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726
#725.
고심하다 (5)
“그래, 얼마를 원하지?”
“…….”
강진호의 시선이 주강에게로 향했다. 얼떨결에 대답을 해버린 게 실수였다.
“아…… 그?”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느끼며 주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난리 났네.’
이리된 이상 그가 마존과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도 마존에 대한 불경이다. 등에서 식은땀이 배어나는 감각을 느끼며 주강이 입을 열었다.
“워, 월급을 주신단 말씀이십니까?”
“그럼 안 받나?”
강진호가 되레 되물었다.
“하, 하지만 그런 전례가 없었습니다.”
강진호의 눈이 살짝 커졌다.
고개를 돌린 강진호가 장민을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지? 녹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제가 철이 들었을 때부터 녹봉을 주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강진호가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뭘 먹고 사는데?”
“…….”
장민이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지금 강진호의 질문이 대체 무슨 의도인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녹봉을 준다고?’
그가 알기로는 마교에서 교도들에게 녹봉을 지급한 적이 없었다.
“마존이시여, 개인적인 돈벌이는 교도들이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그럼 교는 뭘 하는 건가?”
“교는 교의 포교와 전체적인 관리를…….”
“그러니까…….”
강진호가 장민의 말을 잘랐다.
“하는 짓도 없고, 장로니 뭐니 하면서 돈만 받아먹고 교도들의 생활은 나 몰라라 한다는 소린가?”
“…….”
장민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아니, 말을 꼬아서 하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그게 이상한 건 아니잖은가.
하지만 강진호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일반적인 종교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딱히 이상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교는 일반적인 종교가 아니었다. 다른 종교를 믿는 교도들은 일상생활과 종교 생활을 병행한다.
하지만 마교도들은 마공을 익혀야 하기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다른 종교의 입장으로 보자면, 하루 종일 빡빡한 스케줄로 살아가야 하는 목사나 신부가 봉급도 받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그럼 누가 교에 귀의하려 하겠는가.
그렇기에 과거의 교는 교도들의 생활을 책임졌다. 그들이 일굴 수 있는 땅을 주었고, 그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나눠 주었다. 마교가 끊임없이 풍요로운 중원 땅을 노린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교도가 늘어날수록 척박한 대산에서는 그 많은 이들을 먹여 살리기 버거웠으니까.
그런데…….
‘되레 퇴보했군.’
이해는 한다.
힘을 잃고 추락하면서 교도들의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경제력을 잃었겠지.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녹봉은…… 아니, 현대어로 해야겠지. 월급은 지급한다. 지금부터.”
“하, 하나 마존이시여.”
장민이 다급하게 상황을 틀어막으려 했다.
선언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자금은 어디서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교, 교의 자금이…….”
장민이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게 나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단호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
“마존이시여?”
강진호가 모두를 둘러보고 말했다.
“나를 따라 한국으로 갈 이들에게는 모두 월급이 지급된다. 새로이 마공을 익혀야 하는데, 돈까지 신경 써야 한다면 성취가 있을 리 없지. 돈뿐만이 아니다. 너희가 무학을 익힘에 있어서 방해가 되는 부분은 내가 모두 해결해 주겠다.”
“…….”
주강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제대로 듣고 있는 게 맞나?’
무학을 익히기 위해서 돈을 바쳐야 하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 무학을 익혔다는 이유로 상납을 해야 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되레 돈을 주면서 무학을 익히게 해주겠다고?
“어, 얼마나?”
자신도 모르게 물음이 나왔다.
주강의 말을 들은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정확한 액수는 지금 말하기가 힘들군. 어느 정도가 적정한 금액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너희의 가족을 부양할 정도는 지불할 생각이다.”
강진호의 머릿속에 계산이 섰다.
이들이 한국으로 가게 된다면, 마교는 결국 총회 내의 한 지부가 될 것이다. 이들의 힘을 활용하는 대신 봉급을 지불해야 한다면, 이현수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돈이야 넘쳐 나지만 인력이 없어서 고생 중인 곳이 총회였으니까.
데리고 가는 것이 문제고, 그 안에서도 이질적인 문화 때문에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울 뿐, 전력의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저, 정말이십니까?”
강진호가 살짝 움찔했다.
주강의 격한 반응에 너무 질러 버린 게 아닐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너희, 지금 얼마씩 받지?”
“워낙 다양해서 정확하게 평균을 내기는 힘들지만, 평균적으로 한 달 일을 하는 이들은 달에 팔천 위안 정도를 법니다.”
“팔천 위안이 얼마지?”
강진호가 더듬더듬 스마트폰을 꺼내 환율기를 켰다.
“이것밖에 안 받아?”
“……예?”
“일만 위안 이상은 보장한다.”
강진호가 막 지르기 시작했다.
“정확한 액수는 따로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달에 일만 위안 이상은 무조건 보장하겠다. 아마 겨우 그 정도 줄 일은 없을 거다.”
‘이거, 뭐 하는 자리지?’
주강이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기 헤드 헌팅 하는 곳인가?
언제부터 마교가 종교가 아니라 회사로 업종을 바꿨단 말인가. 앞으로는 마교 대신 ㈜마교의 호칭을 써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질문?”
다들 입을 열지 못했다.
너무 황당한 말을 들어서 이걸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의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 정말 월급을 주시는 겁니까?”
“그동안 월급을 주지 않은 이들이 이상한 거다. 강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하지만 강해지려는 이유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 과정에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람은 결과를 좇을 수 없다. 너희는 강해지면 된다. 너희가 강해진 만큼 교는 그것을 이용하여 돈을 만들어낼 것이다. 수련하고, 시키는 대로 움직여라. 그게 너희의 일이다.”
황당하다.
어찌 들으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당연한 말이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기에 파격적인 소리로 들린다.
“보, 봉급은 그럼 계속 지급되는 겁니까? 앞으로도 계속?”
“음, 그 부분은 좀 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의 얼굴에 ‘그럼 그렇지’라는 실망이 어렸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연봉의 인상 부분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회계팀과 실무팀에서 체계를 만들 것이다. 그 외에 성과가 있는 자들에 한하여 성과급의 지불과 연봉 인상 폭의 조정이 있을 것이다.”
“…….”
“능력이 있는 자는 그 능력만큼의 대우를 받아야 하는 법이지.”
어, 그러니까…….
주강이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저 사람이 마존이시지?’
그들이 절망의 끝에 빠져 있을 때, 현세에 강림하시여 그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실 분.
‘그게 마공을 주고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뜻이 아니었나?’
복지 천국으로 인도한다는 뜻이었나?
일자리를 주고 넉넉한 봉급을 지불하여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사, 마인이면 어떠냐,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아, 이게 아니고.
‘여하튼 이게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강진호는 공동에 흐르는 기이한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주 5일 노동과 퇴근 시간은 보장해 주지 못하겠다. 이건 직업의 특성상 보장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퇴근시켜야 한다며 수련하는 사람을 쫓아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더냐.”
“그, 그렇습니다, 마존이시여.”
“대신 가족을 데리고 오는 이들의 생활 역시 교에서 보장한다. 집을 제공하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도 만들어주겠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뭐한 부인들에게도 적당한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
언제부터 마교에 복지부가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더없이 파격적인 제안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불안과 혼란이 가득하던 공동 안이 마치 신도시 개발을 발표하는 자리처럼 뜨거운 열기로 들끓기 시작했다.
‘줄서야 하나?’
앞쪽에 도열한 이들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지금이라도 마존이 ‘자, 이 모든 혜택이 선착순 3,000명. 계약서에 사인 먼저 하시는 분이 임자입니다’를 외치면 다들 앞으로 돌진할 기세다. 잘못하면 싸움이 아니라 살인이라도 날 기세였다.
“저, 정녕 그게 다 사실입니까?”
“내가 왜 너희에게 거짓을 말해야 하지?”
“…….”
강진호가 태연하게 답했다.
“너희를 단체로 한국으로 데려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너희가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오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알아서 돌아올 수 있겠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거나 들은 것과 다르다면 돌아와 버리면 그만 아닌가.”
맞는 말이었다.
외딴섬에 끌려가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인가. 중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면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경찰서에만 들어가서 ‘내가 그 유명한 불법체류자입니다’만 외쳐도 알아서 중국으로 송환해 줄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를 여쭐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뭔가 내가 특별한 거라도 하고 있나?”
의아해하는 강진호를 보며 모두가 황당함에 빠져들었다.
“나는 너희의 최선을 원한다. 너희가 목숨을 걸고 수련하여 강해지기를 원한다. 그게 마교를 부흥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고, 나를 강하게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니까. 그러니 너희가 수련을 함에 있어서 지장이 가는 부분은 모두 치워주겠다는 거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수련해라. 너희가 강해질 방법은 내가 열어주겠다. 무공뿐 아니다. 환경도 만들어주겠다. 노력하는 자들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 결심이 선 이들은 망설이지 마라.”
“저…….”
주강이 손을 번쩍 들었다.
“허한다.”
발언에 대한 허락이 떨어지자, 주강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마존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쓸데없는 사족은 빼도록.”
“예.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한둘도 아니고, 이 많은 인원들에게 월급을 지불하고 주거를 해결해 주시는 게 정말 가능한 일입니까?”
원론적이고도 핵심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단 한마디로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쳤다.
“나, 돈 많다.”
“…….”
“너희 생각보다 더.”
주강의 눈에서 기이한 열기가 끓어올랐다.
믿고 따르라.
그럼 행복에 도달할지니.
그가 생각하던 방향은 아니지만…… 아니, 생각한 것과는 뭔가 엄청 많이 다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전설은 사실이었어.’
그가 생각하던 전설보다 현실은 더욱 파격적이었다. 마존이 강림하실 줄 알았더니, 돈 많으신 복지 천사가 강림했다.
“어디서 신청하며 됩니까!”
순식간에 줄이 어그러지며 마인들이 앞으로 달려들었다.
여기저기 밀려나고 파고드는 마인들이 왁자지껄 소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마치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는 그 열기에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장민을 보며 물었다.
“얘들 왜 이래?”
“…….”
제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마존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