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314
#313.
습격받다 (3)
결과를 굳이 설명하는 것은 입이 아픈 일이었다.
강진호를 습격한다는 것은 그런 일이다. 쉽게 말하자면, 일회용 나이프를 들고 짐승 우리에 뛰어드는 것과 그리 다를 것도 없는 일이었다.
우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정확하게 짐승의 목을 가를 수 있다면 살아남겠지만, 조금이라도 삐끗하는 순간 나이프는 사라지고 맨손의 인간만 남는다.
그리고 인간이란 무기가 없으면 토끼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지금 영남회 쪽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방진훈도 인정한다. 이번 습격은 위협적이었다. 순간적으로 방진훈의 멘탈이 나가 버릴 정도로 강렬하고 효과적인 공격이었다. 강진호가 없었더라면 방진훈은 확실하게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공격이 실패한 이상, 남겨진 이들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는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죽는 것.
방진훈만큼 강진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작전이 실패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깔끔하게 자살을 했을 것이다.
어차피 죽음이라는 결과는 변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그 죽음의 순간이 덜 고통스러운 쪽이 나았다.
하지만 저들은 오늘 강진호를 처음 보았고, 강진호라는 남자는 소리로 이루어진 말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방진훈 역시 그랬으니까.
천태훈이 온몸으로 강진호의 위험성을 설명했지만, 방진훈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강진호의 진면목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강진호라는 인간이 얼마나 위험하고 잔인한지를 납득할 수 있었다.
저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저리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반항을 한다든가, 도주를 시도하고 있겠지.
“끄아아아아악!”
귀를 울리는 끔찍한 비명을 들으면서 방진훈은 몸을 떨었다.
‘말은 쉽지.’
― 목숨을 노린 자는 목숨을 거두고, 공격한 자에게는 똑같이 되돌려 준다.
법으로 대변되는 바깥세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무인계에서는 법보다 우선되는 가치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리 말한다 해서 모두가 그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막아내고 제압했다고 하여 그 자리에서 습격자의 숨통을 끊어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보통은 주저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고민하게 된다.
그 수가 많다면 더더욱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나를 공격했다면 그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가 열이라면? 백이라면?
백 명이 나를 공격했다고 하여 그 백을 모두 죽인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그건 인간의 존엄에 대해 학습하고 교육받는 것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인간을 하찮게 여기는 자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방진훈의 눈앞에는 그걸 태연자약하게 저지르는 이가 있었다.
‘머리 어디가 고장 났어.’
안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은 만들어진 개념이다. 사실 인간이 말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라 여겨지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귀환자들은 특히 그런 경향이 있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과거를 살다 온 이들은 하나같이 인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한 사람을 죽이는 것에 있어서도 수많은 법관이 그가 과연 죽을 만큼의 죄를 저질렀는가, 과연 이 죽음이 온당한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도둑질을 했다고 인간의 목을 자르고 그 목을 효수해 버리는 과거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 삶에 적응해 버린 이들도 이해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은 분명 이해하고 있다. 하나…….
‘저 인간은 특히 심하다고.’
그가 귀환자들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의 직업과 지위의 특성상 그는 꽤 많은 귀환자들은 만나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귀환자도 강진호처럼 과격하지는 않았다.
아니, 과격하다는 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었다.
강진호는 사람을 죽이는 것에 죄책감을 전혀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전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였으면 저리 사람의 목을 음료수 캔 따듯이 따버리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또다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방진훈이 눈을 질끈 감았다.
‘무시무시하군.’
더더욱 그를 소름 돋게 만드는 것은, 일상을 영위하는 강진호는 꽤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정상적인 정도가 아니라 부모에게는 효를 다하고, 친구들에게는 좋은 친구이며, 개인의 재산으로 보육원을 후원하고 있을 정도로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 이가 뒷세계에서는 사람을 개미처럼 죽이고 있다. 이 어떻게 좁힐 수 없는 갭이 방진훈이 강진호에게서 느끼는 어려움의 실체였다.
종잡을 수 없는 사람.
행동의 방향을 알 수가 없다는 것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없었다.
촤아아악!
강진호가 손을 휘돌러 묻은 피를 바닥에 뿌린다. 얼마나 피가 짙게 묻었는지, 몇 번을 휘둘렀음에도 방울진 피가 모두 가시지 않았다. 피가 채 말라붙을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후…….”
낮게 호흡하며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강진호를 보니, 문득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적의를 품은 채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음에도 방진훈의 본능은 도주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방진훈은 두 다리에 힘을 주어 그의 다리가 허락 없이 도망치는 것을 막았다.
머리카락이 물에 젖은 것처럼 찰랑거린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의 머리카락을 타고 방울져 떨어지고 있는 붉은 액체가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고생하셨습니다.”
태연하게 말을 하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살짝 떨려 나오고 있었다.
강진호가 대답이 없자 방진훈은 애써 말을 이었다.
“연락을 해두었으니, 정리를 할 이들이 곧 올 겁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검고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은 마치 짐승의 그것처럼 번들대고 있었다. 꿈에 나올까 봐 무서운 눈이다.
“……죄송하지만, 그런 눈으로 저를 보시면 제가 오줌을 쌀 수도 있습니다. 좀 진정해 주시면 고맙겠는데요.”
방진훈의 말에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좀 흥분했군.’
피를 봐서 흥분한 것인지, 그전의 상황이 영 극단적이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장이 빨리 뛰고 있었다. 강진호는 가만히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고 심호흡을 했다.
“으으아아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전희천이 그 광경을 보고는 앓는 듯한 신음을 냈다.
‘저 새끼가!’
방진훈이 가만히 전희천의 얼굴 쪽을 발로 밟아 눌렀다.
겨우 이 미친놈이 진정하고 있는데, 왜 하필 이럴 때 존재감을 뽐내서 상황을 다시 극단적으로 몰아가려 한단 말인가.
그의 구둣발이 전희천의 입을 꽉 누르자 새어 나오던 비명이 가라앉았다.
가만히 눈을 감은 강진호가 눈을 떴다.
아직 눈가에 힘이 풀린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전처럼 살기로 번들대지는 않았다.
‘연쇄살인마의 눈이 어떤지 알겠네.’
일설에 의하면, 사람을 죽여본 이들과 죽여보지 않은 이들은 눈빛부터 다르다고 하지만, 그건 새까만 거짓말이었다. 바깥세상의 개념으로는 살인자들이 넘쳐 나는 무인계이겠지만, 그들의 눈빛이 평범한 이들에 비해 그리 다를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강진호의 눈을 보니 살인에 절어 있는 인간은 확실히 눈빛이 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생각 이상으로 나오는군요.”
“그러네요.”
“총이라니……. 대체 어디서 이걸 공수한 걸까요?”
“미국, 아니면 일본, 그것도 아니면 중국. 구할 곳이야 많죠.”
방진훈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마음만 먹는다면 총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밀수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조금 생길 수는 있지만, 그런 문제정도야 얼마든지 무마할 수 있는 것이 총회니까. 그리고 굳이 그런 위험을 자처할 필요도 없었다.
공해상에 배를 띄워놓고 보트로 총을 양도받은 다음, 적절한 위치에서 방수포에 넣은 총을 메고 헤엄쳐 오면 그만이니까.
보통 인간이라면 자살하기 딱 좋은 방법이겠지만, 무인들은 그게 가능하다. 실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건장한 놈들을 고른다면 제주도까지 헤엄쳐서 가는 것도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시도를 하지 않았을 뿐, 시도만 한다면 방진훈도 총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다’와 ‘한다’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거지.’
방진훈은 자신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라 해도 총을 가져와 대항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을 것이다. 그건 너무 위험하다. 까딱하다가는 무인계가 세상에 알려질 수도 있고, 드러난 세상의 권력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도 있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석일이 머리가 돌아버린 모양입니다.”
“글쎄요.”
강진호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것저것 잴 바에는 확실하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죠.”
“……그렇죠.”
“나쁘지는 않은 방법입니다.”
방진훈이 입을 꾹 다물었다.
‘저 사람은 두려움이라는 게 없나?’
그 나쁘지 않은 방법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강진호, 본인이었다. 강진호의 무위야 굳이 말하자면 입 아픈 정도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을 또 경험해 봤을 리가 없다. 그가 간 곳은 과거일 테고, 그가 돌아온 곳은 한국이니까.
그런데도 태연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담대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알아 뭐하겠어.’
방진훈은 강진호를 분석하는 것을 포기했다. 조금 알았다 싶으면 새로운 모습이 보이고, 조금 이해했다 싶으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강진호였다.
그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의 생각에 맞추어 움직일 수 있는 날은 평생 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나저나…….”
“예?”
“저거, 보험은 되나요?”
“…….”
강진호가 가리킨, 불타오르는 차를 본 방진훈이 양손을 들어 눈을 문질렀다.
“씨발.”
뽑은 지 얼마 안 된 차가 불타오르는 걸 보는 심정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비싸기 짝이 없는 차인데.
절망 어린 시선으로 차를 바라보던 방진훈이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전희천을 보며 이를 갈았다.
“너, 모아둔 재산은 좀 있겠지?”
저 차 다시 사려면 웬만한 돈으로는 안 될 거야, 이 새끼야.
“야, 일어나.”
방진훈이 전희천의 멱살을 움켜잡고는 씹어뱉을 듯이 말했다.
“지갑에 얼마 있어?”
“…….”
“좋은 말 할 때 카드 내놓고 비밀번호 말해라.”
강진호는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젓고 말았다.
‘그림 나오네.’
지나가던 조폭이 선량한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고 해도 위화감이 전혀 없을 광경이었다. 잘 있다가 습격을 받은 방진훈의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할 수도 있는 평가였지만, 생긴 게 그런 걸 어쩌겠는가.
세상에는 악행을 저질로도 착해 보이도록 생긴 이가 있는 반면,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려 해도 저리 보이는 이가 있기 마련이었다.
“너, 씨발…… 세어봐서 나오면 어떻게 되는 줄 알지? 없다는 소리 할 거면 그냥 혀 깨물어, 새끼야. 너 내가 누군지 알지? 나 쉽게 포기하는 남자 아니다.”
강진호는 고개를 돌려 불타오르는 차를 바라보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