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725
#724.
고심하다 (4)
“우리,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한국으로 가야 하는 거야?”
“마존께서 가자고 하시니 가야 할 것 같긴 한데…….”
돌아오는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공동 안에는 기이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마존, 강진호가 자신의 계획을 말한 이후, 공동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를 따르기만 하면 강해질 수 있다.
이건 오랜 목마름 끝에 내려온 감로수와도 같은 소리였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이들이 앞으로의 일을 논의했다.
하지만 그 뜨거웠던 열기가 식고 나자, 현실을 깨닫는 이들도 나타났다.
리쉬펑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리쉬펑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나는 안 가련다.”
“형님!”
“말이야 바른말이지, 뭘 믿고 한국까지 간단 말이냐. 한국으로 간다고 해서 지금과 뭐가 달라진다는 보장이 있냐고?”
“형님, 마존께서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약속?”
리쉬펑이 고개를 내저었다.
“마존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분의 말씀을 의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다시 무학을 익히기 시작해서 강해지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누가 아느냐?”
“……그것까진 알 수 없지요.”
리쉬펑은 말을 끌었다.
미련이 남은 목소리,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나도 강해져 보고 싶다. 저 정파 놈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것도 신물이 난다. 저 망할 놈들을 한 번이라도 꺾고, 그들의 얼굴에 침을 뱉어주는 게 내 일생의 소원이다. 너희도 알지 않느냐?”
주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인들은 모두 정파인들을 증오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리쉬펑은 극단적일 정도로 정파인들을 증오했다. 그들에 대한 원한이 하늘에 닿아 주변에서 만류할 정도다.
“그러니 더욱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마존을 따라 한국으로 간다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기회?”
리쉬펑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일을 시도해 보기 위해 지금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타국으로 가란 말이냐?”
“될 겁니다.”
“그래,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안 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냐?”
“…….”
주강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마존을 믿고 따른다. 그가 보여주는 신위를 그의 두 눈에 담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혹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마존은 더없이 강하시다.’
마공을 제대로 익힐 경우에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그는 그의 두 눈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마공의 강함인가?
주강은 확신할 수 없었다.
마존은 강하다.
하지만 그게 마공의 강함일까?
마존이 마공이 아닌 다른 무학을 익혔다면, 같은 신위를 발휘하지 못했을까?
‘그렇지는 않겠지.’
그분은 무슨 무학을 익히든 강해졌을 사람이다.
마존에 대한 존중이 오히려 마공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강진호는 분명 그들에게 새로운 마공을 제공할 것이다. 그의 입으로 약속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 마공을 익힌다고 해서 주강이 강진호처럼 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지금보다 강해진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얼마나 강해질지 확신할 수 없는 일에 인생을 건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주강은 리쉬펑의 선택을 비난할 수가 없었다.
이건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모험이었다. 그런 모험에 동참하지 않는 건, 어쩌면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혼자였다면 흔들렸을지도 모르지. 아니, 이미 흔들리고는 있지. 하지만 나는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다.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야.”
“이해합니다, 형님.”
결국 주강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이곳저곳에서 같은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그래도 마존을 믿고 한국으로 가보겠다는 의욕 넘치는 이들부터, 현실을 봐야 한다고 마존의 제안을 부정하는 이들, 그리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이들까지.
큰 소리는 나지 않지만, 혼돈의 도가니탕이라 불러도 좋을 지경이었다.
‘혼란스럽겠지.’
마존이 갑자기 등장한 것도 혼란을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하다. 그저 전설로만 알아온 존재가 갑자기 등장하여 ‘나를 따르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니까.
그가 아무리 위엄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들, 몸 안의 마기가 절로 그에게 충성을 바친다고 한들, 그들은 현대인이었다. 누군가에게 충성하는 것에 익숙할 리가 없다.
이전부터 알아온 이도 아니고, 갑자기 나타난 상급자를 따라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으로 간다?
‘될 리가 없지.’
마존을 직접 겪고, 그의 위엄에 혼이 떨려본 주강조차 지금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데, 다른 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런 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장로들이 너무 안일했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마존이 그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 황금빛 미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모든 이들이 마존을 따라 마지않으리라는 안일한 믿음. 그 믿음이 파탄을 낳고 있었다.
‘이렇게는 안 될 텐데.’
어쩌면 이 일이 마교의 부흥이 아니라 멸망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도열하라!”
주강이 고개를 돌렸다. 앞쪽에 설치된 연단으로 장로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한동안 딱히 별일은 없을 거라 했는데, 웬 도열이란 말인가.
주강은 어기적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장로들의 권위는 존중해 주어야 한다.
‘좁은데.’
처음 도열했을 때에 비해서 줄이 촘촘하다.
마존이 강림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들이 속속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덕분에 인원이 점점 더 늘어났다. 그 결과, 처음에는 나름 널찍하던 공동이 이제는 개미굴처럼 좁게 느껴진다.
주강은 딱히 불만을 표하지 않고 줄을 섰다.
어차피 며칠 걸리지 않는다. 이제 곧 이곳에 모인 이들은 마존을 따라 한국으로 갈 것인지, 그게 아니면 여기에 남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서둘러라. 마존께서 오고 계신다!”
장로들이 다급하게 줄을 점검했다.
평소 누군가의 명을 따라 오와 열을 맞춰본 적이 없는 마인들이라 줄을 서는 데 시간이 괘 걸렸다. 그래도 눈썰미가 남다른 무인들이라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다.
겨우겨우 줄이 완성됐다 싶은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연단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후욱.’
주강이 깊게 심호흡을 했다.
마존이시다.
‘이거, 진짜 장난이 아니구나.’
마기에 의한 종속이라는 건 말로만 들었지, 단 한 번도 실감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장민 장로를 보더라도 그런 느낌은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저 구설로만 내려오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존을 보고 있으면 마기에 의한 종속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마존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 뿐인데, 지금까지 그가 해온 이성적인 생각이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다. 그저 저분을 따라야 한다는 충동만이 그의 머리를 뒤흔들고 있었다.
‘진정하자.’
주강은 알고 있다. 이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는 그저 마존의 말을 따르는 꼭두각시가 될 뿐이다. 자아를 잃어서는 안 된다.
천천히.
결코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연단에 오른 강진호가 연단 한가운데에 마련되어 있는 태사의에 앉았다. 그러자 그의 좌우로 장로들이 도열했다.
“아…….”
절로 신음이 흘러나온다.
저 모습만으로 알 수 있다.
저분은 타고난 지배자다. 그게 아니면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는 걸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이다.
태사의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꼰 모습이 저리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위엄 넘치는 광경이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저분을 따르는 게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앉아라.”
마존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마존의 입을 쫓았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지도 모르겠군. 앉아라. 쓸데없는 곳에 힘 뺄 필요는 없다.”
줄을 선 이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되는 건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강진호의 목소리는 나직했다. 하지만 그 나직한 목소리는 너무도 선명하게 모두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이들이 하나둘 그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든 이들이 자리에 앉자 강진호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를 꺼냈다.
담배를 입에 물자 장로들 중 하나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후우…….”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뱉어낸 강진호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피울 사람은 피우지.”
태연한 목소리이지만 아무도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강진호도 그것만은 강요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좀 길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은 성급했다는 생각도 들고, 시대가 달라졌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도 내 스스로 자각을 하지 못했다. 조금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자리를 만들었다.”
주강이 조금 의아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느낌이 다른데?’
지금까지 그가 봐오던 강진호와는 조금 다른 사람 같았다.
강진호는 딱히 위협을 하지 않아도 상대를 짓누른다. 보통 사람도 그런 위압감을 어느 정도 느끼는 것 같지만, 마인들이 느끼는 위압감은 차원이 달랐다.
그저 손짓 하나에도 몸이 움찔움찔거리고, 강진호가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화들짝 놀라기 일쑤였다. 그저 눈앞에 강진호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압도당했다.
하지만 지금의 강진호에게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차단하고 계시구나.’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마기를 철저히 틀어막은 것이다.
주강은 그 행위를 격을 나누지 말고 대화하자는 의지로 받아들였다. 그러자 강진호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저 힘으로 끌고 가는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디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딱히 말주변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혹시 질문이 있으면 질문을 받으면서 시작하면 좋겠는데? 질문 있는 사람?”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누군가 입을 열면 이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아야 할 텐데, 그게 얼마나 오금이 저리는 일이겠는가. 더구나 그 앞에서 대화를 나눠야 할 사람이 마존이라니, 이건 거의 고문이었다.
“음…….”
질문이 나오지 않자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오늘 이런 자리를 만든 이유는 몇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다.”
오해?
“내가 너희를 따라오라고 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오게 되면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고, 오로지 강해진다는 것에 만족하라고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너희에게 짐승 같은 생활을 강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걸 오해한 모양인데…….”
주강이 고개를 갸웃했다.
대화가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말씀을 하려고 저러시지?’
그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화제를 찾은 모양이다.
“그래서…… 너희가 원하는 월급은 얼마지?”
“……예?”
주강이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말았다.
“워, 월급?”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강진호의 말에 모두의 눈이 흔들렸다.
세상에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 복지 재단 설립자 출신의 마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