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466
#465.
배웅하다 (5)
“……마공을 주셨습니까?”
“네.”
태연하게 대답하는 강진호를 보며 방진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마공이라니.’
알고 있는 것과 실감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강진호가 마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그 사실이 확 다가오면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평소의 강진호는 그가 가지고 있는 마인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이다 보니 강진호가 마인이라는 사실을 자꾸 잊게 되는 것이다.
“괜찮겠습니까?”
방진훈의 목소리에 우려가 묻어났다.
물론 강진호가 아무런 대책 없이 그들에게 마공을 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가 아는 강진호는 그리 무모한 인간이 아니니까. 하는 짓은 무모하기 짝이 없지만, 그 안에는 강진호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기 마련이었다.
“괜찮을 겁니다.”
강진호가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방진훈의 불안함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마공.’
그가 알고 있는 마공은 무위를 급격히 높여주는 대신에 인간의 인성을 앗아가는 무학이었다. 강진호만 아니었다면 그는 마공을 무학이라고 인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마공을 아이들에게 익히게 하겠다니…….
“재고해 주십시오.”
방진훈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마공을 익히면 강해진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금까지의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감수해야죠.”
“강진호 씨!”
방진훈이 눈에 힘을 주었다.
그가 강진호와 만난 이후로 이렇게까지 강진호의 의견에 반대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이나 이건 물러날 수 없는 문제였다.
“마공을 익힌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강진호 씨도 보셨잖습니까.”
“적어도 한국에서는 마공을 익힌 이들과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무슨 말씀을……. 제가 알기로는 이미 강진호 씨는 김석일이 키우던 마인과 부딪친 적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십니까?”
“제가 말씀드렸을 텐데요.”
강진호가 단호히 말했다.
“저는 한국에서는 마공을 익힌 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예?”
방진훈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김석일이 키우던 마인을 강진호가 피떡으로 만들어 죽였다는 사실은 알 만한 이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일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을 한단 말인가.
‘단순히 우기는 게 아냐.’
강진호의 말에 숨은 뜻이 있다고 판단한 방진훈이 머리를 굴렸다.
“……그놈은 진정한 마인이 아니라는 뜻이군요.”
“예.”
강진호가 손을 뻗어 잔을 들었다. 한 모금 커피를 마신 강진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런 조잡하기 짝이 없는 찌꺼기나 익힌 놈을 마인이라 하는 것은 마공에 대한 모독이죠.”
방진훈이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진짜 마공이 따로 있다는 말입니까?”
“진짜 마공이라는 건 좀 이상한 말이네요. 진짜와 가짜가 있는 게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실이 된 부분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문제겠죠.”
“유실?”
“마공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회주님께서 익히고 계신 무학도 많은 부분이 유실된 것 같더군요. 한국만 이런 것인지, 다른 곳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이 익히고 있는 무학에 많은 부분 유실되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때 그놈이 익힌 마공도 무공이라 부를 수 없는 조잡한 것이었죠.”
‘유실이라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의 무학은 그의 스승 대부터 익혀온 무학이었으니까.
“그럼 제가 익힌 무학도 유실된 무학이란 겁니까?”
“예.”
“그걸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제 비급을 보신 것도 아닌데요.”
“굳이 볼 필요도 없죠. 비어 있는 부분이 보이니까요.”
“…….”
방진훈은 새삼 상식으로 강진호를 재단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사람이 보는 세상과 그가 보는 세상은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다. 그가 보지 못하는 부분이 모두 보일 테니까.
세 살 아이가 보는 세상과 어른이 보는 세상이 다르듯이 강진호가 보는 세상과 그가 보는 세상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만두자.’
아이가 어른이 하는 일을 지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가 해야 할 것은 하나였다.
“부작용은 어느 정도입니까?”
방진훈이 목을 가다듬었다.
“물론 강진호 씨가 아이들에게 준 마공이 이전의 마공…… 그러니까 강진호 씨의 표현대로라면 유실이 되어 조잡하기 짝이 없는 마공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봐온 게 있다 보니 부작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질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글쎄요. 조금의 폭력성, 그리고 무학에 대한 갈망 정도가 있겠네요. 그 외에도 자잘한 문제가 있겠지만, 크게 난처해질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방진훈이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강진호의 말이라 믿지 않을 수는 없지만,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이상한 일이지.’
왜 이들은 마공은 당연히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한다고 믿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을 한다면, 마공이 그만한 부작용을 초래해 인간을 마귀로 만든다면 마교라는 집단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피와 살에 미쳐 있는 정신병자들이 집단을 이루고 같이 살아갈 수는 없을 것 아닌가.
이들의 이미지대로라면 그 미친 사이코들이 한 군데에 모여서 서로 질서를 이뤄 살아가며 위의 명령을 따른다는 것인데…….
‘그게 판타지지.’
마교의 존재를 모른다면 모를까, 이들의 역사에도 마교는 존재하는 것 같은데…… 역대 최강의 마인 집단인 마교와 정신병자 마인의 이미지가 공존한다는 것은 강진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폭력성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거…… 조금 걱정되는 일이네요. 안 그래도 워낙에 거친 녀석들이라…….”
강진호는 웃고 말았다.
거칠어?
그들이?
아무래도 이 사람은 거칠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저잣거리에서 술판을 벌이다가 어깨가 부딪쳤다는 이유로 도끼를 뽑아 들어 사람 머리를 쪼개는 놈들이 지천에 깔려 있던 중원을 생각해 보면, 이곳의 젊은 놈들은 선생님 말 잘 듣는 유치원생 수준이다.
“걱정하시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저야 강진호 씨를 믿으니까요.”
‘못 믿네.’
방진훈의 눈에 불신이 가득했다.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따라온다고는 하지만, 이런 불신이 있으면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생길 텐데.’
당장 이 상황을 어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강진호였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들고 왔다.
“못 믿으시면 손 떼면 됩니다.”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방진훈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자네는 노크도 할 줄 모르나?”
“쓸데없는 허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허례?”
“애초에 노크라는 건 제가 들어간다는 것을 방 안에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 과정이 아닙니까. 제가 복도에 들어섰을 때부터 제가 오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으셨던 분들에게 굳이 문을 두드려 가며 제가 왔다는 걸 알려야 합니까? 그건 낭비죠.”
방진훈이 이마를 감싸 쥐었다.
‘무인이라는 것들은 다 미친놈들뿐이야.’
게다가 눈앞의 이놈은 반쯤만 무인인데도 다른 놈들보다 더 미친놈이라는 게 문제였다.
“무슨 일인가?”
“강진호 씨에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겸사겸사 회주님께 허락도 구하구요.”
“허락이라…….”
편두통이 시작된다고 느낀 방진훈이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이놈이 뭔가 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그라도 어쩔 수 없이 긴장하게 된다.
“어이, 이현수.”
“예.”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썩을 놈 같으니.’
방진훈은 불편해지는 속내를 감출 수가 없었다. 강진호가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이 받아주기는 했지만, 이현수는 원래 김석일의 밑에서 일하던 이가 아닌가.
적이었던 이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방진훈의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총회의 소속이고, 언젠가는 힘을 합쳐야 한다 생각한 이중걸과는 다른 케이스였다.
총회와 영남회가 서로 내분을 벌이던 때, 저 썩을 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당했던가.
방진훈에게 있어서 이현수는 여전히 잡아 죽이고 싶은 놈들 중 하나였다.
‘이것도 못할 짓이지.’
영남회를 영남부로 흡수한 입장에서 지금 영남부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이현수를 우대해 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강진호의 카리스마에 눌려 있어서 별다른 반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남부 소속들이 총회에 완전히 동화된 게 아니라는 사실은 방진훈도 알고 있다.
강진호가 그들을 눌러주고 있을 때, 어서 빨리 그들에게 이제는 총회의 사람이라는 인식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별 없는 대우와 과거 영남회의 요직을 맡고 있던 이들을 우대하는 정책이 필요했다.
그 핵심이 이현수이긴 하지만…….
‘난 진짜 회를 이끌어 나갈 성미는 못 되는 모양이네.’
이렇게 얼굴만 보고 있어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니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하고 나가줬으면 좋겠다. 나도 할 말이 있으니 말이다.”
“예. 걱정 마십시오.”
이현수가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강진호 씨.”
“네. 무슨 일이세요?”
“……저번처럼 그냥 반말을 해주시면 안 됩니까? 솔직히 강진호 씨가 저한테 존대하는 걸 들으니 경기가 나려고 합니다. 사람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법이죠. 강진호 씨가 평소에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아무도 강진호 씨가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
강진호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었다.
그와 동시에 방진훈은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을 느꼈다.
‘저놈도 쓸데가 있네.’
“알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간단합니다. 저를…….”
그 순간, 방진훈의 전화가 울렸다.
“쯧.”
방진훈이 짜증 난다는 듯이 전화를 끄려다가 액정에 뜬 이름을 보고는 전화를 받았다.
“왜?”
천태훈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응?”
방진훈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알았다. 내 방법을 강구해 보지.”
방진훈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더없이 복잡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 씨.”
“네.”
“애들한테 주신 비급 말입니다.”
“예.”
강진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비급에 뭔 문제라도 있다는 말인가?
“그, 그게…… 애들이 비급이 중국어로 되어 있어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고 연락을 해왔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합니까?”
“…….”
강진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하, 한문이라 못 알아본다는 뜻입니까?”
“예.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 비급은 한국어로 되어 있나요?”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서로 사맞디 아니한데,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강진호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어, 그…….”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난관에 봉착한 강진호의 이마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해석해 줘야 하나? 그런데 자신이 그걸 한국어로 완벽하게 해석을 할 수 있을까?
그때, 이현수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