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203
#202.
운영하다 (2)
차에서 내린, 누가 봐도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것 같은 사내가 있는 대로 얼굴을 찡그리고는 준영이 탄 차를 향해 다가왔다.
‘어, 어떻게 하지?’
술은 먹지 않았지만, 차 사고가 났다는 자체만으로도 구설에 오를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그의 차를 향해 다가오는 저 사람이 너무 험악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준영이 나오지 않자 조폭 같은 사내가 차창을 두드렸다.
똑똑.
얼어붙어 버린 준영이 반응하지 못하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커졌다.
쿵! 쿵!
문을 두드리던 사내.
주영기는 짜증을 부리며 소리를 질렀다.
“보소! 나와보라니까!”
뒷목을 잡은 주영기가 창문을 쿵쿵,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왜 가만히 가고 있는 차를 들이받아 놓고 안 나오고 있냐고. 야, 이 새끼야! 안 나와? 내 차, 저거 어쩔 거야! 어쩔 거냐고!”
누가 봐도 자해 공갈단이 작업을 하는 모습이지만, 주영기는 정말로 억울했다.
잘 가고 있는데 주차해 놓은 차가 튀어나오더니 옆을 들이받은 상황 아닌가.
“뽑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찬데! 야! 나와! 안 나와? 너, 저거 어쩔 거냐고! 확, 마!”
주영기가 거칠게 문짝을 두드렸지만, 준영은 차마 창문을 내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창문을 열고 나갔다가는 저 솥뚜껑만 한 주먹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당황하던 준영이 휴대폰을 꺼내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매니저와 연락을 해야 한다.
신호음이 길게 울렸지만 전화가 바로 연결이 되지 않자 준영이 핸들을 내려쳤다.
“아, 왜 안 받아!”
빠아아앙!
차에서 클랙슨이 울리자 주영기가 인상을 쓰며 허리를 세웠다.
“빵? 이 씨벌 놈이 빵?”
쾅!
주영기가 차의 문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문짝을 걷어찬 주영기가 손으로 창문을 팡! 치더니 소리쳤다.
“내려! 이 씨벌 놈아, 내리라고!”
창밖에서 주영기가 발광을 하기 시작하자 준영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여보세요?]“혀, 형, 나야! 형!”
[너 인마, 아침부터 어디 갔어? 오늘 오후에 스케줄 있는 거 몰라? 어떻게 잡은 스케줄인데!]“형,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나 지금 사고 났거든.”
[사고? 무슨 사고?]“나 교통사고 났어.”
[뭐?]전화 너머로 잠시 침묵이 감돌더니,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 죽었어?]“아, 씨발! 죽긴 뭘 죽어. 차끼리 박았다고! 지금 차 밖에서 저쪽 차 주인이 차문 두드리고 난리 났어.
[아니, 이 새끼야. 별것도 아닌데 왜 문 닫고 개기고 있어. 나가서 보험 처리한다고 해. 아니다. 보험 처리해도 괜히 구설 돌 수 있으니까, 이쪽에서 다 처리해 준다고 해. 내 전화번호 가르쳐 주고.]“형. 근데 지금 문 두드리는 사람이 조폭 같아.”
“응. 장난 아냐, 완전.”
[하, 씨. 박아도 왜 그런 걸 처박냐.]“내가 박고 싶어서 박았어?”
[빨리 나가서 사과부터 해.]“미쳤어? 형?”
[괜히 그러고 있다가 일 커지면 기자들이 냄새 맡는다고, 새끼야. 아이돌이 교통사고 났다가 폭력 사태 휘말렸다고 하면 네가 원하는 인지도는 원 없이 얻을 수 있을 거다. 상황 커져서 사람들 몰려오기 전에 빨리 나가서 사과하라고! 내가 지금 바로 갈 테니까. 너 어디야?]“나, 나 지금 그 강세아 아버지가 하는 카펜데…….”
[이 미친놈이! 아침부터 거기 가 있으니 얼이 빠져서 사고나 내지! 지금 바로 갈 테니까, 빨리 나가서 사과해!]“아, 알았어.”
전화가 끊기자 준영은 떨리는 얼굴로 고개를 돌려 창밖의 주영기를 바라보았다.
잔뜩 인상을 쓴 주영기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 어쩌라는 거야.”
나가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문만 열면 얻어맞을 기세다.
그 순간, 준영의 결심을 굳혀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3초 내로 안 튀어나오면 창문 깰 줄 알아!”
주영기가 정말 창문을 깨버릴 기세로 두드리기 시작하자 준영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문의 잠금을 풀었다. 그러고는 어색한 얼굴로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이 새끼가 진짜.”
다짜고짜 주영기가 준영의 멱살을 잡았다.
“야.”
“예!”
바짝 얼어붙은 준영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이 씨발 놈아, 내 차 어쩔 거야? 어? 내 차!”
준영이 겁먹은 눈으로 주영기의 차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연식이 15년은 넘어 보이는데.’
지금 당장 가져다 팔아도 200도 못 받을 것 같은 차이건만, 뭘 그렇게 아까워서 난리라는 말인가.
“이 새끼야, 내가 저거 산다고 발품을 얼마나 팔았는데! 저건 보험 처리해도 매물이 없어서 못 구해. 저거 돈으로 받는다고 비슷한 차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순간, 준영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런 의미였나.’
하기야 100%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그 돈으로 굴러가는 차를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럼 열 받을 만하겠지.
“제, 제가 보험 처리 안 하고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뭐?”
주영기의 눈썹이 꿈틀했다.
“차, 차 살 만한 돈을 드리겠습니다. 보험 처리 안 하구요.”
“이 새끼야, 그럼 내 치료비는?”
“예?”
“나 지금 경추 나간 거 안 보여?”
주영기가 뒷목을 잡고 있는 손을 흔들었다.
‘안 아파 보이는데…….’
경추를 다친 사람이 멀쩡하게 차에서 내려 걸어 나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보험 처리 안 하면 내 치료비는 누가 내? 니가 그것도 내줄 거야?”
‘어쩌라고?’
준영은 울고 싶었다.
보험을 한다고 해도 문제, 안 한다고 해도 문제였다.
“치, 치료비까지 다 드리겠습니다.”
“진짜야?”
“네. 진짜 다 드리겠습니다.”
“얼마?”
“……예?”
“얼마 줄 거냐고. 치료비랑 차 값이랑.”
준영이 당황한 얼굴로 주영기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 새끼가 장난하나? 보험 처리 안 한다며, 이 새끼야. 그럼 내가 너한테 치료비 얻으려고 영수증 받아서 청구해야 하냐?”
“아, 아닙니다.”
“얼마 줄 건데?”
“그…… 천 정도면?”
“이 새끼가 누구를 거지로 아나? 야, 너 이리 와봐. 치료비고 차 값이고 됐으니까, 너 형이랑 저기로 좀 가자.”
“아, 아닙니다! 이천! 이천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제야 주영기가 준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 씨. 누가 보면 내가 협박하는지 알겠다. 얼굴 안 펴?”
“……예.”
주영기가 준영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친 채 씨익 웃었다.
“야, 형처럼 마음 좋은 사람 만나기 쉽지 않다. 나니까 그 정도에 합의해 주는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지금 너는 집 날아갔어.”
‘이 날강도 같은 새끼.’
이백만 원도 안 되는 차 문짝이 좀 찌그러졌다고 이천을 내놓으라니, 칼만 안 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었다.
그때, 카페의 문이 열리더니 조규민이 밖으로 나왔다.
“주영기 씨?”
“응?”
주영기가 고개를 돌려 조규민을 보더니 환히 웃었다.
“와, 조 비서님! 여기서 뵙네요! 진호 보러 오신 겁니까?”
“이리 와봐요, 영기 씨.”
하지만 조규민은 주영기를 다짜고짜 불렀다.
“네?”
주영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규민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조규민이 뭔가를 주영기에 귀에다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꿈틀.
주영기의 얼굴이 기묘하게 꿈틀꿈틀대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요?”
“뭐, 그렇게 됐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들어가 계세요.”
“그럼.”
조규민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주영기가 만면에 미소를 띠고는 천천히 걸어와 준영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쳤다.
“너 이름이 준영이라며?”
“……예.”
“야, 그렇구나. 니가 그 준영이구나. 안 그래도 내가 언제 한 번 찾아가려고 했는데, 네가 그 준영이구나.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재미있어. 그렇지?”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주영기가 손을 뻗어 준영의 뒷머리를 꽉 움켜잡았다.
“네가 은영이 자주 보러 온다고 했다며? 좋지, 좋아. 나도 니가 마음에 들었는데, 앞으로 자주 보겠네. 내가 이제 곧 은영이 매니저로 들어갈 거거든. 아, 너희는 세아라고 하던가?”
준영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매, 매니저요?”
“어. 반갑지? 앞으로 자주 보겠네?”
주영기가 낄낄 웃더니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내 친구 동생을 누가 찝쩍댄다고 해서 내가 잡아서 서해 바다에 공구리 쳐버려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당사자를 여기서 만나니까 너무 좋다야. 아주 엿 같은 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차 수리비도 잘 주는 좋은 놈이라 좀 고민이 되네.”
주영기가 준영을 보며 빙그레 웃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너 기부 한 번 해볼 생각 없냐?”
“기, 기부요?”
“니가 조금 더 좋은 놈이어야 내가 이해를 해줄 것 같거든. 아니면 수리비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까, 나하고 저쪽으로 가서 이야기 좀 하든가.”
준영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어졌다.
딸랑.
문이 열리고 주영기가 흐뭇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다.
조규민이 가만히 주영기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나요?”
“다시는 얼굴 보기 힘드실 것 같은데요.”
짝짝짝짝.
조규민이 감동한 눈으로 박수를 쳤다.
“크, 아직 업무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일을 하나 해결하다니, 아버님의 눈이 정확했네요.”
“헤헤, 별말씀을요.”
강진호는 너스레를 떠는 주영기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고, 이미 한 번 경고를 했는데도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게 마음에 안 드네요. 저 애는 철이 없어 그럴 수 있겠지만, 소속사에서까지 방치를 했다는 뜻이니까요.”
강진호의 말에 조규민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가 해결한 일이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풀려 버리면 그가 무능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이 인간들이 진짜.’
게다가 이번 일은 그의 이름으로 한 일이 아니라 재경의 이름으로 처리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나왔다는 것은 재경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았다.
‘해보자는 거지?’
조규민이 이를 갈았다.
“일단 이번 일에는 손을 떼세요.”
“강진호 씨?”
조규민이 당황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제가 해결할게요.”
“아…….”
조규민이 당황하여 말했다.
“아닙니다. 제 쪽에서 다시 한 번 말을 잘 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의도가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으니.”
강진호가 냉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은 본인도 알고 계시죠?”
“…….”
“말을 해서 통하지 않으면 듣게 만들어야죠. 여하튼 이번 일은 이제 제가…….”
강진호가 결정을 하려는 순간, 듣고 있던 주영기가 입을 열었다.
“마, 그게 아니지.”
“응?”
주영기가 얼굴을 찡그리며 강진호에게 말했다.
“작은 일 하나 터질 때마다 대가리가 그렇게 엉덩이 가볍게 움직이면 아랫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그러는 거냐? 너도 이제 한두 식구 먹이는 것 아닌데, 그런 일은 맡기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머, 먹여?”
“그렇지.”
주영기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사람은 위치를 자각해야 하는 법이여. 너 하나 보고 진로를 결정한 사람도 있는데, 니가 자꾸 그렇게 애처럼 굴면 쓰겄냐? 조 비서님이 하신다니 맡겨봐.”
“……으응.”
강진호는 주영기의 포스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주영기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조규민이 귀신 같은 얼굴로 휴대폰을 움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