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91
#190.
쇼핑하다 (5)
하지만 생각처럼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차가 구르면서 받은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그 속도로 굴렀으니, 일반인이었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쿨럭.”
목에서 마른기침이 올라왔다.
진바오는 차 문을 밀었다. 하지만 추락하며 차체가 뒤틀렸는지 차 문은 열리지 않았다.
“큭!”
진바오가 다리를 들어 문짝을 걷어찼다.
쾅! 쾅!
진기를 실어 몇 번이나 걷어차고 나자 문짝이 구겨지며 튕겨 나갔다.
“으으…….”
간신히 차 밖으로 구르듯 빠져나오자 검게 물든 하늘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거친 숨이 흘러나온다. 진바오는 양손을 뻗어 바닥을 밀며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 애썼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 거지?’
그저 별것 아닌 임무 하나를 맡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 여기까지 올 줄이야.
“애, 애송이 놈이…….”
몸을 일으키려 하는 진바오의 귓가에 낮은, 아주 낮고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인사하는군.”
진바오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 언제?’
인기척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언제 강진호가 그의 바로 뒤에 와 있단 말인가.
진바오의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잘못 건드린 거야, 잘못 건드렸다고!’
이놈은 집요하고 과격하다.
한 번 목표를 정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런 타입을 건드릴 때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애당초 부족한 각오로 쉽게 일을 시작한 것이 실수였다.
‘정신 차려!’
진바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우선은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상황을 봐야 한다. 강진호의 과감성과 집요함은 충분히 알았지만, 그게 강진호의 강함을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되레 잘됐다.
이렇게 둘만 따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면, 차라리 제대로 붙어서 목을 따버리는…….
덥썩.
뭔가 목을 움켜쥐는 느낌과 함께 진바오의 몸이 확 끌려 올라갔다.
“…….”
진바오는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그의 눈 바로 앞에 불타오르는 듯한 강진호의 눈이 있었다.
숨을 쉴 수도 없고, 어떤 움직임도 취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미동을 하는 순간, 강진호가 그의 머리를 산 채로 뽑아버릴 것 같은 지독한 공포가 그에게 밀려오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목소리였다.
매우 낮은 듯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기묘한 울림이 담긴 목소리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진바오의 귀를 파고들어 왔다.
“그래, 재미있었다고 해야겠군.”
강진호는 순순히 인정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고, 감각이었어. 사실 꽤나 흥분하기도 했지.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강진호가 쿡쿡대며 웃었다.
표정과 말투만 보자면 호감을 보이는 것이라 착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진바오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눈.
차갑게 가라앉아 있는 그의 눈이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되레 당장에라도 그의 목줄을 물어뜯을 짐승처럼 살기에 젖어 이글거리고 있는 눈이 이렇게나 선명하게 보이는데, 어떻게 그런 착각을 하란 말인가.
“정말 재미있었어. 그런데 말이야…….”
강진호가 진바오의 귀에 대고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너무 많이 갔다고 생각하지 않나?”
강진호의 손이 진바오의 목을 천천히 조이기 시작했다.
“끄윽, 끄으윽…….”
진바오의 몸이 학질에라도 걸린 것처럼 덜덜 떨기 시작했다.
‘왜, 왜 이렇게 고통스럽지?’
진바오는 자신의 상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무인이다. 목이 졸리는 것 따위는 수도 없이 경험해 보았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목이 졸린 것만으로 전신이 경련하는, 이런 고통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끄으읍.”
머리를 새하얗게 탈색시키는 고통 속에서 진바오는 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강진호의 손.
그의 목을 움켜잡고 있는 강진호의 손에서 음울하고 패도적인 진기가 천천히 몸 안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끄으으윽!”
몸 안으로 들어온 진기가 그의 기운을 파괴하고 전신을 제멋대로 누비기 시작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와중에 전신을 바늘로 찌르고 전기로 지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온다.
부릅뜬 진바오의 눈에서 실핏줄이 모조리 터져 나가며 안구가 붉게 물들었다.
단 한 번도 이런 고통이 세상에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진바오를 더욱 괴롭게 만드는 것은 이 고통이 단순히 고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육체를 제대로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경락과 기맥이 부풀고 터져 나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고통과 암담함 속에서 진바오는 차라리 정신을 잃어버리고 싶었지만, 그의 의식은 더욱 또렷해지기만 했다.
“나를 노린 것까지는 이해해 줄 수 있어. 나는 내게 덤벼드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지만…….”
강진호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죄에는 합당한 대가가 있는 법이니까. 이번 일의 경우는 팔 하나 정도로 용서를 해줬을지도 모르지. 확실히 너는 감히 내게 칼을 들이댔지만, 덕분에 꽤나 즐거웠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강진호가 으르렁대듯 말했다.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었어.”
우드득.
“끄으으윽.”
목을 반쯤 비틀어 버리는 악력에 진바오는 기겁을 하여 강진호의 손을 움켜잡고 바둥거렸다.
목뼈에서 두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까딱하다가는 목이 부러져 죽어버릴 것이다.
죽는다고?
이렇게?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크아아아악!”
진바오가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육체에 느껴지는 고통이 옅어진 것은 아니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가 고통을 이겨내기 시작한 것이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보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쿨럭! 쿨럭! 허억! 허억!”
진바오가 갑자기 폐 속으로 밀려드는 차가운 공기에 잔기침을 토해냈다.
‘뭐, 뭐지?’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강진호가 그의 목을 놓고 한 발 물어나 있었다.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강진호의 모습에 진바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발버둥 쳐보고 싶다면 쳐봐야지.”
강진호의 목소리에 진바오가 몸을 꿈틀했다.
그의 가슴속에 숨어 있던 자존심이 그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강한 건 알아.’
강하겠지.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그가 강하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진바오라고 해서 지금까지 항상 그보다 약한 자들을 상대하며 살아남아 온 것은 아니었다.
“날 너무 쉽게 봤어.”
진바오가 이를 악물었다.
그보다 강한 자를 죽여온 수는 이제 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촤아앗.
진바오의 양손에 각각 다섯 개씩, 열 개의 비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뼈와 살을 발라주지.”
강진호는 가만히 진바오의 위협을 보고 있다가 가볍게 웃었다.
그것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드득.
움켜쥔 강진호의 주먹에서 뼈 뒤틀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는 건드리면 안 될 사람들을 건드렸어.”
“헛소리!”
쇄애액!
진바오의 양손에서 발출된 단도들이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강진호를 향해 날아갔다.
쇄애애애액!
단순히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허공에서 기이한 호선을 그린 열 자루의 단도가 강진호의 앞과 옆, 그리고 머리 위까지…… 퇴로를 모조리 차단하며 날아들었다.
진바오는 실핏줄이 모두 터져 붉게 물든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피할 수 없어.’
그보다 강하다고 자부하던 이들도 이 한 수에 수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근접해 있는 상태라면 모를까, 거리를 둔 채로는 그를 상대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 자부하는 진바오였다.
보라.
강진호도 피할 곳을 찾지 못한 듯 지금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죽어라!”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하찮은 재주를.”
강진호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런 후!
탁! 탁! 탁! 탁!
강진호가 날아드는 단도를 양손으로 하나하나 받아내 버렸다.
진바오는 그 광경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놀라 버린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가!
보통 사람이 던진 단도도 맨손으로 받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일반인이 던진 단도도 아니고, 진바오 자신이 진기를 있는 대로 실어서 던진 단도를 맨손으로 잡는다고?
‘강철판도 뚫는 단도다!’
피육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손으로 강철판도 뚫어버리는 그의 단도를 상처도 없이 잡아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열 자루나 되는 단도를 단숨에 잡아낸 그 순발력에 놀라야 할지, 아니면 단도에 실린 경기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잡아낸 그 내공의 웅후함에 놀라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진바오였다.
“비도술이라…….”
강진호가 양손에 들린 단도를 살짝 던져 반대로 뒤집었다. 양손에 열 개의 단도 날을 잡아 거꾸로 든 강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진바오에게 다가갔다.
“너는 아마 나를 조사하기 위해 왔겠지?”
“…….”
“알아, 대답할 수 없겠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너 같은 놈이 하는 짓은 달라진 것이 없을 테니까.”
강진호가 오른손에 들린 단도 하나를 날렸다.
파아아앙!
진바오가 던진 것과는 소리부터가 달랐다. 그리고 그 위력도 차원이 달랐다.
빛살처럼 날아든 단도는 채 반응할 틈도 없이 진바오의 허벅지를 그대로 관통하며 뚫고 나갔다.
“어?”
얼마나 빠르게 단도가 뚫고 지나갔는지, 순간적으로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뻥 뚫려 버린 자신의 다리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진바오가 천천히 밀려오는 고통에 다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끄아아아아!”
강진호는 바닥을 구르는 진바오를 향해 천천히 다가서며 말했다.
“어쩌면 나는 너에게 지금 호의를 베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
진바오의 얼굴에 핏기가 몰리기 시작했다.
저 미친놈이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콰드득!
그 순간, 진바오의 오른손에 단도가 깊숙이 박혀들었다. 손을 꿰뚫은 단도가 바닥마저 뚫고 들어가 진바오의 손을 단단히 바닥에 고정시켰다.
“끄윽!”
콰득! 콰득!
연이어 날아든 단도가 진바오의 육체 곳곳을 바닥과 함께 꿰뚫어 버렸다.
“…….”
전신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고통에 진바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입을 쩌억 벌렸다. 마음속으로는 끝도 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그의 목에서는 바람 빠지는 소리만이 새어 나올 뿐이었다.
“알려줄 테니까 말이야.”
“…….”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진바오가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놈인지 지금부터 제대로 알려줄 테니까…… 가서 전해, 네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대로 말이야. 그럼 그쪽도 알게 되겠지, 내가 누군지.”
진바오의 눈이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후우욱! 후우욱!”
강진호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진바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너는 알았잖아. 그렇지?”
“…….”
“내가 가족을 건드리면 가장 분노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그런 상황에서 내게 나타난 것이겠지. 내 반응을 보려고 말이야.”
강진호의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그런데 어쩌지? 나는 네가 어떤 일을 당했을 때, 가장 화가 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강진호가 천천히 진바오의 손끝을 움켜잡았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하나하나 알아보자고.”
진바오는 진심으로 후회했다.
이 일은 맡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맡더라도 강진호의 가족만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마지막에 와서야 깨달은 진바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