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90
#189.
쇼핑하다 (4)
바아아아아앙!
150에 가까운 속도, 꽉 닫은 카 윈도우.
하지만 그의 귓가에는 뒤차가 뿜어내는 괴물 같은 배기음이 똑똑히 들리고 있었다.
일반적인 차량이 아니다.
안 그래도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풍절음이 아니라 배기음이 들린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 진바오의 차는 시속 150을 넘기고 있다. 그런데 등 뒤에서 다가오는 저 차는 먼 거리를 좁히며 단숨에 진바오의 차를 따라잡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밟고 있는 거야?’
차가 시속 200㎞를 낼 수 있는 것과 운전하는 사람이 실제로 200을 밟을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머리에 뇌라는 게 있는 사람이라면 200이라는 속도로 달리던 차가 균형을 잃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저 미친놈은 삶에 대한 미련이 없는 건지, 아니면 겁대가리를 상실한 것인지 최소 200 이상은 밟고 있었다.
여기가 독일의 아우토반이라든가, 아니면 차가 없는 과거의 서해안 고속고라라면 진바오도 200쯤은 밟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면 여기는 국도란 말이다.
“미친 새끼!”
진바오의 입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번쩍.
하이 빔이 눈부시게 뿜어진다 싶더니, 뒤쪽으로 바짝 쫓던 차가 진바오의 차 바로 옆으로 붙었다.
우우웅.
차창이 내려간다.
진바오도 얼굴을 굳히고 보조석의 차창을 내렸다.
“……강진호.”
신음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분명 강진호였다. 강진호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채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른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떻게 따라온 거지?’
분명 강진호가 뒤에 남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강진호가 그의 바로 뒤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CCTV는 모두 피했는데.
진바오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 씨, 접촉했습니까?”
― 예. 수고하셨어요.
“별말씀을요. 그런데 될 수 있으시면 차 사고는 안 나게 해주세요. 그 속도로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가 터질 텐데, 그런 일을 수습하기가 좀 힘들거든요.”
― 예. 노력해 볼게요.
강진호의 전화가 끊기자 조규민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곧 그의 얼굴에 뿌듯함이 차올랐다.
“나이스!”
일단은 강진호가 원하는 것 하나는 깔끔하게 해냈다.
어떤 수를 써도 상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던 조규민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더욱 그를 절망하게 만든 것은 상대가 이렇게까지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다음에 또 나타났을 때도 흔적을 잡아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조규민이 생각해 낸 것이 초소형 GPS였다.
강진호를 노리고 온 만큼 다음에도 강진호를 노릴 거라면, 이번에는 가까이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원거리에서는 이번만큼 좋은 찬스가 생기지 않을 테니까.
그때 제압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GPS를 붙여 어디에 있는지 확보만 할 수 있어도 충분했다. 등에 닿아 있던 단도를 움켜잡은 시점에 강진호는 조규민의 말대로 GPS를 단도에 붙여놓은 것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GPS는 단도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놈의 위치를 정확하게 전송하고 있었다.
조규민은 화면에 뜨고 있는 놈의 위치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어, 엄마. 나 안 그만둬도 돼. 다음 휴가 때 내려갈게.”
우우우웅!
“이 미친 새끼가!”
진바오는 기겁을 하며 핸들을 틀었다.
강진호의 람보르기니가 커다란 엔진음을 뿜어내더니, 그의 쪽으로 앞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속도에서 서로 충돌이라도 한다면 차가 종잇장처럼 날아오를 것이 분명했다. 그가 아무리 무인이고 일반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이 속도에서 사고가 난다면 성하게 걸어 나가는 것은 무리였다.
되레 내구성이 강하기 때문에 즉사도 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죽어갈 확률마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저놈도 마찬가지일 텐데?’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뒤로 빼자 람보르니기가 터덕, 멈칫하더니 브레이크를 밟으며 끝까지 그를 따라온다.
“완전 미친놈이야!”
진바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강진호에 대한 인상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애송이?
평화에 찌든 반쪽짜리 무인?
개 같은 소리.
저건 또라이다.
어떻게 저런 흉포함을 숨기고 살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완전하게 돌아버린 놈이었다.
언뜻언뜻 열려 있는 차창으로 보이는 놈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즐거워 미치겠다는 표정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자기 목숨마저 반은 내놓은 상황에서 어떻게 저렇게 즐겁다는 듯이 웃을 수가 있단 말인가.
‘미쳤어.’
자꾸만 밀고 들어오는 차량에서도 목숨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광기가 느껴진다.
“으아아아아!”
진바오는 브레이크를 꽉 밟았다.
끼이이이이익!
타이어와 지면이 거칠게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차가 뒤틀리며 제멋대로 좌우로 요동친다.
“으아앗!”
테일링이 요란스레 발생했지만, 진바오는 핸들을 움켜잡고 어떻게든 차체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애썼다. 다행히 차가 스핀하지는 않았다.
“후우.”
워낙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기에 그만큼이나 제동을 했는데도 차는 여전히 100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어디 갔지?’
강진호의 차가 보이지 않았다.
그 속도로 달렸으니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이미 저 먼 곳까지 앞서가 버렸겠지만, 그 난리를 치면서까지 그의 차를 따라붙던 놈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 어디로 간 거지?”
다른 놈이라면 그걸로 충분히 위협이 되었다 생각하고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본 강진호는 절대 이 정도로 만족하고 돌아설 놈이 아니었다.
그는 인간을 조사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유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런 타입들은 시작을 하지 않았으면 모르되, 일단 시작을 했다면 상대를 파멸로 몰아넣기 전까지는 브레이크가 고장 나버린 기관차처럼 폭주한다.
그런 놈이 여기서 멈출 리가 없었다.
“어디냐고!”
진바오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서 발악을 할 때는 욕이 절로 나왔는데, 막상 눈에 보이지 않자 분노보다 불안감이 더 극심하게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잘못 건드렸어.’
의뢰금이 높을 때부터 의심을 했어야 한다. 그 이전에 무련에서 외국인 놈을 조사하려 든다고 했을 때부터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부터 생각해야 했다.
무련 놈들에게 그는 쓰다 버려도 되는 패다. 그가 강진호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한다거나 강진호를 죽일 수 있다면 좋고, 반대로 그가 강진호의 손에 운명을 달리한다고 해도 강진호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을 테니 아쉬울 게 없었다.
“차이커창!”
진바오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차이커창은 아마 이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고 이곳으로 보낸 것이다.
‘아니야.’
진바오는 이내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홍왕이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차이커창은 이미 할 말을 모두 끝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기랄!”
진바오는 이를 악물며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일신시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이제 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후회는 이곳에서 빠져나간 뒤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일단은 저 짐승 같은 놈의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얼마나 미친놈인 거야?’
그의 단도를 맨손으로 잡았을 때부터 보통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지금의 위기에서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의뢰고 뭐고 더 이상 상종도 하고 싶지 않은 놈이었다.
가장 빠른 비행기를 잡아타고 당장 한국에서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서 이 바닥에서 제일 두려운 존재는 정신이 미친놈이라는 걸 진바오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놈보다 두려운 존재는 없다.
‘그런데 대체 뭘 하는 거지?’
이미 차가 달린 지 한참이나 됐는데도 강진호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포기한 걸까?’
그럴 리가 없는데?
도무지 이놈은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진바오는 휴대폰을 들었다.
저장되어 있는 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진바오는 차가 떠나가라 소리쳤다.
“웨이홍! 비행기 잡아!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 살살 좀 말해! 왜 그러는 거야?
“미친놈이었어. 진짜 미친놈이었다고! 휘말렸다가는 위험해!
― 강해?
“제기랄!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 미친놈은 제 앞길도 돌보지 않는 놈이야. 얽히면 제일 골치 아픈 놈이라고!”
― 이봐, 진바오. 무련의 의뢰는 그렇게 마음대로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너도 알고 있잖아.
“관계없어!”
― 한두 푼이 걸린 일도 아니라고.
“목숨보다 중요한 게 어딨어! 빌어먹을!”
― 상황이 내 생각보다 매우 심각한 모양이군. 좋아, 포기하지. 지금 당장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비행기 편을 알아보겠어.
“서둘러. 내가 지금…….”
말을 하던 진바오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아니겠지.
아니야.
“저 미친 새끼가…….”
― 바오! 무슨 일이야?
진바오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웨이홍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런 개새끼! 미친 새끼! 으아아아아아!”
진바오가 기겁을 하여 비명을 질렀다.
그의 눈앞에서 번쩍이는 하이 빔이 인사하듯 점등되었다.
그는 지금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하이 빔이 그에게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진바오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이 미친놈이 차를 돌려 국도를 역주행해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마치 국도에서 치킨 레이스를 펼쳐 보자는 듯이 말이다.
미쳤다.
저놈은 미쳐도 제대로 미쳤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미친놈이 노리고 있는 이가 바로 진바오 자신이었다.
진바오의 머리가 하얗게 탈색되었다.
강진호의 람보르기니가 엔진이 터져 나가라 가속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이대로는 몇 초 내로 충돌한다는 것을 깨달은 진바오가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핸들을 함께 꺾으며 그와 같은 차선으로 이동했다.
“으아아아! 이 개 새끼야아아아!”
람보르기니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의 거리.
순식간에 그 크기를 키우며 달려오는 람보르기니를 본 진바오가 비명을 지르며 핸들을 틀었다.
끼이이이익!
도로에 길게 스키드 마크가 생겨나며 진바오의 차가 길가에 마련되어 있는 가드레일을 뚫고 언덕 아래로 비행했다.
다른 말로는 추락.
쿵! 쿵!
족히 5m는 날아서 바닥에 떨어진 진바오의 차가 산비탈을 과격하게 구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쉐이커 안에 들어가 버린 얼음처럼 차 안에서 굴려진 진바오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쌌다.
쿠웅!
마지막으로 한 번 크게 튕겨진 차가 마침내 멈춰 섰다.
“끄으윽…….”
진바오는 얼굴에 흘러내리는 피를 힘겹게 닦아냈다.
전신에 멀쩡한 곳이 없는 기분이다.
하지만 고통은 크지 않았다.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기에는 그의 의식이 또렷하지 못했다.
조금씩 의식이 돌아오자 그의 머릿속에 단 한 가지 생각만이 가득해졌다.
‘달아나야 해!’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