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71
#70.
조우하다 (1)
상황을 전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황당함과 분노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사실이냐?”
“죄송해요.”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된 강은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 멍청한 계집애야!”
짝!
백현정의 손이 강은영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아야!”
“니가 바보야, 천치야? 뭐한다고 그걸 당하고만 있어!”
“죄송해요.”
“내가 열불이 터져서! 그런 일이 있으면 말을 해야지! 말을 해야 알 것 아냐! 네가 가만히 있는데 누가 그걸 해결해 줘!”
“……죄송해요.”
연신 ‘죄송해요’만 반복하는 강은영을 보니 속이 더 쓰리다. 자식이 힘든 기색을 보이는데 그걸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백현정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어휴, 내가 진짜.”
강유환이 백현정을 만류했다.
“그만해. 안 그래도 답답할 애한테.”
“당신은 그런 말이 나와요! 내가 속이 뒤집어져서! 그러면 말을 해야지! 말을 해야 알 것 아냐!”
“그만하라니까!”
강유환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백현정은 찔끔하여 입을 다물었다.
“고생했다.”
“……아빠.”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있으면 말을 해라. 그런 말도 못 들어줄 아버지면 무슨 필요가 있어.”
“예.”
백현정은 속이 상하는지 눈물을 보였다.
강진호는 아무 말 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한 강진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접니다. 통화 가능하십니까?]“말씀하세요.”
[지금 집 앞인데 잠시 뵐 수 있겠습니까?]“지금 나가죠.”
강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니?”
“이 앞에 잠시 나갔다 올게요.”
“이 밤에?”
“금방 올게요.”
백현정이 화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동생이 저러고 왔는데, 어딜 나가!”
“금방 올게요. 조금만요.”
“그래, 얼른 다녀오거라.”
강유환이 허락을 해주자 강진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집 앞에 검은 세단이 주차되어 있었다. 익숙한 세단이다. 강진호는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은요?”
“일단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위약금은요?”
“물어줄 리가 있겠습니까? 위약금 줄 테니 스타위즈도 각오하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코웃음을 치더니, 재경 그룹에 대한 말을 듣고는 사색이 되더군요.”
“재경이 연예계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죠?”
“재경이 연예 사업에 진출한 것은 아니지만, 연예 사업을 쥐고 있는 모 그룹과 관계가 있습니다.”
“음…….”
“게다가 나름 비리가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풍비박산 내는 것을 일도 아닙니다.”
“놔두세요.”
“예?”
“그런 식으로 처리할 것 없어요. 제가 알아서 합니다.”
“강진호 씨.”
“……내 손으로 해결합니다.”
조규민은 한숨을 쉬었다.
우려했던 상황이다.
“이번에는 재경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둘러서 가시는 게…….”
“다른 문제는요?”
강진호가 말을 끊어버리자 조규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화제를 바꿨다.
“황성기업에 대한 것은 회장님께 보고 드렸습니다. 회장님께서 노발대발하시면서 황성과의 거래를 모두 끊으라고 명하셨습니다.”
“위약금이 있지 않나요?”
“마침 다음 달이 계약 갱신 시기입니다. 갱신하지 않아 버리면 되는 것이죠.”
“흠…….”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계약해 주세요.”
“예?”
“문제가 없고 계약할 가치가 있는 기업이라면 그렇게 하라고 해주세요.”
“하지만 이번 일은…….”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화가 나는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개인의 화를 다른 사람에게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일은 대표의 문제입니다. 대표이사의 딸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그 아래 일하는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야 할 이유는 없죠.”
조규민은 강진호를 보며 감탄했다.
힘을 가진 사람은 힘을 과시하고 쓰기 위해 안달인 법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당연하고 간단한 것 같아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그럼 관련 사건에 대한 사죄는 확실하게 받아내고, 적당히 간을 봐서 속 좀 태우도록 하겠습니다.”
“그 정도야 괜찮겠죠.”
“예.”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문제가 있는데…….”
“무슨 문제입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꿈이 있던 아이니까 이 길을 포기하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기획사를 알아봐야 하는데, 적당한 기획사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있어요?”
“국내 4대 기획사 중 하나에 연이 닿아 있습니다. 회장님의 이름으로 말하면 아마 즉각 스카웃해서 데뷔 준비를 할 겁니다. 상황을 보아하니 실력은 이미 연습생 수준이 아닌 듯하구요.”
“연줄이라…….”
“한국에서 연줄을 너무 기피하다가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강진호는 순순히 인정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과거 마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진호는 온몸으로 충분히 겪었다.
“그렇겠죠.”
“그게 정 껄끄러우시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뭐죠?”
“깔끔하게 기획사 하나 차리도록 하겠습니다. 재경에서 기획사를 만들고 1호 연예인으로 동생분을…….”
“앞에 말했던 곳으로 보내도록 하죠.”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만…….”
“아뇨. 앞의 방법으로 하십시다.”
“정 그러시다면.”
강진호의 말에 조규민은 입맛을 다셨다.
기획사 사장을 겸직해 보려던 그의 계획이 깔끔하게 무너졌다.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리고 처음 말했던 스타위즈 말입니다만…….”
“문제가 있나요?”
“부실이 너무 심합니다.”
강진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동생분은 양호한 수준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뽑아낼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다른 가난한 연습생들은 험한 꼴을 많이 봤더군요.”
“그래요?”
“말씀대로 그냥 놔두기에는 선을 넘었습니다. 알지 못했다면 모르되, 알고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적당히 정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박혁기는 어떻게 되나요?”
“검찰 조사를 받을 겁니다.”
“그러구요?”
“아마 구속되어 징역을 살 확률이 높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예.”
강진호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서는 여전히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강은영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그러고 보면 이런 장면을 본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
“은영이는 피곤할 텐데, 어서 자거라.”
“예, 아빠.”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응? 오빠?”
“……잠깐만.”
강진호는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름을 안 물어봤네. 기획사 중에 대기업이 관여한 기획사 이름이 뭐지?”
“대기업? 코드 말하는 거야?”
“이름은 잘 모르겠고. 4대 기획사라던데.”
“응. 코드 맞아.”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로 이적할 거다.”
“오빠, 코드에서 나 같은 애는 안 받아줘.”
“네가 어때서?”
“나 예전에 거기 오디션 몇 번이나 봤는데 떨어졌단 말이야.”
강진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땐 니가 지금 얼굴이 아니었으니까.”
“야…….”
강진호의 냉정한 말에 강은영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좋게 듣자면 이뻐졌다는 말인데, 왜 이리 기분이 더럽지?
“여하튼 이적할 거야. 그렇게 이야기됐다.”
“정말이야?”
“그러니까 괜히 잠 설치지 말고 푹 자. 알았어?”
“응, 오빠. 고마워…….”
강진호는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불을 끄고…… 천천히 새벽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강진호는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안 주무십니까?”
부엌 식탁에 앉아 아버지가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안 잤니?”
“예.”
“잠이 안 오는구나.”
“…….”
“저놈이 혼자서 얼마나 속을 끓였을까를 생각하니 잠이 안 와, 잠이.”
강진호는 아버지의 처진 등을 바라보았다.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강진호는 눈을 감았다.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아버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화가 난다. 분통이 터져.”
“예.”
“그리고 내 딸을 그렇게 고생시킨 놈들이 발 뻗고 잘 것을 생각하니 속이 끓어서 잠이 안 오는구나.”
“그래도 주무셔야죠.”
“그래, 자야지.”
강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얼른 주무세요.”
“너도 그만 자거라.”
“예.”
아버지는 천천히 방으로 향했다.
“진호야.”
“예, 아버지.”
“고생했다.”
“…….”
“내가 못한 걸 네가 했구나. 내가 면목이 없다.”
“그런 말씀 마세요.”
“휴…….”
강유환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강진호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몸을 돌렸다.
새벽이다.
여명이 다가오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
그의 안에 잠든 괴물이 깨어나는 시간이었다.
“으…….”
박혁기는 머리를 박박 긁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강은영 사건이 너무 커졌다. 재경 그룹이 이 일에 개입하고 있었다.
설마하니 그 강은영의 뒤에 재경 그룹이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오리 사이에 백조가 있었는데 못 알아보고 구박한 꼴이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하나.”
재경 그룹이 나선 이상 자칫하면 스타위즈가 풍비박산 날 수도 있었다.
아무리 분야가 다르다고 하나 재경 정도 되면 스타위즈 따위는 하루아침에 지워 버릴 수 있었다.
“찾아가야 해.”
강은영의 집을 찾아가서 비는 한이 있더라도 사태를 수습해야 했다.
“빌어먹을, 내가 어쩌다 이런 꼴이!”
박혁기는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고민하다 보니 이 새벽까지 집에도 못 가고 여기서 이러고 있지 않은가.
“제기랄, 그렇게 돈도 많은 년이…… 그냥 후원 좀 하면 되지, 꼴랑 그 몇 푼이 아까워서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
박혁기는 이를 갈았다.
있는 놈들이 더하다더니, 상종 못할 종자들이었다.
“여하튼 내일은 강은영 집을 찾아가서…….”
“그럴 필요 없어.”
“누, 누구야!”
박혁기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찰칵.
불이 꺼졌다.
새벽이란 시간.
꺼져 버린 불.
두 상황이 만나자 그의 사무실은 완벽한 어둠으로 물들었다.
“누, 누구야! 누구냐고!”
박혁기는 책상 위에 놓인 스탠드를 집어 들었다. 여차하면 후려칠 생각이었다.
“알고 있잖아.”
박혁기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다.
그것도 분명 오늘 들은 목소리였다.
“아까 그…….”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왜, 왜 이러는 겁니까!”
“쿡쿡.”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박혁기는 스탠드를 꽉 움켜잡았다.
이 새벽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결코 좋은 의도로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준비를 해야 했다.
“강은영 때문에…….”
그 손간, 박혁기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커억!”
박혁기는 목을 움켜잡았다.
누군가 목을 쥐고 그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꺼……억! 컥…….”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는 그의 귀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