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2091
#2090.
대화하다 (5)
콰아아앙!
강진호가 검은 유성이 되어 흑왕을 향해 돌진한다.
욱신!
그 모습을 본 흑왕의 가슴 한가운데가 찢어질 듯 아파왔다.
‘큭!’
상처 따위는 없다. 하지만 흑왕는 자신의 가슴이 왜 고통을 호소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잊을 수 없으니까.
그의 가슴에 청루를 박아 넣던 강진호의 모습을, 그 눈빛을.
깊이 밀어둔 트라우마가 절로 되살아난다. 그 말의 의미는 너무도 명확하다.
‘교주!’
날아든 강진호의 두 눈이 무시무시한 빛을 뿜어낸다. 그 살기가 뒤섞인 눈을 보는 순간, 흑왕의 심장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파아아아앙!
강진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의 검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흑왕을 내려쳐 온다.
‘큭!’
생각하던 속도보다 배는 빠르다. 흑왕의 검이 반은 본능적으로 쳐올려져 날아드는 검을 막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허공에서 검과 검이 충돌하는 순간, 가공할 폭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미사일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충격파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그 고막을 찢어버릴 것 같은 굉음 속에서 어이없게도 흑왕의 귀에는 똑똑히 들려왔다.
우득! 우드드득!
그의 손목이 내지르는 처절한 비명이 말이다.
강진호의 검을 받아낸 그의 손이 부러질 듯 꺾이고 있었다.
“큭…….”
입술을 비집고 절로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 순간, 강진호의 검이 다시 한번 내려쳐졌다.
콰아아아앙!
흑왕의 몸이 바닥을 뚫고 허리까지 박혀들었다. 그의 몸은 버텨낼 수 있지만, 나약한 대지는 이 힘을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우드드득!
전신의 근육이 모조리 찢어지는 것만 같다. 그 격렬한 고통에 흑왕의 두 눈이 혈광을 내뿜었다.
카가가각!
검과 검이 맞물린다. 그 십자로 교차한 검 너머로 강진호의 눈이 보인다.
오싹.
흑왕의 등골을 타고 냉기가 흘렀다.
저 눈.
그의 목을 움켜잡고 그 가슴에 청루를 박아 넣던 때의 바로 그 눈이다.
욱신! 욱신!
존재할 리 없는 상처. 그 상처가 아직 남아 있는 것처럼 통증이 밀려온다. 그 끔찍한 통증 속에서 흑왕은 자신도 모르게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의 눈이 강진호와 비슷한 눈빛을 머금기 시작한다.
‘이래야 적천마존이지.’
이래야 한다.
이래야 그가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려 온 가치가 있다.
“으아아아아아앗!”
쿠우웅!
흑왕이 있는 힘을 다해 강진호를 밀어냈다. 거대한 폭풍에 얻어맞은 나무처럼 뒤로 휘청이는 강진호를 향해 흑왕이 몸을 날렸다. 그의 가슴을 들이받듯 달려든 흑왕의 검에서 수십 개의 검영이 뿜어져 나왔다.
응축하고 또 응축한 마기.
하나하나가 마천루를 이룬 건물 하나 정도는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만한 힘을 머금은 마기들이 단번에 수십 개가 쏘아진다.
하지만!
젖혀진 허리를 당겨낸 강진호의 검이 대기를 분쇄하며 다시 날아들었다.
끼아아아아아아악!
그 검에서 소름 끼치는 귀곡성이 뿜어진다. 듣는 이의 영혼조차 얼려 버릴 것 같은 굉음! 그 굉음을 휘감고 날아든 강진호의 검이 쏘아져 오는 검기의 사이를 파고든다.
콰아아아아앙!
검기 사이에서 휘몰아친 거대한 마기의 폭풍이 날아드는 검기를 사방으로 밀쳐 날린다. 그와 동시에 강진호가 자신이 열어젖힌 길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순간, 흑왕의 두 눈이 크게 확장되었다.
서걱! 서걱!
미처 다 밀어내지 못한 검기가 강진호의 어깨를 베어내고 다리를 긁어낸다. 하지만 강진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검기의 비를 뚫어내며 흑왕에게 쇄도했다.
콰아아아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쳐지는 검. 마기가 마치 거대한 폭포가 쏟아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흑왕을 휩쓸어왔다.
‘큭!’
더는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낀 흑왕이 내려쳐 오는 검을 전력으로 올려쳤다. 내력이라면 그가 밀릴 이유가 없다.
검과 검이 허공에서 정면으로 충돌한다.
천붕지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일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 흑왕이 남은 내력을 모조리 끌어 올리며 강진호를 위로 쳐 올렸다.
카가가각!
버티지 못한 강진호의 검이 튕겨 올라간다.
하지만 그 순간, 흑왕은 보아야 했다.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고 있는 강진호의 주먹을 말이다.
콰아아아아앙!
정면으로 직격을 당한 흑왕이 쏘아진 포탄처럼 뒤로 날아갔다.
‘뭐…….’
흑왕이 순간적으로 날아간 의식을 재빠르게 되찾았다. 하지만 그의 두 눈에는 여전히 의문이 어려 있었다. 지금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설마?’
검을 놓았나?
그 말도 안 되는 힘이 충돌하는 와중에 검을 놓아버린다고? 흑왕이 예측했다면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몸이 두 쪽이 났을 텐데?
하지만 생각을 이어갈 틈 따위는 없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검은 먹구름, 그 검은 먹구름 아래에서 먹구름보다 더 짙은 어둠을 둘러싼 악마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저 검디검은.
하지만 그 순간 흑왕은 확실하게 보았다. 입이 있어야 할 곳을 뒤덮은 마기가 크게 일렁이는 모습을 말이다.
강진호는 웃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앙!
흑왕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낸 흑왕에 입에서 붉은 피가 울컥 역류했다.
열세?
천만에!
이깟 충격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강진호는 제 가슴이 꿰뚫리는 부상을 입은 상태고, 힘과 속도, 내력, 그 모든 부분에서 흑왕이 더 유리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이해할 수가 없다.
‘어째서 내가?’
그는 지금 전력을 다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강진호의 수준에 맞춰서 적당히 놀아주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왜?
“으아아아아아아아!”
흑왕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마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의 몸을 휘돈 마기가 역류하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경이로운 광경.
마치 대지가 하늘을 향해 검은 폭우를 내리는 것과 같은 광경이다. 아무리 강진호라고 해도 이 어마어마한 마기에 휩쓸린다면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해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흑왕은 보았다.
하늘.
검디검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의 붉은 선을 말이다.
파아아아아아앙!
너무도 선명한 울림. 그 투명하기까지 한 울림과 함께 세상이 반으로 갈라진다.
촤아아아악!
흑왕의 얼굴에서 붉은 피가 튀어 올랐다.
“…….”
시야를 가리는 검붉은 피 사이로 흑왕은 똑똑히 보았다, 그가 날린 마기가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지는 모습을.
그건 이적(異蹟)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이적으로 갈라낸 공간 사이로 강진호가 강하한다. 그에게 죽음을 내리려는 사신처럼.
‘어째서…….’
왜 자신이 밀리고 있는가.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아래로 쏘아진 강진호의 검이 그의 목을 찔러온다. 본능적으로 목을 뒤틀어 피한 흑왕의 주먹이 강진호의 복부를 파고든다.
쾅!
내장을 모두 으스러뜨리고도 남을 공격.
강진호의 입에서 검은 피가 울컥 튀어 올랐다. 하지만 강진호는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앞으로 달려들어 흑왕의 목을 움켜잡고 강렬하게 바닥으로 찔러 넣는다.
쿠우우우웅!
등이 모조리 터져 나가는 듯한 고통.
하지만 그 고통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강진호의 이마가 흑왕의 얼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쾅!
흑왕의 시야기 순간 검게 암전된다.
‘이!’
그들만 한 고수들의 방식이라기에는 믿을 수 없이 야만적이고 천박하다. 하지만 그 원초에 가까운 공격들은 확실히 흑왕에게 먹혀들고 있었다.
쾅! 쾅! 쾅!
연신 얼굴을 들이받힌 흑왕의 안면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온다.
다시 한번 강진호가 이마를 들이받는 것을 본 흑왕이 노호성을 터트렸다.
“이 개 같은!”
콰아아앙!
흑왕의 팔꿈치가 맹렬하게 회전해 강진호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머리가 통째로 터져 나가고도 남을 강렬한 타격. 하지만 흑왕의 팔꿈치가 제 머리를 후려갈기는 순간, 강진호의 주먹이 흑왕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우드드득!
갈비뼈가 모조리 부러져 나간다. 강진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수리의 발톱처럼 굽힌 손가락을 흑왕의 옆구리에 박아 넣었다.
우득! 우득!
살점이 점점 뜯겨 나가는 소리가 귀가 아닌 몸을 타고 울려 퍼진다. 그 아득한 고통 앞에 흑왕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그 순간, 흑왕의 눈에 강진호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에게 얻어맞은 관자놀이가 터져 나가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그저 차갑기만 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강진호의 모습이 말이다.
얼어붙은 비수를 심장에 찔러 넣은 것 같은 기분.
그 한없는 차가움이 흑왕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강진호오오오오!”
콰아아아앙!
흑왕의 발이 강진호의 배를 걷어찼다.
우드득!
강진호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간다. 그러면서도 강진호는 흑왕의 옆구리에 박아 넣은 손을 움켜잡는다. 옆구리의 살점이 모조리 뜯겨 나갔다.
쾅!
상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듯 흑왕이 바닥을 박찼다.
우우우우웅!
그의 손에서 순식간에 뿜어져 나온 마기의 검이 강진호의 정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제 정면을 향해 빛살처럼 날아드는 검을 본 강진호가 마기를 잔뜩 두른 제 팔을 검 앞으로 내밀었다.
콰드드득!
칠흑 같은 검이 단숨에 강진호의 마기를 찢어발기고, 그의 상완을 파고든다. 연약한 살을 단숨에 예리하게 갈라낸 검이 뼈마저 잘라내기 시작한다.
까가각! 까가가각!
칼로 뼈를 긁어 대는 듯 소름 끼치는 소음과 함께 검이 뼈에 박혀들었다.
그 순간, 강진호가 입가를 뒤틀며 검이 박혀든 팔을 옆으로 젖혔다. 순간적으로 검이 뒤틀리며 흑왕의 가슴이 열렸다.
강진호의 몸이 소용돌이와 같은 와류를 머금고 열린 흑왕의 가슴을 향해 파고든다. 그 와류의 힘을 모조리 실어낸 강진호의 어깨가 흑왕의 가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흑왕의 가슴이 통째로 함몰되는 것처럼 움푹 파여 들어갔다. 목을 뚫고 비릿한 피가 역류하고, 의식이 아득하게 멀어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흑왕은 손을 뻗었다. 순간적으로 뿜어낸 흑왕의 조강이 마기를 뚫고 들어가 강진호의 얼굴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쿠우우우우웅!
포탄처럼 날아간 흑왕이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강진호 역시 바닥에 내려섰다.
후두둑.
강진호의 얼굴을 타고 선혈이 끝도 없이 떨어진다. 거의 뼈까지 갈라 버린 세 줄기의 선명한 상흔. 그 상흔은 강진호의 한쪽 눈을 가르며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발을 옮겼다.
“쿨럭…….”
볼품없이 바닥에 처박힌 흑왕의 입에서 잔기침이 쉴 새 없이 튀어나왔다.
그그극.
그런 흑왕의 손이 바닥을 움켜잡는다. 분노와 불신, 그리고 끝없는 증오를 잔뜩 담은 얼굴로 그가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강진호를 향해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호의 입이 열렸다.
“일어나.”
“…….”
“이건 네가 원한 거야.”
“큭큭큭큭.”
흑왕의 입에서 광기 어린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바닥을 짚은 흑왕이 덜덜 떨며 몸을 일으켰다. 마침내 허리마저 세워낸 그가 입가로 흘러내리는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의 두 눈에 광기가 들어찼다.
“이게 내가 원한 거지, 교주.”
광인과 광인이 서로의 목을 물어뜯기 위해 다시 바닥을 박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