를 향해 돌진하는 인간은 너무도 나약하고 너무도 초라해 보인다.
“막아라!”
“버텨내! 창왕께서 명하셨다!”
잔잔하던 바다가 일순 크게 요동치며 강진호를 향해 밀려 나온다. 폭풍을 맞은 바다가 거친 격랑을 휘몰아치며 강진호를 뒤덮어왔다.
그 어마어마한 광경에는 위긴스뿐 아니라 바토르마저 순간 움직임을 멈출 정도였다.
하나.
강진호의 몸은 되레 더 빨라졌다.
그와 동시에…….
꾸우우우욱.
적루를 움켜잡은 그의 손이 손잡이를 부러뜨릴 것처럼 강하게 힘을 불어넣었다.
쿠우우우우웅!
내디딘 진각이 바닥을 부숴 버린다.
그와 동시에 적루가 거대한 마기의 불꽃을 피워 올렸다. 칠흑처럼 타오르는 악마의 혓바닥 같은 불꽃을 말이다.
그런 후, 그 불꽃을 머금은 검이 음속을 초월하며 휘둘러진다.
선두로 달려든 이가 자신의 허리를 파고드는 검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몇 미터가 넘게 자라난 마기가 선두에서 달려드는 이들을 말 그대로 후려 갈겼다.
베어내는 게 아니다.
거대한 몽둥이로 후려 치는 것처럼 오로지 강함만에 치중한 공격.
그 일검이 만들어낸 광경은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검이 인간의 육체를 날려 버리며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거대한 굉음을 만들어냈다.
잘려 나갔다기보다는 차라리 으깨졌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산산이 부수어진 인간의 육체가 쏘아진 포탄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간다.
일검.
단 일검 만으로 강진호의 전방으로 거대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 공간에 존재하던 이들은 한때 사람이라 불렸으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이름으로는 불릴 수 없게 되었다.
격랑이 멈춘다.
분위기가 급격하게 식어가기 시작한다.
후두두두둑.
하늘로 치솟은 살점과 피가 마치 비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참혹한 광경에 창왕계의 무사들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사람인가…….’
강진호의 몸이 피의 비를 맞아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전신이 피로 젖어가는 동시에 강진호의 두 눈도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미리 말하지.”
스릉.
아공간에서 청루마저 뽑아낸 강진호가 양손에 적루와 청루를 늘어뜨리고는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끝에서 피어난 마기가 순식간에 온몸을 뒤덮으며 불길한 검은 화염을 만들어냈다.
검은 화염으로 뒤덮인 인형.
그리고 그 얼굴 어림에서 쏟아지는, 소름 끼치는 핏빛의 혈광.
그제야 창왕계의 무사들은 자신들이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를 다시 떠올렸다.
“내 앞에 서면 죽는다.”
강진호가 핏빛의 혈광을 뿜어내며 창왕계의 무인들에게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