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a world on your own with an infinite capital RAW novel - Chapter 250
0화 무한 자본의 꿈
“그 사람은 꼭 죽여야 합니다.”
“……!”
“그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암적인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친구, 도대체… 누구를 말하나?”
“바로 후진타오 주석의 뒤를 이을 사람입니다.”
“리커창?”
후진타오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
같은 공청단(공산주의 청년단) 출신이며, 차기 대권 주자로 강력하게 밀고 있는 자신의 최측근이다.
그러나 시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 그럼 누구를……?”
“혹시 시진풍이라는 사람 아십니까?”
후진타오는 억눌린 숨을 내뱉었다. 다행히 자신의 수족은 아니었다.
그런데, 시진풍?
“부총리를 지낸 지중순의 아들, 시진풍 말인가?”
“예, 바로 그 사람이죠. 꼭 제거하셔야 합니다.”
벌써 죽이라는 말을 몇 번 듣는지 모르겠다. 후진타오는 친구가 이토록 강조하는 인물이 세 번째 비단 주머니라는 걸 인정하기 힘들었다.
“시진풍은 절대 다음 대 주석이 될 수 없는 사람일세.”
“그가 됩니다.”
“아냐, 자네의 착각일세. 시진풍은 상하이 방도 아니고, 우리 공청단도 아냐. 겨우 아버지를 잘 만난 태자당 출신에 불과한 인물, 주석 자리를 넘볼 깜냥이 안 돼.”
“그가 됩니다.”
어허! 김시혁의 고집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기는 중국이다. 정권의 향방에 있어서 자신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지 않나.
“자네의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은 내가 인정해. 자네가 아니었다면 내가 주석에 오르지도 못했겠지. 그러나 이번 생각은 너무 나갔어.”
“그가 됩니다. 바로 그가 주석님의 뒤를 이어 다음 대 중국을 다스리는 자리에 오릅니다. 그리고 기한이 없는 일당 독재자의 길로 가게 됩니다. 제 말을 믿으십시오.”
“…그는, 설마… 그가? 아무리 내가 힘없는 종이 호랑이 취급을 받고 있다지만, 그 정도 판단을 못 하겠나?”
“주석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 사람을 죽여야 합니다. 그래야 중국이 왕따당하지 않고, 건강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대우받을 수 있습니다.”
후진타오는 온몸으로 번지는 소름에 두 팔을 감싸 안았다.
지금껏 겪은 김시혁은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면서도 정돈된 논리를 바탕으로 설득하는 유형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숨겨진 그의 발톱을 보는 것만 같았다.
중국을 지배하는 주석 후진타오가 숨 막히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 공청단에서 미는 후보와 상하이방에서 미는 후보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요?”
“그, 그렇네.”
“두 후보는 서로 물고 뜯다가 자멸합니다. 그러면 장쩌민 측에서 딜이 들어올 거예요.”
“…….”
“상하이방도 안 되고, 공청단도 안 되니까 중립적인 인물…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세우자. 이걸 주석께서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게 시진풍?”
“네, 그가 됩니다. 어부지리(漁父之利)로 결국 시진풍이 다음 주석을 꿰찹니다.”
네 번째다, 그가 된다는 말.
김시혁이 저토록 강하게 주장하면…….
맞다! 시진풍이 된다.
“김 회장, 나는 시진풍을 잘 알지는 못해. 하지만 대충은 들어 본 인물이네. 그는 참 중립적인 사람일세. 모난 돌이 아니란 뜻이야.”
“간웅입니다. 발톱이 빠질까 봐 숨기고 있는 음흉한 인물이죠. 주위 측근들조차 속일 정도로 철저한 간웅.”
“…….”
“정치인의 덕목이라고요? 중립적이고 온건파라고요? 하아, 소가 웃을 일입니다. 그로 인해 중국은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국제 외톨이가 되길 원하십니까?”
시혁이 원래 계획했던 게 아니었다.
예기치 않게 후진타오가 전용기에 불쑥 나타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마음속에 늘상 품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시진풍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괴롭힘을 당했던 미래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한한령(限韓令).
사드가 터진 후 중국 여행객이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하던 한국 기업들은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다.
동북공정으로 역사를 빼앗으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았으며, 김치와 한복까지 자신들의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일이 벌어졌다.
구렁이 같은 속을 가진 시진풍은 정권을 잡은 뒤 야욕을 감추지 않았다. 숨기고 있던 발톱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자유 진영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택했다.
또한 만만한 게 홍어 X이라고 집요하게 한국을 괴롭힌 자다. 어차피 한국을 죽일 수는 없는 산업구조를 가진 중국은, 서서히 피를 말려 한국을 중국에 종속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 선봉장이 시진풍.
시혁이 지금 후진타오를 강하게 압박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삭초제근.
잡초는 뿌리 채 뽑아야 다시 고개를 못 든다. 그리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후진타오 계열을 밀어 올려 다시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설사 시진풍이 집권을 하더라도 미래처럼 멋대로 행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벌써 선진국에 진입했다. 아무리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졌다 해도 한국이 맘만 먹으면 중국은 한 방에 골로 가는 판이다.
시혁의 등장으로 미래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미래도.
특히 시혁이 있는 한 중국은 감히 한국을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전 세계가 똘똘 뭉쳐 중국을 공격한다. 외환은 쓸 수 없게 되고, 중국 물건을 사 주는 나라는 없어진다.
그냥 뒈지는 것이다.
그래도 시혁은 아예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뭐하러 복잡하게 종기를 방치하나, 짜 버리면 그만인 것을.
변치 않는 진리, ‘착중죽중’.
* * *
요 근래 항저우에는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한국의 수원이 삼송전자의 텃밭이고, 울산이 현도자동차의 앞마당인 것처럼, 항저우는 알라딘의 본사가 생긴 이래 급속히 알라딘 왕국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만큼 성장세가 눈부셨다.
아직 홍콩 증시에 상장을 하지 않았지만, 알라딘이 만든 ‘T바오’라는 결제 시스템과 ‘T몰’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은 전 국민이 애용하고 있었다.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조만간 기업 공개만 하면 즉시 왕좌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었다.
항저우 시민들은 알라딘에 근무한다면 무조건 딸을 데려가라고 아우성쳤다. 알라딘 그룹으로 인해 항저우 경제가 살아나고 있었다. 관광 말고 변변한 사업체가 없던 항저우, 알라딘이 생긴 이후 수많은 핀테크 기업이 생겨나고 있었다.
선순환이다.
수천 채의 아파트가 직원용 사택으로 제공되었다. 당시 중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복지 혜택이 시행되었다.
그 항저우의 자랑 알라딘 본사 로비로 수십 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섰다.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은 모습들이다.
동양인, 흑인, 백인, 동남아인이 고루 섞여 있는 일행들은 단 한 사람을 둘러싸고 주위에 누구도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벽을 만들고 있었다.
그 한 사람이 가는 길을 따라 물결처럼 같이 움직였다.
로비가 대혼란에 빠졌다.
“아가씨.”
“흡, 딸꾹!”
“아, 미안합니다, 마커 양.”
시혁이 명찰을 보고 이름을 불렀지만, 여전히 인포메이션의 여직원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분명히 당 간부거나… 혹시 당 기율 위원회에서?’
“마운 회장을 만나러 왔습니다.”
“…저, 저, 누구신… 지?”
“미리 약속을 하지 못하고 왔네요. 저는 김시혁이라고 합니다.”
“…네, 어, 어디서 오셨는… 데요?”
“하하하,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친구예요, 마운 회장의.”
“우, 우리 회장… 님 친구라고요?”
“네. 친구입니다, 오랜 친구.”
그때 헐레벌떡 계단으로 뛰어 내려오는 한 사람.
마운이다.
드디어 만났다.
용과 용이.
“왔나?”
“응, 잘 있었어?”
“싱겁긴… 자네답네.”
“우리 한번 안아 볼까?”
“싫어.”
“왜?”
“옛날 항저우 집에 왔을 때, 진짜 쪽팔렸단 말이다.”
“무슨 소리야?”
“내가 네 엉덩이를 안게 되잖아?”
“푸하하하!”
하긴 그렇다. 163센티의 마운이 186센티의 시혁을 안으면 이상한 모양이 될 것이다.
시혁은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낮췄다.
“이제 됐지?”
그제야 마운은 한 발 더 다가서더니 시혁을 격하게 끌어안았다. 시혁도 그런 마운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이 친구, 더 키가 자란 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소리, 20대 이후에도 크는 놈 있다든?”
“딸을 낳았다고?”
“인사 빨리도 받는다.”
“부럽다. 내가 네 딸로 태어났어야 하는 건데.”
“그건, 단호히 사양한다. 네 모습의 딸… 상상하고 싶지도 않거든.”
“다음 세상에서는 예쁘게 단장해서 나올 테니, 어떻게 안 될까?”
“지금 죽여 주랴?”
큭큭거리며 웃는 두 용(龍).
로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은 그제야 마운을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린 모양이다. 한결같이 멍한 표정 아니면 입을 틀어막고 경악에 빠진 모습이었다.
저 사람이 황제였구나.
그런 위대한 황제가 우리 회장의 친구라고?
과연 다르다.
“그런데 너 어떻게 알았냐? 서프라이즈 하려고 몰래 들이닥친 건데.”
“이 사람아, 근 10년간 변함없던 내 목걸이가 지랄발광을 하는데, 어떻게 모르나?”
그제서야 시혁도 가슴의 목걸이를 꺼내 보았다.
그랬구나.
환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102층만큼은 아니지만 내 방도 둘이 앉기에 부족하지 않아. 갈까?”
“좋지. 커피 있나?”
“응, 네가 커피 홀릭이라는 말을 듣고 준비한 것이 있지.”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 천천히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그 뒤를 김보성과 캄퐁 및 수행원들이 따르려고 했으나 시혁은 손을 저어 말렸다.
“김 실장, 여긴 친구의 영토야. 편하게 해 줘.”
단숨에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아무도 이 계단을 올라갈 수 없다. 내려올 수도 없고. 건물 안으로 들어온 인원 외에도 수백 명이 알라딘 본사를 둘러싸고 있었다.
거기다 중국의 특수부대까지 멀찍이 외곽을 경호하고 있었다. 이곳은 개미 새끼 한 마리 진입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성이 되었다.
“이것 받게.”
“뭐… 냐?”
“우리 ‘T몰’의 모든 상품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시혁은 웃으며 카드를 받았다.
작은 것이지만 친구의 성의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게다.
옛날 마운의 부인이 만삭의 몸으로 달려와 윌슨이 놓고 왔던 블랙 카드를 돌려준 적이 있었다. 한도 무한대의 카드를.
-제수씨,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그 카드는 넣어 두십시오. 조만간 친구에게 꼭 필요한 시점이 올겁니다. 그때를 위해서 비상용으로 가지고 계시란 뜻이었습니다.
-아닙니다. 전혀 불쾌하지 않아요. 아멕스 블랙카드를 본 적은 없지만, 이게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요.
-네.
-그래도 안 됩니다. 기댈 언덕이 생기면 소는 게을러집니다. 먹이를 먹는 것도, 근력을 기르는 것도 소홀하게 생각합니다. 본능적으로 나태해집니다. 저는 남편을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친구에게 말하지 말고 제수씨가 보관을 하시다가…….
-저는 남편을 속일 수 없어요. 부부 간에 비밀을 가지기 시작하면 불신이 싹틉니다. 이건 받을 수 없습니다.
후와! 이렇게 똑 부러질 수가 있나. 상상했던 것보다 더 여걸이다.
시혁의 중국어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면서 영어로 말을 건넨다. 윌슨까지 배려한 지혜로운 행동이다.
이렇게 되면 돌려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작전을 망쳤다.
-알겠습니다. 제수씨의 뜻을 존중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시혁 씨 같은 큰 인물이 남편의 친구라는 사실, 너무 놀랐습니다. 오늘 와서 남편을 일깨워 주신 점… 안사람으로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마워요, 시혁 씨.
-대신, 이건 꼭 받아 주십시오. 곧 태어날 내 조카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부디 거절하지 마세요, 제수씨.
지갑을 털어 만 달러를 건넸다.
비로소 빙긋 웃으며 두 손으로 받는 장청. 정말 지혜로운 여자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던데…….
멋진 여자다.
그때를 생각하며 마시는 커피 향이 너무 좋았다.
마운의 사무실에는 백여 종의 커피가 전시관처럼 놓여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시혁을 위해 준비한 것일 게다.
중국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운이라는 걸물 하나로 족했다.
커피 향에 취해 시간을 잊어 버렸다.
25