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2064
#2063.
분석하다 (3)
“어…….”
눈앞에서 터진 화려한 폭발에 방진훈이 입을 쩍 벌렸다.
그의 안력으로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뭔가 희끗희끗하고 번쩍번쩍하더니, 갑자기 펑! 터진다.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건 하나.
위긴스는 아무렇지 않은 듯 서서 폭발을 바라보고, 백연홍은 위긴스가 만들어낸 것이 분명한 폭발에 휘말렸다는 사실뿐이었다.
“못 말리겠군.”
장민조차 감탄한 듯 연신 고개를 저어 댔다.
‘저기에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무학이란 결국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하고 자신의 공격을 격중시키는 방법을 체계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수도 없이 들어온 말이지만, 지금 그가 눈으로 본 순간만큼 그 사실을 잘 설명해 주는 광경도 없을 것이다.
완벽한 심리전.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이해, 백연홍이란 상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신이 싸우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이해.
그 모든 이해가 완벽하지 않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공격이고, 결코 성공할 수 없던 시도다.
하지만 위긴스는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장민의 눈이 오롯이 서 있는 위긴스의 등으로 향한다. 그가 앞으로 무엇을 보여주든 간에 이 일 수만으로도 그를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여하튼 쥐새끼 같다니까.”
바토르가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힘 대 힘의 정면으로 맞붙는 것을 선호하는 그의 입장에서 위긴스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무인일 것이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겠지?”
“시끄럽다, 영감!”
바토르가 짜증 어린 목소리로 소리치자 장민이 클클대며 웃었다.
그리고…….
평소대로라면 아무나 붙잡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연신 물어 댔을 이현수는 지금 숨도 쉬지 못한 채 긴장하고 있었고, 그의 옆에 앉아 있는 강진호는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위긴스.’
모두가 위긴스가 해낸 것에 감탄하고 있을 때, 강진호는 이 전투의 다른 일면을 보고 있었다.
‘괜찮은가?’
상대를 속인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자면 효율적이지 않은 행위를 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상대가 속아주지 않는다면 그곳에 들인 찰나의 시간이 자신의 숨통을 죄어올 수도 있다.
만약 지금 백연홍이 위긴스가 파놓은 덫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그가 전송한 더미(Dummy)에 속지 않고 진짜 위긴스를 찾아냈다면?
‘허리가 잘려 나갔겠지.’
대응조차 해보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전이라는 순간을 넘어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잘려 떨어지는 자신의 하체였겠지.
겉으로 보자면 그저 실제와 가짜를 뒤섞어 상대를 농락한 일 수다. 하지만 그 내면을 보면 자신의 목숨조차 미끼로 던졌기에 성공할 수 없는 극단적인 도박일 뿐이었다.
알고 있다.
분명 위긴스와 백연홍의 차이는 명백하다. 저 정도의 도박이 연달아 성공하지 않으면 그 차이를 좁힐 수 없다.
하지만…….
‘알고 있나, 위긴스?’
그건 자신의 퇴로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저 제 목숨을 집어 던지다시피 한 도박이 실패하는 순간, 그가 맞이할 결과는 단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상대의 자비조차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죽음.
“어쩌면…….”
“예?”
강진호의 입이 열리자 이현수가 놀라 돌아보았다.
“우리 중 가장 뒤틀려 있는 건 저놈일지도 모르겠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강진호는 이현수의 말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설명하기도 어렵고, 반쯤은 그저 예상에 불과하니까.
강진호는 안다.
위긴스에게는 이 싸움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백연홍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운다는 말도 사실 웃기는 일이다.
저 위긴스가 정말 그리 승부에 집착하는 사내였던가.
승리를 갈망하는 것은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위긴스에게 있어서의 승리란 스스로의 희생을 대가로 얻어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이룩한 능력으로 얻어내는 당연한 과실일 뿐.
그래.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떼고 물러날 수 있는 이가 위긴스였다.
그렇기에 강진호는 위긴스를 신뢰한다. 그와 다른 이사들이 갖추지 못한 이성과 합리가 그에게 있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면 이 상황을 대체 뭐라 설명해야 하지?’
모든 것을 걸 필요가 없는 이가, 지금껏 누구도 하지 않은 극단적인 줄타기를 하는 이유를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광기지.’
이유가 있다면 하나밖에 없다.
그저 그게 백연홍을 이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판단했다는 것.
‘미친놈.’
아마 위긴스는 스스로가 가진 모순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상의 영역이라면 어떤 것도 걸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법의 영역이라면 목숨을 건 배팅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만큼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또 있을까?
강진호의 시선이 위긴스에게로 향했다.
어쩌면 이 전투는 강진호조차 이해하기 힘든 영역으로 향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흐음.”
위긴스가 가만히 의수를 쥐었다 폈다.
강대한 마나를 순간적으로 끌어냈더니, 의수에 과부하가 걸린 모양이다.
‘이런 부분까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나 전지는 있는 대로 만들어낸다고 끝이 아니다. 한 전지를 충전하는 데만 해도 막대한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충전한 전지를 시험 삼아 날려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아슬아슬하게 버티기는 하겠군.’
한 번 더 의수를 점검한 위긴스의 시선이 앞쪽으로 향했다.
제대로 한 방 먹인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의 공격으로 저 백연홍을 쓰러뜨릴 수 있을 리 없다. 기껏해야 묵직한 잽 한 방 정도의 대미지겠지.
하지만 상관없다.
그가 입힌 대미지는 육체적인 것이 아니니까.
아마추어를 상대로 결코 자신이 얻어맞을 리 없다고 믿는 프로복서의 얼굴에 제대로 된 클린 히트가 들어갔다.
복서끼리의 스파링이라면 그저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지만…….
‘이건 상황이 다르지.’
그 드높은 자존심이 뭉개진 건 분명 상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위긴스는 살짝 난 상처를 잡아 크게 벌려 치명상으로 만들 준비가 된 이였다.
쾅!
그때, 추락한 백연홍이 바닥을 짓밟으며 몸을 일으켰다.
육체의 곳곳이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다. 초인에게 저런 상처를 낸 것은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위긴스의 시선이 머문 곳은 그 상처가 아닌 다른 상처였다.
“이…….”
참혹하게 일그러진 얼굴.
‘그래, 그거지.’
백연홍이 입은 자존심의 상처는 육체의 상처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위긴스가 해야 할 일은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다시 묻겠는데…….”
위긴스가 입가를 비틀었다.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으드드득.
백연홍의 이를 가는 소리가 이 먼 거리를 격해 그에게 전해져 온다.
‘화가 나겠지.’
완벽하게 해냈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 순간, 상대에게 농락당하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할 굴욕감을 선사했을 테니까.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군.’
화를 낸다는 것, 증오하는 것, 그리고 그 들끓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는 것.
그 모든 것인 더없이 인간다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어쩌면 백연홍은 정말 인간을 초월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감정에 얽매이는 이상은 결코 인간이 아닐 수 없다.
‘자, 어떻게 나올까?’
위긴스의 혀가 제 입술을 핥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만큼 성난 황소처럼 돌격해 올까, 아니면 스스로 분노하지 않았다고 필사적으로 되뇌며 침착하게 거리를 좁혀올까?
그게 아니면…….
파아아아아앗!
그 순간, 백연홍이 날린 검기가 폭발적인 속도로 위긴스에게 뿜어온다.
‘둘 다 아니로군.’
하지만 이 대응 역시 위긴스의 계산 아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바라던 대응이기도 했다.
‘껄끄러운 모양이로군.’
분노에 몸을 맡기기에는 과하게 이성적이고, 조심스레 움직이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우선은 위험할 일이 없는 공격으로 변죽이나 울려 대는 것이다.
그 심리가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이를 드러내며 웃은 위긴스가 한 손을 앞으로 펼쳐 들었다. 그러고는 내밀지 않은 손으로 허공에 마법진을 그려냈다.
우우웅!
뻗어낸 손앞에 커다란 게이트가 생겨난다. 동시에 날아들던 백연홍의 검기가 그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위긴스의 눈에 백연홍이 전신의 털을 곤두세우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그도 바보는 아닌지라 지금 위긴스가 빨아들인 자신의 검기가 어디선가 나타날 게이트를 통해 그를 공격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눈에 보여서야.’
우우우웅!
백연홍의 등 뒤에 게이트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형태가 채 만들어지기도 전에 백연홍이 반응하여 몸을 돌린다.
게이트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말 그대로 순간. 하지만 백연홍의 반응 속도는 그 순간마저 뛰어넘는다.
백연홍의 몸이 격하게 돌아가며 자신에게 날아드는 검기를 막아낸다. 유려하게 휘둘러진 검이 날카로운 검기를 완벽하게 비껴 흘려 버린다.
카가가각!
발출된 세계의 검기를 모조리 비껴낸 위긴스가 격하게 몸을 돌린다. 그의 다리가 살짝 굽혀진다. 단숨에 위긴스와의 거리를 좁혀내겠다는 듯.
“놈!”
하지만 그 광경을 두 눈에 담은 위긴스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뒤틀어진다.
“자꾸 미련하게 구는군.”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미 백연홍이 날린 검기를 모두 내보내고, 그 가치를 상실했을 게이트에서 초고열의 화염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와 백연홍의 등 뒤를 덮친다.
두 눈을 부릅뜬 백연홍이 다시 몸을 돌리려 했지만, 이번만은 그의 반응보다 화염이 그를 뒤덮는 속도가 더 빨랐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푸르다 못해 희게 타오르는 불꽃이 백연홍을 뒤덮었다.
“흐아아아악!”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백연홍의 비명 소리가 작렬하는 불꽃 사이로 울려 퍼졌다.
“그러게…….”
위긴스가 귀기로운 미소를 지으며 룬검을 들어 올렸다.
“조심해야 할 것은 스스로의 인식이라니까.”
고오오오오오!
그의 룬검이 눈부시도록 새하얀 빛을 뿜어낸다.
그와 동시에 불타오르는 백연홍의 주위로 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실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방진훈의 입에서 헛바람이 터져 나왔다.
위긴스가 실드를 펼쳐 자신의 주위가 아닌 백연홍의 주위를 둘러싸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폭발하듯 휘몰아치던 불꽃이 마치 유리로 된 구슬 안에 갇힌 것처럼 실드 안을 가득 채우며 타올랐다.
더 뜨겁게! 더욱 더 강렬하게!
초인의 육체라도 버텨내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맹렬하게!
“조금 뜨거울 겁니다만…… 괜찮으시겠지. 어차피 인간이 아니니까.”
비웃음을 흘려낸 위긴스의 룬검이 새로운 형태의 빛을 뿜어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백연홍이 딛고 있던 땅이 마치 액체로 변해 버린 것처럼 그를 둘러싼 실드째로 백연홍을 빨아들였다.
깊이, 더 깊이.
끝없는 지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